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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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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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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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낚시 (5)

DUMMY

때는 탈론과 의무대에 있게 때로 돌아간다.


“아 그 전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뭔가?”


“왕실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찾아주실 수 있습니까?”


“누구를?”


“네스뵈라고 합니다.”


내가 굳이 탈론을 통해 부탁하는 이유는 이거다. 이미 내가 왕궁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그의 귀에 들어갔을 거다. 내가 만나자고 하면 작정하고 숨을 그였다. 그래서 탈론의 힘을 빌렸다. 그리고 탈론의 일 처리는 깔끔했다.


“......”


숨 막히는 침묵이 네스뵈의 집무실을 지배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나는 그의 숨통을 조르는 쪽이고 네스뵈는 숨이 막히는 쪽이었다.


호록.


난 급할 게 없었다.

그쪽에서 날 어렵게 해준다면야 나야 땡큐였다. 내가 부탁하려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난 그때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내렸네.”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네스뵈였다.


호록.


나는 그럼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게 더 효과적이니까.


“날 찾아온 이유가 뭔가? 이제 와 질책이라도 하려고?”


“왕궁 마법사가 한 최선의 선택을 제가 어찌 질책하겠습니까?”


내 말에도 네스뵈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그도 알고 있다. 자신의 지위와 체면 자존심이 입을 지배하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양심의 눈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을.


“근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서요. 그때 그 선택. 최선 맞습니까?”


“내가 내린 최선이었네.”


“북부의 영지민과 마법사들을 저울질한 건 아니었고요?”


“그 폭발은 막을 수···.”


말을 하려던 네스뵈가 입을 다물었다.

이미 그가 만든 가설은 거짓으로 판명했다.

그리고 그걸 증명할 존재가 눈앞에 앉아있었으니까.


“부탁 하나 하려고 왔습니다.”


“무슨 부탁?”


“그냥 마도구를 하나 받고 싶습니다.”


“마도구?”


“네. 음성을 녹음할 수 있는 수정구가 필요합니다. 작으면 작을수록 좋고.”


네스뵈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아티팩트급 마도구를 요구할 거라 생각한 모양.


“잠깐 기다리게.”


그가 내 앞에 엄지손톱 크기의 작은 수정구를 내려놨다.


“녹음 시간은 최대 10분. 여기 이곳에 마나를 한 번 흘려 넣으면 녹음. 두 번 흘려 넣으면 재생이 될 걸세.”


그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수정구를 통해 자신의 죄책감을 덜 수 있다면 굉장히 싸게 먹힌다고 생각한 모양.


“감사합니다.”


내가 수정구를 잡으며 일어났다.


“아 근데 그건 아셔야 합니다. 고작 이런 수정구 하나 주셨다고 그때 네스뵈님이 한 행동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사람의 목숨을 저울에 올려놓고 마법 수정구 하나로 '땡' 치려고? 어림없다. 이 양반아.


***


똑똑똑.


“카일 자르온. 안에 있으면 대답해라.”


쾅쾅쾅!


노크는 손가락으로 시작해 주먹으로 그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난 여유로웠다. 이래서 사람은 켕기는 일 하면서 살면 안 된다. 나에겐 그저 소음이겠지만 하이머 백작에겐 심장을 두드리는 압박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어떡할래요?”


하이머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는 이 정치판을 해쳐나온 백전노장이다. 그 찰나의 순간, 하이머 백작이 생각을 정리하고 씩 웃었다.


“조작이다.”


“이거 백작님 목소리 아닙니까?”


“국왕이 왕궁 마법사를 시켜 나에게 불리한 증언을 녹음했구나.”


이렇게 나오시겠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래도 조사는 받으실 겁니다.”


“결국 조사 기간만 길어질 뿐.”


“조사 기간이 길어져도 괜찮겠습니까?”


말을 이어가던 하이머 백작의 표정이 굳었다.


“백작님. 잘 생각해보세요. 조사가 길어지고 왕궁 마법사가 조작 사실을 부인합니다. 그렇게 됐을 때 백작님 곁에 있는 귀족들이 여전히 백작님을 지지할거라 생각합니까?”


그럴 리가 없다.

모든 조직 사회가 그렇다.

그들은 이익집단이다.

근데 하이머 백작이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 매정하게 백작을 버리고도 남을 그들이었다. 그리고 백작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원하는 게 뭔가?”


“별거 아닙니다. 그냥. 계약서의 이 한 문장만 지워주시면 됩니다.”


하이머 백작의 시선이 내 손끝을 따라갔다.


4. 새해가 되면 카일은 딩거 하이머 백작에게 기사 서임을 받는다.


“네가 감히···.”


하이머 백작이 양손을 꽉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좋은 일 하시는 겁니다.”


쾅쾅쾅!


