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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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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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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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 집 마련 (3)

DUMMY

‘결국 여기까지 밀렸는가?’


철강왕 파이톤이 거세게 박동하는 철문을 억누르며 생각했다.


‘선조들이여. 죄송합니다. 부디 이 부족한 지도자를 원망하소서.’


파이톤이 뒤를 돌아봤다.

이곳은 역대 철강왕들의 영혼이 묻힌 무덤.

그의 눈에 초대부터 시작해 한 명씩 차곡차곡 쌓아 올린 드워프들의 유구한 역사가 보였다.


“머슬.”


“무슨 일인가?”


“잠시 이리로.”


파이톤의 명령에 머슬이 터덜터덜 걸어왔다.


슥.


철강왕이 쓰고 있던 투구를 머슬에게 넘겼다.


“지금 뭐 하자는 건가?”


“그 어느 때보다 조촐한 대관식이라 미안하다.”


“대관식? 그게 뭔가?”


“다음 철강왕은 너라는 뜻이다.”


머슬이 눈을 깜빡거렸다.

밀려오는 언데드를 막다 이게 뭔 철검에 톱질하는 소리란 말인가? 파이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타오르는 눈으로 머슬을 바라봤다.


“그게 당신의 뜻인가?”


파이톤이 고개를 끄덕였다.

머슬은 느꼈다.

그는 각오했다.

생의 마지막 담금질.

드워프의 죽음을 이 자리에서 맞이하겠다고.


“알겠다. 당신의 뜻 받아들인다.”


“남은 드워프들을 데리고 파르테온을 빠져나가게.”


“나 머슬이 선대 철강왕의 의지를 받들겠다. 걱정하지 마라.”


“고맙네.”


머슬이 투구를 이어받았다.

그렇게 47대 철강왕 파이톤이 탄생했다.


“46대 철강왕 파이톤 해머. 그동안 수고 많았다.”


“이런 힘든 시기에 왕위를 넘겨 미안하네.”


“해머. 불완전한 것을 다듬는 일. 그게 드워프들이 제일 잘 하는 거 아니겠나.”


“그도 그렇지.”


“드워프들은 도끼를 들어라. 나를 따른다!”


철강왕이 된 머슬이 드워프들에게 명령했다.

그 누구도 그의 명령에 반박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차기 철강왕은 머슬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왔던 일이니까.


“우린 남겠다.”


백발에 흰 수염이 얼굴을 가득 채운,

얼굴에 세월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노인 드워프 몇몇이 성문을 지켰다.


“알겠다. 나 철강왕 파이톤이 감히 얘기하건대 그대들의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걸작이다.”


“말 다 했으면 가라.”


실로 담백하고 간결한 작별이었다.

그렇게 드워프들이 떠나고 잠시 후


우지끈.


정교하고 단단하게 만든 드워프의 문짝이 휘어졌다. 그리고 문틈으로 보이는 붉은 눈빛.


“얘들아. 다들 연장 챙겨라.”


해머의 명령에 드워프들이 무기를 들었다.


“마지막 담금질 시간이다!”


***


파르테온은 내가 여태 봐왔던 그 어떤 성벽보다 굳건했다. 심지어 대륙의 패자라 할 수 있는 헬리온 왕국보다도. 근데 그런 파르테온이 뚫렸다. 원인이 무엇일까?


‘발록?’


가장 유력한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제이 파치노의 성검에 마석이 깨질 운명이다. 게다가 이곳을 침공했다 하기엔 헬 하운드의 모습이 일절 보이지 않았다.


‘마왕?’


이것도 가능성이 작았다.

그는 지금 4개의 재앙을 모두 잃은 상태.

소설 속 그는 무턱대고 몸을 움직이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며 말을 몰고 있을 때 철옹성이 뚫린 원인을 발견했다.


“리치구나!”


다크 리치라면 설명이 됐다.

엘프의 숲에서도 다크 리치에게 성벽이 무너질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는 에드가와 릴리, 탈리아, 정령술사가 있기에 방어할 수 있었지만, 드워프는 아니었다.


