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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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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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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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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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화 마동수와 각종 얼라들

DUMMY

마동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원장실을 나갔다.


“안녕히 가세요.”


대개의 경우.


그는 이런 정도 인사로 환자 진료를 마무리 한다.


그러나 마동수에게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임금의 뒤를 내시가 뒤따라가듯, 마동수의 뒤를 따라 나가야할 것 같았다.


그러는 게 마음 편하다.


뭐니 뭐니 해도 마음 편한 게 제일이다.


그러나!


나가는 게 아니었다.


그냥 다른 환자처럼 진료실에서 빠이빠이 했어야했다.


대기실에는 마동수가 우리 얼라들이라고 부르던 얼라들이 잔뜩 깔려있었다.


몸무게 100킬로도 훨씬 넘어 보이는 얼라.


한 겨울이라 검은 정장에 와이셔츠도 입었지만. 그 와이셔츠 깃을 뚫고 머리를 쳐들고 있는 뱀 문신을 한 얼라.


마동수를 쏙 빼닮았지만, 덩치가 업그레이드 버전인 얼라들.


무섭게 생긴 얼라.


더 무섭게 생긴 얼라.


무서움의 끝을 보여주는 얼라.


대기실에는 각종 얼라들이 장승처럼 버티고 서 있다가 마동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일제히 어깨 인사를 했다.


“형님!”


사색이 되어 있던 차 선생, 조 선생도 얼떨결에 벌떡 일어나 마동수에게 어깨 인사했다.


“뭐하냐? 원장님께 인사 드려야지.”


마동수가 나무라듯 말하자, 각종 얼라들은 다시 준영에게 인사했다.


“안녕 하십니까, 원장님.”


각종 얼라들이 그에게 인사하자, 두 여직원도 따라 인사했다.


그도 얼떨결에 인사를 받았다.


“아아, 예 예. 아, 안녕하세요!”


이런 느낌은 정말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인사를 받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일인 줄은 정말 몰랐다!


마동수와 그의 각종 얼라들이 가고 나니, 한의원 내부는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았다.


차 선생과 조 선생은 의자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아! 무서워. 난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차 선생은 젖은 빨래처럼 의자에 널브러져 신음처럼 말했다.


“아니 치료 받으러 오면 혼자 오지 왜 개떼처럼 몰려와서 여기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거야? 사람 잡을 일 있어?”


조 선생이 눈에 쌍심지를 켜더니 출입문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그렇게 말했다.


“있을 때 말하지 그랬어요?”


그가 살짝 비꼬았다.


“없으니까 하는 소리죠, 원장님도 참.”


조 선생은 거의 울상이 되어있었다.


“그건 조 선생 말이 맞아요. 아니, 무시무시하게 생긴 사람들이 여길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오던 환자들도 그냥 가버릴 거 아니에요?”

“환자들이 왔다가 그냥 돌아갔어요? 몇 명이나?”


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말이 그렇다는 거죠, 다행히 아무도 안 왔어요.”

“아, 난 차라리 환자가 없는 게 낫지 저렇게 무서운 아저씨들이 여기 들락날락 거리면? 아, 난 미쳐요.”

“원장님. 저 사람들 또 오면 어떡하죠? 이제 안 오겠죠?”


차 선생도 거의 죽을상이 되어 물었다.


“그거야 낸들 어떻게 알겠습니까?”

“원장님. 저 사람들 또 오면 저 여기 그만 둘 거예요.”

“에헤이.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한 일에 한의원을 그만 두다니? 그게 말이 돼요?”

“원장님은 안 무서우세요?”

“무섭긴 뭐가 무서워요. 그냥 진료 받고, 한약 짓고, 그러고 갔는데, 뭐뭐? 그 사람들이 우리를 때리기를 했나? 여길 다 부수기를 했나?”

“그래도요.”

“보기에는 그래도 저런 사람들이 순수해요.”

“아닌 것 같은데요?”


조 선생이 반박했다.


“아무튼! 마동수님 처방 보낼 테니 내일 아침에 달여야겠어요. 하루라도 빨리 드시고 싶은가 보던데.”

“알겠습니다. 원장님.”


처방은 이미 머릿속에 그려놨으니 고민할 것도 없다.


차트에 입력하고 전송까지 5분도 안 걸렸다.


