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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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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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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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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화 보디가드 허준영

DUMMY

“이, 이게 뭡니까?”


재문은 일자 눈을 하고 인혁을 쳐다보았다.


“놀랄 것 없어. 우리 관계가 오래 지속되려면 공평해야 하지 않겠어! 다른 뜻은 없어.”


예금주가 김재문으로 되어 있는 은행 통장 사본.


“몇 년 전에 찍힌 70 억. 아! 여러 차례 나눠서 들어왔지만 다 합치면 70억 맞지? 그 돈 나한테 설명 좀 해주지.”

“왜 이러십니까? 이 돈은 전무님하고 아무 상관없는 돈 입니다.”

“양주를 밀수해서 번 돈 맞나?”

“전무님!”


재문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평소의 그라면 인혁에게 이러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밀수한 양주를 네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손님들한테 팔았더군.”

“전무님. 이건 아니죠!”

“화 낼 것 까지는 없어. 나도 보험 하나는 들어놔야 마음 놓고 너한테 일 시킬 거 아냐! 너는 내 밑구녕까지 다 알고 있는데, 나는 너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이건 공정하지 않지. 안 그래?”


끙!


재문은 신음을 토했다.


“쭈욱 한 번 봐.”


인혁은 식탁위의 봉투 속 내용물을 턱으로 가리키며,


“별의 별 거 다 있던데. 술집하면서 탈세한 것도 있고, 아! 너 사람도 죽였더라?”


재문이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윤지현,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처리? 무슨 처리?”


인혁이 언성을 높였다.


“그걸 원하시는 거 아닙니까?”

“야! 김재문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미쳤어? 그거 아냐.”


인혁이 상체를 곧추 세우며 말했다.


그러나 재문은 간파했다.


최인혁의 말과 표정이 다르다는 것을.


그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뭐라는 것을.


#


윤지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방 침대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준영씨. 최인혁이 머지않아 구속될 것 같아요. DS 엔터의 자문 변호사 말로는 재판도 속전속결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대요. 삼현 그룹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니까 빨리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러면 지현 씨한테도 영향이 있나요?-

-저도 빨리 대처해야할 것 같아요.-

-왜요?-

-최인혁 그 사람. 내가 자기를 파멸시켰다고 생각할 게 분명해요.-

-자기가 먼저 잘못을 했잖아요?-

-준영 씨하고는 다른 사람이에요.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가요?-

-날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 저도 살 궁리를 해야죠.-

-해외로 나가려고요?-

-그 생각도 했지만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여기가 덜 위험해요.-

-무슨 뜻이죠?-

-저 DS 엔터와 재계약 하려고요.-

-그게 무슨 살 궁리에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에요. 재계약하면 마 대표가 절 지켜줄 거예요.-

-마 대표를 너무 믿는 거 아닌 가요? 그 사람도 썩 믿을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요.-

-마 대표를 믿는 게 아니라 돈의 힘을 믿는 거죠. 저한테 문제가 생기면 DS엔터도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거든요.-

-아아!-

-DS 엔터를 지키기 위해서도 저를 지키려고 하지 않겠어요.-

-그렇군요. 난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당연하죠. 이건 내 일이니까, 저로서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해야 하는 거고요.-

-미안해요, 지현 씨. 뭐라고 돕고 싶은데, 아무런 도움이 못 돼서요.-

-말했잖아요. 지금처럼 내 친구가 되어준 것만으로도 저한텐 큰 힘이 된다고요. 더 이상은 저도 싫어요. 잘못하면 준영 씨도 다칠 수 있거든요.-

-······.-

-저는 준영 씨한테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냥 제가 무사할 수 있게 간혹 기도나 해주세요.-

-예. 그럴게요. 매일 매일 기도할게요.-


며칠 후.


이번에는 마동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원장님. 지현이가 저하고 재계약을 하겠대요. 하하하.-

-그래요? 잘 됐네요.-

-설마 했는데 이게 다 원장님이 설득해주신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뇨. 마 대표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아유. 또 그러신다. 또 또. 하하하. 아무튼 감사합니다. 약속한대로 후사하겠습니다.-

-아니요. 후사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 원장님, 바쁘실 테니까 이만 끊겠습니다. 며칠 내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마동수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


윤지현이 DS엔터와 재계약한 그 다음날.


