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230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8.11 10:00
조회
24
추천
4
글자
12쪽

163. 로데인 몰스.

DUMMY

가보지 않은 세계가 무척이나 궁금한 듯한 채야. 비단 이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그녀 뿐만은 아닌 듯이 보였다. 주변의 시선을 느끼며 천천히 입을 연 현과장. 그의 입에서 지난날들의 모험이 술술술 흘러나왔다. 물론 갓패치의 동료답게 뻥과 과장을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나면,”

“난 이미 들었으니까,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지.”


현과장이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바로 그 때.

갓패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냥 가게? 호떡 안 먹어? 요 며칠 사이에 통 못 먹었다면서.”

“호.. 호떡?!”


호떡을 언급하는 현과장 때문에, 잠시 머뭇거린 갓패치. 하지만 그는 힘겹게 고개를 저으며 차원문을 열었다.


“나중에! 오늘까지는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뭔데 그렇게 급해?”

“그렇다냥. 뭐가 그렇게 급하냥?”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그의 모습에, 현과장 뿐만 아니라 어흥선생을 비롯한 거실의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말하면 알겠냐?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손에 들어와서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뿐이야.”


갓패치는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뭐야, 지금 그걸 자랑하러 간다는 거야? 내 속을 또 뒤집어 놓으면서 까지? 가! 가버려!”


집에 도착하기 직전의 일들이 다시 떠올라 버린 것일까. 거품을 물며 짜증을 부리는 현과장. 그의 등쌀에 못 이긴 갓패치는 이내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갓패치와 여왕이 없는 채로 풀어놓게 된 현과장의 이야기 보따리. 거실에 앉아있던 모두는 두 눈을 반짝이며 현과장에게 집중했다.


***


한편, 차원문을 통해 어딘가로 빠져나온 갓패치는, 정처없이 앞으로만 걷고 있었다. 하늘 위로 눈부신 해가 떠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어두운 사방. 그의 주변에는 지금의 위치를 특정할만한 물건이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폭발이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갓패치. 이내 그는 걸음을 멈추고 지긋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 안으로 들어온, 누군가의 육신. 만신창이가 된 그 몸뚱이를 바라보며, 갓패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호되게 당했나보네.”


갓패치의 목소리가 끝나자, 움직임이 전혀 없던 그 몸뚱이가, 점차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그대로 갓패치를 바라보는 육신의 주인. 갓패치도 그 처참한 상처뿐인 육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형? 형이 왜...”

“다 버리고 도망갈 때는 언제고, 왜 이렇게 나타났냐고? 로레스?”


말을 마친 갓패치는, 천천히 걸음을 움직여, 그 육신, 로레스에게 다가갔다. 점점 가까워지는 둘의 거리. 로레스의 얼굴에는 기쁨과 두려움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었다.


“도, 도와주러 온 거 맞지?”

“물론이지. 도와주러 온 거지.”


로레스의 코앞까지 걸어온 갓패치는 다시 한 번 옅은 미소를 지으며, 로레스 앞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아무런 거리낌없이 갓패치의 손을 잡는 로레스. 그제야 로레스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기 시작했다.


“난, 형이 완전히 날 버리는 줄 알았어.”

“널? 로스와 레스는?”

“그것들은 그냥 피조물들이잖아.”


갓패치는 로레스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참, 너 잃어버린 게 있지?”


갓패치의 말에, 로레스는 기대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빛에 마치 부응이라도 하듯이, 주머니에서 모래시계를 꺼내 로레스에게 보여주는 갓패치. 로레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나고야 말았다.


“형이 되찾아 준 거야? 정말 고마워!”


로레스는 서둘러 모래세계를 낚아채려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로레스가 아무리 당겨도 갓패치의 선에서 떨어지지 않는 모래시계. 밀려오는 당황스러움에, 로레스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기 시작했다.


“왜?”

“아니, 형 손에서 떨어지지가...”

“그야 대여기간이 끝났으니까.”


싸늘한 갓패치의 목소리가, 로레스의 가슴에 내리꽂혔다. 당황감이 가득했던 그의 얼굴에는 이젠 공포만이 만개할 뿐이었다.


