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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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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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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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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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메피스토

DUMMY

1월 1일.

헬리온 왕국은 성대한 축제를 연다.

국교인 태양신 유바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루나교는?

그들은 태양력을 쓰지 않는다.

그들의 시간은 음력으로 흘러간다.

음력이라고 해봐야 태양력보다 딱 하루가 늦는 것.


“12월 31일. 달이 떠오릅니다.”


대주교로 변한 그로마가 선언했다.


12월 31일 밤.

달의 신 ‘루나’의 탄생을 기리는 날이다.

그렇기에 녹스의 신자들 또한 전부 행사에 참여했다.


“언니!”


순례자를 보며 반갑게 뛰어온 여자아이 한 명이 엘사의 허벅지를 끌어안았다.


“엘사. 잘 있었어?”


순례자가 허벅지의 안긴 엘사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응. 언니는? 잘 지냈어?”


“그럼. 맛있는 건 많이 먹었어?”


“응! 이거 봐. 나 배 엄청나게 나왔다!”


엘사가 순례자의 손을 자신의 배에 이끌었다. 순례자는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손가락 끝. 볼록한 배 끝에 그녀의 앙상한 갈비뼈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언니! 언니는 좋아하는 사람 없어?”


“좋아하는 사람?”


순례자가 생각했다.

뿌옇다.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을 버린 부모님도

자신을 거둬준 권사도

그 자리를 메꾼 것은 따듯한 기억이 아닌 뜨거운 악몽이었으니까.


“저 이교도들에게 심판을!”


“심판을!”


“죽여라!”


자신을 나무에 묶고 광기에 사로잡혀 불로 눈을 지진 악마들의 모습. 그게 순례자의 뇌리에 박힌 마지막 세상이었다.


“없어?”


“있지. 언니는 엘사가 제일 좋아.”


순례자가 엘사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런 거 말고.”


엘사가 부끄럽다는 듯 쿡쿡 웃었다.


“요하네스 오빠는 오늘 지온 누나를 자기 천막으로 부를 거래.”


엘사는 대단한 비밀을 폭로하는 것처럼 순례자의 귓가에 속삭였다.


“한가해 보이는구나.”


이때 맥그리거가 순례자의 곁으로 다가왔다.

맥그리거가 다가옴과 동시에 엘사가 순례자의 뒤에 숨었다. 엘사는 맥그리거가 무서웠다. 그가 차고 있는 검은 곡도도, 눈에 난 흉터도. 그 모든 것이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엘프의 숲에서는 싸우지 않고, 여기선 아이를 돌보고 있고. 루나님의 자비가 여기에 헌신했구나.”


“죄송합니다.”


엘프의 숲 습격 이후, 맥그리거는 순례자를 좋게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카일과 싸우지 않았다. 그 선택은 나비효과가 돼 녹스에 큰 타격을 안겼다.

살아 돌아오지 못한 단원이 부지기수인데 상처 하나 없이 돌아오는 꼴이라니. 그녀가 그로마가 아끼는 부하가 아니었다면 본인이 목을 벴을 터다.


“오늘은 기쁜 날이다. 그런 눈빛은 삼가도록.”


대주교가 맥그리거와 순례자의 곁으로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맥그리거와 순례자가 동시에 양쪽 무릎을 꿇었다.


오싹.


순례자는 대주교를 대면하며 털이 곤두섬을 느꼈다.


‘이 감정은 무엇인가?’


평소 자애롭던 대주교님이다.

헌데 오랜만에 만난 대주교님은 전혀 자애로워 보이지 않았다.


‘노기다. 무슨 이유인진 모르지만, 대주교님은 지금 분노하고 계신다.’


‘지랄하고 있네.’


맥그리거는 대주교를 연기하고 있는 그로마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로마도 결국 자신과 같은 4개의 재앙 중 하나. 짜인 각본대로 놀아주고 있긴 하나 그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게 좋을 리 없었다.


‘그래. 이 짓거리도 오늘까지만이다.’


“언제 시작입니까?”


맥그리거가 그로마에게 물었다.


“달이 가장 밝게 빛날 때.”


“혹시 제가 모르는 행사가···.”


순례자가 질문하려 했지만


“닥쳐라.”


맥그리거는 그녀가 질문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맥그리거와 할 말이 있다. 너도 이 축제를 즐기거라.”


“알겠습니다.”


순례자가 떠난 뒤


“우리도 이동하자.”


그로마가 발걸음을 옮겼다.


“쟤도 제물에 쓰면 안 되나?”


맥그리거는 여전히 순례자에 대한 앙금을 털지 못했다.


“그녀는 나의 호위다.”


“배교자이기도 하지.”


“그녀는 누구보다 교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교가 아니라 너한테 헌신하는 것 같은데?”


그로마가 걷던 걸음을 멈췄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미 했잖아. 뭘 또 묻고 있어.”


고오오오오.


두 마인의 마기가 공중에서 얽히고설킨다.

두 사람 모두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척.


맥그리거가 검은 곡도에 손을 가져다 댔다.


우웅.


그로마도 손에 암흑 마나를 두르긴 마찬가지.

