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260,017
추천수 :
4,249
글자수 :
804,667

작성
23.05.14 11:05
조회
2,905
추천
40
글자
11쪽

13화 표 박사의 100배 가치! 허준영

DUMMY

[저도 환자의 병을 못 고칠 때가 있습니다. 아, 물론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요. 하하하]


객석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농담이 먹혀들었다는 사실에 고무된 표 박사는 더욱 신이 났다.


[저라고 어떻게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저는 제가 고쳐준 환자를 자랑하기보다는 못 고친 환자의 아픔을 제 아픔보다 더 크게 생각합니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하루 30분은 꼭 반성의 시간을 가집니다.]


조금 전보다 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환자의 병을 못 고친 저 자신을 나무라며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되짚어 봅니다. 저는 병 잘 고치는 한의사보다 환자를 제 몸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한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객석의 관중들은 일어나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도대체 어느 대목이 감동적이라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는 걸까?’


준영은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가만있기는 멋쩍었다.


그도 어쩔 수없이 박수쳤다.


표 박사는 다시 강연을 이어갔다.


그 때 누군가가 그의 옆에서 얼굴을 들이밀었다.


“선배.”


쳐다보니 한 여자가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어! 이게 누구야? 정윤이잖아!”


대학 2년 후배 이정윤.


대학 때 같은 동아리 회원이라서 잘 아는 편이었다.


“호호호. 먼발치에서 보면서 설마설마했는데 준영 선배 맞구나.”

“야아, 이거 얼마만이냐?”

“저, 졸업하고 처음 보는 거 같은데요?”

“그래. 그런 거 같네. 그나저나 네가 여긴 웬일이야?”

“저 표 한의원에서 부원장으로 근무해요. 표 박사님 모시고 왔어요.”

“그래! 몰랐네.”

“선배님은 여기 웬일이세요? 진료할 시간이잖아요.”


표 박사의 강좌는 오후 2시부터였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없이 오전 진료만하고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표 박사님. 워낙 유명하신 분이잖아. 하나라도 배울 게 있을 거 같아 와 본거야.”

“그래요? 그렇구나!”


그녀는 쓴 웃음을 지었다.


#


그들은 강연장을 나와 대기실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는 자판기 커피를 뽑아 정윤에게 내밀었다.


“고마워요, 선배.”


그는 그녀 옆에 나란히 앉았다.


“몰랐네. 표 박사님하고 같이 일하는 줄?”

“선배가 얼마나 저한테 관심이 없었으면. 치이.”


그녀는 눈을 흘겼다.


“왜 그래. 사람 싱숭생숭하게.”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처럼 말했다.


“저 표 박사님 모시고 일한 지 2년이 다 되었어요.”

“한의원 규모가 큰 가 보네.”

“그럼요. 저를 포함해서 부원장만 다섯이에요.”

“그 정도야?”

“방송을 통해서 워낙 유명하시니까요.”

“그런 훌륭한 분 모시고 2년이나 근무했으면 많이 배웠겠구나?”

“뭐어, 그럭저럭.”


그녀의 대답이 어째 시큰둥하다.


“사실은 2년 꽉 채우면 그만 두려고요.”

“왜? 계속 근무하면 많이 배울 텐데?”

“상술이야 빤한데 더 배울 게 뭐가 있어요?”

“뭐? 상술?”

“아, 아니에요. 농담이에요.”


그녀는 몹시 당황하더니 주변을 살폈다.


이번에는 그가 주변을 살피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윤아. 너 혹시 최인혁 씨라고 아니?”

“그럼요. 그 분 삼현 신소재 전무님이시잖아요. 삼현그룹 회장님 셋째 아들이고요.”

“나보다 더 잘 아네?”

“우리 원장님이 삼현 신소재의 위촉한의사에요. 그 회사 직원들이 우리 한의원에 자주와요. 본사 직원만 해도 얼만데요? 그 가족들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하죠.”

“그렇군. 최근에 최인혁이 표 한의원에 온 적 있어?”

“두 달 전쯤인가? 우리 한의원에 한 번 오셨어요.”


두 달 전이면?


그가 최인혁을 만나기 전이었다.


“그 후론? 한 번도 안 왔어?”

“그 후론? 글쎄요. 저는 못 봤어요. 혹 모르죠. 오셨는데 제가 못 봤을 수도 있고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의원 규모도 크고 직원들도 많으니 그럴 수 있겠네.”

“그런데 그런 건 왜 물어보세요? 선배, 최인혁 전무하고 잘 아는 사이에요?”

“뭐어, 그냥 좀 안다면 알고 모른다면 모르고.”

“호호. 무슨 말이 그래요?”

“그건 그렇고. 저기, 표 한의원에서 천오 많이 쓰니?”

“아뇨. 약장에 천오도 있고, 초오도 있지만 많이 쓰지는 않아요. 두 어 달에 한근 정도?”


그 큰 한의원에서 두어 달에 한 근이면 거의 안 쓰는 것이다.


“왜 안 써?”

