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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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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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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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8. 마약빵 - 2

DUMMY

현과장은 저 멀리 보이는 빵집을 향해 거침없이 행진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묵직하게 떨어지는 그의 발걸음.

얼핏 봐도 느껴질 정도로 안 좋은 감정이 그의 걸음걸이 위에서 부터 쏟아져 내렸다.

가뜩이나 성난 눈빛. 꽉 다문 입술. 보통 화난 게 아닌 현과장은, 키토와 리코까지 등에 업고, 기세를 업는 게 아니라 진짜 등에 업고, 빵집 앞에 도착을 했다.

이윽고 빵집 안으로 들어선 현과장. 얼핏 보기에는 일반 빵집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누가 대놓고 마약 장사를 한다고 써 붙여 놓고 있을까.


“마... 약... 빵?”


있었다. 여기 있었다. 빵집 안 벽면에 대문짝만하게 써 붙여진 단어, 마약빵. 홍보 문구도 기똥차다. 환상의 나라로 보내줄 환상의 빵, 마약빵. 그럴 거면 환상빵이라고 짓지 이름은 또 정직하게 마약빵이라니. 도대체 얼마만큼 천재고 얼마만큼 바보인 건지.


“어서오세...”


사람이 들어온 소리에 주방에서 헐레벌떡 나온 종업원은, 눈앞에 있는 현과장을 보자 멈칫거렸다. 현과장은 이 종업원이 기억나지 않았지만, 분명 이 사람은 현과장을 알고 있었다.


“혀, 현과장님...”


뒤에 ‘님’이라는 존칭 어미 까지 붙이는 걸 보면, TV에서 그를 봤거나, 공원에서 마주친 사람은 아니었다. 유명인이나 연예인을 본 순간, 「XXX님!」 이라는 말은 잘 안 하잖아. 「XXX다!」 라고하지. 그렇다는 건, 그를 단순한 유명인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정말 환상적인 빵을 파시네.”

“그, 그렇죠! 환상적인 빵이죠... 네...”


종업원의 표정이 완전히 얼어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건 현과장이 어느 정도 능력자인 것을 안다는 말인데. 현과장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만난 것일까. 그것만 기억이 난다면, 이 사건을 벌인 원흉을 단번에 알 수 있을 텐데.


“내가 모를 거 같나? 저 빵이 뭔지?”

“여, 역시 많이 아시네요. 네, 역시...”


종업원의 말을 듣던 현과장은 순간 멈칫했다.

잠깐, 많이 안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원더랜드에서 잘 알려진 지식인 오직 어흥선생 뿐. 비록 자신이 어흥선생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종업원의 말투로 보아 이 사람은 어흥선생과의 지식 대결을 TV 중계를 통해 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는 건, 설마...


“당신, 데빌 위딘과 관련 있는 사람이지?”

“네, 네? 아, 아니요!”


커진 동공. 떨리는 목소리. 그래 이건 100% 데빌 위딘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아니군.”


아니다. 적어도 현과장은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글을 읽는 우리 모두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과장은 절대 아닌 모양이었다. 모두가 「Yes!」를 외칠 때, 당당히 「No!」를 외칠 줄 아는 당당한 인간 현과장. 우리는 그런 인간을 눈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데빌 위딘이 뭔지 아나보네?”


종업원은 말이 없었다. 참고로 현과장은 아직도 이 남자가 데빌 위딘의 연구원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냥 던진 말이었다. 그냥 던진 말.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단단히 각오한 듯한 종업원은 천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주방 쪽에서 달려오는 대여섯 명의 남성.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날이 시퍼렇게 선 무기들이 쥐어져 있었다.


“그 무기... 설마...”

“그래, 우린 용자들이다, 현과장!”


답답했던 것일까. 아니면 현과장이 전부 알아차렸다고 생각한 것일까. 종업원이었던 용자가 당당하고 우렁차게 현과장을 향해 대답했다. 그러자,


“아니, 그 무기 멋있다고. 난 단검인데, 너희는 방패에 장검이네. 도끼도 있고. 창도 있고.”


