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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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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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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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장편> 죄의 탑 - 14

DUMMY

현과장은 잠시 시선을 돌려 주변을 탐색했다.

로스와 레스의 은신처는 같은 4층 안이라고 해도 너무나 분위기가 달랐다. 푸르름이 가득한 정원에 비해, 너무나 삭막한 은신처 안. 게다가 시간의 흔적이라고는 1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기까지 했다. 하긴, 시간이 멈춰버린 이 곳에서 세월의 흔적을 찾으려는 게 무모한 생각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걸 감안한다고 해도, 이 곳은 너무나 깔끔했다. 조금 전 지나쳐온 2층과 3층에 비하면 아주 많이.


“밑에는 그렇게 개판을 만들어 놓고, 두 분은 아주 깔끔하게 해 놓고 사시네.”

“우린 당신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뭐 혼자만 아는 그런 오해라도 있는 겁니까?”

“오해라...”


현과자은 로스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원한이 없다는 그의 말에는 전혀 틀린 부분이 없었다. 그래, 두 쌍둥이를 향한 개인적인 원한은 없었다. 하지만, 오해하고 있다는 그 부분은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그가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오해가 아니라 확신이었으니까.


“오해는 무슨.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이 곳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겁니까?”


레스와 다르게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로스. 확실히 조금 전 만났던 그 바보와는 달랐다. 그것도 완전히.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 너네보단 나은 거 같은데.”

“당신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의 나라입니다. 이방인은 빠지세요.”


하지만, 생각이 뒤틀려있는 건 바보나 이 놈이나 마찬가지. 잘못된 신념에서 온 논리는 아무리 정리가 잘 되어있다고 해도 허접한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무슨 뜻이냐고? 아주 간단히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개... 아니, 헛소리도 참 길 게 한다.”


루프가 신경 쓰여서 조금 순화해서 말하긴 했지만, 그래, 「헛소리」다. 좀 더 가슴에 와 닿는 단어로 바꿔 말하자면 「개소리」. 로스가 아무리 논리정연하게 말을 한다고 해도, 전부 개소리일 뿐이었다.


“헛소리가 아닌데요. 이방인이 왜 우리나라 일에 끼어 드는 겁니까?”

“왜냐고? 너희가 개망나니니까.”


끝내 참지 못하고 튀어나와버린 그 단어 ‘개’. 하지만 루프도 이해한다는 듯, 그 큰 앞발로 현과장의 등을 토닥였다.


“백성을 제물로 바치는 그런 미친 군주가 세상에 어디 있어?!”

“여기 있잖아요. 그리고 미친 군주가 아니라 아주 정상적인 군주입니다. 이 모든 일은 나라를 위해 그런 거니까.”


로스는 단호했다. 아무런 잘못도 느끼지 못하는 듯한 로스의 표정은, 현과장의 마음에 웅크려 있던 분노를 이내 기지개 켜게 만들고야 말았다.


“예로부터 어르신들이 말씀하셨지. 미친놈에겐 매가 약이라고.”


현과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으로 달려 나가는 키토와 리코. 두 귀염둥이의 등장에, 로스는 그만 코웃음을 치고야 말았다.


“아무리 내가 곱상하게 생겼다고 해도, 작은 동물들을 상대로 내보낸다고?”


그래, 누구나 무시기 일쑤다. 그들의 작고 귀여운 손에 얻어터지기 전까지는.

레스가 진실을 말해줄 틈도 없이, 순식간에 떡 실신을 시켜버린 리코와 키토. 너무나 빨랐던 그들의 움직임에, 타격음이 못 따라올 정도였다.


[퍼버벅! 퍽퍽! 퍽! 퍼버버벅! 퍽퍼러퍽퍽!]


봐, 지금 들려오잖아. 도대체 키토와 리코는 얼마나 열이 받았기에 이렇게 소리보다 빠르게 제압한 것일까.


“로스, 저 둘이 날 이렇게 만든 거라고.”

“참... 빨리도... 말해 준다...”


레스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겨우 몸을 가누는 로스. 그는 레스를 한번 쏘아보더니, 이내 그 살기 어린 눈빛으로 현과장을 쏘아보았다.


