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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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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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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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너는 내가 반드시 (2)

DUMMY

순례자는 자신이 머물렀던 안가로 향하고 있었다.

엘사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순례자의 손을 꽉 잡았다.


“엘사. 괜찮다.”


순례자가 떨고 있는 엘사를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정시켰다.


“응. 노력해볼게.”


엘사는 아무 말 없이 순례자의 말을 따랐다. 먹으라면 먹었고 씻으라면 씻었고 자라면 잤다. 엘사는 알고 있었다. 지금 순례자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녀는 버려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어두운 길을 걷는 이에게 앞길을 비추는 달빛을 내려주는 것.]


순례자는 지금 교리를 떠올렸다.

어두운 길을 걷은 엘사에게 자신이 달빛을 비춰줘야 한다.

순례자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잠깐 여기 있어.”


쿨럭.


순례자의 기침에 피가 섞여 나왔다.

그럼에도


스윽.


양손에 곡도를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자신의 눈앞에 녹스의 생존자가 나타난다면?

그는 적일까? 아군일까?


끼익.


문을 열고 냄새를 맡고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 안가엔 순례자뿐이었다.

순례자가 안가로 들어가 벽장을 밀었다.

벽장 밑, 비밀 공간이 나왔고 순례자는 그곳에서 금화가 두둑하게 든 주머니를 꺼냈다.


-이건 네 몫이다.


순례자가 맥그리거에게 금화를 받던 날을 떠올렸다.


“제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네 몫인데 당연하지.”


“전 그저 달의 신 루나 님을 위해 한 일인데 어찌 대가를.”


맥그리거가 순례자를 답답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고는 금화를 던지다시피 해 순례자에게 전해줬다.


“받아둬라. 사람은 변해도 돈은 안 변하니까.”


맥그리거의 말대로였다.

지금 자기 손에 느껴지는 묵직한 금화라면 당장 엘사를 보살피는데 어려움은 없어 보였다.


“엘사!”


순례자가 기쁜 표정으로 안가를 나섰다.

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채 5초도 이어지지 않았다. 전방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이 그녀를 압박해왔다. 너무나 익숙한 존재감. 거기에 섞인 노기까지.


“여기 있을 줄 알았다.”


그로마가 순례자 앞에 나타났다.


***


“밀리지 마라! 이 악물고 버텨!”


타르칸이 전방을 바라보며 목이 쉬도록 외쳤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가히 종말이라 할 수 있었다. 타르칸은 전방에 출렁거리는 검은 물결을 보며 생각했다.


‘왕국이 정치싸움을 하는 동안 그들은 착실히 침공을 준비했구나.’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

타르칸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성벽을 기어오르는 구울을 썰고 오우거의 어깨를 밟아 트롤의 목을 썬 뒤 성벽을 무너트릴 듯 달려오는 시체 골렘들을 썰었다.


‘카일 너는 이 모든 것을 이미 예측했단 말이냐?’


타르칸이 문득 카일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엘프들의 환심, 그다음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는 그저 공작성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 뛰고 있었을 뿐이다.


쾅! 쾅! 쾅!


타르칸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암흑 구체를 바라봤다.


“우리가 뚫리면 다음은 너희다. 병사를 모을 수 있는 만큼 모아둬라.”


다리아의 조언에 타르칸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먼저 스톤 남작, 테일러 자작령의 병력을 흡수한 뒤 곧바로 태양궁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대의 영지가 갖는 전략적 이점은 이루 말할 수 없네. 그대의 영지가 멸망한다면 흑성은 양쪽으로 고립무원 상태에 빠진다. 왕실의 병력을 내어줄 테니 영지를 사수하게. 4대 용병단도 소집하는 즉시 바로 보내겠네.”


국왕도 이미 마왕군의 침공을 전해 들었다. 그의 결정은 빠르고 신속했다. 그렇게 지원하러 온 마법사들이 그로마의 구체를 막는 사이


“동쪽 성문 뚫립니다!”


“으악!”


“더는 못 버팁니다!”


구울들은 광역 마법의 공백을 영악하게 이용했다.


“저희가 나서겠습니다.”


타르칸의 앞,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듯 서 있는 4대 용병단의 단장들이 보였다.


“부탁하네.”


타르칸의 명령을 끝으로 4대 용병단은 마치 경쟁하듯 구울들을 쓸어버렸다.


콰직!


“우어···.”


검은 도끼단 단장 엑스는 오러를 두른 도끼로 오우거의 머리를 찍고


서걱.


푸른검 용병단 단장 라이트는 대지를 가로지르며 다가오는 운제를 일도양단했으며


팡!


혈창단 단장 스페너는 상공을 날아다니는 와이번을 오직 투창으로만 격추했다. 그리고 태산 용병대 단장 실드는


“물러나라!”