온 몸에 힘이 빠졌다.


마치 저혈당이 온 것처럼 온 몸이 땅 속으로 꺼지는 것 같았다.


마동수 한 명 진료하는 게 38 명 진료 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오늘 진료는 이걸로 마무리 될 것 같은 느낌.


퇴근 시간까지는 아직 한 시간도 더 남았다.


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여태까지는 환자가 안 와서 걱정이었는데 오늘만큼은 더 올까봐 걱정이었다.


퇴근 시간까지 그냥 쉬고 싶을 뿐이었다.


#


어제는 마동수님이 네 번째 환자였는데, 오늘은 오전 11시 30분밖에 안됐는데 이미 4 명째이다.


“원장님. 신환입니다.”

‘5번 째 환자군.’


느려서 그렇지, 조금씩 회복추세인 건 확실하다.


김재문 38세 남자.


“허리가 간혹 아파서 침을 좀 맞을까해서 왔습니다.”


180이 될까말까한 키에 꽤 날렵해 보이는 몸이었다.


“그렇습니까? 어디 한 번 볼까요? 침대위에 올라가셔서 허리의 맨살을 드러내시고 엎드려 주세요.”


김재문은 그가 시키는 대로 침대위에 엎드렸다.


그는 김재문의 허리근육 여기저기를 만져보았다.


“몸을 많이 쓰시는 일을 하시는군요.”

“허리만 만져보고 그런 것도 압니까?”

“아닙니까?”

“맞습니다. 많이 썼죠.”

“다치기도 많이 다치셨네요?”

“예. 여기저기 안 다친데가 없습니다.”

“그런 거에 비하면 허리 상태는 많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근육이 조금 뭉쳤네요.”

“제가 생각해도 심하지는 않은 거 같습니다.”

“서너 번 정도 침을 맞으시면 많이 좋아지겠네요. 침구실로 들어가시죠. 거기서 침을 놔 드리겠습니다.”


김재문은 침구실로 이동하기 위해 바지를 추스르면서 물었다.


“마동수 씨! 어제 여기 왔었죠?”


그는 김재문의 물음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아 예. 마, 마동수 씨요? 오셨죠. 아시는 분인가요?”

“예. 뭐 좀. ······ 무슨 일로 왔었나요?”

“치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치료요?”


김재문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어디가 아파서요?”

“죄송합니다만, 그건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

“환자의 진료정보에 대해서는 제 3자에게 공개할 수 없게 되어있거든요. 궁금하시면 마동수님께 직접 물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뇨. 뭐, 그럴 거까지는 없고. 알겠습니다. 침구실로 가면 되는 거죠?”

“예. 나가시면 우리 선생님들이 안내해 주실 겁니다.”


#


한의원의 운영은 조금씩 회복세를 보여 하루 내원 환자가 스무 명이 넘기 시작했다.


이런 회복 추세라면 머지않아 서른 명을 넘어설 것 같았고, 마흔 명도 넘어설 것 같았다.


그러면 그는 다시 하루 진료 환자를 38명으로 제한하고, 그 이상의 환자는 예약진료 대기 명단에 올릴 생각이었다.


그도 많은 환자를 진료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쏟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환자를 내 몸처럼 아끼자!>


표 박사가 강연회에서 부르짖었듯이, 그 정도 까지는 아니어도 돈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았다.


마동수가 다시 내원했다.


이번에는 각종 얼라들은 다 떼놓고 마동수 업그레드 버전 얼라 하나만 달고 왔다.


그래서 그런지 차 선생 조 선생도 한결 밝은 표정으로 마동수를 반겼다.


진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정도만 해도 지난번보다는 한의원 분위기가 훨씬 덜 살벌했다.


“원장님. 도대체 지난 번 지어주신 그 약에 뭐가 들었습니까?”


원장실로 들어온 마동수는 의자에 앉자마자 그 말부터 던졌다.


“왜!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문제라면 문제지요.”


그러고 보니 마동수 표정이 심각했다.


‘문제! 그럴 리가 없는데.’


그는 그렇게 확신했다.


사상체질처방은 후세방처럼 두루뭉술하지 않다.


그래서 자로 잰 듯 정확하지 않으면 효과가 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체질을 정확히 판별했더라도 증상 판별을 정확히 하지 못하면 부작용이 나기도 한다.