“비겁한 동물 학대자! 귀여운 동물들에게 살인을 교사하다니!”

“어이고, 많이 유식한가 보네. 교사라는 단어도 쓰고.”


간신히 숨을 헐떡이는 로스를 향해, 비열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현과장. 단지 이 장면만 놓고 본다면, 현과장이 완벽한 악당이었다. 눈앞 두 쌍둥이의 특출 난 외모 덕분에 더욱 도드라지게 된 현과장의 늙은 얼굴. 젊음의 고수 채야 덕분에 그나마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10대 소년들과 비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수많은 노력을 한 얼굴도 젊고 풋풋한 그들의 앞에서는, 그저 늙음 그 자체일 뿐이었으니까.


“안 되겠다, 레스! 그걸 쓰자!”

“제정신이야, 로스? 그걸 쓰겠다고?”


뭔가 숨겨둔 비기라도 있는 것일까. 두 쌍둥이는 작정한 듯, 이를 악물고 현과장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갑자기 흔들리는 현과장의 눈동자. 그들의 비밀 기술이 두려워서 겁을 먹은 건 아니었다.

레스의 말 속에서, 잠시, 아주 잠깐이었지만 다른 한 사람, 바로 갓패치. 불현 듯 불길한 느낌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왕가 오의! 차! 원! 문!”


두 쌍둥이의 외침이 은신처를 넘어, 정원 가득하게 울려 퍼졌다. 이윽고 로스와 레스의 앞에 나타난 차워문.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작은 차원문이었지만, 쌍둥이는 이마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온 힘을 쏟아 붓고 있었다.


“저기, 그런데...”

“지금이야, 레스!”


현과장의 말에 작은 대꾸도 하지 않더니, 그대로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 버린 로스. 그의 뒤를 따라 레스도 재빠르게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는 은신처에 남아있는 건 현과장의 일행뿐. 눈앞에서 차원문을 본 이상, 이 쌍둥이가 갓패치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란 건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확실해졌다. 문제는 과연 갓패치의 의도가 무엇일까. 징벌인가, 아니면 구원인가. 그것도 아니면 용서일까. 현과장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런 그때,


[탁.]


현과장의 머리로 올라와 그의 이마 위에 앞발을 올리는 키토. 현과장은 반사적으로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탁! 탁!]


키토가 원한 게 현과장의 손길이 아니었던 것일까. 여전히 현과장의 이마를 내려치는 키토. 그 순간, 현과장은 이마 위로 올렸던 손을 내리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아니, 이게 왜...?”


아직도 현과장의 앞에 남아있는 차원문. 이 쌍둥이들 둘 다 나사가 빠진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고도의 심리전을 이용할 줄 아는 그런 엄청난 지략가이던가. 일부러 멍청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대방을 덫으로 유인하는 그런 고단수의 지략가 말이다. 뭐, 지금까지 두 인간을 경험해본 바로는 결코 지략가가 아닌 것 같지만.


“잡아달라고 한다면, 잡으러 가야지. 그렇지? 모두들?”


현과장의 말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리코와 키토 그리고 루프. 그렇게 그들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차원문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두려움 따위는 전혀 느끼지 않은 채로.


***


한편, 차원문 안으로 들어와 허둥지둥 도망치고 있던 레스와 로스. 그들은 거대한 궁전을 쉴 새 없이 달리고 있었다.


“빨리 와 로스! 그러다가 잡힌다고!”

“잡혀? 왜 잡혀?”


로스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잡힌다고 말을 한 것일까.


“그 놈들 분명 따라온다니까!”

“설마, 레스. 차원문을 닫지 않은 건 아니겠지?”


앞서 달리던 레스가 그만 그 자리에 멈춰서 버리고 말았다.


“앗차차!”

“야! 이 멍청아!”


멈춰 서 있는 레스를 향해, 그대로 달려들어 엉덩이를 걷어차 버린 로스. 그의 눈동자에서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너는 왜 생각이 그렇게 없어?”

“네가 장점을 다 몰빵해 가져가서 그렇잖아! 난 잘못 없다고! 태어난 걸 이렇게 태어났는데 그럼 어쩌나?!”