방패에 오러를 두른 채 날아오는 그로마의 암흑 구체로부터 병사들을 지키고 있었다.


“확실히 4대 용병단입니다. 말 그대로 군계일학.”


페름 노아가 타르칸의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 짧은 시간에 잘도 이만큼 모았구나.”


그로마가 날개를 펄럭이며 함락되지 않는 나인데일 백작성을 바라봤다. 제대로 훈련받은 정예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통합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4대 용병단의 전투력은 ‘경쟁’이라는 형식을 통해 더욱 극대화됐다. 그리고


펑!


후웅!


방어 중간중간 자신을 격추하기 위해 날아오는 마법도 껄끄러웠다.


“쉬지 말고 도끼질해라! 검보다 도끼가 위대하다는 걸 이 자리에서 증명하는 거다!”


“우리는 왕실 정예부대다! 이곳이 뚫리면 곧 왕실이다!”


“태산 용병대가 방패를 들면!”


“무너지는 태산마저 떠받친다!”


용병단의 참전으로 전황은 순식간에 역전됐다.

게다가


오싹.


타르칸은 계속해서 그로마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에게 빈틈이 생기는 즉시 하늘로 도약해 그를 베어버릴 기세로.


“이대로는 안 되겠군.”


그로마가 3일째 함락되지 않는 성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저들은 오합지졸이 아니다. 지금도 이렇게 강한데 시간이 지나 결속력이 생기면 자신의 진군을 막는 철옹성이 될 가능성이 컸다.


펄럭.


그로마가 마왕군의 본진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나와라.”


그로마의 부름에.


척.


갑옷부터 검, 피부까지 마치 검은색 물감으로 칠한 것 같은 암흑 기사 10기가 나타나 그의 앞에 무릎 꿇었다.


“가장 강한 자들만을 골라 도륙하고 오거라.”


그로마의 명령이 떨어지자


팟!


암흑 기사가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그 시각, 성벽에서는


오싹.


전장에서 구른 경험과 날카로운 감각이 타르칸에게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모두 대열을 정비해라! 놈들이 수를 쓸 거다!”


‘어디냐? 규모는?’ 하늘에서?’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땅굴이 있는 건가?’


팟.


타르칸이 마나를 실처럼 뽑아 전방으로 날렸다.


띵. 띵. 띵. 띵.


타르칸이 마나가 막힌 곳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거대한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나, 둘, 넷. 여섯, 여덟.’


“각 용병단 단장과 장병들은 모두 대비해라! 습격이다!”


그와 동시에


쾅! 쾅! 쾅! 쾅!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들렸다.


우지끈.


오러를 두른 실드의 방패가 찌그러지고


서걱.


“크윽.”


스톤 남작의 왼팔이 잘려 나갔으며


깡!!!


“크악!”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불과했던 윌리엄은 암흑 기사의 일격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윌리엄!”


타르칸이 칼을 뽑고 나서려 했다.

그 순간,


팟!


땅에서 솟아난 암흑 기사 4명이 타르칸을 에워쌌다.


‘나인데일류 제3형. 돌개바람!’


오러 블레이드를 두른 타르칸의 검이 회전했다.


쾅!!!


타르칸은 모두를 일격에 날릴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암흑 기사들은 버텨냈다.


그 사이


툭. 데구르르르르.


“단장님!!!!”


암흑 기사를 상대하던 태산 용병대 단장 실드가 전사했다. 그는 자기 살을 내주고 적의 뼈를 취할 작정으로 암흑 기사의 공격을 받아냈다.


푹.


“커헉.”


실드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내 몸 찔렀으면 넌 죽어야지.”


실드가 품에 숨기고 있던 망치에 마나를 주입해 암흑 기사의 얼굴을 후려쳤다.


툭.


암흑 기사의 투구가 떨어졌다.

녀석의 목이 180도 돌아갔다.

하지만


두둑. 두둑. 두둑.


녀석의 목이 뼈 맞추는 소리를 내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언데드?”


이게 실드의 유언이었다.


“.......”


성벽이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


‘안 좋다.’


타르칸이 위기를 감지했다.

4대 용병단으로 시작된 사기 상승인 만큼 태산 용병대 단장 실드의 전사는 병사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거다.


파아앗.


타르칸이 오러 블레이드에 마나를 최대치로 주입해 암흑 기사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암흑 기사의 역할은 확실히 정해져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타르칸 나인데일의 봉쇄였다.


서걱.


암흑 기사들은 오른팔이 잘리면 왼팔로 검을 들었다.

그들은 절대 무리하지 않았고 물러서지도 않았다.

그리고 녀석들의 작전이 적중했다.


“동쪽 성문 위험합니다!!”


“남문 지원 바랍니다!”


쏟아지는 구울.

거기에 충차를 끌고 오는 오우거와 트롤.

