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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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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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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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장편> 죄의 탑 - 2

DUMMY

『보이지 않는 탑이 있데요.

무지갯빛 성이 있데요.

누가 누가 살까요. 1층에는 늑대가 살고요.

누가 누가 살까요. 2층에는 여우가 살아요.』


현과장이 탑으로 출발하기 전, 어흥선생이 들려준 원더랜드의 전래 동요다. 이 시대를 사는 원더랜드의 학자들은, 이 동요가 「죄의 탑」을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보이지 않는 무지갯빛 성. 그리고 성 안을 지키고 있는 동물들. 이게 어흥선생이 가진 정보의 전부였다. 들어가서 그 누구도 살아서 나온 적이 없는 곳, 「죄의 탑」.

무슨 이유에서 인지, 현과장은 이런 말도 안 되는 형벌을 받아야만 했다. 그것도 여왕과 갓패치의 손에 의해서.


“정말 내가 왜 가야하는 거지? 나 그냥 집에 가면 안 될까? 어차피 들어가서 돌아온 사람이 없다면서. 그냥 경찰서에 가서 난 이미 들어갔다고 말해줘.”


숲 속을 천천히 걸어가던 현과장은 돌아보며 이렇게 간곡히 애원했다. 하지만,


“판결은 판결이다냥. 그리고 정직은 미덕이다냥. 붉은색의 주인이 거짓말을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냥.”


딱 잘라 거절하는 어흥선생. 그의 뒤에서 걸어오고 있던 채야와 갓패치도 그를 따라 고개를 저었다.


“제정신이야? 내가 재킷까지 줬잖아. 그럼 제대로 싸워봐야지, 안 그래?”

“안 그렇긴 뭐가 안 그래? 재킷 안 받는다니까! 돌려줄 게!”


현과장은 재빠르게 붉은색 가죽재킷을 벗어 갓패치 앞에 내밀었다. 그러나, 고개를 이번에도 저으며 거부하는 갓패치. 이어지는 그의 목소리에 현과장은 뒤통수에 강력한 스매싱을 연타당하는 것만 같았다.


“아이고 손님, 그렇게 손 때 다 묻혀놓고 이제와 반품하시게요? 손님 죽을래요?”

“아나... 이거 어디서 많이 당한 멘트인데.”


어디긴 어디야 90년도 용산이지. 용팔이들이 하던 멘트 아니야. 잠깐, 저 말에 PTSD를 경험한다는 건, 10대 시절에 이미 용산 출입을 마치고 오덕의 길을 걷고 있었다는 말이잖아. 역시 오타쿠들의 절대 귀감 현과장. 90년도부터 용산에 출입했다니.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 90년대 용산이 어떤 곳이냐고? 내가 전할 수 있는 말은, 그곳은 무법이 난무하던 곳이란 말밖에 해줄 수 없다. 왜냐면, 그때의 용산은 그런 곳이었으니까.


“아, 소름끼쳐! 갓패치 저리 가. 이 배신자!”

“제정신이야? 배신이 아니라니까. 다 이유가 있어서 보내는 거야. 나 억울해!”


갓패치가 가짜 눈물을 흘리며 읍소해 보았지만, 현과장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뭐가 배신이 아니고, 뭐가 억울할까. 지금 탑에 들어가야만 하는 자신보다 억울할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속에서 열불이 터져 나왔다.


“현과장, 「신의 방패」가 켜졌다냥. 감정을 추슬러야 한다냥.”


너무 예민해졌던 것일까. 자신도 모르게 켜져 버린 「신의 방패」. 현과장의 주변으로 따스한 기운이 마구마구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 정도면 성밖마을 전부를 덮고도 남을 범위랄까나. 현과장 많이 연습했다랄까나.”

“연습이 아니라, 그 정도로 지금 열불이 터졌다는 거지.”


환하게 웃는 채야를 향해, 현과장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역시 끼리끼리 모인다고, 현과장의 말을 전혀 듣지 않은 채, 대견한 듯 그를 바라보는 채야. 아무래도 이 집 사람들은 자신의 말만 하는 못된 병에 걸린 게 분명했다. 이렇게 남의 말을 듣지 않다니.