마동수는 각종 얼라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너희들, 김재문이 알지?”

“예.”


각종 얼라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김재문이 달고 다니는 얼라들도 잘 알 테고?”

“예. 알고 있습니다.”

“내 말 잘 들어라. 글마들이 언제 공격해올지 모른다. 아, 아니. 우리를 공격한다는 말이 아니라, 언제 윤지현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말이다.”


각종 얼라들은 마동수의 입만 쳐다보았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목숨을 걸고 윤지현을 지켜야한다. 윤지현이 죽으면 DS 엔터도 망하고, 나도 죽고, 니들도 다 죽는다. 내 말 알겠냐?”

“예.”


윤지현은 며칠 후 광고 두 개를 계약했고, 그 다음 날 이미 예정이 잡혀 있던 광고 촬영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드라마 출연도 확정지었다.


여주인공은 당연히 윤지현의 몫이었다.


총20부작으로 기획된 드라마는 회당 3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대작드라마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제작비가 회당 7, 8억 수준인 걸 감안하면 회당 30억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드라마는 시청률 대박이 나도 적자날 가능성이 높다.


해외시장을 얼마나 개척하느냐가 성공과 실패의 관건인 셈이다.


일층 백반집 진혜리도 이 드라마에 출연한다.


지현의 추천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고마워. 지현아-


혜리는 아주 작은 역이라도 열심히 할 생각이었다.


-고맙기는. 오히려 내가 너한테 고맙지. 네 덕분에 허준영 원장님 알게 됐잖아.-

-호호. 그런가?-

-그럼!-


#


드라마의 첫 촬영 스케줄이 잡혔다.


이미 오래 전에 계약했던 드라마를 이제야 찍는 것이다.


첫 회 분량의 절반가량은 강원도 오지에서 촬영된다.


며칠은 촬영장근처의 숙소에 머물려야 하는데 워낙 오지여서 가까운 호텔까지도 한 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다.


제작진은 윤지현을 위해 호텔 방을 예약해뒀다.


이런 준비는 드라마 제작팀에서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마동수와 그의 얼라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최인혁의 사주를 받은 김재문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감쪽같이 윤지현을 해치우기 쉽지 않다.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CCTV가 없거나 드문 곳이 뒤탈 없이 처리하기가 편하다.


윤지현이 이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마동수는 이런 이유로 말렸다.


“알아요.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하지만 언제까지 피를 말리면서 살 순 없잖아요.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들의 공격을 유도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마동수는 윤지현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최인혁은 얼마 안 남았어요.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저를 끝장내고 싶어 할 거예요. 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예요.”


마동수는 각종 얼라들과 함께 야외촬영장 주변을 점검했다.


CCTV가 없는 곳이 많았고, 인적이 드문 곳도 아주 많았다.


이러면 김재문을 막아내기가 훨씬 어렵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촬영장과 숙소인 호텔이 너무 멀어. 걔들이 공격하기 좋은 장소가 너무 많아.”

“그럼 어쩌죠?”

“내 생각엔 호텔은 호텔대로 예약 걸어놓고, 촬영장에서 이십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민박집을 구하면 좋겠는데. 민박집과 촬영장 사이에는 김재문이 공격해올 가능성이 높은 지점이 두 군데 정도 되더라고.”

“두 군데면, 뭐.”

“그렇지. 그 두 군데만 지키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어?”

“좋은 생각이네요. 대표님이 알아서 하세요.”


윤지현이 동의하자, 마동수가 얼굴을 찡그리며 자신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왜 그러세요, 대표님?”

“아아, 오랜만에 머리 좀 썼더니 깨질듯이 아프네!”


윤지현이 마동수의 이마를 만져보더니,


“열이 많이 나는데요!”

“찬물에 머리 좀 식혀야겠어.”


세면대로 가는 마동수의 뒤통수에 대고 윤지현이 구시렁거렸다.