그 사이 왕궁 조산이 다시 한번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나에게도 하이머 백작에게도 저 노크 소리가 빨리 서명하라는 재촉으로 들릴 터였다.


“카일 자르온! 마지막 경고다. 이번에도 대답이 없으면 강제로 문을 열겠다.”


“그렇다는데요?”


“.... 펜은 어디 있지?”


***


조사실은 실로 삭막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검사가 용의자를 붙잡고 심문하던 공간은 호텔로 느껴질 정도. 지금은 그저 고문실이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하이머 백작과 함께 있던 이유는?”


조사관의 얼굴은 없던 긴장감도 생길 관상이었다. 게다가 표정은 싸늘했고 눈빛은 살벌했으며 말투는 삭막했으니 없던 사실도 불어야 할 기세. 하지만 난 당당했다.


“계약서를 최종 조율하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산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조사관의 눈빛을 보며 주눅 들 만큼 부끄럽게 살진 않았으니까.


“어떤 계약이었지?”


“하이머 백작의 사병 지원 관련 계약이었습니다.”


내가 품에서 계약서를 꺼내 조사관에게 넘겼다. 조사관이 계약서를 살펴봤다.


“하이머 백작에게 병사를 지원받은 이유는?”


“자기 사병이 남부 대륙을 덮고도 남는다고 하길래 요청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제 곧 마왕군이 진격할 겁니다. 우리는 흑성이라는 방패는 물론 엘프들도 드워프들과 협력을 방벽을 세웠습니다. 마물들을 거기서 막을 수 있다면 왕국의 피해는 최소화되겠죠.”


심문관이 내 눈을 살폈다.

살펴봐야 소용없다.

진실이니까.

내가 주변을 훑어봤다.

벽 군데군데 마나가 은밀히 주입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내 발언의 진실 여부를 판별할 마법이 발동되고 있다는 뜻.


“하이머 백작이 정말 그런 이유로 사병을 지원했다고.”


조사관이 눈이 더욱 매서워졌다.

문득 화가 났다.

아니. 구해주겠다는데 왜 이 난리지.


“저도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뭔가?”


“원하는 답을 듣고 싶은 겁니까? 진실된 답을 듣고 싶은 겁니까?”


어차피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조사관은 안다. 그럼에도 계속 질문을 하는 건 결국 털어 나온 먼지 한 점을 정치에 이용하려 하는 게 아닌가?


피식.


조사관이 웃었다.


“당연히 질신된 답이지.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다. 병사들을 어떻게 쓸 생각이지.”


“흑성에 반. 엘프의 숲에 반 주려고 합니다.”


“흑성은 변경백이 지휘하겠지만 엘프의 숲은? 인간에게 개방한 적 없는 엘프의 숲에 병력을 보낸다고 받겠나? 혹 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니고?”


내가 조사관의 눈을 살폈다.

내 감이 맞다면 그는 정치권과는 관계없는 인물. 그저 책임을 다하는 인물이라는 게 내 결론이었다.


“저랑 같이 가면 받아줄 겁니다.”


***


헬리온 왕국은 태양력을 성호로 사용하는 국가다.

1년은 365일이면 지금 떠오르는 새벽 해를 기점으로 오늘은 태양력 443년 1월 1일이다.


“이게 정말 완성이 되는구나.”


리리아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게요.”


옆에 있던 조이도 말을 거들었다.


태양이 떠오른다.


리리아와 조이는 드높이 솟은 성벽 위에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맞이했다.


“카일 자르온. 정말 대단한 녀석이구나.”


그가 엘프의 숲에 지나간 뒤 많은 일이 있었다.


“거기 너! 내가 말했지. 방패는 상체 힘만 쓰는 게 아니라 하체 힘도 같이 써서 밀어야 한다니까!”


북부의 사내 도슨은 엘프들의 공성 병력에 맞게 훈련했고


“아이! 그건 실패작이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왜 이리 성질이 급해!”


프로틴을 필두로 한 드워프들은 성벽이 완성되자 이곳에 눌러앉아 활과 화살을 만들었으며


“리리아님! 나인데일 백작가, 스톤 남작가, 테일러 자작가에서 물품 보급이 왔습니다.”


다리아는 귀족가를 돌아다니며 물품을 지원받았다.


“조이. 놀고 있을 시간에 골렘 한기라도 더 만들어!”


탈리아는 여전히 리리아와 데면데면했지만, 엘프의 숲을 위해 골렘을 만들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구나.’


리리아는 느끼고 있었다.

나무들이 떨고 있었다.

그곳에 터전을 잡은 정령들이 성벽 너머로 피신했다.

그들이 말했다.

산 너머, 마물들이 진군하고 있다고.

그렇게 그녀가 당도하지 않는 적을 바라보고 있을 때


“리리아님.”


