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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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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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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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침략 (5)

DUMMY

침략 (5)


‘좋지 않구나.’


그로마는 눈앞의 용병왕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전황을 살폈다. 제이 파치노와 파이톤이 용병왕을 압박했다. 게다가 지금 나타난 가면 녀석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


‘빨리 끝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한 그로마가 양손에 암흑 구체를 압축하기 시작했다. 손안에 심상찮은 기운을 느낀 용병왕이 발도 자세를 취했다.


‘어?’


카일은 의아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발도 자세.

카일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팡!


그로마가 검은 구체를 용병왕에게 날렸다.


‘절공검 제3식.’


‘상천!!!’


용병왕의 호박색 오러 블레이드와 검은 구체가 충돌했다.


콰아아아앙.


잘리지 않은 검은 구체가 공중으로 상승했다. 그 순간,


“그워?”


“컹?”


호기심 많은 트롤과 오우거, 헬 하운드가 구체를 바라봤고


“모두 뒤로 물러나!”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샤를이 병력을 뒤로 물렸다. 그 순간


쫘아아아악.


검은 구체가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블랙홀. 드워프, 오우거, 트롤, 헬 하운드, 바닥에 떨어진 시체까지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흡수했다. 그렇게 1분이 지난 뒤


팟.


블랙홀이 사라졌다.

아주 찰나의 순간, 전장에 정적이 찾아왔다.

누군가는 검은 구체의 위력의 말문이 막히고, 누군가는 적아 가리지 않고 해치운 그로마의 잔인함에 말문이 막혔고, 누군가는 가면이 벗겨진 용병왕의 정체에 놀랐다.


“요른님?”


“설명은 나중에.”


절기를 날린 그로마의 상태도 썩 좋지 않았다. 눈, 코, 입에서 피가 흘렀고 기침할 때마다 검은 피를 토해냈다.


“이익.”


카일이 이를 악물었다.

그로마.

그는 자신에게도 제이 파치노에게도 앞길을 막는 거대한 장애물이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 이 기회를 놓치면 녀석은 다시 회복해서 자신을 위협할 터였다.


“타인과 호흡을 맞춘 적은?”


용병왕이 검을 고쳐잡으며 물었다.


“최대한 맞춰보겠습니다.”


“부탁하지.”


말을 마친 요른이 달려들었다.


“크윽.”


쾅. 쾅. 쾅. 서걱. 서걱.


그로마가 요른과 카일에게 공격을 허용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요른은 왼쪽 눈을 잃은 그로마의 약점을 집요하고 물고 늘어졌다. 정면으로 도약하다 순식간에 왼쪽으로 사라졌다. 당연히 보여야 할 시야에 요른이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몸을 무리하게 더 틀다가 카일에게 옆구리를 허용하는 일이 늘어났다.


“어딜.”


그로마가 카일을 공격하려 하면


깡!


어느새 나타난 요른이 그로마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그렇게 그로마와 카일, 요른이 치열하게 전투하는 사이, 성벽의 전투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여러분! 드워프 여인의 강함을 보여줍시다!”


아이를 피신시킨 드워프의 영웅들이 무기를 들었다. 식칼부터, 망치, 무기가 없으면 도마까지.


“컹! 컹! 컹!”


아이를 지키려는 어머니의 마음은 강했다. 그들은 사납게 짖으며 달려드는 헬 하운드를 향해 식칼을 던지고 도끼를 휘두르고 망치를 내려찍었다. 말 그대로 필사의 저항.


그 사이


츠즛. 츠즛.


각성한 제이 파치노의 빛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헉. 헉. 헉.”


하지만 그만큼 발록도 위기 상태.


‘이번에 끝내야 한다.’


카일, 그로마부터 발록 파이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생각이 일치했다.


“1식으로 가자.”


시작을 알린 것은 요른이었다.

그가 발도 자세를 취하는 사이 카일이 뒤를 잡았다. 그리고


척.

척.


요른과 카일이 동시에 발도 자세를 취했다.


“잘 보고 배우거라. 절공검 3성의 경지를.”


요른이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둘렀다.

그와 동시에


팡!


두 사람의 신형이 쏘아졌다.

요른의 검이 앞에서

카일의 검이 뒤에서

그로마의 360도를 포위하며 휘둘러졌다.


“암흑 실드.”


그로마의 외침에 검은 용암이 바닥으로 솟구쳤다.


쾅!


카일의 오러 블레이드가 암흑 실드에 막혔다. 하지만


쩍.


요른의 검이 그로마의 암흑 실드를 찢어갔다. 그로마는 찢어지는 암흑 실드를 보며 생각했다. 선택해야 했다. 지금 당장 이 두 사람을 처치하는 건 무리였다. 그로마는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찢어진 암흑 마나를 회수한 뒤 카일의 심장에 손을 쑤셔 박는다. 그러면


서걱.


요른의 검이 자신의 목을 벨 터였다.


‘그렇다면.’


찌직.


그로마의 암흑 실드가 찢어지며 암흑 마나가 공기로 산화했다. 훤하게 드러난 그로마의 육체.