용자들의 무기를 보더니, 자신의 무기인 은화를 꺼내 보여주는 현과장. 그는 자신의 가슴팍에 손을 얹더니, 마치 꼽혀 있는 단검을 뽑아내듯, 무기를 꺼내 보였다.


“아, 아니! 은화가 왜 저기 있어?! 강원랜드의 보물을 왜 현과장이 가지고 있냐고?”


이쯤 상기 시켜 드리자면, 강원랜드는 강한 원더랜드란 뜻이다. 절대 대한민국 강원도 소재의 그 곳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용자들은 현과장의 손에 들린 그 중식도 모양의 단검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 이 은화를 찾고 있었던 듯한데.


“바꿀래? 바꿀까? 난 단검쟁이 싫어. 난 검과 방패가 좋다고. 아니면 창과 도끼도 상관없어.”

“현과장! 어디서 감히! 수작을 부려!”


기세 좋게 외친 용자들이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튀어 나온 목소리와는 완전 다른 모양이었다. 그들의 눈동자에 가득 서린 망설임. 너나 할 것 없이 은화를 보고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뭘 망설여? 그냥 바꾸자니까.”


빠르게 달려가 도끼를 든 남자의 손에 자신의 은화를 쥐어준 현과장. 얼떨결에 도끼와 은화를 바꾸게 된 용자였지만, 그의 눈에는 환히가 가득했다.


“저, 정말 바꿔 주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바꿔! 바꿔!”

“가, 감사합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은화를 받아 든 용자는, 주방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천으로 은화를 꽁꽁 싸맸다. 행여나 은화가 다칠까, 혹시나 자신이 은화에 다칠까, 조심조심 해 가면서.


“포장 했으면 상자 안에 넣자. 여왕님께 진상해야 하잖아.”


다른 용자가 멋들어진 상자를 들고 와 잘 포장된 은화 앞에 내려놓았다. 그렇게 상자 안으로 잘 수납된 은화. 전설의 단검이 완벽하게 포장이 되자, 그제야 용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침내 끝난 미션에 그들은 무기를 내려놓으며 밝은 미소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돌아 갈 수 있어, 돌아갈 수 있다고. 감사합니다, 현과장님!”


용자들은 현과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들의 임무가 끝났다고 해서, 현과장의 볼일이 끝난 건 아닌 상황. 신이 난 용자들을 바라보며, 이번엔 현과장이 자신의 용건을 꺼내 들었다.


“그래, 그럼 여기서 왜 이딴 빵을 만들고 있었는지 한 번 들어볼까?”


***


노을이 뉘엿뉘엿 지고 있는 초저녁.

현과장은 집을 향해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그의 등에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포대기. 그 안에는 성밖마을을 초토화 시켰던 바로 그 물건, 마약빵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용자들은 사라졌지만, 그렇게 빵을 남겨 둘 수는 없었던 현과장. 그가 생각한 방법은 한가지였다. 방을 전부 가지고 사라지는 것. 그 장소에서 태워버리면 행여나 사람들에게로 타다 만 빵가루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 결과가 바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낑낑거리며 집까지 도착한 현과장. 텃밭에 도착해 보니, 일을 마친 식구들이 도끼눈을 하고 현과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긴, 호떡을 만들어줄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현과장은 순간 눈앞이 깜깜해 졌다. 지금 큰 사건을 하나 해결해 왔는데, 겨우 집에서 텃밭이나 일군 사람들이 호떡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고 얼마나 잔소리를 할까. 안 봐도 눈에 훤히 보였다.


“수고했다냥. 수고했다냥.”

“제정신이야? 그런 걸 혼자 들고 와?”


그런데 무슨 일일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을 하는 어흥선생과 갓패치.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현과장은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였다.


“하룡에게서 다 들었다랄까나. 현과장이 진정한... 원더랜드의 주인이었다고.”

“면목없습니다만. 여왕인 제가 할 일을 현과장이 대신하게 해서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만.”


