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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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산책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9.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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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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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초인적인 정신력

DUMMY

“몇 달 전부터 기침이 간혹 나더니, 점점 심해지더군요.”


준영의 표정이 약간 심각해졌다.


“아! 코로나 검사는 수시로 했는데, 그건 아니고요. 열도 안 나고요.”

“알겠습니다.”


그는 현민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그 후로 간혹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차고요.”


그는 이 정도만 듣고도 송현민 선수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자코 듣고 있기만 했다.


“누우면 숨이 더 차서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등을 벽에 기댄 채 잠드는 날이 많았습니다.”“정말 힘드셨겠네요.”


그는 송현민 선수가 겪었을 고통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그런 식으로 하루 겨우 두세 시간 눈 붙이고, 구단 연습장으로 나가거나 경기를 하러가고는 했죠.”


그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숙면을 취해도 잘 할까 말까 한데!’


송현민 선수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그 힘든 훈련과 경기를 소화했단 말이었다.


초인적인 정신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송현민 선수님. 두 달 전쯤인가 경기 도중에 다치지 않으셨나요? 어느 팀하고 경기더라?”

“예. 맞습니다. 첼시와의 경기 도중에 상대 팀 선수와 공중볼 경합을 하다가 머리를 부딪친 일이 있었습니다.”

“맞아요. 첼시. 그 때 그라운드에 쓰러져있던 송현민 선수가 기억이 나네요. 제가 그 경기 중계방송을 통해 봤거든요.”

“예. 그때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뇌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서 며칠 쉬면 원 상태로 돌아올 거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원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나보네요?”

“예. 원 상태로 돌아오기는커녕 더 심해졌어요.”

“아아! 그렇습니까?”


그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졌다.


현민은 이어서 자신의 불편을 호소했다.


“사실은 이 증상은 그 때 부상을 당하기 한 달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머리를 부딪치는 부상을 당한 후 증상이 더 심해졌고, 없던 증상도 새로 나타났고요.”

“세상에! 그런데도 경기에 계속 나간 겁니까? 구단에 말씀을 하지 그러셨어요?”

“검사에서 나타나는 병도 아니고, 이런 정도로 출전 못 하겠다고 팀에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

“프로 세계는 냉정하거든요. 선수가 더 이상 팀에 쓸모없다 싶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팔거나, 버리거든요.”

“아! 그렇더라고요.”

“그 때 부상을 당한 이후로 어지러운 증상이 생겼어요. 특히 자세를 빨리 바꾸거나 고개를 돌리거나하면 더 심하고요.”


기가 찼다.


축구 선수라면 경기 중에 시도 때도 없이 자세를 바꾸거나 고개를 돌려야 한다.


그럴 때마다 어지러웠다면 지금까지 어떻게 경기를 했단 말인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태까지 큰 일 없이 지금 이 자리까지 와서 자신에게 고통을 호소하는 송현민 선수!


그는 손 선수를 보며 경이로움을 넘어 전율을 느꼈다.


‘이 사람이 정말 사람인가? 사람이 맞긴 맞나?’


아무리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가 판단하기에는 이 정도면 정신력만으로 버틸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축구 선수가 그런 증상이 있으면 정말 힘들었겠어요.”


뭐라고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겨우 이 정도 말만 해줄 수 있었다.


“사실은 이번에 귀국하면서도 죽는 줄 알았어요.”

“왜요? 무슨 사고라도 있었나요?”

“비행기 안에서 멀미를 심하게 했거든요.”

“아. 그럴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비행기를 수 없이 많이 탔어도 멀미를 한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

“멀미라뇨? 축구 선수가 멀미나면 선수 생활 그만 둬야 하거든요.”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다니면서 경기를 해야 하니 그렇겠군요.”

“더 어이없는 건 여기 한의원으로 오는 차 안에서 또 멀미를 했어요.”

“아아!”

