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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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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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8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7.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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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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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저 안 잤습니다!

DUMMY

혈맹 길드의 협조로 계승을 마친 리안.

사실 그는 이렇게까지 길게 인연이 이어질지 몰랐다.


‘그때만 해도 신전에서 죽을 줄 알았으니까.’


계승만 마친 직후부터 언제든 죽을 수 있다고 예상했기에 그 뒤를 생각하지 않았으며.

혈맹 길드장의 부탁도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인 것에 불과했다.

계승만 하면 끝, 그 이후부터 그를 협박할 수단도 소용없다고 여겼으니.

약속이고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앨리온드 대륙은 넓다. 여차하면 다른 대륙으로 도망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번 생에서 살아남은 이상, 죽지 않기 위해서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현재 그가 연락할 상대는 간다르프가 아닌 혈맹의 길드장.

간다르프를 통해 전달하는 것도 번거롭단 생각이 들었고.

거기에 더해 뭔갈 아는 듯한 키란과 직접 이야기해보고 싶어서 친구를 맺었는데.

그다지 효용은 없었다.


‘참 까탈스럽게 군단 말이야.’


- 난 네가 내 정보를 열람하고 있는 걸 안다.

- 넌 대체 뭘 알고 있지?

- 이런 부탁을 한 이유가 뭐냐.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것저것 메시지를 보냈으나.

키란은 사적인 질문에 일절 답장하지 않았으며.


- 척후대에 참가했다.


- 잘됐네요. 매일 보고 부탁드립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그저 이런 경과에 대한 보고에만 답장을 보낼 뿐이었다.

리안 대놓고 질문을 회피하는 그녀의 태도에 울컥한 마음이 생겼지만.


‘혈맹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최소 한 달은 더 필요했을 거다.’


그가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으니 참았다.

지네 던전에서 발각당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면, 그 이후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나한테도 나쁘지 않은 일이 되었어.’


그녀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신청하면서 받은 검사 덕분에 리안은 과거에 대한 힌트를 얻었고.

덕분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사실상 오염군주를 제외하곤 앨리온드 대륙에서 볼일이 없어졌다.’


그를 죽인 ‘깡주노’라는 유저와 드라곤 길드에 대한 복수가 남아있긴 했지만.

그것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한다면 되려 주객전도가 된다고 여겼다.


리안은 언제든 때려치우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다소 너그러워졌다.


[오늘 척후대 일이 끝났다. 그리고 보고 말인데···. 자세하게 적어줄 테니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없을까?]


개인적인 연락이 아니어서였을까.

키란의 답장이 빠르게 돌아왔다.


[무슨 재밌는 일이 있으셨나 봐요? 좋아요. 대신 곧 있으면 저도 로그아웃할 시간이니 빠르게 말씀해주시겠어요? 저는 당신 같지 않아서 말이에요. ㅎㅎ]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녀가 먼저 뭔갈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를 은연중에 드러내었다,


‘흐음-. 이렇게 조금씩 풀어주려는 건가.’


그가 탐사대에서 정보원 노릇을 하면 보상을 주는 형세.

과연 4대 길드의 길드장답달까.

줄다리기하듯이 밀고 당기며, 사람을 다루는 게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여기서 물어보면 분명 다시 발뺌하겠지.’


여지를 내보였단 생각에 바로 미끼를 덥석 물면. 상대는 오리발을 내밀며 리안을 안달 나게 만들 터.

호기심을 유발하고 어떻게든 듣고 말겠다는 승부욕을 자극할 것이다.


[알았다. 구체적인 건 나중에 보내고 일단 간략하게 말하자면···.]


리안은 담담하게 메시지를 적었다.

키란이 이것을 정말 무시하는 것으로 여길지, 아니면 애써 관심 없는 척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는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었다.

흥미는 있을지언정 거기에 매몰될 정도는 아니다.


‘그딴 거 알아서 뭐해.’


중요한 건 남이 아니라 본인이니 말이다.


[첫날부터 수인마을을 발견하다니. 엄청난 공을 세웠군요.]


척후대로서 훌륭히 임무를 수행한 첫날의 행적.

키란은 순수하게 척후대의 성과를 축하했다.


[기분 정말 좋으시겠네요.]


리안은 그녀의 솔직한 감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니, 난 기분이 더러웠다.]


[어째서죠?]


[그 포로로 잡아들인 수인들이 노인과 아이가 대다수인데 대우 또한 처참해서 말이지.]


[흠. 제법 거칠었나 보네요.]


키란의 답장에 리안은 저도 모르게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는 제가 한 말의 뜻을 진정 이해하고 있을까.


눈앞에서 부모가 칼에 찌르는 광경을 목도한 아이의 표정.

죽어가면서도 아이를 향한 부모의 애처로운 손짓을 보고도 저런 감상을 내뱉을 수 있을···.