“난 이곳에 마법사들이 상주하길 바라네. 그들이 우리에게 마법사를 지원해주면 우린 그들에게 야금술을 알려주는 거지. 하지만 드워프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네.”


파이톤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의 정책은 옳았다.

하지만 이번엔 국민이 반대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한쪽은 국민이 개방을 원하나 로드가 반대했고 한쪽은 로드가 개방을 원하나 국민들이 반대했다.


“공자님. 생각보다 일이 심각한데요.”


이자벨라의 말대로였다.

주변엔 온통 드워프들의 시체뿐이었다.

그와 반대로 마물들의 시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다크 리치의 마법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샘.


“베인!!!”


전사는 그려졌다.

상황도 파악했다.

이제는 움직임만 있을 뿐.


“말해라.”


베인은 어느새 말에서 내려 적들을 도륙하고 있었는데 베테랑답게 눈에 보이는 다크 리치들부터 차근차근 구축해나갔다.


“이곳을 부탁해!”


“알았다.”


긴말은 필요 없었다.

그녀와 나 사이엔 이 정도 대화면 충분하니까.


“스승님. 이자벨라. 우리는 곧장 파이톤에게로 갑니다.”


“알겠다.”


“길을 만들게요.”


2명의 소드 마스터.

거기에 정령왕의 가호와 드래곤의 독을 품은 포이즌 슬레이어. 패잔병들의 연합이 막기엔 너무나 강대하고 막강한 조합이었다. 우리는 파죽지세로 녀석들을 뚫고 지나갔다.


“저번 전쟁 때 파이톤이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발록이 침공하기 전,


“갈 곳이 있네.”


파이톤이 우리를 안내한 곳이 있다.


“비상탈출로일세. 만약 전세가 기울고 파르테온이 멸망할 것 같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이 길로 빠져나가게.”


“파이톤님은요?”


“이곳은 드워프의 성. 게다가 난 철강왕 파이톤이다. 마무리는 왕이 직접 해야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 걸까?

눈을 마주친 우리가 눈을 끄덕였다.


‘살릴 수 있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들과 함께라면 살릴 수 있다.


“지휘관이 리치킹일겁니다.”


말은 예상이지만

마음은 확신이었다.

발록을 처치한 후, 제이 파치노는 파죽지세로 마왕성에 향한다. 그리고 그를 가로막던 마왕의 사역마 중 하나가 리치킹이었다.


‘결국 또 나구나.’


원래대로라면 리치킹은 지금 제이 파치노 일행을 막기 위해 마왕성 주변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결국 나라는 개입이 리치킹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정신 차려라.”


다리아가 전방을 바라본 채 나에게 말했다.


피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전시 상황이다. 왜 웃는 것이냐? 나는 제자를 그렇게 병신처럼 가르친 기억이 없다.”


“그냥. 오늘따라 스승님의 욕이 마음을 안정시키네요.”


“다행이구나. 병신이 곱게 미쳐서.”


“공자님.”


이자벨라의 부름에 잠시나마 느슨해졌던 긴장감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우리는 모두 느꼈다. 저 다리 너머, 문틈으로 사악하고 요사스러운 기운이 세어 나오고 있었다.


“여기서부턴 달리죠.”


말을 돌려보낸 뒤 안개의 보법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잠시 후, 우리 눈앞에 찌그러진 철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일대, 정기가 빨린 드워프들이 미라처럼 바짝 마른 채 죽어있었다.


“이자벨라. 시체를 처리해줘.”


“하지만.”


“안쪽은 나와 스승님만으로 충분해. 그러니까 시체는 되도록 멀리 떨어트려 놓아줘. 전투로 훼손되지 않게.”


“알겠어요.”


“스승님. 저 문은 자르면 안 됩니다.”


“알겠다.”


이자벨라를 보낸 뒤 나와 다리아가 피난처에 도착했을 땐


쾅! 쾅! 쾅! 쾅!


