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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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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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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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너는 내가 반드시 (6)

DUMMY

“그렇게 말하면 못 갈 줄 아나?”


과격하게 시위하던 몇몇 남성이 다리 위에 발을 올렸다.


“이래도 되겠습니까?”


페름이 타르칸을 보며 물었다.


“지켜보자꾸나.”


‘뭔가 생각이 있겠지.’


흑성, 엘프의 숲, 파르테온까지.

그 수많은 전장에서 살아남은 녀석이다.

해답이 있기에 펼친 강수.

그게 타르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이 적중했다.


멈칫.


성문을 나가 해자를 넘고 평야에 발을 디딘 이들이 걸음을 멈췄다.


“......”


그들은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몬스터의 시체가 즐비하다.

그와 동시에 병사들의 시체도 즐비했다.


“안 가십니까?”


카일이 자극하듯 물어봤다.

하지만 남자의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네가 사람이면 이 시체를 밟고 적진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남성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리와 들판의 경계.

이 경계를 넘으면 다시는 영영 이곳으로 돌아올 수 없을 거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다른 분들은요? 가세요. 안 막을 테니까.”


카일의 말이 그들을 질책하듯 몰아붙였다.


“......”


그들의 눈에도 마물들과 뒤엉켜 생을 달리한 전사들의 시체가 보였다. 연령은 다양했다.


몸이 성치 않은 아버지를 대신해 참전한 소년. 한쪽 팔을 잃었음에도 아직까지 검을 굳게 쥔 가장. 맞지 않은 갑옷을 입은 채 전장에 선 여성까지.


“그래도 전 가겠어요.”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인이 처음으로 평야에 발을 디뎠다.


“가시지요.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녀가 카일의 옆을 지나가며 변명하듯 얘기했다.


“마물이 성벽 너머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카일이 그녀를 살펴봤다.

전형적인 사창가 여인의 옷차림이었다.

몸은 뼈가 보일 정도로 말랐고 카일의 곁을 지나갈 땐 습관처럼 뿌린 향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그래. 어쩌면 악마의 속삭임이 이곳보다 나을 수 있겠지.’


이곳은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사람들은 등급을 나누고 하층민이 멸시당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다.

카일이 그녀의 말을 곱씹고 있을 때


“제기랄.”


앞장섰던 남자가 몸을 돌렸다.

시체를 본 그의 표정은 복잡했다.

그리고 시위에 함께 참여한 영지민을 보며 외쳤다.


“돌아갑시다.”


그 한마디 속에 무수히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


시위는 찻잔 속 태풍처럼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후~”


그렇다고 카일에게 심리적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다. 타르칸이 그런 카일을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저런 강수는 생각할 수 없었으니까.


“예상했나?”


“당연히 도박이죠.”


“이 상황에서 도박을 했다고?”


“자기들 지키다 죽은 사람들이에요. 양심이 있으면 그냥은 못 넘어가겠죠. 게다가 그로마는 우리 적이에요. 뭘 믿고 저쪽으로 넘어가요.”


“그건 그렇고 참 깔끔하게도 잘랐구나.”


타르칸이 깔끔하게 반토막 난 얼음을 보며 감탄했다.


“어차피 4대 재앙은 암흑 포탈을 열 수 있습니다.”


“마물들은 열린 문으로 걸어오겠지.”


“이제 성문은 필요 없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가?”


“성문은 미끼입니다.”


카일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타르칸에게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는 양동 작전을 펼칠 겁니다.”


“애초부터 병력이 밀린다. 거기에 3대 용병단은 영지민의 호위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 그렇게 부족한 병력을 또 분산시킨다? 불허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일은 계속해서 자신의 의견을 이어갔다.


“성문은 열렸고 이미 몇몇 이들이 그로마에게 넘어갔습니다. 녀석은 생각하겠죠. 자신의 권모술수가 먹혔다고. 그리고 이 틈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총공격을 한다?”


“분명 탐색을 위해 병력을 나누긴 하겠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총공격을 강행할 겁니다. 그 사이, 우리는 별동대를 꾸려 그로마를 직접 칠 겁니다. 일명 본진 드랍쉽 작전!”


카일이 힘줘 외쳤다.

하지만 타르칸은 ‘이 녀석이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싶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네 작전엔 고려하지 않은 것이 있다. 병력의 차이다.”


타르칸이 ‘잘 들어라! 애송이. 이게 경험의 차이다.’라는 표정으로 추가 설명을 이었다.


“적들은 병력을 큰 희생 없이 온존시켰다. 하지만 우리는? 4대 용병단은 와해됐고 잔존 세력마저도 영지민 호위에 쓴다. 전체 병력의 사분의 일이 날아간다고 볼 수 있지. 그 와중에 병력을 나눈다? 나는 옳지 않은 판단이라 본다.”


카일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로마를 직접 치는 인원은 3명이면 충분합니다.”


“3명?”


“저. 스승님. 그리고 백작님. 적진에 들어가는 건 이 3명입니다.”


***


“같잖은 수를.”


그로마가 다리로 막아놓은 성문을 보며 조소했다. 그리고


“쳐라.”


