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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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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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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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화 축구선수 송현민

DUMMY

-아니, 기자회견에서 제 이름을 말씀 하시면 어떡해요? 사전에 나한테 물어봤어야죠.-

-좋으면서 뭘 그러세요? 제 덕분에 환자 많이 늘지 않았나요?-

-늘기는 개뿔!-

-솔직히 말씀하세요. 늘었잖아요?-

-뭐어, 약간? 아주 약간! 큭큭-

-언제 밥이나 한 번 사세요. 난 이제 백조란 말이에요.-

-아, 누가 백조 되라고 했어요. 자기가 좋아서 한 일인데.-

-호호. 그렇긴 하네요.-

-괜찮아요? 잘 지내요?-


그녀의 이 말에 그녀는 목이 메었다.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지현씨? 윤지현?-

-그럼요. 잘 지내죠.-

-그러면 됐어요. 그러면 된 거죠, 뭐.-

-원장님. 저 잘했죠? 잘한 거 맞죠?-

-잘 했어요. 윤지현 씨는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에요. 아무나 그런 일 못해요.-


#


그러나!


누가 말했던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우리 사회의 영향력 있는 몇 사람이 윤지현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 시대의 가장 용기 있는 여성! 윤지현! 우리는 그녀의 용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아야한다.]


이런 발언들이 이어졌다.


마치 유행처럼 재빠르게 퍼져나갔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송현민 선수도 자신의 SNS를 통해 윤지현을 응원했다.


급기야 해외로까지 전해졌다.


가수 아델이 자신의 SNS를 통해서 윤지현을 존경한다며 지지를 표했다.


빌리 아이리시와 <콜드 플레이>의 크리스 마틴도 지현을 지지했다.


조디 포스터, 니콜 키드먼 역시 지현에게 찬사를 보낸다는 말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수많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찬사를 보냈다.


그러자 국내 연예인들도 하나 둘, 지지 의사를 밝혔다.


-힘내. 지현아. 우리는 널 항상 응원해.-

-지현 선배님. 존경해요.-


며칠 전까지 미친 년, 이라고 조롱하던 선배, 동료, 심지어 경쟁관계의 여자 연기자들까지 그녀와의 인연을 자랑했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연기자들은 촬영장에서 같이 찍었던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도 했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없는 연기자들은 카페나 음식점에서 밝게 웃으며 지현과 찍었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윤지현이 나왔던 광고가 다시 등장했고, 광고 출연 제의가 봇물을 이뤘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계기로 분위기는 급반전 되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었던 지현은 마치 이 시대 여성 권익 운동의< 잔 다르크>가 되어 있었다.


윤지현은 이런 반전을 다행스럽게 생각했지만 즐기고 싶지는 않았다.


여전히 자신의 집에서 두문불출했고, 여전히 휴대폰은 꺼둔 상태로 지냈다.


가끔 준영에게 전화를 할 뿐이었다.


-저, 알고 있거든요. 요즘 내원 환자가 하루에 서른 명이 넘는다면서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다 내 덕분이잖아요. 정말 밥 한 번 안 살 거예요?-

-싫다고 했잖아요.-

-왜 싫어요?-

-아니, 말이 안 되잖아요. 난 거지나 다름없고 지현 씨는 부잔데, 거지가 부자한테 밥을 산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아아, 정말 치사하다. 치사해. 아니, 밥 한 번 사는데 거지, 부자 그런 건 왜 따져요. 그리고 나 부자 아니거든요.-

-나보단 낫잖아요. 아무튼 난 밥 못 삽니다.-

-정말 끝까지 이런 식으로 나올 거예요?-

-예. 계속 이런 식으로 나갈 겁니다.-

-최인혁, 표진탁. 내가 한 방에 보내버리는 거 봤죠? 수틀리면 원장님도 한 방에 보내버릴 거예요. 뒷조사하면 원장님 비리 다 나오거든요.-

-뒷조사를 하든, 앞조사를 하든 마음대로 하시구랴.-

-정말 밥 안 살 거예요?-

-몇 번을 말해야 알아야 들어요.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삽니다.-

-에이, 더럽고 치사해서 안 얻어먹는다. 퉤퉤퉤. 잘 먹고 잘 살아라.-


#


준영은 저녁 식사를 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 뉴스를 봤다.