“형, 무슨 소리야? 그게 무슨 소리야...”

“신이 날 만들었을 때, 난 그분을 엄청 원망했다. 하물며 인간도 짝이 있는데, 나만 없어서. 친구도 짝도”


무겁게 내려앉은 갓패치의 목소리. 그의 눈빛에는 상당한 각오가 서려있었다.


“단짝이 필요한 게 아니었지. 그저 이야기 상대가 필요했다. 앞으로의 일을 같이 의논할 상대가.”

“혀, 형...”


로레스는 잡고 있던 모래시계에서 손을 떼더니, 그대로 뒷걸음질 쳤다. 그런 그를 향햐 한 발짝. 또 한 발짝 다가가는 갓패치. 그가 점점 다가올수록, 로레스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한 방울씩 늘어났다.


“웬만한 일이 아니면 다 용서할 참이었다. 그랬기에 이 모레시계도 줬던 거였고.”

“혀, 형...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무슨 말? 네가 잘 알잖아.”


말을 마친 갓패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살며시 허리를 숙여, 땅을 만져본 갓패치. 여전히 그의 얼굴은 여전히 무덤덤했다. 마지 감정을 완전히 죽인 듯이.


“여기가 어디쯤일까? 알현실? 아니면 내 서재?”

“여긴...”

“알현실이면 어떻고 내 서재면 또 어때. 내 판결은 장소를 가리지 않으니까.”


갓패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손에 쥐고 있던 모래시계가 주변의 어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로레스 몰스, 짐의 명을 받들어라.”


힘 있고 묵직하게 내려앉은 갓패치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끓고 마는 로레스. 그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나, 원더랜드의 주인, 로데인 몰스가 명한다. 지금 이 시간 부로 로레스 몰스의 지위를 박탈한다.”

“혀, 형!”


형이란 단어에, 분노 가득한 눈빛을 내뿜는 갓패치. 그 눈빛에 압도된 로레스는 그대로 모리를 조아렸다.


“네... 주인님.”

“또한 그의 모든 권리를 박탈한다.”


갓패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레스에게로 휘몰아치는 바람. 공포에 질린 로레스는 빠르게 다가가 갓패치의 다리를 붙들었다.


“형, 아니 주인님! 잘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다 잘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넌 이미 기회를 놓쳤다.”


갓패치는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넌 현명함으로는 어흥선생을 못 이기고. 용감함으로는 현과장을 못 이긴다. 게다가 자애로움은 채야의 발끝에도 못 미치지.”

“주인님! 전 그들 보다 낫습니다! 전 주인님의 손으로 직접 만든 인형입니다! 일반적인 생물들과 차원이 다릅니다!”


로레스는 더욱 간절하게 갓패치의 발을 붙잡고 매달렸다. 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바람. 그 바람은 로레스의 발끝부터 점차 그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생기를 빼앗기고 시체처럼 완전히 창백해진 그의 발끝. 그 모습을 본 로레스는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주인님, 네? 제발!”

“넌 실패작이다, 로레스. 내가 오만했지. 내가 만들면 신보다 나을 존재를 만들 수 있을 줄 알았어.”

“저는 신이 만든 존재들보다 훨씬 낫습니다! 증명했지 않습니까!”


이미 종아리까지 잠식당한 로레스는 더욱 악을 써가며 갓패치에게 매달렸다.


“후회했다. 널 만들 걸 후회했다. 널 동생으로 삼은 걸 후회했다. 너에게 힘을 준 것을 후회했다. 널 가둔 것도 후회했다.”

“주인님!”


이미 허리 밑까지 바람에 잠식된 로레스. 그의 얼굴에 만연했던 공포가 점차 현실이 되어갔다.


“현과장의 덕분에 이제 모든 걸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게 어디 있습니까?! 자신이 만든 생명을 자신의 손으로 짓누르다니! 매정한 인간들도 이러지는 않습니다!”


로레스의 말에, 갓패치는 콧방귀를 뀌었다.


“시간 속에 갇혀서 세상을 너무 모르게 되었구나, 로레스. 인간은 이것보다 훨씬 잔인하단다. 이 정도면 양호한 거지. 그리고 넌, 그냥 피조물이잖아.”