“하압!”


요른이 빠르게 자세를 잡은 뒤 검을 내리쳤다.


콰직.


그로마가 왼팔로 요른의 검을 막아냈다.

그와 동시에


푹.


암흑 마나를 두른 오른손을 그로마의 심장에 찔러넣었다.


“커헉.”


요른이 피를 토했다.


“요른님!!!”


카일이 소리쳤다.


“베어라!”


하지만 요른은 심장에 그로마의 손이 박힌 그 순간까지도 카일에게 목을 베라 외치고 있었다. 요른의 외침에 카일이 레텐토를 고쳐잡았다. 그리고


‘지평선 베기!’


오러 블레이드를 두른 레텐토가 그로마의 목을 베어갔다.


한편


“으랴!!!”


파이톤은 망치에 오러를 두른 채 발록을 미친 듯이 압박했다.


쾅! 쾅! 쾅! 쾅!


제이 파치노도 한 줌의 신성력까지 쥐어짜며 발록을 압박했다.


‘좋지 않다.’


파이톤이 제이 파치노를 바라봤다.

그는 말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정확히는 의식을 잃은 채 본능에 몸을 맡겨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좋지 않은 것은 발록도 마찬가지였다. 둘의 맹공을 막으며 상황을 지켜봤다.


“드워프의 망치 아래!”


“시체가 쌓인다!”


드워프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웠다. 무엇보다 해일로 인한 병력의 손실이 너무 뼈아프게 작용했다. 성벽의 병력이 차츰차츰 정리되고 있었다.


“포이즌!”


어느새 눈을 뜬 이자벨라와 우노아도 전장에 합류했다.


‘이건 안 되겠군.’


냉정하게 전황을 파악한 발록이 마음을 정했다.


파아앙!


발록이 자신이 두르고 있던 화염을 사방으로 분출했다.


“큭!”


파이톤과 제이 파치노가 화염에 밀려난 사이


탓.


발록이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로마 후퇴한다.”


발록이 그로마를 바라봤다.


‘자른다!’


그의 시선이 머무른 곳엔 그로마의 목을 향해 날아가는 레텐토가 보였다. 하지만


푹.


그로마가 오른손을 들어 레텐토를 막았다.


“흐아!!!!!”


카일이 온 힘을 쥐어짜며 그로마의 팔에 막힌 레텐토를 휘둘렀다.


서걱.


그로마의 오른팔이 떨어졌다.

하지만 레텐토는 멈추지 않았다.


서걱.


‘닿았다!’


레텐토가 그로마의 목을 그었다.

하지만


‘얕았다.’


그로마의 목적에 얕은 자상 하나가 생겼다.


“카일. 기다려라.”


그로마가 분노를 꾹꾹 억누르며 공중으로 도약했다.


“어딜!”


카일이 도약하려 했지만


쿵!


순식간에 덮친 몸에 피로가 그의 움직임을 제약했다.


“적장이 후퇴했다. 모두 쓸어버려!”


그 사이, 마나를 실은 파이톤의 명령이 쩌렁쩌렁 울렸다. 본디 마물들은 4대 재앙과 함께 행동한다. 그들이 공격하면 공격하고 후퇴하면 후퇴한다. 하지만 이미 막혀버린 퇴로에 그들은 맹렬히 저항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들은 드워프의 망치 아래 시체로 변했다.


***


처음에는 희망이었다.


“의뢰하지 않았나? 나한테.”


다음에는 황당함이었고


“요른님?”


마지막은 참혹함으로 끝났다.


“관은 내가 직접 만들어주겠네.”


그에게 철강왕 파이톤이 만드는 무구를 선물하고 싶었다. 하지만 파이톤이 그에게 만들어준 것은 그가 편히 누울 관이 전부였다. 성대한 장례는 치를 수 없었다.

그만큼 드워프의 피해도 상상을 초월했으니까.


“그래도 자네 덕분에 50명의 드워프는 온존할 수 있었군. 그나마 다행이야.”


그는 힘겹게 서 있었다.

드워프의 피해가 생각보다 컸고

성문이 무너졌으며

아녀자들도 마물들에게 살해됐다.

하지만 그는 웃었다.


“괜찮습니까?”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그는 지금 억지로 웃고 있으니까.

철강왕이라는 자리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왕이란 참으로 잔인한 자리다.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슬퍼할 시간에 차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미래를 대비해야 하니까.


그리고 1주일이 지났다.


“자자! 우선 성벽부터 시작하자고! 파이톤님과 장인급 드워프들은 성벽을 맡는다.”


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가 크다 하더라도 결국 살아있는 자와 시간이 있다면 그 상처는 언젠가 더욱 두꺼운 살로 변한다. 그리고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럼 부탁할게요.”


감성적인 이별은 없었다.

지금은 요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보다 그 이후의 대책을 세우는 게 더 시급했으니까.


“알겠다.”


나와 이자벨라 그리고 드워프의 손으로 만들어진 관 아래 샤를이 마법진을 형성했다.


“잠시만요.”


우노아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려 했지만


턱.


내가 살포시 그녀의 진입을 막았다.