숲의 최외곽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엘프가 다가왔다.


“인간들이 오고 있습니다.”


“얼마나요?”


“정령을 통해 살펴본 결과 그 수 대략 2만입니다.”


‘왔구나.’


리리아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명령했다.


“맞이하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세요.”


***


“공자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어허. 괜찮대도!”


“사람들이 보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는 지금 2만이라는 대군을 이끌고 엘프의 숲을 향하고 있다. 나와 이자벨라는 최선두. 다른 이들과 차이가 있다면 나는 지금 이자벨라와 함께 말을 타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처음 살인했을 때. 내 품에서 그녀는 떨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포이즌 슬레이어가 돼 엘프의 숲을 향하고 있던 것이다.


“이 길 기억나?”


“기억나죠. 광마 찾으러 갔다가 오우거 만난 그 들판이잖아요.”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전쟁을 앞두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거창한 걸 할 필욘 없었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지난날을 추억하면 그것으로 된 거다. 죽기 전을 떠올려보니 머리카락이 없다는 이유로 추억을 만들지 않은 게 한이 됐다.


-아니. 조금 가자니까!


-너나 가.


-야! 머리야 모자 쓰면 되는 거잖아.


그때는 석영이의 그 무심한 말이 왜 그리 상처로 다가왔는지. 나는 녀석의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상처를 주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겐 상처보다 상기할 기억을 주는 것. 그게 내가 인생 2회차에 깨달은 일이었다.


“설마 화살이 날아오진 않겠죠?”


이자벨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건 그거대로 괜찮을지도.”


내가 뒤를 따라오는 지원군들을 봤다.

백작이 소리를 떵떵 칠만했다.

병사들은 이미 잘 훈련된 군인이었다.

소드 익스퍼트들은 내가 직접 뽑았다.

정보상이 준 정보를 바탕으로 검의 길을 걷는 무인들로.


“이제 곧 엘프의 숲 초입이다. 모두 긴장해라.”


한편으론 엘프들이 화살을 쏘는 건 어떨까 싶은 상상을 했다. 한 개의 화살이 천 개의 화살이 돼 떨어진다. 뒤에 있는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대영을 갖추고 화살을 막는다. 그리고 내가 리리아에게 말하는 거다.


보아라.

내가 데려온 병사들을.

너희를 지켜줄 병사들이 이렇다.

하지만


“공자님. 저기.”


내가 상상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왔는가?”


숲의 초입,

리리아를 기점으로 마을의 경계를 서고 있던 엘프들이 모두 나와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리리아님.”


“그대는 정말 나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구나.”


리리아가 내 뒤에 도열한 기사와 병사들을 봤다.


“리리아님 상상 이상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녔으니까요.”


나와 이자벨라가 말에서 내렸다.


“숲은 어떻습니까?”


“덕분에 잘 대비할 수 있었지.”


덥석.


리리아가 따듯한 눈빛으로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엘프의 숲을 위해 힘써준 점 정말 감사하네.”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지옥 같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나는 찰나의 천국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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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경고 23.07.10 219 4 13쪽
89 너는 내가 반드시 (7) 23.07.09 219 3 12쪽
88 너는 내가 반드시 (6) 23.07.08 219 3 13쪽
87 너는 내가 반드시 (5) 23.07.07 220 3 12쪽
86 너는 내가 반드시 (4) 23.07.06 227 3 12쪽
85 너는 내가 반드시 (3) 23.07.05 238 3 12쪽
84 너는 내가 반드시 (2) 23.07.04 264 3 12쪽
83 너는 내가 반드시 (1) 23.07.03 239 3 12쪽
82 총공격 (5) 23.07.02 256 3 11쪽
81 총공격 (4) 23.07.01 242 3 11쪽
80 총공격 (3) 23.06.30 254 3 12쪽
79 총공격 (2) 23.06.29 247 3 11쪽
78 총공격 (1) 23.06.28 249 2 12쪽
77 초전(初戰) (4) 23.06.27 260 3 12쪽
76 초전(初戰) (3) 23.06.26 248 3 11쪽
75 초전(初戰) (2) 23.06.25 257 3 12쪽
74 초전(初戰) (1) 23.06.24 271 3 13쪽
73 메피스토 23.06.23 271 3 12쪽
» 낚시 (5) 23.06.22 264 3 12쪽
71 낚시 (4) 23.06.21 269 3 13쪽
70 낚시 (3) 23.06.20 266 3 13쪽
69 낚시 (2) 23.06.19 264 3 12쪽
68 낚시 (1) 23.06.18 274 3 12쪽
67 침략 (5) 23.06.17 269 3 12쪽
66 침략 (4) 23.06.16 263 3 11쪽
65 침략 (3) 23.06.15 268 3 11쪽
64 침략 (2) 23.06.14 27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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