리치킹이 뼈로 된 지팡이를 파이톤에게 겨누고 있었다. 파이톤은 무기도 내팽개치고 양팔을 든 채 땅에서 올라오는 암흑 촉수를 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커헉.


그에게 한계가 도래했다.

몸은 빠르게 야위었고

입에서는 피가 흘렀으며

눈은 총기를 잃어갔다.

나와 다리아가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절공검 제2식.’


‘바위 뚫기!’


내가 리치킹을 노렸고


‘절공검 제5식.’


‘만월!’


다리아가 지면에 생긴 암흑 촉수를 베어냈다.


쾅!


리치킹은 다크 리치들보다 머리 하나가 컸지만, 행동은 그들보다 날랬다. 녀석은 뒤에서 풍겨오는 살기를 감지하고 빠르게 몸을 돌려 방어 마법을 시전했다.


[여기 내 영생을 지속시켜줄 또 하나의 재물이 도착했구나. 으하하하하.]


두개골 안에 있는 붉은 눈빛이 반짝였다.

녀석의 몰골은 소름 끼치고

목소리는 불쾌했으며

그의 행동은 내 분노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닥쳐라. 해골바가지.”


주변을 둘러봤다.

사방에 드워프의 시체가 널려있었다.

그들의 우람했던 근육은 탈수된 옷처럼 쪼그라들었고 섹시했던 구릿빛 피부는 공사장의 폐자재처럼 창백하게 변해있었다.


[건방지구나.]


“이 정도면 많이 참아준 거다.”


녀석의 두개골이 달그락거렸다.


[한낱 필멸자의 오만일 뿐.]


“어디 남의 생명 쪽쪽 빨아먹는 해골바가지가.”


딱.


리치킹이 손가락을 튕겼다.

순식간에 눈앞이 암전됐다.

그리고 다리아와 이자벨라의 모습이 보였다.


“후회하지 않느냐?”


“뭐를요?”


“카일을 따라온 거.”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자벨라의 침묵이 길어졌다.

그곳에는 오직 장작이 타닥타닥 타오르는 소리만 불타오르고 있었다.


“후회하죠.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죽을 뻔도 했고요.”


그녀의 말에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그녀의 흑진주 같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그때 왜 그러셨어요? 말렸어야죠.”


이자벨라가 괴로운 표정으로 나를 다그쳤다.


“와. 이거 리얼하네.”


이건 리치킹이 만든 허상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실감 났다.

사람의 마음속 가장 여린 곳을 파고드니까.

제이 파치노도 여기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으니까.


“이자벨라. 미안.”


하지만 이건 허상이다.

난 그리고 파훼법을 안다.


서걱.


이자벨라의 목을 레텐토로 그었다.


“공자님? 아파. 아파. 대체 왜?”


이자벨라가 울컥울컥 올라오는 피를 보며 손으로 막으며 애절하게 나를 바라봤다.


“카일! 무슨 짓이냐! 제정신이냐!”


다리아는 나를 채근했다.


“진짜 잔인한 수법이라니까.”


멱살을 잡고 있던 다리아의 복부에 레텐토를 쑤셔 박았다.


“카일! 카일! 가르쳐 준 은혜를 이렇게 갚아? 카일!!!”


그녀의 악에 받친 외침에 눈을 감았다.


“카일! 카일!”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자벨라가 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들판이 펼쳐진 작은 오두막.

산들바람이 내 마음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잘 잤어?”


이자벨라가 내 얼굴을 쓰다듬어주며 미소 지었다.


“아.”


그녀의 얼굴을 보자 깨달았다.

내 마음속 이자벨라가 이만큼이나 자리해 있구나. 그래서 더 화가 났다. 감히 나의 소중한 이자벨라의 목에 다시 한번 손을 대게 하다니.


팟!


눈을 떴을 땐 다크 리치의 암흑 촉수가 내 몸에 닿아있었다.


[어떻게?]


주변을 둘러봤다.

다리아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스승님. 금방 편하게 해드릴게요.


“허상인 걸 아니까.”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미래의 유혹은 허상이다.

죽어봤기에 알 수 있다.