평소였다면 넘어갔을 그로마다.

하지만 카일을 제거하지 못한 분노가, 자신의 상처 난 자존심이 그를 침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때였다.


쿵!!!


거대한 도끼 하나가 둘 사이를 갈랐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싸움은 그다음에.”


몸이 3미터가 넘는 거대한 오크가 둘 사이에 등장했다. 4대 재앙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크로드 파루무투였다.


“녹색 짐승 주제에 어디서 훈계질이냐?”


맥그리거가 파루무투를 보며 으르렁댔다.


“지금 네 모습은 녹색 짐승보다 한심해 보이는데.”


“그래. 이참에 순위를 정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괜찮겠나? 지금 칼을 뽑으면 두 마인을 상대해야 할 텐데.”


“하나는 몬스터지.”


결국 파루무투도 참지 못하고 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거기까지. 싸워도 오늘은 아니다.”


결국 모두를 제지하고 나선 것은 발록이었다. 발록이 등장한 뒤


“후우~”


그로마도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발록의 말이 맞다. 싸워도 오늘은 아니지.”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척.


파루무투가 도끼를 집으며 맥그리거와 눈싸움을 했다. 하지만 그도 결국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향한 곳, 그곳엔 누군가를 위해 준비해놓은 검은색 왕좌가 보였다.


***


축제장의 구석진 곳.

순례자는 쪼그려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언니!”


이때 저 멀리서 엘사가 달려왔다.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지?”


엘사가 고사리손으로 들고 온 그릇을 순례자에게 넘겼다.


“우리 엄마가 만든 양고기 토마토 스튜야. 진짜 맛있어!”


“괜찮아.”


“우리 엄마가 잘 먹어야 미인 된다고 했어.”


엘사가 스푼에 스튜를 떠 호호 불어줬다.


“빨리.”


결국 순례자가 못 이기는 척 엘사가 준 스튜를 받아먹었다.


“맛있지?”


“맛있네.”


“이젠 언니가 직접 먹어.”


엘사가 그릇을 넘긴 뒤 순례자 옆에 털썩 앉았다.


“엄마가 다 먹을 때까지 여기 있으랬어.”


“......”


순례자는 그저 가만히 그릇을 들고 있었다.


“빨리!”


엘사가 보챘지만


“......”


순례자는 도저히 음식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아이참~”


엘사가 결국 그릇을 빼앗았다.

그리고


“아~”


스튜를 떠 순례자에게 건넸다.

그때였다.


파앗.


순례자의 주변으로 보라색 빛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털썩.


수저를 들고 있던 엘사가 쓰러졌다.


“엘사?”


순례자가 쓰러진 엘사를 안았다.


‘습격인가?’


순례자가 마나를 얇게 펴 사방으로 발출했다.


털썩.

털썩.

털썩.


신도들이 하나둘 쓰러지는 게 느껴졌다.

음식을 먹던 노인도

춤을 추던 어린아이도

사랑을 나누던 청춘 남녀도


“하아···. 하아···. 하아···.”


엘사의 호흡이 가빠졌다.

순례자는 느낄 수 있었다.

엘사의 생명이 꺼지고 있다.


파앗.


그녀가 눈을 감고 마나의 흐름을 느꼈다. 자신의 발아래 구동된 마법진이 신도들의 생명력을 깎고 있었다. 그녀가 엘사를 안은 채 마법진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상황을 지켜봤다. 잠시 후,


파아아아아아!


인간의 생명력을 흡수한 기운이 하늘로 승천했다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순례자가 마나장을 펼쳐 그 기운을 따라갔다.


콰아아앙!


기운이 떨어진 곳은 4대 재앙이 서 있는 왕좌 앞이었다.


척.


4대 재앙이 무릎을 꿇었다.

왕좌 위 누군가가 턱을 괸 채 앉아 있었다.


오싹.


순례자가 그 기운을 감지한 순간 몸에 있는 모든 털이 곤두섰다. 이빨이 딱딱 부딪쳤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존재.


“이 세계에서 가장 고결하신 분을 뵙습니다.”


그로마가 소환된 존재 앞에 무릎 꿇었다.


“오랜만이구나.”


세상을 짓누를 듯 거대한 힘이 담긴 목소리.


“아~”


그로마가 목소리에 전율했다.


척.


그로마를 시작으로 메피스토, 발록, 파루무투가 무릎을 꿇었다.


“고귀하신 존재 마왕 메피스토 님을 뵙습니다.”


마왕 메피스토가 글리셰 대륙에 강림했다.


“꼴이 말이 아니구나.”


메피스토가 그로마를 바라봤다.

잘린 오른팔은 마수의 팔로 대체됐고 눈가에 새겨진 자상은 그로마의 왼쪽 시력을 앗아갔다.


딱.


메피스토가 손가락을 튕기자


팟.


시간을 되돌린 듯 그로마의 모습이 말끔하게 돌아왔다.


“너는 마왕군을 이끄는 총군사. 그런 꼴로 돌아다니는 건 이 메피스토를 모욕하는 일이다.”


“새겨듣겠습니다.”


“그리고.”


메피스토가 맥그리거에게 고개를 돌렸다.