“아시면서 왜 그러세요. 싸이는 강남 스타일, 표 박사님은 보약 스타일.”

“크큭!”

“보약에 천오 쓸 일이 뭐 있겠어요?”

“그렇구나!”

“아, 얼마 전 개원하셨다는 말은 들었는데, 선배는 많이 쓰세요?”

“나는 환자가 없어서 쓰고 싶어도 못 쓴다.”

“크큭. 처음엔 다 그렇죠, 뭐.”“대극이나 완화는?”

“대극! 완화요? 선배는 그런 약도 쓰세요?”

“아니. 난 한 번도 써 본적 없어.”

“저도요. 박사님 처방에도 대극, 완화가 들어간 건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그런 약은 표 박사님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렇죠, 뭐. 흐흐.”

“대극, 완화는 그 한의원에는 아예 없다는 말이네.”

“한약장에 대극, 완화 통만 있지 약은 없어요. 대신 다른 게 들어 있죠.”

“다른 거 뭐?”

“우리 한의원 여직원들 간식거리요. 쿠키나 스낵, 뭐, 그런 거요.”

“엥!”

“대극, 완화 약장에 넣어두고 들락날락하면서 간식 꺼내 먹더라고요.”

“네 말은 천오는 있지만 대극이나 완화는 그 한의원에 들어온 적이 없다는 말이구나?”

“제가 알기로는요.”

“너도 모르게는?”

“제가 모르게 들어왔을 수는 있죠. 약재 관리하는 직원이 따로 있으니까요.”

“약재 관리하는 직원에게 알아봐 줄 수는 있겠지?”

“그건 어렵지 않지만, 그런 걸 왜 궁금해 하세요?”


그녀가 그의 얼굴을 빤히 보는데 몹시 당황스러웠다.


“아! 사실은 내가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표 박사님이 워낙 명의시니까 뭐라도 배울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겨우 찾아낸 변명거린데,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진부하다.


정윤은 잠깐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긴 했지만 더 이상 다그쳐 묻지는 않았다.


“뭐어, 알았어요. 나중에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고맙다, 정윤아.”

“제가 표 박사님 소개 시켜드릴까요? 강의 끝나면 저녁 먹을 건데, 선배도 같이 가요.”

“나도? 나는 한 번도 직접 뵌 적이 없는데, 식사 자리에 불쑥 가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제가 잘 말씀 드리면 괜찮아요. 또 박사님이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걸 워낙 좋아하셔서 괜찮아요.”


#


셋이 아닌 둘 만의 이른 저녁 식사는 고급 횟집 방에서 있었다.


정윤은 자신이 전담하던 환자가 사전 연락도 없이 내원했으니 빨리 복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 보는 두 사람이 마주 앉는 식사 자리는 어색할 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표 박사의 친화력은 매우 뛰어났다.


표 박사는 처음 보는 그를 마치 아끼는 친동생처럼 대했다.


“허 원장.”

“예. 박사님.”

“안 그래도 최 전무가 아! 삼현 신소재 최인혁 전무 알지?”“안다고 말씀 드리기는 좀 뭣하지만, 한 번 만난 적은 있습니다.”

“최 전무가 허 원장 얘기를 하더라고. 천만 원을 거절했다며?”


그는 조금 놀랐다.


‘그런 말까지 표 박사에게 다 했단 말이야?’


두 사람이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가?


윤지현의 말로는 가깝기는 하지만 믿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말이다.


‘최인혁이 원래 조심성이 없나?’


아무리 아버지 백으로 전무까지 됐다고 하더라고 그런 큰 기업의 경영인이 되려면 말을 가려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자신감의 표현인가?


‘그래서 알면 어쩔 건데. 삼현 그룹 오너 2세인 나를 네 주제에 감히 어쩔 거야?’


뭐 이런 자신감인가?


아니면 만취 상태에서 술주정하듯 뱉은 말일지도?


그는 대답은 안 하고 표 박사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맞나? 천만 원 거절했다는 말?”

“글쎄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네요.”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아, 아닙니다. 그냥 흘려들으셔도 됩니다.”


표 박사는 그의 잔을 채워주었다.


“잘 했어. 아암. 젊은 사람이 그 정도 정의감은 있어야지. 하하하. 나도 우리 허 원장 나이 때는 불의에 당당히 맞서고 그랬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서 예전 같지가 않아.”

“아직도 정정하신데요, 뭐.”

“그런가! 고맙구먼. 자, 오늘 내가 한 턱 쏠 테니 마음껏 들어. 여기서 1차하고 2차는 좋은데 가자고.”


2차 까지?


그는 살짝 당황했다.


“그나저나 우리 허 원장은 결혼 했나?”

“아뇨. 아직 안 했습니다.”

“그래. 우리 이정윤 부원장 어때? 가만 보아하니 이 부원장도 아직 교제중인 남자가 없는 것 같던데?”

“글쎄요.”

“하하. 내가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했구먼. 자, 한 잔 받게.”


그는 표 박사가 권하는 술을 받아 마셨다.


