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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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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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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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법정 호떡 공방 - 2

DUMMY

“재판관, 아니, 여왕님 입장하십니다! 모두 기립해 주십시오!”


근엄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법정 안으로 고고하게 들어오는 여왕. 그녀의 붉은색 드레스가 모두의 시선을 빼앗았다. 그 당당한 모습에 그만, 선채로 얼어버린 두 사람. 특히나 현과장은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아니, 여왕이 재판장인 거야? 그럼 여왕이 배후?”

“가만히 있어봐라냥. 아직 시작도 안했다냥.”

“뭐가 아직 시작을 안했어? 이미 시작했잖아!”

“아직 진짜 시작한 게 아니다냥!”


현과장과 어흥선생이 여왕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사이, 어느덧 착석한 여왕. 그녀를 따라 법정의 모두가 자리에 앉았지만, 오직 두 사람, 현과장과 어흥선생만이 지속해서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피고인석의 두 분! 착석해 주십시오!”


경비원의 주의에도 두 사람은 결코 실랑이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에게 달려가 억지로 자리에 앉히는 경비원들. 하지만, 어흥선생과 현과장은 자리에 앉아도 여전히 말싸움을 이어갔다. 주변에서 어떤 눈치를 주든 상관없이.


“저 두 사람은 됐습니다만. 그런 그렇고, 검사는 아직 입니까? 내가 이렇게 와 있는데 아직도 안 온 겁니까?”


여왕은 현과장과 어흥선생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비어있는 검사석은 이상하게 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지금 제정신, 아니지. 지금 들어갑니다, 재판장님.”


어디선가 정말 많이 들어본 목소리. 창백한 얼굴과 길쭉길쭉한 외모. 그 누가 봐도 변장에 능숙한 ‘그 인간’이었다.


“갓패, 아니 곽백지 검사! 이렇게 늦으면 법정 진행을 할 수 없습니다만.”

“주인공은 언제나 늦는 법이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 주시길.”


여왕은 갓패치 검사, 아니, 곽백지 검사를 향해 눈빛으로 무언의 쌍욕을 마구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기죽지 않은 우리의 갓패치, 아니 곽백지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현과장과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내 분노를 받아들여라, 범법자.”

“곽백지 검사! 현과장은 범법자가 아니다냥!”


범법자라는 말에 발끈한 사람은 다름 아닌 어흥선생. 현과장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아연실색하고야 말았다. 설마 곽백지 검사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어흥선생?


“어흥선생, 지금 저 검사가 누구인지 모르는 거야?”

“나도 성밖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을 아는 건 아니다냥.”


모른다. 이 인간 정말 모른다. 아니, 눈앞의 저 창백한 키다리는 누가 봐도 갓패치잖아. 그런데 모른다고? 아니, 이 악물고 모른 척을 해준다고?


“저 인간 갓패치잖아! 갓패치!”

“어허, 피고 제정신... 아니지. 정신나갔네! 갓패치? 난 그런 인간 모른다고.”


곽백지는 시치미를 곽 잡아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원더랜드의 어르신인 갓패치를 모른다고 말한 건 너무 멀리 간 듯한 발언 같은데.


“아니, 원더랜드의 갓패치를 모른다고? 이게 말이 돼?”

“피고. 모를 수도 있는 거잖아. 헛소리 하지 말고 내 분노나 받아라.”


도대체 누가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불 보듯 뻔했지만, 더는 대꾸하지 않고 일단 참았다. 어흥선생이 말한 것처럼, 논리가 전혀 통하지 않는 법정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말았으니까.


“그럼 법정을 시작하겠습니다만.”

“자, 잠깐이다냥!”


여왕이 판사봉을 내려치려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그녀를 막은 어흥선생.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아직 갓패치가 오지 않았다냥. 갓패치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냥.”


