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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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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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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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낚시 (2)

DUMMY

장내에 있던 사람들의 입이 벌어졌다.

요른 후작의 뒤를 잇는 소드 마스터가 탄생했다.


“호오~”


입이 벌어졌던 것도 잠시.

대결을 관전하러 온 사람들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어린 나이에 달성한 소드 마스터.

공작가의 자제.

게다가 눈부신 족적까지.


‘얻어야 한다.’


국왕파도, 반대파도 모두 생각이 일치했다.


척.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승부는 중요치 않았다.

중요한 건 카일의 가치가 됐다.

한편,


“선공을 양보하겠습니다.”


여기 그런 정치적 공작과는 관계없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렇다면 고맙지.”


탈론이 검을 고쳐 잡으며 생각했다.


‘아름답구나.’


녹빛 오러 블레이드가 천연하게 빛났다.

그 자체만으로 무인의 호승심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허무하구나.’


쩌적.


자신의 애도에 금이 갔다.

눈앞에 어린 공자보다 검을 일찍 시작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노력해왔을 터.

하지만 괴물이라는 재능 앞에서는 이 모든 것이 부정당했다.


피식.


하지만 탈론이 다시 일어났다.

자신은 대륙의 방패.

비교는 무의미하다.


‘나는 그저 나만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일 뿐.’


탈론이 다가와 카일에게 손을 건넸다.


“좋은 승부였다.”


“마찬가지입니다.”


덥석.


두 남자가 뜨겁게 악수했다.


“소드 마스터에 오른 걸 축하하네.”


“탈론 님도 곧 오를 겁니다.”


“여기 있는 동안 많이 가르쳐주게.”


“얼마든지요.”


그렇게 훈훈하게 악수하고 있을 때


“공자님!!!!”


이자벨라가 연무장을 넘어와 카일의 등짝을 후려쳤다.


“대련만 하려는 거 아니었어요! 정말 사람 걱정되게! 목에 이건 뭐예요!!!!”


이자벨라가 카일을 다그쳤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이자벨라는 카일을 다그치고 있는데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탈론이었다.


“아. 이자벨라. 소드 마스터가 어디 쉽나. 다시 그 경지를 찾으려면···.”


카일이 말을 하다 말고 눈을 까뒤집었다.

그리고


털썩.


연무장에 그대로 쓰러졌다.


“공자님!!!!!”


***


실로 굴욕적인 모습이다.


힐끔.


살짝 실눈을 떠보니 탈론이 나를 공주 안기로 안은 채 의무실로 달려가고 있었다.


“공자···.”


내가 눈을 부릅떴다.


‘조용히 해.’


이자벨라는 똑똑한 여자다.

내 눈빛에 그녀가 바로 입을 닫았다.


“여길세.”


탈론의 말에


벌컥!


이자벨라가 문을 열어젖혔다.


“탈론님.”


안에는 고위급으로 보이는 여사제가 있었는데


“순식간에 마나를 뽑아내 탈진 증상이 온 거 같네. 마나 포션을.”


“알겠습니다!”


여사제가 의무실에 있는 마나 중급 마나 포션을 꺼냈다.


“아니. 중급으론 부족해.”


“마법과에서 상급 마나 포션을 받아올게요.”


그렇게 사제가 나간 뒤 탈론이 나를 침상에 내려놨다.


“아마 5분은 벌 수 있을 걸세.”


내가 눈을 뜨며 침상에서 일어났다.


“배려 감사합니다.”


“그래. 말해보게.”


탈론은 나의 의도를 바로 눈치챘다.

내가 연기까지 해가며 그와 자리를 만들려는 이유를.


“현 왕실의 정확한 상황과 실세, 귀족들이 품고 있는 군사력이 궁금합니다.”


내 말에 탈론의 표정이 일순 어두워졌다.

알고 있다.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그 전에 하나만 확실히 하게.”


“전 어느 쪽도 아닙니다.”