“길만 안 막히면 차로 30분이면 충분히 올 수 있는 거린데, 여러 번 쉬면서 오는 바람에 1 시간도 더 걸렸습니다.”

“지금 호텔에 묵고 계시나요? 말씀 하셨으면 제가 왕진이라도 갔을 텐데요.”

“말씀 감사합니다만 원장님께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아서요.”

“천만에요.”

“원인을 알면 치료라도 할 텐데, 의사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고개만 갸우뚱거리니, 정말 미치겠어요. 저, 선생님께 치료 받고 싶어서 일부러 귀국한 겁니다.”


그는 큰 부담감을 느꼈다.


“원장님. 곧 월드컵이 있는데, 그 전에 고칠 수 있을까요?”


현민은 진지하게 물었다.


“저 이번 월드컵에 꼭 나가고 싶습니다, 조국의 명예를 위해 꼭 뛰고 싶습니다. 선생님. 제발 제 병 좀 고쳐 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현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허리를 완전히 꺾어 인사를 했다.


“아. 어지러워. 고개를 숙였더니 또 어지럽네요.”


그는 휘청거리더니 겨우 몸의 중심을 잡았다.


“이, 인사하지 마세요.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요.”


#


그는 우선 자신의 오른손 손가락을 그의 요골동맥위에 살짝 올렸다.


검지, 중지, 약지.


부, 중, 침 중에 부의 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조금 더 눌러 중의 맥을 확인했다.


이어 깊이 눌러 침의 맥도 확인했다.


긴맥(緊脈)과 현맥(弦脈)이 감지됐다.


뇌맥(牢脈)도 관맥(關脈)에서 촉지 되었다.


반대편도 이런 순서로 진맥했다.


5분의 시간이 걸렸다.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현민 역시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그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몸에는 혈액도 있지만 수분도 있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테고요?”

“예. 알고 있습니다.”

“혈액순환도 잘 되어야하지만 수분대사도 원활하게 잘 이뤄져야 합니다.”

“저는 수분대사가 잘 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수분대사가 잘 되지 않고, 이 상복부와 가슴부위에 고여 있어서 그렇습니다. 우리 한의학에서는 이런 비생리적인 물질을 담음(痰飮)이라고 합니다.

“담음이라고요. 그런데 제 몸에 담음이 왜 생기는 거죠?”

“일반적으로 음식을 섭취했는데, 우리 몸에서 제대로 소화흡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런 물질들이 정체해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담음이 생깁니다.”

“???”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과하게 섭취해서 생기기도 하고요. 체질적인 요인으로 생기기도 하고, 운동 부족으로 생기기도 하고요,”

“운동 부족이라고요? 제가요?”

“하하하. 제가 조금 전에 말씀 드린 것은 일반적인 경우이고, 송현민 선수는 당연히 해당이 안 됩니다.”

“그러면 저는요?”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이런 비생리적인 물질인 담음은 누구에게나 다 생깁니다. 하지만 이 담음이 적정범위를 넘어서면 병이 되는데, 송현민 선수는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이 담음에 불을 지른 겁니다.”

“아! 스트레스요.”


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담음이 자극을 받아 위로 치받혀 오르면 어지럽고, 숨이 차고, 속이 메슥거리는 겁니다. 특히 누우면 더 심해져서 잠도 못 자는 거고요.”


현민은 심각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원장님. 제가 영국에서 여러 병원을 갔었거든요. 그런데 어떤 의사 선생님도 담음 때문이라는 말씀은 안 하셨는데요?”

“당연합니다. 영국 의사들은 한의학에 대해서는 모를 테니까요. 담음이라는 개념은 한의학에만 있는 거지 서양의학에는 없죠. 하지만 노폐물이 담음과 비슷한 개념이긴 합니다.”

“노폐물이요? 제가 그렇게 열심히 뛰면서 땀을 흘리는데 노폐물이 제 몸 속에 고여 있다고요?”