“아니, 그냥 차원문으로 휙휙 가면 안 됩니까? 이거 너무 멀잖아요!”


멀찌감치 따라오던 우유나가, 씩씩거리며 현과장의 일행 쪽으로 다가왔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매일 입던 군복은 어쩌고, 웬 메이드 복? 노예다운 헐벗은 복장이면 이해가 되겠지만, 다름 아닌 메이드 복이라니. 어디 메이드 카페라도 나가는 거야?


“우유나의 군복은 키토님과 리코님의 옷으로 대체 되었다냥.”


갑작스러운 상황설명이 너무나 뜬금없었던 것일까. 현과장을 비롯한 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 혀, 현과장은 몰랐다냥! 현과장은 몰랐다냥!”

“아닌데! 아닌데! 알고 있었는데! 출발하기 전 우유나 본인한테 들었는데!”

“아니, 옷을 잠깐 벗었는데! 씻으려고 벗었는데! 그렇게 막 가져가서...”


순간, 우유나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옷을 빼앗겼다는 사실이 마음에든 모양인지, 그녀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저렇게 예쁜 옷을 만들어 줬다랄까나. 정말 잘 어울린다랄까나.”


채야가 찾은 좋은 소재가, 우유나의 군복이었다니. 별로 중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메이드의 등장은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니 이렇게 짚고 넘어가자. 이건 내용의 진행 보다 중요하다.


“헛소리들 그만 해라냥. 이제 다 왔다냥.”


이런저런 이야기 덕분에 어느새 도착하게 된 「죄의 탑」.

그런데, 죄의 탑이라고 했지만, 그 어디에도 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그저 넓은 공터. 탑이 있었던 흔적도, 부서진 벽돌들 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탑이 어디 있어?”


현과장은 신이 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찾아왔지만 탑이 없다니. 이거 완전히 개꿀이잖아! 현과장은 마음속으로 연거푸 환호를 외치며 공터를 마음껏 뛰어다녔다. 그런데,


“제정신이야? 아직 문은 열지도 않았어.”


순간, 현과장의 불붙은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갓패치. 그는 공터의 하늘을 향해 가위를 꺼내 들었다.


“조심해라, 문 떨어진다.”

“문?”


그의 말에 의문을 가진 현과장은, 곧장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갓패치의 말대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문. 족히 가로세로 10m는 넘어 보이는 길고 거대한 문이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졌다. 그것고 현과장의 앞으로.


“아니! 놀랬잖아! 왜 내 앞인 거야!”

“제정신이야? 그야 현과장이 문 안쪽으로 들어갈 사람이라서 그런 거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갓패치였지만, 그의 손과 발은 무척이나 떨리고 있었다. 땅위에 중심을 잡고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끝내 버티지 못하고 땅 위에 털썩 주저앉고 마는 갓패치. 그러자, 어흥선생이 황급히 달려와 무언가를 그의 손에 쥐어줬다.


“갓패치! 먹어라냥!”

“제정신이야... 하나로 부족해...”


그의 말에 한 개를 더 꺼내 그의 손에 쥐어주는 어흥선생. 그가 꺼내서 쥐어준 건 다름아닌 호떡, 그것도 스페셜 호떡이었다. 아니, 그걸 먹는다고 기력이 회복 돼? 기력회복은 삼계탕이나 소고기. 뭐 이런 걸 먹어야...


“이제 살 거 같네. 휴... 역시 호떡이 최고군.”


갓패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도 정말 호떡 단 두장에. 아니 호떡이 무슨 선두(仙豆)야? 그걸 먹고 기력을 회복해? 도대체 현과장의 호떡 실력은 어느 경지까지 도달한 거지? 내가 만든 설정인데 정작 내가 모르는 게 말이 돼? 어이 어흥선생, 이게 말이 되는 거야?


“현과장의 호떡은 마약도 이긴 진정한 호떡이다냥!”


아, 그렇지. 마약도 이기긴 했지. 그렇다고 해서 기력회복까지 한다는 건 좀... 그런데...


“갓패치가 먹은 건 스페셜 호떡이다냥! 스! 페! 셜!”


