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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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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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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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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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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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너는 내가 반드시 (3)

DUMMY

그로마는 카일의 등장에도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그는 균열이다.

맥그리거가 당할 수 있다는 것도 예상 범주였다.


‘저건 뭐지?’


하지만 그를 자극하는 존재는 따로 있었다.

빠르게 성벽을 뛰어다니며 암흑 기사만 쏙쏙 골라내 잡아내고 이는 다리아였다.

그녀의 보법은 유려했고 속도는 빨랐으며 검술은 원숙했다.


‘설마?’


그로마가 빠르게 다리아의 몸을 스캔했다.

그리고 발견했다.

심장이 뛰지 않음을.

그녀의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

그곳엔 드래곤 하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저게 어떻게 저 녀석한테 있지?’


스컬 드래곤의 폭주고 실패로 돌아간 뒤 그로마가 제일 먼저 한 일이 드래곤 하트의 행방을 찾는 거였다.


“북부 그 어디에도 드래곤 하트에 대한 소문은 없었습니다. 변경백을 중점적으로 조사했지만, 그에겐 드래곤 하트가 없었습니다.”


“왕국으로 보낼 확률은?”


“희박합니다.”


정보상과 녹스의 인원을 대규모로 풀어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드래곤 하트의 행방을 발견할 수 없었다.


‘폭발과 함께 사라졌나 보군.’


그로마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근데 아니었다.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그로마는 분노가 치솟았다.


쾅!


그가 앉아있던 의자는 그의 분노를 온전히 받아내지 못하고 박살 났다.


‘내 치욕적인 실수가 성벽을 휘젓고 있구나.’


그로마가 자르온 공작령을 침범한 이유,

그건 글라타르가 남겨놓은 안배를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글라타르의 안배는 어디에도 없었다.


‘카일. 네놈이 선수를 쳤구나.’


카일은 이미 글라타르 자르온의 안배를 챙겼다.

안배란 저 미쳐 날뛰는 생체 골렘이었고 그 골렘을 가동할 수 있는 핵심 재료를 자신이 직접 던져줬다. 이 사실이 그로마를 미치게 했다.


‘잠깐? 그러면 녀석이 스컬 드래곤의 폭주를 막았다고? 어떻게?’


불가능했다.

자신을 만나기 전, 카일은 소드 마스터에 이르지 못한 애송이였다.


‘변경백이 카일에게 순순히 드래곤 하트를 줬다고?’


그로마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스컬 드래곤은 변경백이 처리했다.

거기서 나온 드래곤 하트는 카일에게 하사했다.

도저히 성립되지 않는 명제였다.

그야 드래곤 하트는 대륙에 있는 모든 금은보화를 긁어모아도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소재니까.


“으어어어어어!”


이때 오우거의 고통에 찬 신음이 그로마의 귀를 자극했다. 그로마는 소리가 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 오우거의 대가리를 녹이고 있는 이자벨라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 그 정령술사인가?’


그로마의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파르테온에서 카일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던 여인.

그때 문득 흑성을 조사하러 파견됐던 단원에 말이 떠올랐다.


-카일과는 별개로 흑성에 또다른 영웅이 있다 합니다. 포이즌 슬레이어라는 정령술사입니다.


그때는 드래곤 하트에 정신이 팔려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보고.


“하하하. 하하하하하.”


그로마가 미친듯 웃기 시작했다.


‘종합하자면 카일과 저 여인이 스컬 드래곤을 처치했고 그렇게 얻은 드래곤 하트로 글라타르 자르온의 안배를 깨웠다.’


이거라면 지금의 상황이 설명됐다.

그로마는 다행이라 여겼다.

이걸로 더욱 확실해졌다.

카일.

저 녀석은 자신이 최우선으로 제거해야 할 균열이다.


***


내가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적진을 바라봤다.

녀석은 어디선가 분명 보고 있을 거다.

나는 눈으로 말했다.


‘그로마! 내가 왔다. 이 자리에서 결판내자.’


“자네는?”


“스톤 남작님.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한쪽 팔이 잘린 스톤 남작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몸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필사적이었고

전투는 치열했다고


“처음엔 몰라봤네. 정말 강해졌구나.”


“덕분입니다. 남작님. 물어볼 게 있습니다.”


“레이첼과 율리안을 묻는 거라면 걱정하지 말게.”


스톤 남작은 내가 이곳까지 달려온 이유를 단번에 알아챘다.


“알지 모르겠지만 우리 딸이 율리안 공자를 많이 흠모하고 있거든. 미래의 사위가 될지도 모르는 사내인데 신경 써야지,”


가슴을 짓누르던 추 하나가 툭 떨어졌다.


“남작님. 예전에 저한테 빚진 거 기억하십니까?”


“물론 잊지 않았네.”


“레이첼과 율리안을 지켜주신 것. 그걸로 은혜는 갚았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지자 시야가 또렷해졌다.

나는 성벽을 휘젓고 다니는 암흑 기사를 중점적으로 노렸다. 녀석들은 내가 접근하자 급하게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절공검 제1식.’


소용없었다.