체질 판별을 잘못하면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날 수도 있다.


그러니 사상체질처방을 쓸 때는 체질판별은 물론 증상감별도 아주 정확히 해야 한다.


후세방처럼 본방에다 가감(加減)도 하지 않는다.


이제마 선생이 제시한 본방 그대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아주 정교하면서도 치밀하게 구성된 처방이라 어느 약을 빼고 더하고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마치 정교하게 지어진 건축물의 지지물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러니 확신이 서지 않으면 사상체질처방은 쓰지 않는 것이 낫다.


그는 지금도 마동수의 체질판별은 물론 증상감별도 정확했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니?


그는 잔뜩 겁에 질리고 말았다.


하필 그 순간 마동수의 오른쪽 가슴이 불끈 용솟음치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저승사자를 아주 잠깐 본 것 같은 느낌은 그냥 단순한 느낌뿐이었나!


“아니, 힘들어서요. 너무너무 힘들어서 출근을 할 수가 없어요. 이건 어느 정도라야지, 사람이 살 수가 없어요.”


그냥 단순한 느낌만은 아니구나. 분위기 파악을 마친 저승사자님께서 미리 와 계셨구나.


그는 눈을 감았다.


‘내 삶은 여기서 끝나는 건가!’


30여년의 짧다면 짧은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아니, 이건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마누라 생각, 밥 먹다가도 마누라 생각, 차타고 가다가도 마누라 생각. 하루 종일 마누라 생각. 이러니 사람이 살 수가 없어요, 원장님.”


그는 눈을 번쩍 떴다.


“뭐라고요?”

“아니, 제가 코피 터지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약을 지어간 거 아닙니까?”

“그, 그렇죠.”

“그러면 위쪽만 치료를 하셨어야지 아래쪽은 왜 건드리셨어요?”

“예? 아래쪽이라고 하시면?”

“푸하하하. 이것 참. 약값을 두 배로 드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푸하하하.”


지난 번 보다 훨씬 많은 침이 그의 얼굴위에 튀었다.


한 여름의 장대비처럼.


그러나 그는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찡그리기는커녕 환하게 웃었다.


조금 전까지 눈앞에 어른거리던 저승사자가 재빨리 토끼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한약 드시고 난 이후로는 사모님께 비실비실하다는 말씀은 안 들으시겠네요?”

“비실비실이 뭡니까? 우리 마누라 요즘은 입만 벌렸다하면 아우, 이 짐승. 우리 이쁜 짐승, 나의 귀여운 짐승. 할 수만 있다면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나 뭐라나! 푸하하하.”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물었다.


“다행입니다. 코피는 좀 어떻습니까?”

“안 납니다. 한약 복용한 이후론 한 번도 안 터졌어요.”‘그럼 그렇지.’


그는 조금 우쭐해졌다.


“전혀요. 코피가 하도 안 나서 어제는 일부러 코딱지를 후벼 파 봤거든요. 그런데도 안 나던데요.”

“그렇습니까?”

“그것뿐만 아니라 머리도 개운하고 피로도 사라지고, 눈이 뻑뻑하던 것도 사라지고요.:

“정말 많은 부분이 좋아지셨네요.”

“그럼요. 원장님께서 지어주신 한약이 기가 막히던데요.”

“사람은 머리는 차고 배는 따뜻해야 건강한 법이거든요. 반대가 되면 병이 되는 겁니다. 마동수님처럼요.”

“아예.”

“그러다가 위로 몰려 있던 열을 아래로 내려 주니까 머리는 차서 맑아지게 되고, 아래는 따뜻해지니까 사모님한테 짐승 소리 듣고 사시는 겁니다.”

“이해가 됩니다. 원장님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유, 감사는 무슨!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아!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인데, 이 약은 마동수님의 코피에만 효과가 있는 처방입니다. 다른 분의 코피에도 탁효가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우리 마누라가 원장님께 꼭 여쭤보라고 했는데.”

“무슨? 말씀 하시죠.”


마동수는 두 사람 밖에 없는 원장실을 쓰윽 둘러보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이 약은 장복하면 안 되냐고 여쭤 보라고해서요. 펴어어엉생 먹어도 되느냐고요.”

“예? 평생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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