결국 뻔한 질문이라 생각해 내가 먼저 대답했다.


“믿어도 되나?”


“제 머리카락 하나 지키기도 힘든 삶입니다. 피곤하게 정치싸움 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라? 잠깐?

머리.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됐다.

그리고


만들.


나도 모르게 정수리에 손을 올렸을 때 확실히 밀도가 떨어진 게 보였다.


탓.


내가 이자벨라의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공자님! 보는 사람이 있는데 이게 무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자벨라 솔직히 말해줘야 돼.”


이자벨라가 내 눈을 피하며 얼굴을 붉혔다.


역시. 맞구나.


“얼마나 빠졌어?”


“네?”


“알잖아. 얼마나 빠졌는지.”


“......”


이자벨라가 침을 꿀꺽 삼키는 게 보였다.


“그게 멀리서 보면 티가 안 나는데 가끔 태양 빛을 정면으로 받으면.”


“거기까지.”


더 들어봐야 마음만 아팠다.


“후우.”


심호흡하며 애써 주의를 돌렸다.

내가 탈론을 바라봤다.

나이도 지긋하신 양반이 여전히 빽빽하네.


“시작하시죠.”


“자네. 갑자기 눈이 슬퍼진 거 같은데. 눈물도 맺힌 거 같고.”


“기쁨의 눈물입니다.”


말을 마친 순간, 거짓말처럼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이건 기쁨의 눈물이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기쁨의 눈물.


“반대파가 고개를 든 게 언제부터입니까?”


“요른 후작이 전사 하면서부터지.”

요약하자면 이랬다.


요른이 살아있기 전,


국왕파와 반대파의 균형은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나인데일, 로이스, 요른은 중립. 3명의 소드 마스터는 합의라도 한 듯 중립을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반역을 가만히 두는 포지션도 아니었다.


“아직 2명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로이스 변경백은 흑성의 사수에 바쁘고 지금쯤 나인데일 백작가에 반대파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들겠지.”


“허.”


이 사람들은 지금 하는 짓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알고 있을까? 엘프의 숲이 끝나면 다음은 헬리온 왕국이다.


“하긴.”


사람의 습성이 그렇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위기는 지금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도리어 눈앞에 열린 탐스러운 과실이 내 욕망을 자극할 뿐.


“특히 주의해야 할 인물이 있습니까?”


“하이머 백작이겠지.”


“하이머 백작이요?”


“요즘 반대파에서 가장 발언권이 높은 인물일세.”


“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국왕 앞에서 다리를 꼬고 건방지게 앉아있던 자. 귀족들이 발언 하나하나를 할 때마다 눈치를 보던 자. 그가 아마 하이머 백작일 터였다.


“하이머 백작은 남부 대부분의 영지를 소유하고 있네. 상권은 발달하고 토지는 비옥하니 거느리고 있는 사병의 수도 어마어마하고.”


“왕국의 목 아래 칼을 겨누고 있는 실정이군요. 사병의 수가 그렇게 많습니까?”


“귀족 중 최고라 할 수 있지.”


“흑성에 비하면요?”


“규모야 하이머 백작이 크겠지만 어딜 감히 북부의 사내들과 비교하겠는가?”


“호오~”


“아무튼 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늦든 빠르든 분명 접근할걸세.”


곧 다가올 하이머와의 시간이 궁금해졌다.

그는 이 왕국의 실세.

그 실세가 본인의 능력 때문인지

조상이 쌓아온 공덕 덕분인지는

만나서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궁금한 건 끝났나.”


“예.”


“이제는 내가 질문하지.”


그때 때마침.


“가져왔어요.”


사제가 상급 마나 포션을 들고 나타났다.

숨이 가쁘고 땀이 맺힌 걸 보니 뛰어갔다 온 모양.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몸은 좀 괜찮으세요?”


사제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네. 덕분에.”


“공자님. 목소리 깔지 마세요.”


