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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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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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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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너는 내가 반드시 (4)

DUMMY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왜 이렇게 되고 나서야 알았을까?

도대체 얼마 만인가?

그녀와 이렇게 눈을 마주치고 있는 게.


“야이 악령 새끼야!!!”


내가 이자벨라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악령에게 말했다.


“이자벨라는 절대 안 넘긴다!!!”


“......”


이자벨라는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자벨라! 기다려! 반드시 지켜줄 테니까!”


다짐하듯 그녀에게 말했다.


“내 머리 관리해줄 사람은 너밖에 없어.”


씨익.


그녀가 웃었다.

이것은 그녀가 짓는 행복의 미소일까?

악령이 나에게 보내는 비웃음일까?


탓.


이자벨라가 말했다.

아니 그 속에 깃든 악령이 말했다.


‘감성적인 시간인 이 정도면 충분하지?’



이자벨라의 전투력은 상당했다.

근접전은 취약할거라고 생각한 나의 판단을 비웃듯 그녀는 정령의 힘에 독을 응축해 나에게 휘둘렀다.

그녀의 공격은 까다로웠다.


촤아아악.


이자벨라의 주먹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독무가 따라왔다. 내 절공검이 지나간 자리의 공격을 찢는다면 그녀의 주먹이 지나간 자리엔 맹독이 도사렸다.


퍽!


본능적으로 거리를 벌리기 위해 그녀의 복부를 발로 찼다.


“괜찮아?”


씨익.


그녀는 웃고 있었다.

아니, 그 안에 갇힌 악령이 비웃고 있었다.


“이 새끼가!”


머리끝까지 열이 올라온다.

하지만 최대한 가라앉혔다.

저 몸은 이자벨라의 것.

내가 흥분해 무기를 휘두르면 나만 손해다.

나는 회피 위주로 전투를 끌고 갔다.


“공자님···. 괴로워요···.”


주먹을 휘두르는 그녀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졌다.


“살려주세요. 제발···.”


그녀는 주먹을 휘두르는 와중에도 고통에 몸부림쳤고 이윽고 얼굴에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절···. 죽여주세요. 부탁해요···.”


“......”


“절···. 편하게 만들어 주세요.”


이자벨라가 간절한 표정으로 나에게 애원했다.


“지랄한다.”


녀석은 수작을 부리고 있다.

입술이 터지고 얼굴에 멍이 들어도 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이자벨라다. 근데 이제 와서 죽여달라고? 넌 우리 사이의 관계를 너무 얕봤어.


“안 통하나.”


이자벨라의 얼굴을 한 악령이 비열하게 웃었다. 그리고 이대로는 안 되겠는지 거리를 벌렸다.


척.


이자벨라의 양손이 모아졌다.

그리고 서서히 응축되는 독.


“이 개새끼가.”


진짜 이렇게까지 한다고?

내가 레텐토을 뽑았다.

저건 오러 블레이드가 아니면 막을 수 없다.

그리고 반드시 막아야 했다.

내 등 뒤에 있는 수많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파아앙!


이자벨라의 손에서 응축된 독이 나를 집어삼켰다.

‘절공검 제3식.’


‘상천!!!’


***


눈보라가 몰아치는 작은 시골 마을.

이자벨라가 눈을 맞으며 서 있었다.

이자벨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사방이 온통 하얬다.


“뭐지”


이상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 다른 곳에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다녔던 것 같은데

기억이 모호했다.


‘아니 애초에 내가 여행을 갔었나?’


그때였다.

저 멀리서 눈을 밟고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자벨라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 잠시 후


끼익.


오두막의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네가 이자벨라구나? 잘 부탁한다.”


카일의 생모 루나 자르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비님?”


이자벨라는 놀랐다.

공비의 어깨 너머,

어린 자신이 루나 자르온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래. 저 때는 엄청나게 추웠지.’


이자벨라는 순식간에 몰입했다.

불 꺼진 벽난로.

외풍이 드는 외벽.

솜 빠진 이불.