어흥선생은 두 눈에 힘을 잔뜩 주며 하늘을 노려보았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스페셜 호떡. 스페셜 호떡에는 이런 저런 효과가 있는 거잖아. 나도 모르는 그런 효과가.


“그렇다냥! 현과장의 스페셜 호떡은 엄청난 효과가...”


순간 쌔한 분위기를 감지한 것일까. 어흥선생은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원래 어흥선생은 저래요?”

“고양이의 눈에 귀신이 보인다는 말이 맞는 거같다랄까나.”

“쉿! 쉿! 모른 척 해주자고. 어흥선생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니까.”


멀찌감치 떨어져서 소곤소곤 귓속말을 이어가는 우유나와 채야 그리고 현과장. 그러니까 내가 뭐라고 했어. 사람 많을 때는 반응하지 마라니까.

어흥선생은 아무런 말없이 하늘을 쏘아 보았다. 마치, 「네 놈이 말을 시켰잖아, 이 썩을 놈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이 현과장, 제정신이야? 빨리 들어가라고. 나도 저거 유지 별로 못해.”


갓패치는 현과장을 부르더니, 손으로 거대한 문을 가리켰다.


“정말 들어가야 하는 거야? 나 무척 떨린데.”


현과장은 내키지 않은 듯한 얼굴로, 거대한 문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현과장을 따라 문 쪽으로 다가가는 리코와 키토. 두 귀염둥이의 눈빛에 다부진 각오가 서려있었다.


“부탁한다, 현과장!”


순간순간 멈칫멈칫한 그였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갓패치의 말에, 더는 멈추지 않았다.

무엇을 부탁한다는 것일까. 이 뒤에 어떤 진실이 숨어있는 지 모르지만, 한 가지 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가 왕위에 직결된 재킷을 건넬 정도로, 현과장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쿠쿠쿠쿵...!]


현과장이 문 앞에 다가서자, 서서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마치 현과장의 존재를 아는 것처럼. 이왕 이렇게 됐으니,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는 현과장. 입장을 목전에 둔 그는 고개만 돌려 나직한 목소리를 내었다.


“다녀올 게!”


짤막한 인사만을 남긴 채, 작은 붉은색 가방을 짊어진 채로 문 안쪽으로 들어가는 현과장. 그 양 옆으로 리코와 키토가 당당한 모습으로 뜻을 같이했다.


***


“리코님! 키토님! 너무 무서워!”


문 안쪽으로 입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오동오돌 떠는 현과장과 귀염둥이들. 그들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꽉꽉 들어 차 있었다.


“우리 나갈까? 그럴까?”

[끄덕끄덕!]


현과장의 품 안의 두 귀염둥이들은, 현과장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숲 주인과 늪 주인이 벌벌 떨 정도라니. 도대체 「죄의 탑」이란 곳은 어떤 곳일까.


“그래, 나가자! 우리 나가는 거야!”


현과장은 리코와 키토를 부등켜안은 채로 자신이 온 길을 냅다 되돌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나오지 않는 문. 살아서 돌아온 사람이 없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조금 전에 들어왔잖아!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끄덕끄덕!]


현과장의 외침에 격한 고갯짓으로 답하는 두 귀염둥이. 하지만 그렇게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리는 없었다.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어쩔 수 없다! 돌파한다! 살아서 나가는 거야!”


그래, 앞으로 나가는 것뿐. 이미 이렇게 됐으니 상황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좋건 싫건 아무런 상관없이.

그렇게 마음을 다지고 앞으로 나가는 현과장과 일행들. 그는 정신을 곤두세우며 주변을 유심히 관찰했다.

현과장의 제일 처음 눈에 들어 온 것은 완전히 폐허가 된 성벽.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엄청난 공포감을 주고 있었다. 리코와 키토가 겁을 먹은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든 현과장은, 무작정 성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안에 뭐가 있는지도 전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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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163. 로데인 몰스. 23.08.11 24 4 12쪽
162 162. 집에 갈 수 있다고? 23.08.10 28 4 11쪽
161 161. 갓패치의 진실 23.08.09 25 4 12쪽
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2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5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9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6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7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3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9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6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9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7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4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4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7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5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9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2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3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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