마물들을 진격시켰다.


‘카일. 나는 바보가 아니다.’


그로마는 카일의 예상대로 움직였다.

먼저 탐색조를 보낸 뒤 그 뒤에 본대를 배치해 총공격을 준비했다.


풍덩! 풍덩!


오우거와 트롤을 필두로 마물들이 진격했다.

구울과 스켈레톤이 몸을 해자의 틈을 메꿨다.

발록이 펼쳤던 전술.

자신은 본진에 앉아 마법을 통해 상황을 지켜봤다.


“막아라!”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성벽 위에서 소리치는 베인과 페름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잔꾀를 부리고 있구나.”


그로마가 조소했다.

그 어디에도 카일, 다리아, 타르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내가 가지 않으면 그만.”


그로마는 속으로 조소했다.


‘똑같은 작전이 두 번이나 먹힐 만큼 나는 바보가 아니다.’


그때였다.


솨아아앗.


그의 앞에 마법진이 빛났다.

그리고


파앗.


카일과 다리아, 타르칸이 그로마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로마가 그 자리에 앉아 눈을 깜빡였다. 도저히 벌어질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드랍쉽 작전이라고 들어는 봤나?”


“뭐?”


“노르망디 상륙 작전은?”


그로마는 카일이 뱉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눈만 깜빡였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로마가 파안대소하기 시작했다.


짝짝짝.


그가 리스펙을 담아 카일에게 박수를 보냈다.


“카일 자르온. 역시 너는 특별해. 설마 본진으로 직접 쳐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그로마가 마법진을 살펴봤다.


“역추적인가?”


“알면서 뭘 물어. 엘프의 숲에서부터 어지간히 당했어야지. 마법사들은 손 놓고 녹봉만 받는 줄 알았나?”


“그래. 차라리 잘 됐어.”


그로마는 3명의 소드 마스터를 앞에 두고도 일절 동요의 기색이 없었다. 그의 마음은 지금 잔잔한 호수였다. 작은 일렁임조차 없는 호수.


“카일. 네가 있는 이상 쉽게 끝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헌데 직접 찾아올 줄이야. 일이 줄었어.”


그로마가 날개를 펼치며 암흑 마나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그것이 전투 시작의 신호였다.


쾅! 쾅!


다리아와 타르칸이 암흑 마나를 쳐내며 빠르게 그로마에 접근했다. 타르칸이 그로마에게 쇄도하며 작전을 상기했다.


1시간 전,


“절공검이 3성에 이르면 검이 지나간 자리에 일순 공간이 갈라집니다.”


카일이 타르칸 앞에서 손수 시범을 보였다.

카일의 말대로였다.

레텐토가 지나간 자리에


찍.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갈라졌다.


“그래서?”


하지만 타르칸은 놀라지 않았다.


“나인데일류 검술에 끝은 무엇입니까?”


“나인데일류 검술은 수호하는 검이다. 그 검이 극에 달하면 그 누구도 뚫을 수 없는 굳센 방벽이 되지.”


“실로 패도 적이지만 그 끝은 방어와 수호다. 스승님은? 3성에 도달하셨습니까?”


카일이 더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듯 다리아를 바라봤다.


“아직.”


“그러면 이번 작전의 핵심은 제가 되겠군요.”


‘건방진 녀석이.’


그때를 생각하며 타르칸이 보법을 밟았다.

그의 보법은 그 어느 때보다 경쾌했다.

한편


‘불안하구나. 또 무슨 꿍꿍이일지.’


그로마는 자신에게 쇄도하는 2명의 소드 마스터는 깔끔이 무시한 채 카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로마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엔 카일이 발도 자세를 취한 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슈우우우우.


그로마가 암흑 마나를 압축했다.

파르테온에서 보여줬던 절기.

언제나 그의 생각은 하나였다.


‘카일에게 시간을 주면 안 된다.’


마나를 압축하고 압축한 작은 구체가 카일을 향해 날아갔다.


우우웅.


검은 구체 주변으로 공간이 일그러졌다. 다리아와 타르칸이 눈빛을 교환했다. 피할 순 있다. 하지만 피하면 이 구체는 곧장 카일에게 간다.


‘어쩌면 검술 인생 마지막 발도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각오를 굳힌 타르칸이 앞으로 나섰다.


‘나인데일류 비기.’


‘태산!!!!’


타르칸이 검을 뽑아 아래로 내려쳤다.

그러자 그의 검을 따라 거대한 검막이 형성됐다.


콰아아아앙!


검은 구체와 타르칸의 오러 블레이드가 충돌했다.

그로마는 당황했다.

자신이 응축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양의 암흑 마나를 압축해 전방으로 발사했다. 그로마는 타르칸이 그 구체를 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콰아아아아앙!


타르칸의 검이 암흑 구체를 상쇄시켰다.

물론 그 과정에서 타르칸이 검을 쥐고 있던 오른팔을 희생해야 했지만


‘절공검 제4식.’


‘낙하!!!’


그로마를 노릴 검은 하나가 아니었다.


서걱.