“주, 주인님!”


어느새 얼굴만 남기고 전부 잠식된 로레스. 그의 얼굴도 점차 바람에 잠식되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전히 생명을 잃고 만 로레스. 그의 죽음을 목도하게 된 갓패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각오 가득했던 그의 눈빛도, 어느새 편안함을 머금고 있었다. 오랜 시간 그의 마음을 좀먹고 있었던 악몽 같은 숙원. 이제 모두 끝이 났다. 이젠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그래, 그런 줄로만 알았다.


***


“난 인정 못 합니다만! 물물 교환이 아닌, 돈으로 팔아야 합니다만!”


여왕은 입 안 가득 호떡을 넣어가며, 결사코 인정하지 않았다. 뭘 인정하지 않냐고? 그야 당연히,


“제정신이야? 계약서 잘 읽어 봐. 그냥 팔라고만 적혀 있다고. 내가 이겼어, 이겼다고.”


갓패치가 내기에서 승리한 사실 말이다. 여왕은, 아니지 이젠 여왕이 아니지. 그래, 미우는 양 볼 가득 호떡을 밀어 넣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갓패치의 말대로 계약서에는 그냥 팔라고만 적혀있다. 모를 리 없었다. 이곳 채야의 집에 오기 전에 수백 번은 찾아봤으니까.


“아! 인정 못 합니다만! 내가 보는 앞에서 안 팔았으니까 NO 인정입니다만!”


미우는 막무가내로 생떼를 부렸다. 하지만 그녀의 생떼에 그냥 넘어가 줄 갓패치가 아니다. 이 가족들 중에서 호구가 되는 걸 본능적으로 싫어한 단 한명의 인간이니까.


“제정신이야? 졌으면 패배를 인정하고 깨끗이 물러서. 아니, 예전에도 안 하던 짓을 나이먹고 하려고 하네.”


갓패치는 미우에게 은근슬쩍 눈치를 주더니, 호떡을 한 장 집어 들었다. 이내 망설이지 않고 입으로 가지고 가는 호떡. 입안에서 달콤한 꿀과 고소한 땅콩의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크! 죽인다! 승리의 맛보다 이게 더 죽인다! 제정신이야? 응! 제정신이야!”


호떡 한 입에 온갖 감탄사를 다 내보이는 갓패치. 승리도 호떡도 전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바로 그때,


“어, 그러면 이제 갓패치가 국정을 보고 여왕이 여기 와서 밭일 하는 거야?”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네는 현과장. 그의 이 엉뚱한 질문이 사건을 크게 만들 줄을 아무도 몰랐다.


“제정신이야? 여왕이 아니라 미우! 이젠 내가 왕!”

“아, 그럼 미우는 여기서 매일 밥 먹어야겠네.”


이어지는 현과장의 말에, 미우와 갓패치, 이 두 사람은 그대로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맞습니다만! 내가 이제 여기서 호떡을 먹는 그런 사람입니다만!”


곧장 여왕의 직위를 내려놓는 미우.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제정신이야? 내가 여기서 밥을 못 먹어? 호떡도 못 먹어? 제정신이야?


그녀와 정반대로 얼굴빛이 더욱 창백해지는 갓패치. 그의 눈동자를 비롯해 손과 발 그리고 얼굴까지 전부 떨리고 있었다.


“아니야! 거짓말이야! 그럴 리 없어! 난 인정 못해!”

“아닙니다만. 갓패치가 이제 왕입니다만. 난 이제 그냥 미우입니다만.”


미우와 갓패치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한 치의 양보도 느껴지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서 흐르는 싸늘한 긴장감. 왕좌를 서로에게 물려주기 위한 치열한 머리싸움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4 164. 왕좌의 게임 - 1 23.08.12 27 4 11쪽
» 163. 로데인 몰스. 23.08.11 25 4 12쪽
162 162. 집에 갈 수 있다고? 23.08.10 28 4 11쪽
161 161. 갓패치의 진실 23.08.09 25 4 12쪽
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2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5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9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6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8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3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9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6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9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7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5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4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7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5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9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8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2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30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