여왕과 채야는 미안한 듯, 현과장을 향해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따라서 고개를 숙이는 어흥선생과 갓패치. 썩 기분이 나쁘지 않은 대우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썩 좋은 대우도 아니었다.


[딱! 딱! 딱! 딱!]


현과자의 손이 그들의 뒤통수로 황급히 날아갔다. 이어지는 경쾌한 리듬 딱! 딱! 딱! 딱! 현과장에 이어서 리코와 키토도 그들의 뒤통수에 달콤한 꿀밤을 선사했다.


“아니,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때리는 건 비겁한 짓입니다만!”


현과장을 향해 제일 역정을 내는 건, 역시나 눈치가 제일 없는 여왕. 억울함에 눈물까지 글썽이는 그녀였지만, 나머지 세 사람은 그 꿀밤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아는 듯한 모양이었다.


“고마워할 게 아니라,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세요, 여왕님. 당신이 일만 제대로 했으면 사람들이 마약에 중독되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당신이 지금 여기서 한가롭게 호떡 뜯을 군번이야?”


묵직한 진실에, 그만 눈물이 쏙 들어가 버린 여왕. 그녀는 결심한 듯 터벅터벅 텃밭을 가로 질러 나갔다.


“이제 호떡만 먹고 갈 겁니다만!”


그래도 호떡은 포기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녀는 당차게 외치고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런데 호떡을 먹는다는 건, 아침, 점심, 저녁, 매일 3차례나 이 곳으로 온다는 말이 아닌가? 눈치 없고 철없는 여왕님 때문에, 눈앞이 깜깜해 지는 건 현과장뿐만은 아니었다.


“여왕은 순수한 거다냥. 순수한 거다냥.”

“악의는 없을 거랄까나.”

“제정신이야?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제각각 한마디씩 뱉어내는 세 사람. 이제 남은 건 현과장이 가지고 온 마약빵의 처리와 저녁 밥상, 그리고 후식뿐이었다.


“그럼 빵을 다 태워버리면 될까나?”

“아니, 그 전에 잠깐만. 우유나는 어디 있어?”


현과장은 하얀 불꽃을 일으키고 있는 채야를 잠시 멈춰 세우고, 서둘러 우유나를 찾았다. 뭔가 보여줄 것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물어볼 것이 있는 것일까. 그녀를 찾는 현과장의 눈빛은 진지하고 또 진지했다.


“나를 경멸해라! 마왕!”


자신을 찾는 현과장의 목소리에, 헐레벌떡 집밖으로 나오는 우유나. 그녀의 얼굴은 뭔가 기대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변태적인 그 부분이 채워 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돌아가는 현실. 현과장은 우유나를 향해 손짓하며 입을 열어 큰 목소리를 내었다.


“나왔으면 이리 와서 좀 이 빵 좀 봐봐.”


***


“이건 각성제인데.”


거실에 앉아 빵 한 쪼가리를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현과장과 가족들. 그들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각성제? 무슨 각성제?”

“용자들이 자신의 기량을 완전히 발휘 할 수 있게 고안한 각성제. 유샤파와.”


현과장의 물음에 우유나는 그 빵의 정체를 잘 아는 듯 유찰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거 많이 먹으면 환각증세가 나타나서 용자들도 한번에 2개 이상은 안 먹어요.”

“그렇다면 일반인은...”

“한 입이면 끝.”


우유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렇게 위험한 빵을 팔다니. 도대체 용자들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그 용자들 가만히 둘 수 없다냥. 당장 벌을 내리러 가야겠다냥!”


귀여운 말투와 완전 다르게 이글이글 불타는 어흥선생의 눈빛. 그는 당장 사건을 일으킨 용자들을 찾아가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돌려보냈어. 다시는 여기 못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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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161. 갓패치의 진실 23.08.09 25 4 12쪽
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2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5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9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6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8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3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9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6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9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7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5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4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7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5 3 12쪽
» 138. 마약빵 - 2 23.07.17 30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8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2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3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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