그로마가 몸을 돌리며 칼데아를 피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날개가 잘리는 건 막을 수 없었다.


“크흑.”


그로마는 날개가 잘린 고통도 놓치지 못한 채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하지만


‘절공검 제1식.’


‘지평선 베기!’


이 틈을 놓칠 카일이 아니었다.

그로마가 검의 궤적을 읽었다.

그리고 그 궤적이 있는 곳으로 암흑 마나를 두른 팔을 끼워 넣었다.


팟!


레텐토가 휘둘러졌다.

그로마가 몸을 살폈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

카일의 머리를 으깨는 것.

그로마가 암흑 마나를 두른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서걱.


하지만 시차를 두고 공간이 찢어지며 그로마의 팔이 잘렸다.


“어?”


그와 동시에 그로마의 시선이 회전했다.


툭.


그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카일은 방심하지 않았다.


푹!


그가 레텐토로 그로마의 오른쪽 가슴을 찔렀다.


쩌적. 팡!


오른쪽 가슴에 있던 그로마의 마석이 박살 났다.

그와 동시에 그의 육체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카일!!”


그로마가 살의를 가득 담은 눈으로 카일을 바라봤다.


“너는 내가 반드시!!!!”


더는 얘기를 들어줄 마음이 없다는 듯

카일이 그로마의 대가리를 밟아버렸다.


콰직.


그의 대가리가 수박 터지듯 쪼개졌다.


***


“적장 그로마의 목을 벴다!”


카일이 보란 듯이 성벽에 올라 그로마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마물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자신을 이끌던 수장이 죽었음을.


“놈들이 도망간다!!!”


“우리가 이겼다!!!”


성벽에 선 병사들의 환호를 시작으로


“와아아아!!”


성벽 아래서도 함성이 들렸다.

카일이 아래를 내려봤다.

성벽을 나가려 했던 영지민들이 민병대가 돼 성문을 사수하고 있었다.


“이건 잘 처리해주세요.”


카일이 그로마의 머리를 타르칸에게 넘겼다.


“재미는 혼자 다 보고 번거로운 일은 늙은이를 시키는구나.”


“이게 왜 번거로운 일입니까? 나인데일가의 위상을 이끌 최고의 전리품인데.”


카일이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성벽을 내려갔다.

피곤함이 엄습했다.


‘일단 한숨 자고 몸 좀 씻은 다음에 레이첼을 만나러 가면 되겠지.’


그때였다.


“살려주세요.”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카일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갔을 때


“살려주세요.”


엘사의 몸이 암흑 마나에 서서히 갉아 먹히고 있었다.


“얘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모르겠어요. 검은 구체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검은 구체?’


카일이 주위를 살폈다.

주변에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의심되는 것은 하나.

아이가 서 있는 곳.

그곳은 그로마가 암흑 포털을 열었던 장소다.


‘암흑 마나에 노출된 것인가? 아니! 생각은 나중이다. 지금은 원인 규명보다 이 아이의 치료가 먼저야!’


“조금만 참아. 금방 낫게 해줄게.”


카일이 엘사를 안고 신관이 있는 성당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였다.


촤악!


암흑 물질이 점액처럼 펼쳐지며 카일의 눈을 막았다.


“애기야! 도망가!”


카일은 암흑 마나가 엘사를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그 순간


푹!


새하얀 곡도 한 자루가 카일의 가슴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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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경고 23.07.10 219 4 13쪽
89 너는 내가 반드시 (7) 23.07.09 219 3 12쪽
» 너는 내가 반드시 (6) 23.07.08 219 3 13쪽
87 너는 내가 반드시 (5) 23.07.07 220 3 12쪽
86 너는 내가 반드시 (4) 23.07.06 227 3 12쪽
85 너는 내가 반드시 (3) 23.07.05 238 3 12쪽
84 너는 내가 반드시 (2) 23.07.04 263 3 12쪽
83 너는 내가 반드시 (1) 23.07.03 239 3 12쪽
82 총공격 (5) 23.07.02 256 3 11쪽
81 총공격 (4) 23.07.01 242 3 11쪽
80 총공격 (3) 23.06.30 254 3 12쪽
79 총공격 (2) 23.06.29 247 3 11쪽
78 총공격 (1) 23.06.28 249 2 12쪽
77 초전(初戰) (4) 23.06.27 259 3 12쪽
76 초전(初戰) (3) 23.06.26 248 3 11쪽
75 초전(初戰) (2) 23.06.25 257 3 12쪽
74 초전(初戰) (1) 23.06.24 270 3 13쪽
73 메피스토 23.06.23 271 3 12쪽
72 낚시 (5) 23.06.22 263 3 12쪽
71 낚시 (4) 23.06.21 269 3 13쪽
70 낚시 (3) 23.06.20 266 3 13쪽
69 낚시 (2) 23.06.19 264 3 12쪽
68 낚시 (1) 23.06.18 274 3 12쪽
67 침략 (5) 23.06.17 269 3 12쪽
66 침략 (4) 23.06.16 263 3 11쪽
65 침략 (3) 23.06.15 268 3 11쪽
64 침략 (2) 23.06.14 27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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