오직 현실만을 직시해야 한다.


“야. 근데 너 장난이 지나쳤다.”


녀석이 마법을 캐스팅하려 했다.

하지만 내 손이 더 빨랐다.


서걱.


녀석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헉!”


그 자리에 우뚝 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다리아의 정신이 돌아왔다. 그녀가 눈물을 급히 닦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거. 눈물 닦아봐야 운 거 다 티 납니다. 난 의외로 그녀의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네가 해치운 거야?”


내 저럴 줄 알았다.

꼭 이런 플래그 성 발언을 한다니까.

그때였다.

쓰러졌단 다크 리치 한 기가 몸을 일으키는 기척을 느꼈다.


“카일!”


푹!


다크 리치의 지팡이에 암흑 마나가 칼날처럼 뻗어 나왔다.

하지만 내가 더 빨랐다.


[어떻게?]


다크 리치의 두개골에 레텐토가 박혔다.


“다 알고 있으니까.”


리치킹이 까다로운 또 하나의 이유.

녀석은 영혼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반경 200미터 이내 시체들만 있다면 언제든 몸을 갈아탈 수 있다는 얘기. 그래서 이자벨라에게도 다리아에게도 제일 먼저 시체를 치우라 했다.


[어떻게?]


그렇게 쓰러져 있던 다크 리치 또 한 기가 일어났다. 녀석이 다급하게 탈출구를 찾았다. 하지만 문은 이미 이자벨라가 지키고 있는 상태.


“그건 알 거 없고.”


내가 레텐토를 빙빙 돌리며 녀석에게 다가갔다.


“넌 두 가지 실수를 저질렀어.”


녀석이 나에게 지팡이를 겨눴다.

하지만 소용없다.

녀석의 팔이 순식간에 잘렸다.


“첫째. 고인들을 능욕하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녀석의 목이 다시 떨어졌다.

나는 빠르게 스텝을 밟아 다음 다크 리치의 시체에 다가갔다.


“둘째 과거를 왜곡하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단정 지은 거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서서히 일어나는 녀석의 사지육신을 절단했다.

녀석은 바닥에 쓰러져 무력하게 이빨만 달그락거릴 뿐이었다.


“이자벨라를 건드린 거.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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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내 집 마련 (2) 23.07.12 228 4 13쪽
91 내 집 마련 (1) 23.07.11 229 4 13쪽
90 경고 23.07.10 219 4 13쪽
89 너는 내가 반드시 (7) 23.07.09 219 3 12쪽
88 너는 내가 반드시 (6) 23.07.08 218 3 13쪽
87 너는 내가 반드시 (5) 23.07.07 220 3 12쪽
86 너는 내가 반드시 (4) 23.07.06 226 3 12쪽
85 너는 내가 반드시 (3) 23.07.05 237 3 12쪽
84 너는 내가 반드시 (2) 23.07.04 263 3 12쪽
83 너는 내가 반드시 (1) 23.07.03 239 3 12쪽
82 총공격 (5) 23.07.02 256 3 11쪽
81 총공격 (4) 23.07.01 242 3 11쪽
80 총공격 (3) 23.06.30 254 3 12쪽
79 총공격 (2) 23.06.29 247 3 11쪽
78 총공격 (1) 23.06.28 249 2 12쪽
77 초전(初戰) (4) 23.06.27 259 3 12쪽
76 초전(初戰) (3) 23.06.26 248 3 11쪽
75 초전(初戰) (2) 23.06.25 257 3 12쪽
74 초전(初戰) (1) 23.06.24 270 3 13쪽
73 메피스토 23.06.23 271 3 12쪽
72 낚시 (5) 23.06.22 263 3 12쪽
71 낚시 (4) 23.06.21 269 3 13쪽
70 낚시 (3) 23.06.20 266 3 13쪽
69 낚시 (2) 23.06.19 263 3 12쪽
68 낚시 (1) 23.06.18 274 3 12쪽
67 침략 (5) 23.06.17 2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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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침략 (2) 23.06.14 27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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