정윤이 보낸 문자가 도착했다


-선배! 약제사 님께 물어봤더니 얼마 전에 대극, 완화가 각 1근씩 들어왔다는군요. 하지만 표 박사님의 지시로 세금 계산서에 기록하지 않고 몰래 들어왔대요.-


-그래. 고마워, 정윤아. 나중에 밥 한 번 같이 먹자.-


이 정도에서 식사를 마치고 헤어졌더라면 좋았을까?


아니!


표 박사가 만취 상태가 되기 전, 그만 마시라고 말렸더라면 좋았을까?


‘아니면 차라리 내가 표 박사보다 더 만취 상태가 되어 그가 어떤 말을 하든지 못 알아들었으면 좋았을까?’


그러나 들었다.


듣고 말았다.


2차 가자던 표 박사가 횟집에서 만취 상태가 되어 지껄였던 말을 듣고 말았다.


“이보게 허 원장. 자네한테 가야 할 돈 천 만원이 나한테 왔어. 하하하. 선배 체면에 입 싸악 닦고 모른 척 할 수는 없지. 안 그런가, 허 원장?”

“······.”

“마셔. 마셔. 오늘은 내가 쏠 테니 마음껏 마셔.”


잠시 후 표 박사는 푹 고꾸라졌다.


그는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표 박사의 뒤통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갑자기 최인혁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로라하는 명의 표 박사보다 100배나 더 높이 평가해준 최인혁에게 난 무슨 짓을 했나?’


옛 말에 남자는 자신을 인정해준 사람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버릴 줄도 알아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난? 나를 이렇게 높이 평가해준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는커녕 주먹을 날리다니!’


그는 술잔에 술을 채운 다음 단숨에 마셨다.


‘흐흐흐. 난 은혜도 모르는 놈이구나. 인간도 아니다. 알고 보니 나라는 놈은 그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그는 쓰러져있는 표 박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면서 다짐했다.


‘표 박사에게 주먹을 날리고 또 며칠 동안 후회하는 짓은 하지 말자.’


대선배님 아니신가!


이번에는 참자.


그는 자신의 술잔에 술을 채웠다.


마셨다.


한 잔 더 마셨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방을 나왔다.


그는 카운터 앞에 서서 카드를 내밀었다.


여종업원은 단말기에 카트를 긁었다.


그런 다음 단말기의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그는 주위를 휘 둘러보더니 여종업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놀란 여종업원이 흠칫했다.


“왜? 왜 그러세요?”


그는 여종업원에게 속삭였다.


“할부로 해주세요. 6개월 할부로요.”


그는 민망한 웃음을 짓지 않으려고 무진 애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랑의 한의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32화 도전! 23.05.24 2,279 34 12쪽
31 31화 엄마의 이름으로 23.05.23 2,335 31 12쪽
30 30화 가난 23.05.23 2,358 38 12쪽
29 29화 이예찬 23.05.22 2,457 40 12쪽
28 28화 보디가드 허준영 +1 23.05.22 2,518 38 12쪽
27 27화 복수 23.05.21 2,522 37 12쪽
26 26화 세상은 요지경! +1 23.05.21 2,547 37 12쪽
25 25화 마동수와 윤지현 23.05.20 2,558 42 12쪽
24 24화 마동수와 각종 얼라들 23.05.20 2,505 41 12쪽
23 23화 마동수! 23.05.19 2,597 37 12쪽
22 22화 협박! 23.05.19 2,589 40 12쪽
21 21화 적과의 동침 23.05.18 2,606 45 12쪽
20 20화 세계최강 브라질! 23.05.18 2,630 40 12쪽
19 19화 다시 일어서다! 23.05.17 2,661 38 12쪽
18 18화 아악! 송현민! 23.05.17 2,697 39 12쪽
17 17화 허준영! 카타르 월드컵에 가다! 23.05.16 2,772 42 12쪽
16 16화 초인적인 정신력 23.05.16 2,781 42 12쪽
15 15화 축구선수 송현민 23.05.15 2,854 45 12쪽
14 14화 미친 짓! 23.05.15 2,840 41 12쪽
» 13화 표 박사의 100배 가치! 허준영 +1 23.05.14 2,906 40 11쪽
12 12화 의문의 한약 +1 23.05.14 2,906 40 12쪽
11 11화 아이 낳고 싶어요. +1 23.05.13 2,942 43 12쪽
10 10화 10억을 드리겠습니다! 23.05.13 2,983 42 12쪽
9 9화 탑스타 윤지현 23.05.12 3,091 45 12쪽
8 8화 탤런트 진혜리 23.05.12 3,303 45 12쪽
7 7화 허준영 한의원 23.05.11 3,383 43 12쪽
6 6화 고문 +1 23.05.11 3,122 43 12쪽
5 5화 억울 23.05.10 3,059 43 12쪽
4 4화 홀라당 벗은 허준영 23.05.10 3,192 39 12쪽
3 3화 생사의 경계 23.05.10 3,330 4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