“덕분입니다~”


아니. 깔고 싶어서 깐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됐는데.


“다행이에요.”


그녀가 나를 보며 싱긋 웃어줬다.

아~ 역시 천국은


“마시세요.”


꿀꺽꿀꺽.


목 넘김이 시원했는데 한 편으론 이런 생각을 했다. 마나를 써서 머리가 빠지면 마나를 채워주면 다시 머리가 나야 하는 거 아닐까? 나는 괜히 병 속에 남은 미량의 마나 포션을 손가락에 올린 뒤 두피에 쓱쓱 발랐다.


“뭐 하는 건가?”


“두피 쿨링입니다.”


“두피 쿨링?”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서 궁금한 게 뭡니까?”


“소드 마스터가 되기 위해선 깨달음이 동반되어야 한다고들 하지. 자네의 깨달음이 무엇인지 궁금하네.”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선 우선 드워프 왕국에서의 전투를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발록과의 전투에서 갑자기 난입한 그로마. 그런 그로마를 막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며 검을 휘둘렀던 일. 그 과정에서 잠시나마 했던 각성까지.


“제가 마지막에 생각했던 건 검이었습니다.”


“검?”


“그저 잘 벼린 한 자루의 검이 돼 그로마를 베자. 오직 이 생각밖에 없었거든요.”


“처한 환경이 다르군.”


탈론이 내 얘기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여전히 길을 헤매고 있었다.

깨달음이라는 게 어디 쉽게 올까?


“탈론님은 검보다 방패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


내가 그와 검을 부딪치고 느낀 점이었다.

굳건한 방패.

탈론의 말대로 처한 상황이 다르다.


“이건 저의 깨달음입니다. 깨달음은 사람마다 다르겠죠. 누군가는 억만금을 주고 배워야하고 누군가는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는 노부부에게서도 깨달음을 얻는 법이니까요.”


“공자님. 무슨 세상 다 살아본 사람처럼 얘기하세요.”


이자벨라.

그런 게 있단다.


“검은 어떻습니까? 아까 금이 간 거 같던데?”


“그래도 대륙의 질 좋은 광석으로 손 좋은 장인이 만든 걸세. 근데 신기한 오러를 쓰더군.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마나가 소모되는 느낌이었어.”


“그것도 말하자면 깁니다.”


이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신관이 지켜보고 있었다.

조심해봐야 나쁠 건 없었다.


“아 그 전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뭔가?”


“왕실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찾아주실 수 있습니까?”


***


맞다!

걸어가며 생각했다.

지금 우리가 향하는 곳.

그곳은 침대가 하나다.

어떡하지?

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으이구 진짜!”


찰싹.


이자벨라의 응징 시간이 다가왔다.


“진짜 다음에도 또 그러면!”


“이자벨라. 이제 겨우 도달한 경지에. 조금 더 완숙하게 오러 블레이드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쓰읍.”


아~ 왜 난 저 쓰읍에 약해지는 걸까?

나 그래도 명색이 소드 마스턴데.

이렇게 어린애 취급 받을 나이도 아니고.

이 세계 기준으로 난 엄연히 성인인데.


“이야~ 이야~ 파르테온을 구한 영웅께서 독녀에게 잡혀 산다니. 이거 소문이 나면 명성에 타격이 될 거 같습니다.”


복도 맞은편, 내 귀를 긁는 듣기 거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뚱뒤뚱.


녀석의 몸은 비대하고 얼굴엔 욕심이 그득그득한 게 보였다. 탐욕스러운 황소개구리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랄까?


“누구?”


“반갑네. 나는 딩거 하이머 백작이라 하네.”


“아~”


- 아무튼 조심하는 게 좋을 걸세. 늦든 빠르든 분명 접근할걸세.


확실히 왕국의 실세다웠다.

내가 오러 블레이드를 발현한 순간, 연무장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빠르게 어딘가로 달려갔다. 나를 안내했던 머스타드 또한 이 사실을 하이머 백작에게 제일 먼저 고했을 터.