“어쩌긴 뭘 어째! 달려! 잡히기 전에!”


로스는 가슴속 가득한 분노를 겨우 억누르며 다시금 걸음을 내달렸다. 그래, 이미 엎질러진 상황. 이럴 때 제일 현명한 선택은 그 자리에 서서 잘잘못을 가리는 게 아니라, 안전한 장소로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나, 안 가!”


그 자리에 서서 요지부동 움직이지 않는 레스. 오리마냥 주둥이를 삐쭉 내민 채, 그는 로스를 응시했다.


“너 그러다 잡힌다고!”

“나 때렸잖아. 나 안 가.”


삐쳐도 삐쳐도 단단히 삐친 듯, 레스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바로 그때,


“아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소리.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레스의 발이, 반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그리고 앞으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로스보다도 더 빠르게.


***


“루프 씨, 냄새를 맡을 수 있겠어?”

“아오~!”


현과장의 물음에, 하울링으로 대답하는 루프. 이상하게도 루프는 잔뜩 신이 난 모양이었다. 마치 산책 나온 멍뭉이처럼.


“그럼 루프 씨 부탁해.”


현과장의 따뜻한 목소리에, 루프는 앞장을 서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루프 덕분에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긴 현과장. 그는 혹시나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그들이 있는 이 곳은 죄의 탑이 아니었다. 탁 트인 하늘과 고풍스러운 건물들. 현과장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TV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아름다운 고성의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부자연스러운 것이 있다면, 하늘 위에 태양이 찬란히 빛을 내뿜고 있음에도 어둡게만 느껴지는 시야랄까.


“멍! 멍!”


그렇게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사이, 루프가 현과장을 향해 큰 소리로 짖었다. 늑대인 루프가 왜 멍멍 짖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다급히 루프의 곁으로 다가간 현과장. 그가 다가오자, 루프는 눈앞의 거대한 문을 바라보며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멍! 멍! 멍!”

“저 문 안이란 말이지, 루프 씨?”

“멍!”


긍정적인 듯한 루프의 울음 소리에, 현과장은 그대로 문 앞에 섰다.

어디선가 한 번 본 것만 같은 듯한 느낌의 거대한 문. 단순한 데자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낯이 익었다. 바로 그때, 현과장의 머릿속에 떠오른 얼마 전 거대한 차원문. 갓패치가 소환한 차원문이 꼭 지금 현과장의 앞에 있는 이 거대한 문과 똑 같이 생겼었다.


“운명인 걸까? 아니면 함정인 걸까?”


아리송한 표정으로 주변의 모두를 바라본 현과장은, 결심한 듯 이내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대가 내 왕국을 망친 이방인이라고?”


현과장이 들어오자마자, 마치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들려온 목소리. 무게가 느껴지는 목소리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로스와 레스의 목소리와 다른 점이 거의 없었다.


“더는 내 왕국을 망치게 둘 순 없다. 이방인. 돌아가라.”

“어딜 어떻게 돌아가라고? 뭐 문을 열어 준 다음에 돌아가라고 해야지. 쌍둥이만 빡대가리인 줄 알았는데, 여기 또 있네?”


대놓고 모욕적인 말을 늘어놓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현과장. 이윽고 그의 눈앞에 익숙한 두 쌍둥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 저 놈이에요, 저놈!”

“폐하, 부디 왕국을 지켜주시옵소서!”


간신배 같이 왕좌의 옆에 서서 고개를 조아리는 레스와 로스. 현과장의 시선은 쌍둥이에게서 떠나, 중앙의 왕좌로 향했다. 왕좌에 앉아있는 건 노년의 쇠약한 남성. 쌍둥이의 아버지라 그런 것인지, 둘의 외모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마치 쌍둥이의 미래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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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 왕좌의 게임 - 1 23.08.12 26 4 11쪽
163 163. 로데인 몰스. 23.08.11 24 4 12쪽
162 162. 집에 갈 수 있다고? 23.08.10 28 4 11쪽
161 161. 갓패치의 진실 23.08.09 25 4 12쪽
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2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5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9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6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7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3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9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6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8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7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4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4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7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5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9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2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3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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