그리고


“우리 딸을 잘 부탁합니다.”


자기 손을 루나 자르온에게 넘기던 아버지까지.


‘그땐 아버지가 날 팔아버린 줄 알았는데.’


세월이 지나고 어른이 돼서야 알았다.

아버지는 딸만이라도 등 따습고 배부른 곳에서 생활하길 바랐던 것이다. 차라리 굶는 것보다 눈칫밥을 먹는 게 낫다며 창자가 끊어지는 마음으로 딸을 공비에게 넘겼으리라.


“엄마! 엄마!!”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장면이 빠르게 넘어갔다.


“엄마!!!!”


이자벨라가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루나 자르온의 관을 부여잡고 오열하고 있는 카일의 모습이 보였다.


꼬르륵.


이자벨라는 며칠이나 배를 곯았다.


‘저런 적도 있었지.’


이자벨라가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어린 자신에게 다가갔다.


‘얘야. 걱정하지 말거라.’


그녀가 따듯하게 웃었다.

왜냐하면 그다음 벌어질 일을 알고 있었으니까.


척.


카일이 배를 곯고 있는 이자벨라에게 음식을 내밀었다.


“이자벨라. 미안. 배고팠지?”


‘그때 공자님은 어떤 눈빛을 하고 있었을까?’


이자벨라가 카일의 눈을 바라봤다.

그땐 볼 수 없었다.

음식을 허겁지겁 먹느라 코를 접시에 박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의 눈을 바라볼 수 있었다.


‘아. 역시.’


카일의 눈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자벨라를 생각하는 자상함도 보였다.


싱긋.


그녀가 카일을 보며 미소 짓고 있을 때


“이자벨라 가자.”


어느새 자신보다 커진 카일이 이자벨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디로요?”


“음~ 딱히 안 정했는데.”


“그게 뭐예요~?”


“왜 싫어?”


“아니요.”


덥석.


이자벨라가 카일의 손을 잡았다.

그와 동시에 이자벨라의 눈빛이 흐려졌다.


“낄낄낄낄”


이자벨라의 주변으로 악령이 모여들었다.

어린 카일, 성인이 된 카일, 루나 자르온 그리고 이자벨라의 아버지까지.

이자벨라의 소중한 기억으로 위장한 악령들을 그녀를 둘러싼 채 낄낄대고 있었다.


***


시간이 흘렀다.

타르칸은 여전히 용병들과 대치 중이었다.


“파악된 인원은?”


“총 4명입니다.”


“4대 용병단의 단장 3명. 그리고 이자벨라?”


“맞습니다.”


타르칸은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했다.

눈앞의 적이 3명.

이 정도면 자신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자벨라는 카일이 알아서 할 터.


“으악!”


“악!”


타르칸과 용병들이 대치하는 사이에도 희생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소드 익스퍼트 유저들이 그를 막으려 했지만 소드 마스터 초입을 바라보는 그들을 막기란 쉽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앙!


설상가상 후방으로 독무가 솟아올랐다.

어마어마한 위력.

타르칸은 생각했다.

저 독무를 온전히 받아낸 카일도 무사하진 않을 거다.

시간을 끌어봐야 더 피해가 커진다 생각한 타르칸이 마음을 정했다.


“비켜라.”


타르칸이 용병들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용병들은 침묵으로 그들의 의지를 보여줬다.


“저건 너희 단장이 아니다.”


“아침이 되면 다시 돌아옵니다.”


“그 전에 너희가 죽는다. 마지막 경고다. 비켜라.”


타르칸이 기도를 개방했다.

용병들은 타르칸의 기세에 압도당한 와중에도 발을 떼지 않았다.


“훌륭하다.”


타르칸이 검을 고쳐잡았다.


“나를 원망해라. 너희는 그럴 자격이 있다.”


***


“헉. 헉. 헉···.”


카일의 숨이 가빴다.

왼쪽 팔은 괴사했고

마나가 순식간에 고갈 났다.

레텐토에 두르고 있던 오러 블레이드도 점점 희미해졌다.


