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미스테리써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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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진
작품등록일 :
2023.05.10 15:23
최근연재일 :
2023.09.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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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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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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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

.




DUMMY

집에 돌아와서 주혁과 슬은 약속이나 한 듯 말없이 청소만 했다.


말로 하지 않아도 둘은 서로 호흡을 맞춰서 척척 빨리도 일을 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하도 많아서 저녁 무렵이 돼서야 대충 일을 끝내고 부자는 마당이 보이는 마루에 앉았다.


주혁이 말없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와 아들에게 건넸다.


“슬아! 애썼어. 좀 마셔! 힘들었지?”


다래는 식당에서 돌아오자마자 마당으로 뛰쳐나가 식물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노느라 바쁜지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다래가 주위에 없는 것을 다시 확인한 주혁이 말했다.


“슬아!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주혁이 한숨을 크게 쉬고 얘기를 시작했다.


그것은 슬이 유치원에서 쓰러졌을 때 일과 그 애가 몰랐었던 친구들의 상태, 그리고 그 이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관한 것들이었다.


“아빠가 미안해! 그때 슬이가 다치지 않기만 바래서 다른 건 생각지 못했어. 궁금했었지? 아마 원망도 했을 거야. 그렇게 친구들을 좋아했는데···. 미안해. 정말! 끄윽!”




주혁이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얘기를 듣는 동안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했던 슬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슬아! 괜찮아? 물이라도 더 줄까?”


그의 질문에 슬이 가만히 고개를 들고 말없이 아빠를 안았다.


“흐으윽! 내가 더어 미안해! 아아빠! 나 때문에 엄마도 잃고, 흑, 살던 데서도 쫓겨나고.”


그 모습에 주혁이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허어! 아니야, 슬아! 그렇게 생각하지 마! 아빠는 니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 사는 날이 보람됐던 건 바로 니가 있어서였어.”


부자가 한참 얼싸안고 울고 있는데 다래가 마루 앞에 있던 나무의 짙은 그늘에서 나오며 말했다.


녀석은 어느 새 나타나 들의 얘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알겠다, 뭉! 오늘 만난 멀쭉한 놈이 우리가 찾는 놈이다, 뭉멍!”


둘은 놀라서 동시에 다래를 쳐다봤다.


다래는 유치원 사고 때 돌의 기운이 친구들에게 흘러 들어 간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럼, 그 다섯 명이 전부 다 그렇다는 거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뭉멍!”


주혁의 물음에 다래는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잠시 생각하던 슬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검은 놈들이 쫓는 게 그 애들이야?”


“그럴 거다, 뭉! 죽이면 기운을 차지할 수 있으니까, 뭉멍!”


거침없는 다래의 대답에 슬의 얼굴이 갈수록 어두워졌다.


“슬아! 걱정하지 마! 우리가 지켜주면 되지!”


주혁은 아이를 달래 보려고 급하게 말했다.


“어떻게? 그 애들은 이제 나를 기억하지도 못하고, 그리고 다섯이나 되잖아. 어떻게 지키냐고오!”


슬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건 내가 도와줄 수 있다, 뭉뭉!”


그 말에 주혁과 슬이 동시에 다래를 쳐다봤다.




다래는 자신의 몸의 일부를 떼서 그 아이들에게 붙여두면 다른 검은 놈들이 다가오는 걸 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힘 보충이 필요하다, 뭉멍!”


다래가 말한 원기 회복은 주혁의 걱정처럼 그리 대단한 희생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애정을 담아서 슬이 다래를 계속 쓰다듬어주면 됐기 때문이었다.


“내 힘이 닿으면 니가 소멸하는 거 아니었어?”


슬은 다른 검은 놈들 과의 싸움을 떠올리며 물었다.


“그건 파괴의 힘이다, 멍! 하지만 돌은 생명이기도 하다, 뭉뭉!”


다래의 말이 다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슬은 자신이 애정을 갖고 힘을 쓰면 그건 상대가 검은 놈이라도 이롭게 할 수도 있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실제로 슬의 손에서 나온 빛이 닿는 대도 다래는 아파하기는 커녕 무슨 스파에서 힐링테라피를 받고 있는 것처럼 좋아하고 있었다.


“그만하고 일 좀 하지이!”


슬의 손길을 즐기고 있는 다래를 째려보던 주혁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치이, 왈!”


곧 다래가 슬의 품에서 나와서 코가 가려운 것처럼 코를 찡그리며 소리를 냈다.