아무리 그들이 왕실의 정예가 대륙에 이름 날리는 정예라 해도 물밀듯 쏟아지는 언데드 몬스터를 막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쿵! 쿵! 쿵!


우지끈.


여기저기서 성문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쾅!!!


성문이 뚫렸다!


“마법사! 성문에 지원을!”


타르칸이 성벽 끝 4개의 꼭짓점에 배치된 왕실 마법단을 바라봤다. 그들의 상황도 여의찮았다. 성벽을 휘저은 암흑 기사들이 이윽고 마법사들에게 도달한 것이다.


쾅! 쾅! 쾅!


마법사들이 실드를 펼친 채 암흑 기사의 검을 받아내고 있었다.


“백작님. 일단 전선을 물려야 합니다.”


타르칸의 오른팔이자 참모 역할을 하던 페름이 멀리서 소리쳤다. 타르칸이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성벽이 뚫린 이상 이곳을 사수하는 건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것이다.’


‘내가 암흑 기사들을 잡은 사이 병사들이 순차적으로 퇴각한다.’


‘내가 작정하고 도주하면 녀석들은 날 따라잡을 수 없다.’


생각이 정리된 타르칸이 페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페름이 성벽에 설치된 음성 확장기에 소리쳤다.


“후퇴다!”


“모두 후퇴하라.”


그때였다.


“아니! 후퇴는 없다!”


“성은 끝까지 사수한다.”


하늘에서 천둥 같은 외침이 들렸다.

그리고


쩌저저저저적.


뚫린 성문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던 언데드들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휘웅.


타르칸의 양옆으로 질풍이 지나갔다.


“둘은 알아서 처리하거라.”


그리고 자신에게 가르침을 줬던 다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툭. 데구르르르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암흑 기사 2기의 머리가 순식간에 떨어졌다.

이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쾅!!!


조이가 쏜 화살에 충차가 박살 나고


“우어어어어!”


“키에에에에엑!”


트롤과 오우거가 녹아내리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냈다. 공성 무기가 무력화되자 성벽에 침입했던 언데드가 순식간에 고립됐다. 그리고 녀석들은


서걱. 서걱. 서걱.


베인의 붉은 단도를 피해 갈 수 없었다.


“헉··· 헉··· 헉···.”


렘브란트의 얼굴에서 피와 땀이 썩인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팔이 잘린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실력 차에, 육체의 결함까지. 기백으로 녀석을 붙잡는 건 여기가 한계라고 느꼈다.


척.


암흑 기사가 렘브란트의 심장을 노리며 출수했다.


‘하다못해 동귀어진이라도!’


램브란트는 방어를 포기했다.

그리고 자신이 담을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자신의 검에 담았다.


“하아아압!”


램브란트가 있는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툭. 데구르르르르.


암흑 기사의 머리가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푸쉬이이이이.


녀석의 몸에서 고약한 악취와 함께 연기가 피어났다.


“자네는?”


램브란트의 앞을 익숙한 등이 보호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등이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그야 고블린 로드를 잡았던 등이라기엔 너무 태산처럼 커져 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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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경고 23.07.10 219 4 13쪽
89 너는 내가 반드시 (7) 23.07.09 219 3 12쪽
88 너는 내가 반드시 (6) 23.07.08 219 3 13쪽
87 너는 내가 반드시 (5) 23.07.07 220 3 12쪽
86 너는 내가 반드시 (4) 23.07.06 227 3 12쪽
85 너는 내가 반드시 (3) 23.07.05 238 3 12쪽
» 너는 내가 반드시 (2) 23.07.04 264 3 12쪽
83 너는 내가 반드시 (1) 23.07.03 239 3 12쪽
82 총공격 (5) 23.07.02 256 3 11쪽
81 총공격 (4) 23.07.01 242 3 11쪽
80 총공격 (3) 23.06.30 254 3 12쪽
79 총공격 (2) 23.06.29 247 3 11쪽
78 총공격 (1) 23.06.28 249 2 12쪽
77 초전(初戰) (4) 23.06.27 259 3 12쪽
76 초전(初戰) (3) 23.06.26 248 3 11쪽
75 초전(初戰) (2) 23.06.25 257 3 12쪽
74 초전(初戰) (1) 23.06.24 271 3 13쪽
73 메피스토 23.06.23 271 3 12쪽
72 낚시 (5) 23.06.22 263 3 12쪽
71 낚시 (4) 23.06.21 269 3 13쪽
70 낚시 (3) 23.06.20 266 3 13쪽
69 낚시 (2) 23.06.19 264 3 12쪽
68 낚시 (1) 23.06.18 274 3 12쪽
67 침략 (5) 23.06.17 269 3 12쪽
66 침략 (4) 23.06.16 263 3 11쪽
65 침략 (3) 23.06.15 268 3 11쪽
64 침략 (2) 23.06.14 27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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