‘지평선 베기!’


녀석이 도망치고 있을 땐 이미 내가 뒤를 잡은 후였다. 나는 쉬지 않고 다음 녀석을 찾아 몸을 달렸다. 이때, 다리아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춤춰라. 우아하게.”


“우아하진 못하지만 경쾌하겐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경쾌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칼춤을 추며 적들을 썰어냈다.


***


밤이 찾아왔다.

의자에 팔을 걸고 삐딱하게 앉아있는 그로마가 백작성을 바라봤다.


“와아아아아아아!”


카일의 등장으로 전황이 뒤집혔다.

암흑 기사들은 전멸했고, 충차는 파괴됐으며 오우거와 트롤은 얼굴이 녹아내렸다.


“죽여! 이 개새끼들!”


이에 영향을 받은 병사들은 몰려오는 피로도 잊은 채 가슴에는 사명감을, 눈에는 적의를 불태우며 마물들을 썰었다.


‘여기까지군.’


그로마가 손가락을 튕기자 약속이라도 한 듯 마물들이 퇴각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이 퇴각한다!”


“퇴각이다!”


“살려 보내지 마라! 죽여!”


마물들의 퇴각이 병사들의 사기에 기름을 부었다. 병사들은 등을 보인 구울의 등에 올라타 칼을 쑤시고 성벽으로 투신하는 스켈레톤을 창으로 엮었다. 말 그대로 몰살시킬 기세.


“저 녀석. 저 녀석. 저 녀석. 그리고 저년.”


그로마가 허공에 대고 속삭였다.

그의 손가락이 무기를 휘두르는 용병단 단장을 찍은 후 마지막으로 이자벨라를 찍었다.


화륵.


성안에 있는 공터.

그곳에 거센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언데드의 시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역병을 방지하기 위해 시체를 태우고 있던 것.


“이걸 좋아해야 할지 모르겠군.”


지금 시체를 태우고 있는 이들은 이제는 단장을 잃은 태산 용병대의 용병들이었다.


“칼밥 먹다 왕궁 밥 먹으면 성공한 거지 뭘.”


단장이 죽자 타르칸은 물론 왕궁 근위대가 영입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너. 너. 너. 너. 왕실에서 일할 생각 없나? 너희의 무위라면 충분히 합격하고도 남는다. 궁중 예절은 차차 배우면 되고.”


“태산 용병대의 부단장은 누구지? 백작님은 너희를 거둘 마음이 있다 하셨다. 금전적으로 아쉬워할 상황은 없을 거다.”


다른 용병단은 조용했다.

이미 소속이 있는 용병을 건드리지 않는 건 용병들 사이의 불문율이었다. 게다가 단장이 죽은 즉시 영입전쟁에 뛰어든다? 이는 상도를 무시하는 일이었다.


“단장님. 내가 지켜줬어야 하는데 미안하게 됐수.”


“미안할 게 뭐 있나? 칼밥 먹는 용병이 명예롭게 죽었는데. 호상이야.”


“그래. 호상이지.”


“한 잔 마시자고.”


용병들이 허리에 걸치고 있던 술통을 부딪쳤다. 그들은 술을 마시느라 발견하지 못했다. 타오르는 시체 속, 스멀스멀 올라오는 악령들을.


***


“레이첼과 율리안이라면 걱정마라. 안전한 곳에 피신해있으니.”


“스톤 남작에게 이미 들었습니다.”


“그래?”


나와 타르칸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너희들 가족 아니었나?”


“그러게요. 스승님이 엄격한 건 알고 있었지만, 가족한테도 이렇게 엄격한지는 몰랐습니다.”


도리어 다리아와 베인이 타르칸을 대하는데 서슴없었다. 나에게 있어 타르칸은 가족이나 가족이 아니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군사 회의가 끝났으니 내가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는 없었다.


“성에 따로 방을 마련해두었다.”


“감사합니다.”


레이첼은 전쟁이 끝나면 찾아가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로마가 날 지켜볼 수 있다.

레이첼을 만나는 것은 녀석에게 나의 약점을 보여주는 것. 그때였다.


“으악!”


“살려줘!”


“정신 차리세요!”


“멈춰!”


한층 예민해진 나의 귀에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를 듣는 즉시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적습인가?”


이변을 느꼈을까?

내 옆으로 다리아와 타르칸이 붙었다.


“모르겠습니다.”


“저쪽은 용병들이 있는 구역인데.”


우리가 비명을 지른 방향에 도착했을 때는


“단장 제발 정신 차리세요!”


“단장님. 접니다. 저 무슐이에요. 일단 창부터 내려놓으세요.”


“어이 단장! 나무를 베는 순간에도 도끼는 아군에게 향하지 말라! 당신이 말하지 않았나? 술에 뇌가 절여져 벌써 그 사실을 까먹은 건가?”


이제 3대 용병단이 된,

그들을 이끄는 단장들이 자신의 수하들을 상대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거기 너. 무슨 일이지?”


타르칸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는 용병에게 물었다.


“저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저 태산 용병대 단장을 추모하기 위해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뿐인데. 어느 순간 단장님들의 말이 사라지더니 저렇게···.”