‘쿠흠! 쿠움! 쿰!’


그랬더니 마치 콧물이 나오듯이 검은 줄이 코에서 나왔다.


“여깃다, 뭉! 어서 가져가, 뭉멍!”


주혁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다음 날부터 주혁은 시내 곳곳과 학생들이 갈 만한 장소를 골라 다니며 다섯 명의 아이들을 찾아내는 대로 다래가 코에서 짜낸 고무줄 같기도 하고 젤리 같기도 한 그 검은 줄을 붙이려고 시도했다.


아무래도 넓은 지역을 탐색 하려니 도움이 필요해서 다래가 아이들의 기운을 감지해 주기로 하고 둘은 같이 다녔다.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영락없이 강아지를 산책 시키는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왈! 왈! 왈왈!’


갑자기 다래가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찾아 냈나 보다!’


다래를 놓칠까 봐 주혁이 있는 힘껏 달리며 생각했다.


“와아! 저것 봐! 아저씨, 강아지 쫓아가다 돌아가시겠다. 헤헤헤!”




몇몇 지나가던 학생들의 웃는 소리가 들렸지만 주혁은 상관하지 않았다.


슬이 더 이상 걱정하지 않게 빨리 일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드디어 다래가 멈췄다.


“헤엑! 켁! 헤에엑!”


주혁이 숨을 몰아 쉬며 쉬고 있을 때 바로 옆으로 슬이 보다 조금 작지만 건장한 체격의 학생이 지나갔다.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파마를 한 머리에 한껏 꾸미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는데 다래가 갑자기 그 애에게 달려들었다.


‘아르르르! 왕! 왕왕!’


길을 걷다가 난데없이 봉변을 당한 그 학생이 깜짝 놀라며 크게 소리쳤다.


“아이씨! 시X! 깜짝이야! 이 개XX가!”


‘으르르! 왈왈! 왈!’




다래가 물러서지 않고 달라 들자 발로 개를 차버리려고 그 학생은 다리를 들어올렸다.


그때 주혁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학생! 제발 때리지 마! 우리 다래가 원래 착한데 갑자기 그러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놀랐지? 다친 데 없나?”


그리고 다가가서 말리는 척하며 그 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저씨! 개 좀 잘 관리하세요. 나 물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네?”


“응, 미안! 미안해!”


주혁은 다래를 안고 물러서며 마구 불평해 대는 그 학생에게 사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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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얼마간 휴재 후 돌아오겠습니다 23.09.04 6 0 -
57 균열 23.09.06 6 0 9쪽
56 사라지지 않은 위협 23.09.03 5 0 9쪽
55 다시 소생한 괴물의 파편들 23.08.30 8 0 9쪽
54 슬의 분노 23.08.27 10 0 9쪽
53 격렬한 싸움 23.08.23 8 0 9쪽
52 작전을 시작하다 23.08.20 10 0 9쪽
51 어둠을 밝히다 23.08.16 10 0 9쪽
50 새로운 적 23.08.13 12 0 9쪽
49 지하실로 가다 23.08.09 10 0 9쪽
48 새로운 능력 23.08.06 11 1 9쪽
47 다시 만난 친구들 23.08.02 14 0 9쪽
46 시작된 싸움 23.07.30 14 0 9쪽
45 공격의 서막 23.07.26 12 0 9쪽
44 슬을 향한 노골적인 공격 23.07.23 11 0 9쪽
43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 23.07.19 8 0 9쪽
42 이상한 낌새 23.07.16 7 0 9쪽
41 우리들의 미스테리써클 23.07.12 9 0 9쪽
40 다래의 정체와 숨겨진 능력들 23.07.09 12 0 9쪽
39 아지트에 모인 슬과 친구들 23.07.05 8 0 9쪽
38 또 다른 사건 23.07.02 10 0 9쪽
37 이건의 부탁과 다시 만난 친구들 23.06.28 8 0 9쪽
36 사라진 아이들 23.06.25 8 0 9쪽
35 학교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23.06.21 17 0 9쪽
34 훈련을 시작했다 23.06.18 13 0 9쪽
33 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23.06.14 12 0 9쪽
32 검은 놈의 공격과 이찬의 능력 23.06.11 13 0 9쪽
»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 23.06.07 15 0 9쪽
30 집에 돌아왔다 23.06.06 10 0 9쪽
29 다래가 된 검은 놈, 그리고 대화 23.06.05 1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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