“하이고, 참. 그것도 머리 쓴 거라고.”

“뭐라고?”

“대표님, 머리 좋다고요. 아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그렇지? 어떨 땐 내 자신한테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푸훗!


#


퇴근 시간 10분 전이다.


오늘 진료는 끝났다.


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윤지현이 걱정되는 것이다.


‘마동수 대표가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생각해도 마음이 놓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인터폰을 눌렀다.


“차 선생. 퇴근 합시다.”


그는 대로변까지 뛰었다.


퇴근 시간이라 택시 잡기가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침 그의 앞에 택시가 섰다.


손님이 내린다.


그는 택시에 접근했다.


“기사님. 강원도 가시겠어요? 요금 두 배 드릴게요.”

“강원도 어딘데요?”


그는 윤지현과의 통화를 통해 알아낸 촬영장을 말했다.


“예? 아니, 거기는 저도 한 번도 안 가본 데라서. 가만! 내비에 나오나 모르겠네요. 어디라고요? 다시 한 번.”

“세 배 드리게요.”


택시 기사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에이. 모르겠다. 일단 타세요. 팔도 유람하는 셈치고 가보죠, 뭐, 하하하.”


그를 태운 택시는 어둠을 가르고 달렸다.


서울을 벗어났지만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렸다.


#


촬영 하루 전 윤지현은 제작팀에서 준비한 호텔은 비워두고, 외진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내야했다.


시설은 형편없었다.


뜨거운 물을 받아 마당에서 세수는 할 수 있지만, 샤워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입을 열면 방 안에서도 입김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화장실 사용은 더 불편했다.


그러나 윤지현은 단 한마디 불평도 없었다.


“불편해도 며칠만 참아.”


마동수는 미안해서 그렇게 말했다.


“어릴 때 이런 집에 살았어요. 오랜만에 추억에도 잠기고, 저는 괜찮아요.”


마동수는 각종 얼라들을 여러 팀으로 나눴다.


그리고 김재문이 접근할만한 진입로에 세워둔 차 안에서 잠복해 있으라고 명령했다.


드라마 첫 촬영은 무사히 마쳤다.


아침부터 시작된 촬영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윤지현은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1시이다.


그런데 준영의 문자가 와 있었다.


‘아니, 이 남자는 이 시간에 안 자고 왜 문자를 보내?’


그녀는 준영에게 전화했다.


-아, 지현 씨. 지금 어디에요?-

-어디긴요? 강원도죠. 조금 전에 촬영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중이에요. 준영 씨는 이 시간에 안 주무시고 뭐하세요?-

-나 여기 지금 강원도에요. 촬영장 근처요.-

-예? 아, 아니 지금 이 근처 있단 말이에요?-

-그렇다니까요.-

-여긴 왜요? 무슨 일로요?-

-왜는 왜에요? 지현 씨 걱정이 돼서 왔지.-


15분 후.


그는 지현과 만났다.


그는 승용차 뒷좌석에 윤지현과 나란히 앉았다.


“어머! 세상에! 농담인줄 알았는데 사실이네.”

“어우, 생각보다 너무 멀어. 밤이라서 그런가? 더 멀게 느껴지네요.”

“이렇게 멀 줄 알았으면 안 왔을 건데, 그 말하려고요?”

“그냥 그렇다고요. 멀어도 왔겠죠.”

“세상에! 나 감동 받았어요. 봐요. 나 감동해서 눈물 나는 거 봐요.”


윤지현은 자신의 눈을 그의 앞에 들이밀었다.


“눈물은 무슨 눈물! 눈곱이나 좀 떼요.”


윤지현은 눈을 곱게 흘겼다.


“그게 여자한테 할 소리에요? 더구나 최고의 스타 윤지현한테요.”

“키킥! 그건 그렇고, 별일 없었죠?”

“아직은요.”

“그럼, 됐어요.”


끼익.


그 때, 승용차가 윤지현의 차 앞을 가로막았다.


두 사람의 얼굴이 긴장감이 맴돌았다.


“무서워요, 준영 씨.”


지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그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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