“노폐물과 비슷한 개념이지 똑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검사를 받았는데, 그런 말씀은 없으셨는데요?”

“담음은 그 어떤 검사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어떻게 아세요?”

“조금 전에 진맥하지 않았습니까?”

“아! 진맥이요. 진맥만으로 담음을 잡아내신다고요?”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합니다.”

“예에.”


현민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그런 현민을 이해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런 말은 얼마든지 황당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 밑에 다크서클도 보이고요. 얼굴에 때가 낀 것처럼 얼룩덜룩하기도 하고요.”

“아, 맞아요. 저 원래 피부가 정말 좋았거든요. 맨날 햇빛을 보며 뛰어다니는 축구 선수 피부가 어떻게 그렇게 깨끗하냐는 말 많이 들었거든요.”

“······.”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기고, 세수를 안 한 것처럼 얼굴이 얼룩덜룩하고, 아, 그러고 보니 비슷한 시기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네요. 그러면 이게 다 연관이 있어서 그랬던 건가요?”

“그렇습니다.”


현민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보다는 그의 말에 공감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 또 갑자기 속도 메슥거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어요.”


현민은 갑자기 휘청거렸다.


“아! 죽을 것 같아요, 선생님. 빨리 치료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어서 침대위로 올라가세요. 제가 침을 놔 드릴게요.”


그는 현민을 부축해서 침대에 올린 다음 벽에 기대게 했다.


“누우면 증상이 더 심해질 테니 앉은 채로 침을 놔 드리겠습니다.”


현민은 대답도 하지 못했다.


눈을 감은 채 힘없이 벽에 기대 있을 뿐이었다.


그는 마음이 아팠다.


이런 몸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경기를 했다니!


이런 초인적인 정신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었다.


“자! 송현민 선수. 침을 놓겠습니다.”


그는 자침을 시작했다.


중완을 가장 먼저 취했다.


원래 중완은 반드시 누운 상태에서 취혈하고 자침을 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게제가 아니었다.


백회도 빼지 않았다.


대충과 합곡에도 자침했다.


수분과 전중에도 자침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수소음 심경의 소부와 영도에도 자침했다.


그리고 12경락에 포함되지 않은 그만의 비혈(秘穴) 두 자리를 취해 자침했다.


자침을 끝낸 그는 눈을 감았다.


그런 다음 현민에게 처방할 한약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백출, 복령, 목향, 천마, 박하,

계지, 감초, 원지, 용안육,

볶은 산조인, 치자, 소엽, 길경,

생강으로 법제를 한 반하,

진피, 향부자, 황금, 황연······


그는 머릿속으로 처방을 구성하다가 멈추고 눈을 떴다.


“송현민 선수! 이제 눈을 떠보세요.”


그의 말에 현민이 눈을 떴다.


“어! 좋은데요.”

“어지럽지 않나요?”

“안 어지러워요. 속도 메슥거리지 않고요.”

“머릿속으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을 텐데요?”

“예. 맞아요. 너무 상쾌한 바람이 불어요.”

“눈이 밝아지고요?”

“예. 세상에! 눈앞이 너무 선명해요. 마치 퍼붓던 장대비가 그치고 난 뒤처럼 너무 깨끗하게 보여요.”

“머리에서부터 배꼽 아래로 물줄기가 흘려 내려가는 게 느껴질 텐데요?”

“맞아요. 마치 물줄기가 내려가는 것 같아요. 이게 뭐죠? 선생님?”

“맺혔던 담음이 풀어지면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겁니다.”

“아 예.”


현민은 한의원에 온 후 처음으로 밝게 웃었다.


억지웃음이 아닌 만족한 웃음을!


“하아! 이것 참! 신기한데요. 정말 신기하네요, 원장님”


현민은 몸도 이리저리 돌려보고 고개도 움직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더 이상 그의 말에 의문을 달지 않았다.


전적으로 그를 신뢰하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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