한없이 묵직하고 진중한 그의 발언에 순간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여왕과 현과장. 법정 내의 방청 인원들은 그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저 변장을 몰라보는 게 어흥선생 혼자가 아니었어? 방청객 전원이 모른 거야?


“갓패치는 저기 검사석에...”

“여왕! 아니, 여왕님! 무슨 그런 허무맹랑한 말씀을.”


여왕이 실수를 하려고 하자, 두 눈을 부릅뜨며 그녀를 저지하는 갓패치 a.k.a 곽백지. 순간 그의 정체를 발설할 뻔한 그녀였지만, 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검사, 실례했습니다만.”

“별말씀을.”

“어흥선생, 갓패치가 이 일과 관련이 있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없습니다만.”


여왕은 어흥선생을 바라보며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말에서 틀린 부분은 전혀 없었다. 갓패치는 이번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표면적으로는. 물론 깊숙하게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럼 법정을 시작하겠습니다만.”

[땅! 땅! 땅!]


여왕은 어흥선생이 아무런 대답을 못하자, 그대로 판사봉을 내려쳤다. 그렇게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시작된 법정. 어흥선생과 현과장, 그리고 그런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여왕과 갓패치. 얼마 전까지 호떡으로 우애를 다지던 이들의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뭐, 별로 존경하지 않는 재판장님. 피고 현과장은,”

“검사, 내가 발언권을 준 기억은 없습니다만.”


여왕의 싸늘한 눈빛이 갓패치를 향했다. 자신의 말을 막았다는 사실에 점점 분노가 차오르는 갓패치. 그는 자신이 지금은 곽백지라는 사실도 잊고 눈빛으로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검사. 검사는 지금 곽백지입니다만.”

“아, 젠장! 나 제정신이야? 지금은 곽백지지!”


이번엔 갓패치가 실수할 뻔했지만, 여왕의 나이스한 어시스트로 위기를 모면한 갓패치. 이런 모습을 보이는 데도, 방청객과 엏으선생은 마치 눈을 감은 것처럼 전혀 못 알아차리고 있었다. 이정도면 갓패치의 팬 아니면 힘들 거 같은데. 아니, 팬이라도 모른 척 해주는 건 힘들지 않을까.


“그럼 검사, 먼저 발언 하세요.”

“재판장님. 피고 현과장은 스페셜 호떡을 만들어서 성밖마을에 독을 풀었습니다. 이에 검사측은 그에게 스페셜 호떡 300개를 갓패치에게 보상하라고 요청하는 바입니다.”


그의 주장을 듣고 있던 여왕과 현과장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니, 잘 나가다가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야? 갓패치에게 스페셜 호떡 300개를 만들어 주라고? 뜬금없이? 아니, 아무리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 법정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논리의 문제가 아니잖아. 이건 그냥 억지라고, 억지.


“이의있다냥!”


어흥선생은 당연하다는 듯 손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어흥선생. 한 마디 해주라고! 우리도 황당한 발언을 기가 막히게 해 보는 거야!


“현과장은 독을 푼 것이 아니라, 마약빵이란 존재를 모두의 머릿속에서 잊게 만들려고 했던 것 뿐이다냥.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냥.”


현과장은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저쪽은 무 논리인데, 우리는 정공법으로 나간다고? 논리가 통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 건 어흥선생이 아니었던가? 현과장의 머릿속에 심각한 혼란이 방문했다.


“저기 어흥선생, 아까 그 말은 너무 논리에 맞은 말 아니야?”

“논리에 맞지 않다냥. 현과장은 밖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스폐셜 호떡을 만들었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틀린 부분은 전혀 없었다. 그래, 그도 억지를 부렸다. 문제는 그 억지가 어딘지 모르게 억지스럽지 않았다는 점뿐.