“에?”


우노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노아는 저쪽이 맞아.”


내 시선이 머무는 곳 제이 파치노가 팔짱을 낀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

우노아가 말없이 한 발짝 물러섰다.

그것이 운명 때문인지 그녀의 선택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보다 제이 파치노를 선택했다.


“파이톤님.”


“말해라. 머슬.”


“잠시 작업실에 들어갈까 합니다.”


“대장간엔? 왜?”


“저들에게 무기와 방어구를 손봐주고 싶습니다.”


아!

이제야 기억났다.

계속 생각했다.

제이 파치노의 일행엔 드워프 동료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합류하는 것은 사제 토테미넴. 제이 파치노와 샤를, 우노아, 토테미넴이 파티의 전부였다. 왜인지 알게 됐다. 드워프가 합류하지 않는 이유. 이미 드워프들은 그들의 목숨을 지켜줄 갑옷과 무기를 만들어줌으로써 제 역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리해라.”


파이톤이 흔쾌히 허락했다.


“축하드립니다.”


내가 제이 파치노를 보며 미소 지었다.

그가 소드 마스터가 된 것을.

그리고 생명을 지켜줄 드워프의 방어구를 얻은 것을.


“카일님도 분명 다시 찾을 수 있을겁니다."


제이 파치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나의 경지 때문이었다. 그로마와 싸울 때 분명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했다. 하지만 전투가 끝난 뒤 다시 오러 블레이드를 발현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카일. 건강해라.”


샤를의 눈에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자식을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

잘 컸다는 대견함.

앞으로 그리울 거 같다는 애틋함까지.


“......”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세월을 차곡차곡 쌓으며 교감을 나눈 부자지간도 아니었고 도리어 카일을 제물로 삼은 무정한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저런 눈빛을 보인다고 없던 애틋함이 생길 게 아니었다.


“공자님.”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이자벨라가 채근했다.


“.... 건강하세요.”


고민의 고민 끝에 내가 뱉은 말이었다.


***


요른의 죽음에 왕국이 들썩였다.

장례는 후작가에서 조용히 치루기로 했다.


“가실 때 그러더군요. 가주보단 한 명의 검사로서 전장에서 죽고 싶다고.”


“전장에서 죽는 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라 하셨죠.”


도일 형제는 나를 원망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요른이 용병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두 형제는 각오하고 있었나 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찾아올 것을.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여기 머물러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편하게 머물러 주십시오. 아버지를 잘 모시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레스가 나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나는 여전히 그의 죽음이 나의 선택으로 초래된 일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시 1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난 요른이 남긴 유언을 떠올렸다.


-잘 보고 배우거라. 절공검 3성의 경지를.


검을 휘두르기보단 그의 동작을 하나하나 뜯고 분석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도 한동안은 못 뵐 거 같아요.”


이자벨라도 ‘정령화’를 달성하기 위해 수련에 들어갔다. 이자벨라는 묻지 않았다. 그렇게 나와 이자벨라가 수련에 몰두하고 있을 때


“카일님!”


크레스가 찾아왔다.


“왕궁 호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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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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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내 집 마련 (3) 23.07.13 224 4 12쪽
92 내 집 마련 (2) 23.07.12 228 4 13쪽
91 내 집 마련 (1) 23.07.11 229 4 13쪽
90 경고 23.07.10 219 4 13쪽
89 너는 내가 반드시 (7) 23.07.09 219 3 12쪽
88 너는 내가 반드시 (6) 23.07.08 218 3 13쪽
87 너는 내가 반드시 (5) 23.07.07 220 3 12쪽
86 너는 내가 반드시 (4) 23.07.06 226 3 12쪽
85 너는 내가 반드시 (3) 23.07.05 237 3 12쪽
84 너는 내가 반드시 (2) 23.07.04 263 3 12쪽
83 너는 내가 반드시 (1) 23.07.03 239 3 12쪽
82 총공격 (5) 23.07.02 256 3 11쪽
81 총공격 (4) 23.07.01 242 3 11쪽
80 총공격 (3) 23.06.30 254 3 12쪽
79 총공격 (2) 23.06.29 247 3 11쪽
78 총공격 (1) 23.06.28 249 2 12쪽
77 초전(初戰) (4) 23.06.27 259 3 12쪽
76 초전(初戰) (3) 23.06.26 248 3 11쪽
75 초전(初戰) (2) 23.06.25 257 3 12쪽
74 초전(初戰) (1) 23.06.24 270 3 13쪽
73 메피스토 23.06.23 271 3 12쪽
72 낚시 (5) 23.06.22 263 3 12쪽
71 낚시 (4) 23.06.21 269 3 13쪽
70 낚시 (3) 23.06.20 266 3 13쪽
69 낚시 (2) 23.06.19 263 3 12쪽
68 낚시 (1) 23.06.18 274 3 12쪽
» 침략 (5) 23.06.17 269 3 12쪽
66 침략 (4) 23.06.16 263 3 11쪽
65 침략 (3) 23.06.15 268 3 11쪽
64 침략 (2) 23.06.14 27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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