“대륙에 소드 마스터라는 사람이 고작 시녀 따위에 잡혀 살면 쓰나? 이거 왕국 사람들이 알면 자네의 평판이 말이 아니겠어. 너도 너다. 감히 하늘같이 모셔야 할 주군에게 어찌 그런 망발을.”


“공자님. 죽일까요?”


이자벨라가 싱긋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네가? 날? 우리 성에 대기하고 있는 기사가 남부 대륙의 들판을 가득 채우고 남을 텐데?”


하이머 백작도 지지 않았다.


“오크도 몰살한 독을 인간이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여차하면 지금 보여줄 수도 있는데? 아. 그리고 전 이제 독녀가 아니라 포이즌 슬레이어랍니다. 로이스 변경백님이 손수 이명을 지어주셨죠. 후훗.”


이자벨라가 우노아가 짓던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하이머 백작을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이 변화무쌍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무서워졌다.


움찔.


하지만 기선제압만큼은 확실했다.


“괜찮겠나? 그렇게 되면 자르온 공작성도 무사하지 않을 텐데.”


하이머 공작은 자존심이 팍 상했는지 선을 넘는 발언을 거침없이 했다.


“야.”


이자벨라의 눈이 돌아갔다.

베인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눈빛.

그녀가 목소리를 깔자


펑.


포이즌이 나타나 이자벨라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안 돼. 참아.”


나도 이자벨라가 눈이 돌아간 적을 몇 번 본적 없긴 하지만 저렇게 목소리 깔고 “야”라고 하면 조용히 있어야 한다.

포이즌의 다급한 표정이 말해주지 않는가?


“어이쿠.”


늘 그렇듯 그녀를 막을 수 있는 건 나뿐이었다.


“영지전을 벌일 생각이라면 저랑 얘기하셔야 할 거 같은데.”


내가 말을 하며 레텐토에 녹빛 오러 블레이드를 둘렀다.


“상대가 소드 마스턴데 괜찮겠습니까?”


아 이러면 머리 빠지는데.

안 되겠다.

하이머 백작.

타깃은 너로 정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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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내 집 마련 (1) 23.07.11 229 4 13쪽
90 경고 23.07.10 219 4 13쪽
89 너는 내가 반드시 (7) 23.07.09 219 3 12쪽
88 너는 내가 반드시 (6) 23.07.08 218 3 13쪽
87 너는 내가 반드시 (5) 23.07.07 220 3 12쪽
86 너는 내가 반드시 (4) 23.07.06 226 3 12쪽
85 너는 내가 반드시 (3) 23.07.05 238 3 12쪽
84 너는 내가 반드시 (2) 23.07.04 263 3 12쪽
83 너는 내가 반드시 (1) 23.07.03 239 3 12쪽
82 총공격 (5) 23.07.02 256 3 11쪽
81 총공격 (4) 23.07.01 242 3 11쪽
80 총공격 (3) 23.06.30 254 3 12쪽
79 총공격 (2) 23.06.29 247 3 11쪽
78 총공격 (1) 23.06.28 249 2 12쪽
77 초전(初戰) (4) 23.06.27 259 3 12쪽
76 초전(初戰) (3) 23.06.26 248 3 11쪽
75 초전(初戰) (2) 23.06.25 257 3 12쪽
74 초전(初戰) (1) 23.06.24 270 3 13쪽
73 메피스토 23.06.23 271 3 12쪽
72 낚시 (5) 23.06.22 263 3 12쪽
71 낚시 (4) 23.06.21 269 3 13쪽
70 낚시 (3) 23.06.20 266 3 13쪽
» 낚시 (2) 23.06.19 264 3 12쪽
68 낚시 (1) 23.06.18 274 3 12쪽
67 침략 (5) 23.06.17 269 3 12쪽
66 침략 (4) 23.06.16 263 3 11쪽
65 침략 (3) 23.06.15 26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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