표 박사가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로 들어가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며칠 후,


대학 후배 정윤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배. 저 표 한의원 그만 뒀어요. 이왕이면 깔끔하게 2년 채우고 사표 내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요.-

-왜?-

-표 박사님이요, 돈으로 우리 약제사를 매수하려고 했어요. 1억 줄 테니 네가 조제를 잘못했다고 해라. 그 제의를 받은 약제사가 표 박사가 자신을 대신 감옥 보내려 한다며 울고불고 난리치다가 기절했어요.-

-그런 일이 있었어?-

-저도 더 이상은 여기 있고 싶지 않아 사표 냈어요. 선배. 저 이젠 백조에요-

-뭐? 백조? 야, 요즘 백조 풍년이네.-

-무슨 말이에요?-

-아, 아냐. 그런 게 있어.-

-저, 밥 한 번 사 주세요. 저 위로해주시는 의미로 밥 한 번 사시라고요.-


아니, 요즘 분위기가 왜 이래?


‘나한테 밥 사달라는 여자들이 왜 이렇게 많아? 얘도 싫다고하면 날 협박할 건가?’


뒷조사해서 우리 사회에서 매장 시켜 버리겠다면서?


가만.


그런데 얘도 나하고 처지가 비슷하잖아.


거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정윤아. 저기 말이야. 언제 밥 한 번 살게.-


#


하루 내원 환자가 스무 명이 넘자, 차 선생은 은근히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아, 힘들어 죽겠어. 이러다 나 쓰러지는 거 아닌가 몰라!”


더운 날씨도 아닌데, 차 선생은 이마의 땀을 훔치는 시늉을 하면서 그의 눈치를 슬슬 보고는 했다.


스무 명이 넘으면 직원을 더 뽑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압력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손익 분기점을 넘은 상태인데 직원을 더 뽑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 다시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고, 내원환자가 다시 스무 명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내가 스무 명이 넘어가면 그 때 생각해보자고 했지, 뽑겠다고 한 것은 아니지 않나?’


이 말을 하면 차 선생은 어떻게 나올까?


“아아, 치사해서 여기서 일 못 하겠네.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내가 여기 아니면 일 할 데가 없는 줄 아니? 퉤퉤퉤.”


설마 그렇게까지 막 나오지는 않겠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행이었다.


직원을 더 뽑기도, 안 뽑기도 애매한 상황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하루 스무 명이 넘던 내원 환자가 보름 만에 서른 명을 넘어선 것이다.


이젠 망설일 것 없다.


직원을 한 명 더 뽑아야한다.


그는 형식에 불과한 면접을 본 후 그 자리에서 뽑았다.


표 한의원에서 일하던 약제사.


표 박사로 부터 1억 제의를 받고 기절했다는 바로 그 약제사.


정윤은 그 약제사를 적극 추천했다.


“일도 잘 하고 예의도 바르고, 나무랄 데 없어요, 선배.”


2년 가까이 같이 일한 사람의 추천보다 더 믿을만한 게 어디 있겠나?


조 선생.


그는 그녀를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표 한의원은 규모가 커서 직원이 많으니 업무가 명확히 구분이 되어 약제사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직원이 두 명뿐인 한의원에서 업무를 분명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닥치는 대로 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호칭을 <조 선생> 으로 정했다.


차 선생과 하는 일도 차이가 없었다.


“좋아요. 저는 다른 거 바라지 않아요. 마음 편하게 일했으면 좋겠어요. 전 원장님만 믿겠습니다.”


나이가 차 선생보다 한 살 아래지만, 두 사람 간의 위계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두고 봐야 될 문제이지만.


#


차 선생, 조 선생.


직원이 이렇게 두 명으로 늘어난 지 두 달 만에 하루 내원환자가 40명을 넘어섰다.


그러자 차 선생, 조 선생이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그도 쉽지는 않았다.