씨익.


이자벨라의 몸을 빼앗은 악령이 카일을 보며 비열한 미소를 날렸다.


팡!


악령이 카일을 마무리할 기세로 독무를 발사했다.

하지만



“카일!”


급히 달려온 에드가가 이자벨라의 독무를 막았다.


“나인데일 백작은 악령이 깃든 단장들을 죽이기로 했다.”


에드가가 타르칸의 결정을 들먹이며 카일에게 같은 선택을 강요했다.

하지만


“도와줄 거 아니면 저리 비켜.”


카일이 에드가를 밀쳤다.

그리고 에드가에게서 이자벨라를 보호하려는 듯 그의 앞을 막아섰다.


‘카일. 원망이라면 앞으로 얼마든지 받겠다.’


에드가가 카일의 뒤에서 서서히 마나를 끌어 올렸다. 이미 전장에서 알폰소를 잃은 그였다. 이 자리에서 카일마저 잃을 순 없었다. 그때였다.


“하지 마.”


카일이 살기를 머금은 눈으로 에드가를 바라봤다.


“그 마법 쓰는 순간, 나를 적으로 돌려야 할 거야.”


“이대로 가면 네가 죽는다고!”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나아.”


카일의 눈빛이 다시 이자벨라에게 향했다.


“이자벨라는 나 때문에 너무 많은 걸 희생했거든.”


***


“춥네요.”


한편, 악령의 환 상속에 갇힌 이자벨라는 카일과 함께 북부를 여행하고 있었다.


“이곳도 많이 복구됐네요.”


“그러게.”


이자벨라는 이질감을 느꼈다.

카일과 함께 여행하고 있지만 카일과 다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의 다정했던 눈빛, 따듯한 목소리, 자신을 아껴주던 마음. 무엇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공자님. 그때 기억나세요? 제가 오크들한테 독을 풀었을 때요. 그때 작전이 성공했다고 엄청나게 기뻐했잖아요.”


“그랬지.”


카일이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와 동시에


척.


이자벨라가 걸음을 멈췄다.


“너 누구야?”


그녀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무슨 소리야 이자벨라. 나야. 카일 자르온. 보면 알잖아.”


카일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이자벨라에게 다가와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탁!


이자벨라가 카일의 손을 쳐냈다.


“북부에서 난 밥 밀리언에게 독을 주입하고 몇 날 며칠을 괴로워했어. 공자님은 옆에서 그런 나를 위로해줬고. 근데 뭐? 기뻤다고? 너 누구야?”


처음엔 카일이 지쳐서 그랬던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눈앞에 카일은 자신이 기억하던 카일과 뭔가 근본적으로 달라 보였다. 결정적으로


“공자님. 머리 좀 빗을게요.”


“머리? 머리는 왜? 줘. 내가 빗을게.”


매일매일 두피를 관리해주던 그날의 루틴을 기억하지 못했다.


“아~ 순진한 년인 줄 알았더니.”


카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팟.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된 얼굴 4개가 나타났다.


“아!”


그제야 흐릿했던 그녀의 기억이 떠올랐다.

의무대에서 지원활동을 하고 있을 때


팡!


화살에 맞은 듯 검은 악령 4개가 자신을 덮쳐왔다.


‘그렇다면 여기는 내 의식 속.’


“포이즌!”


이자벨라의 부름에 포이즌이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나타났다.


“미안해. 많이 답답했지.”


“얘기는 나중에.”


“밖에 상황은?”


“안 좋아.”


“그럼 빨리 끝내야겠네.”


이자벨라의 몸에 정령의 따듯한 빛이 스며들었다.


***


“허억. 허억. 허억···.”


카일의 몸은 만신창이 그 자체였다.

서 있는 게 신기할 정도.

살점과 옷이 녹아내려 눌어붙었고 왼쪽 눈은 짓뭉개졌으며 오른팔은 검을 휘두르기 힘들 정도로 손상됐다.


“카일 허억. 조금만···. 버텨라. 새벽 어스름···. 허억. 허억···.”