“넌 지금 당장 대사제 급 신관을 데려와라.”


“알겠습니다.”


타르칸의 행동은 신속했다.

잠시 후


“아무래도 악령에 쓰인 거 같습니다.”


용병이 데려온 사제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나왔다.


“그러면 어떻게 되지?”


“몸의 통제권을 빼앗기고 악령의 꼭두각시가 됩니다.”


“보고만 있을 건가? 정화 마법으로 풀어보게.”


“상당한 고수들을 집어 삼킨 악령입니다. 대주교님이 오지 않는 이상 정화는 불가능합니다.”


“다른 방법은?”


참상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타르칸은 침착했다.


“첫 번째는 해가 뜰 때까지 버티는 겁니다. 햇빛이 저들을 비추면 악령은 소멸할 겁니다.”


“해가 뜰 때까지 저들이 날뛰도록 둘 순 없다. 내부의 적을 안은 채로 전쟁을 치를 만큼 적들은 만만하지 않으니까. 다른 하나는?”


“다른 하나는···.”


사제가 용병들의 눈치를 살폈다.


“악령이 깃든 대상을 죽이는 겁니다.”


사제의 말이 끝난 즉시 타르칸이 검을 뽑았다.

하지만


척.


용병들이 타르칸의 앞을 막아섰다.


“비켜라.”


“용병들의 일은 용병들이 알아서 처리합니다.”


“난 너희의 고용주다.”


“고용주 위에 단장입니다.”


“비키지 않으면 반역죄로 즉결 처형하겠다.”


“단장을 노리는 순간 우리 적입니다.”


용병들이 타르칸을 막아섰다.

그들은 해가 뜰 때까지 단장들을 지킬 셈이었다. 하지만 악재는 이곳에만 일어나지 않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내 등 뒤에서 거대한 독무가 솟아올랐다.


‘설마?’


내 몸이 빠르게 독무가 솟은 곳으로 달려갔다.

이자벨라가 있는 곳이다.


“군사 회의는 공자님이 하세요. 저는 의무대 지원 갈 테니까.”


“조금 쉬지 그래?”


“전 이게 쉬는 거예요.”


‘제발. 제발.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제발 그녀만은 아니길.

그녀에게 검을 겨눌 일이 없기를.

하지만 세상은 나의 간절함을 단칼에 외면했다.


“이자벨라.”


내가 이자벨라를 불렀지만 그녀는 날 알아보지 못했다. 오직 적의가 담긴 눈으로 날 노려보기만 할 뿐.


팡!!!


이자벨라가 독을 응축해 나에게 발사했다.


“이자벨라. 미안해.”


나는 우선 그녀를 붙잡은 뒤 최대한 성에서 멀어졌다. 그녀와 싸워도 휩쓸리지 않을 만큼. 하지만


퍽!


정령화 된 그녀가 내 등을 강하게 후려쳤다.

나는 바닥에 처박혔고 얼마 안 가 그녀가 내려왔다.


스릉.


내가 레텐토를 뽑았다.

그녀는 강하다.

그녀의 공격을 막고 피하기만 하며 여명을 기다리는 건 무리니까.


“이자벨라. 너는 내가 반드시 지킨다.”


나는 직감했다.

이 싸움은 그 어떤 싸움보다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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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경고 23.07.10 219 4 13쪽
89 너는 내가 반드시 (7) 23.07.09 219 3 12쪽
88 너는 내가 반드시 (6) 23.07.08 218 3 13쪽
87 너는 내가 반드시 (5) 23.07.07 220 3 12쪽
86 너는 내가 반드시 (4) 23.07.06 226 3 12쪽
» 너는 내가 반드시 (3) 23.07.05 238 3 12쪽
84 너는 내가 반드시 (2) 23.07.04 263 3 12쪽
83 너는 내가 반드시 (1) 23.07.03 239 3 12쪽
82 총공격 (5) 23.07.02 256 3 11쪽
81 총공격 (4) 23.07.01 242 3 11쪽
80 총공격 (3) 23.06.30 254 3 12쪽
79 총공격 (2) 23.06.29 247 3 11쪽
78 총공격 (1) 23.06.28 249 2 12쪽
77 초전(初戰) (4) 23.06.27 259 3 12쪽
76 초전(初戰) (3) 23.06.26 248 3 11쪽
75 초전(初戰) (2) 23.06.25 257 3 12쪽
74 초전(初戰) (1) 23.06.24 270 3 13쪽
73 메피스토 23.06.23 271 3 12쪽
72 낚시 (5) 23.06.22 263 3 12쪽
71 낚시 (4) 23.06.21 269 3 13쪽
70 낚시 (3) 23.06.20 266 3 13쪽
69 낚시 (2) 23.06.19 263 3 12쪽
68 낚시 (1) 23.06.18 274 3 12쪽
67 침략 (5) 23.06.17 269 3 12쪽
66 침략 (4) 23.06.16 263 3 11쪽
65 침략 (3) 23.06.15 268 3 11쪽
64 침략 (2) 23.06.14 273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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