하루 40 명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수입대신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더 충실한 진료를 하고 싶었다.


마침내 그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직원을 한 명 더 뽑지 않고, 하루 환자 수를 38명으로 제한했다.


38명을 넘는 환자는 예약을 통해 진료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처음엔 하루 이틀 밀리던 환자가 예약 후 일주일이 지나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루는 차 선생이 물었다.


“원장님. 하루 40명도 아니고, 왜 하필 38명이에요?”


“차 선생은 혹시 주역(周易)이라는 책을 아세요?”

“그럼요. 점치는 책이잖아요. 읽어본 적은 없지만 알긴 알아요.”

“아하! 주역을 점치는 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주역은 우주 만물이 변화하는 원리를 설명한 책입니다. 정말 대단한 책입니다.”

“그래요? 그러면 그 주역을 보고 하루 진료 환자를 38명으로 정하신 거예요?”

“제가 화투 마니아는 아니지만, 이왕이면 38광땡 아닌가요?”

“예? 38광땡이요?”

“죽을 사자가 낀 40명 보다는 38광땡! 38명이 좋죠.”

“에이 난 또 무슨 심오한 의미가 있는 줄 알았네요.”


차 선생은 허탈해했다.


“가만! 그러면 주역 말씀은 왜 하신 거예요?”

“유식해 보이잖아요.”

“아아! 허세. 정말 쩐다 쩔어.”


#


하루 진료 환자를 38 명으로 제한한 지 두 달 쯤 지났을 때였다.


인터폰이 울렸다.


조 선생이다.


-원장님. 신환입니다.-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노크 소리.


원장실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그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더니 의자에 앉았다.


“예. 어서 오세요.”


송현민.


컴퓨터의 차트에 기록된 그 환자의 이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어라! 어디서 봤더라?’


처음엔 몰랐다.


“아! ??? 아아.”


그가 송현민을 알아보는 데는 5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저어, 맞죠?”

“???”

“축구 선수. 그 송현민 선수 맞죠?”

“예.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송현민입니다.”


그는 한 번 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오 마이 갓!”


세상에!


세계적인 축구 선수 송현민이 다 죽어가는 상가 2층에서 기사회생 중인 허준영 한의원으로 찾아오다니!


그것도 납치당해 끌려온 게 아니라 제 발로 찾아오다니!


“맞죠. 그 찰칵.”


그는 송현민이 골을 넣으면 하는 카메라 세러머니도 흉내 냈다.


“예. 하하. 맞습니다, 원장님.”


그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반갑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저, 송현민 선수 팬입니다.”


송현민도 따라 일어서더니 그와 악수했다.


20살도 안된 어린 나이에 발렌시아에 입단해, 데뷔 첫 해부터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선수.


그리고 3년 후.


프리미어 리그의 최고 명문구단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던 선수.


맨체스터 시티에 입단하자마자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5년 후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에 오른 바로 그 송현민이 제 발로 찾아오다니!


그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영국에 있어야 할 송현민이 여긴 왜?


‘얼마 전 최고의 스타인 윤지현이 밥 사달라고 보채는 것도 냉정하게 거절한 난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거냐?’


그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태수처럼 누군가에게 묻고 싶었다.


‘나 지금 떨고 있니?’


송현민 선수 앞에서 온갖 재롱을 다 떨던 그는 갑자기 무게를 잡았다.


‘참자. 더 이상 촐싹대면 그냥 가버릴 지 모른다.’


그는 송현민 선수에게 앉으라고 권한 후, 자신도 앉으면서 말했다.


“송현민 선수님. 궁금한 게 한 가지 있는데요.”

“예. 말씀 하십시오, 원장님.”

“여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 건지요?”

“탑스타 윤지현 씨요. 얼마 전에 기자회견 하셨잖아요?”

“그랬죠.”

“그 기자회견에서 윤지현 씨가 허준영 원장님한테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하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아, 이런 분이라면 믿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요.”

“아아. 그러셨구나!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디가 불편하신지요?”


송현민 선수는 자신이 한의원을 찾아 온 이유를 조곤조곤 말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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