에드가도 탈진 직전이었다.

그가 옆에서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카일은 진즉에 죽었을 것이다.


“......”


하지만 이자벨라도 지친 건 마찬가지였다.

무리하게 정령화를 남용한 탓에 입과 코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턱. 턱. 턱.


그녀가 비틀비틀 카일에게 다가왔다.


“하. 나도 참 병신이네.”


카일이 레텐토를 땅에 내던졌다.

사실 그녀를 벨 기회는 몇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공자님.”


“공자님!!”


“공자님~”


그때마다 자신을 부르던 따듯한 목소리가 손에 쥔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카일!!!”


위기를 감지한 에드가가 지팡이를 들었다.

하지만


팡!


“커헉.”


이자벨라가 쏜 기파에 결국 의식을 잃었다.

이자벨라가 카일의 앞에 섰다.

그리고 손에 천천히 독을 모으기 시작했다.

카일은 눈을 감았다.


‘그래. 이자벨라라면.’


독을 머금은 이자벨라의 주먹이 카일을 가격하려 했다.

순간,


우뚝.


그녀의 몸이 멈췄다.


덜덜덜덜.


이자벨라의 몸이 떨렸다.

찌르려는 육체와 막으려는 자아의 대결.

그렇게 몸이 떨기를 한참.

승부는 하늘이 정해줬다.


파앗.


하늘 위로 태양이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꺄아아악!”


이자벨라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태양 빛을 받은 그녀의 몸으로 검은 연기가 올라왔다.


“끄아아아악!”


악령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공자님?”


이자벨라의 눈빛이 돌아왔다.


“공자님!!!!”


그리고 카일의 몸을 보며 경악했다.


“왔어?”


카일이 쓰러지며 이자벨라의 품에 안겼다.

이자벨라가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마음이 찢어졌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카일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울지마. 그 모습 보려고 죽어라 버틴 거 아니니까.”


카일이 올라가지 않는 오른손을 올려 억지로 이자벨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 약속 지켰다.”


카일이 이자벨라를 보며 미소 지었다.


"무슨 약속이요?


이자벨라가 눈물을 흘리며 카일의 손을 잡았다.


“널 끝까지 지켜주기로 약속했었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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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경고 23.07.10 219 4 13쪽
89 너는 내가 반드시 (7) 23.07.09 219 3 12쪽
88 너는 내가 반드시 (6) 23.07.08 218 3 13쪽
87 너는 내가 반드시 (5) 23.07.07 220 3 12쪽
» 너는 내가 반드시 (4) 23.07.06 227 3 12쪽
85 너는 내가 반드시 (3) 23.07.05 238 3 12쪽
84 너는 내가 반드시 (2) 23.07.04 263 3 12쪽
83 너는 내가 반드시 (1) 23.07.03 239 3 12쪽
82 총공격 (5) 23.07.02 256 3 11쪽
81 총공격 (4) 23.07.01 242 3 11쪽
80 총공격 (3) 23.06.30 254 3 12쪽
79 총공격 (2) 23.06.29 247 3 11쪽
78 총공격 (1) 23.06.28 249 2 12쪽
77 초전(初戰) (4) 23.06.27 259 3 12쪽
76 초전(初戰) (3) 23.06.26 248 3 11쪽
75 초전(初戰) (2) 23.06.25 257 3 12쪽
74 초전(初戰) (1) 23.06.24 270 3 13쪽
73 메피스토 23.06.23 271 3 12쪽
72 낚시 (5) 23.06.22 263 3 12쪽
71 낚시 (4) 23.06.21 269 3 13쪽
70 낚시 (3) 23.06.20 266 3 13쪽
69 낚시 (2) 23.06.19 264 3 12쪽
68 낚시 (1) 23.06.18 274 3 12쪽
67 침략 (5) 23.06.17 269 3 12쪽
66 침략 (4) 23.06.16 263 3 11쪽
65 침략 (3) 23.06.15 268 3 11쪽
64 침략 (2) 23.06.14 27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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