“내 물건에 손을 댔구나.”


맥그리거의 몸이 흠칫했다.

그는 변명하려 했다.


“그것이···.”


하지만


쾅!


메피스토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커헉.”


맥그리거가 피를 토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메피스토를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죽일 기세로 때렸거늘. 훌륭하다. 너는 내 곡도를 사용할 자격이 있다.”


“영광입니다.”


“나의 성으로 가자. 그간 있었던 일은 거기서 듣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그 전에.”


메피스토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착.


순례자의 눈앞에 나타났다.


“너는 누구지? 누구길래 나를 감시하고 있었지?”


“달의 신 루나 님입니까?”


“나는 달의 신 루나가 아니다.”


“허면?”


“나는 마왕 메피스토. 해가 지면 달이 뜨듯 용사가 나타나면 이 세계에 강림하는 필연적 존재다.”


메피스토는 더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하나 더!”


순례자가 그를 붙잡았다.


“하나 더 물어볼 게 있습니다.”


“물어봐라.”


“신도들은 어떻게 된 겁니까?”


“나를 소환하기 위한 제물이 됐다.”


“그러면 엄마는?”


이때 순례자의 품에 안겨있던 엘사가 메피스토에게 물었다.


“죽었다.”


실로 건조한 대답.


“그런 게 어딨어! 우리 엄마 살려내! 아저씨가 뭔데 우리 엄마를 죽여! 살려내! 으앙!”


엘사가 메피스토를 보며 악을 쓰기 시작했다.


“시끄럽구나.”


메피스토의 미간이 구겨졌다.


“죽어라.”


그는 마치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벌레를 잡듯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커헉!”


엘사를 안은 순례자가 메피스토의 공격을 대신 받아냈다.


쾅! 쾅! 쾅! 우지끈.


그녀의 육체가 4그루의 마무를 박살 낸 뒤에야 겨우 멈췄다.


축.


엘사를 감싸고 있던 순례자의 손이 떨어졌다.


“언니? 언니!!!!”


엘사가 순례자의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순례자는 입에 피를 흘리고 쓰러진 채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후


“메피스토 님!”


그로마가 메피스토의 곁으로 날아왔다.

그로마는 보았다.

엘사를 감싼 채 쓰러져있는 순례자를.


‘이게 무슨!’


그로마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의 시선은 순례자가 아닌 순례자를 흔들고 있는 엘사를 향해 있었다.


“그로마. 아는 인간이냐?”


“네. 제 호위였습니다.”


“이 아이도?”


“아닙니다.”


메피스토가 다시 손을 올렸다.

하지만


척.


자리에서 일어난 순례자가 곡도를 뽑아 그의 앞을 막아섰다.


“호오~”


메피스토는 또다시 감탄했다.

죽일 기세로 쳤음에도 그녀는 아직 살아있었다.


“그로마. 너의 호위라고?”


“그렇습니다.”


“알겠다.”


메피스토가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휘둘렀다.


퍽!


순례자가 다시금 나무에 처박혔다.


“너의 호위라 죽이진 않겠다. 하지만 다시 나에게 검을 겨누면 그땐 용서치 않을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가자.”


메피스토가 공중에 떠올라 마왕성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그로마도 날개를 펴 메피스토의 뒤를 따랐다. 날아가는 와중에도 그는 계속해서 순례자를 흔드는 엘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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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경고 23.07.10 219 4 13쪽
89 너는 내가 반드시 (7) 23.07.09 219 3 12쪽
88 너는 내가 반드시 (6) 23.07.08 219 3 13쪽
87 너는 내가 반드시 (5) 23.07.07 220 3 12쪽
86 너는 내가 반드시 (4) 23.07.06 227 3 12쪽
85 너는 내가 반드시 (3) 23.07.05 238 3 12쪽
84 너는 내가 반드시 (2) 23.07.04 264 3 12쪽
83 너는 내가 반드시 (1) 23.07.03 239 3 12쪽
82 총공격 (5) 23.07.02 256 3 11쪽
81 총공격 (4) 23.07.01 242 3 11쪽
80 총공격 (3) 23.06.30 254 3 12쪽
79 총공격 (2) 23.06.29 247 3 11쪽
78 총공격 (1) 23.06.28 249 2 12쪽
77 초전(初戰) (4) 23.06.27 260 3 12쪽
76 초전(初戰) (3) 23.06.26 248 3 11쪽
75 초전(初戰) (2) 23.06.25 257 3 12쪽
74 초전(初戰) (1) 23.06.24 271 3 13쪽
» 메피스토 23.06.23 272 3 12쪽
72 낚시 (5) 23.06.22 264 3 12쪽
71 낚시 (4) 23.06.21 269 3 13쪽
70 낚시 (3) 23.06.20 266 3 13쪽
69 낚시 (2) 23.06.19 264 3 12쪽
68 낚시 (1) 23.06.18 274 3 12쪽
67 침략 (5) 23.06.17 269 3 12쪽
66 침략 (4) 23.06.16 263 3 11쪽
65 침략 (3) 23.06.15 268 3 11쪽
64 침략 (2) 23.06.14 27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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