“인정합니다만. 현과장은 독을 푼 것이 아니라, 내 몫의 스페셜 호떡을 안 남겼을 뿐입니다만.”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잘 나가다가 이번엔 왜 여왕이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일까. 그래, 이 두 인간들이 스페셜 호떡을 못 먹어서 삐쳤다는 사실은 이제 너무나 잘 알겠다. 그런데, 그렇다고 법정을 여는 건 너무한 거 아닐까?


“저기 재판장님과 검사님. 설마 스페셜 호떡이 먹고 싶은 건 아니지요?”


현과장의 갑작스런 발언에, 갓패치와 여왕은 맑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숨길 수 없는 그들의 식탐. 그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침까지 꿀떡꿀떡 삼키고 있었다.


“그, 그, 그, 스페셜 호떡 때문에 법정을 연 건 아닙니다만!”

“그, 그래! 누가 그런 호떡 따위 굴복 할 거 같아! 제정신이야?”


아니라고 말하는 얼굴치고는 둘 다 미소가 너무나 만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설마, 저 검사... 그래! 갓패치다냥!”


이제야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어흥선생. 아무래도 그의 식탐을 느낀 모양이었다.


“이제야 알겠어? 저 검사가...”

“‘제정신이야‘는 갓패치의 말투다냥!”


아, 식탐이 아니라 말투 듣고 안 거야? 그것도 참 대단한 방법이네. 그 거 말고도 눈에 보이는 이유가 5조5천개는 넘는데.


“어디 숨어있나 했는데, 검사가 되어있었다니! 역시 갓패치다냥! 변장에 깜빡 속았다냥!”


어흥선생은 갓패치의 변장을 알아차렸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것일까. 갓패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빛ㅇ[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자신을 너무나 대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현과장은 그런 어흥선생을 바라보며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무척이나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부분에 나사가 빠진 듯한 어흥선생의 모습. 그래, 자신의 주변에는 노멀한 인간은 없다. 일단 그 자신부터.


“아, 그래. 갓패치가 검사였네.”


무미건조한 현과장의 말투, 하지만, 듣고 있는 어흥선생은 달랐다.


“내가 드디어 알아차렸다냥! 나도 이제 눈썰미 좀 생긴 거 같다냥!”


눈썰미라니. 무슨 눈썰미? 현과장은 몸 속 저 밑바닥부터 거대한 외침이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려 했지만, 억지로 참았다.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때로는 팩트가 너무나 잔인할 때가 있다. 넘겨야만 했다.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하는 어흥선생에게 진실은 너무나 가혹했다.


“그럼 이제 법정 잘 마무리하자냥.”


휴, 잘 참았다. 어흥선생의 희망을 짓뭉게 지 않았다. 현과장은 그걸로 만족했다. 재판에 져도 상관이 없었다. 오늘 재판보다 더 값진 「팩트 폭행을 참는 인내심」을 얻은 것만 같았으니까.


“그럼 판결을 내리겠습니다만.”


순간, 정신이 번쩍 뜨인 현과장과 어흥선생. 판결을? 이렇게 갑자기? 아직 심리 중 아니었던가?


“어흥선생, 이거 심리 아니었어? 본 재판이었던 거야?”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냥.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냥?”


무슨 일이긴, 개판인 거지. 당일에 벼락치기처럼 만들어진 재판이 제대로 굴러갈 거라 생각한 거야?


“이의있다냥! 아직 심리 중이다냥! 더 자세한 심리가 필요하다냥!”

“아, 그럼 현과장이 무죄가 아닙니까? 난 무죄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여왕의 말에, 술렁이는 장내. 노발대발하며 성난 목소리를 올리는 갓패치도 문제였지만, 제일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현과장.”

“왜, 어흥선생?”


머리끝에서 퍼져 내려가는 불안감에 그대로 굳어버린 두 사람. 어흥선생은 마른침을 삼키더니, 현과장을 바라보며 나직이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다냥. 우리는 지금 완벽한 덫에 걸렸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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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1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5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9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5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7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3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9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5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8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7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4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4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7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5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9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2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3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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