‘으음···. 유저라면 직접 봤어도 별다른 감상을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네.’


이를 직접 경험한 용병들조차 감정이 무뎌지는데.

본인들을 제외한 모든 것을 게임으로 취급하는 유저는 오죽하겠는가.

돈으로 취급하는 것보다 더한 마인드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을 것이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있었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어색한 침묵이 지속되고.


[할 말은 다 하신 건가요?]


키란이 이만 끝내려는 낌새를 보였다.

리안은 그녀가 멋대로 대화를 마치기 전에 재빨리 메시지를 보냈다.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


[무슨 말씀이시죠?]


그녀가 의중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자, 리안은 직설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아직도 모르겠어? 난 이 일에 불만이 너무 많아. 바로 집어치우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유리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 내뱉은 말이었지만, 사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기도 했다.

그는 이번엔 반대로 침략자로서 비슷한 일을 할 것이라 각오했었지만.

상상과 현실은 천지 차이였다.

그의 피부로 와닿는 게 달랐다.


[...지금 절 협박하시는 거예요?]


키란이 보낸 문장에서도 당혹스럽다는 감정이 느껴졌다.

아마 그녀 입장에선 그의 행동이 갑작스러운 테세전환으로 느껴질 터.

하지만 리안은 정말 계속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유저라면 거리낌 없이 죽일 수 있겠지만.

죄 없는 수인을 찾아 죽이고, 왕국에 포로로 넘기는 것은 양심의 가책이 컸다.


[괜히 내빼봤자 당신한테도 좋지 않을 텐데요?]


키란은 침착하게 설득을 시도했으나.

곧바로 이어지는 말은 리안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알지. 그런데 내가 위험한 걸 모르고 던전을 계속 테러하고 다녔을까?]


그가 진심이라는 걸 인지시키기 충분한 설명이었다.

결국, 고민 끝에 적절한 합의점을 찾기로 결정한 두 사람.

먼저 입을 연 것은 키란이었다.


[뭘 원해요? 참고로 저는 이미 많이 해드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는 미리 받은 것도 있으면서 약속을 어기려는 게 괘씸했다.


[이젠 알려줄 때가 되지 않았나? 날 이곳에 보낸 목적이 뭔지 말이야.]


리안은 스스로 생각해도 염치가 없었는지 비교적 가벼운 질문을 던졌는데.

답장이 오지 않는다.

쉽게 말해주지 않을 걸 예상하고 있었기에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자.

그녀에게서 이 정도로 만족하라는 듯 통보가 내려왔다.


[탐사대가 머무를 터전을 찾고 나면 알려드리죠.]


왕국 수도에서 출발한 탐사대는 척후대가 정찰한 루트를 따라 최적의 장소에 캠프를 만들 것이다.

동원된 인원만 수백이 되기에 빠르게 끝날 수도 있으나.

외곽이 넓은 만큼 그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다.


‘적어도 하루아침에 끝날 일은 아니다.’


상당히 멀었다는 소식이었다.


‘...오래도 부려먹으려고 하는군.’


리안은 살짝 빈정이 상했다.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나 너무나 긴 기한이었다.


[이제 만족하셨나요?]


[그럭저럭.]


[앞으로도 협조 부탁드립니다.]


잘 마무리되었다고 여겼는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끝내는데.

리안은 자리를 털고 몸을 일으켰다.


‘미안하지만, 부탁은 명령이 아니야.’


들어줄지 말지는 온전히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유저의 명령에 대한 반감일까.

아니면 수인 처지에 대한 동정심일까.

어쩌면 생명에 대한 정의감 같은 위선일지도 모르지만.


‘불쾌하다.’


리안은 마치 알레르기처럼, 거부감을 느꼈다.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이런 악랄한 짓거리에 억지로 어울려줄 이유는 없었다.


‘한번 시도는 해보자고.’


최악의 상황은 죽는 것뿐.

그것도 상당히 짜증 나는 일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정말 성에 차지 않았다.


* * *


당당하게 수인들을 풀어주겠다고 나서긴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무모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리안은 되지도 않는 일에 희생할 생각은 없었다.


‘각이 안 보이면 어쩔 수 없지.’


기회를 보고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저지르기로 결심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그가 성당이 보이는 건물에서 분위기를 살폈다.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침낭들 속에 19조원들이 들어있었다.


‘깨어있는 건 저 세명인가.’


신경을 집중하자 목소리가 아주 조그맣게 들려왔다.


“돌아왔을 때 자고 있으면 뒤진다. 진짜.”


“걱정하지 말고 빨리 가라. 패배자들아.”


“아씨, 불안한데···. 야, 가자!”


“넵!”


거리가 먼 탓에 정확히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리안은 성당 문 앞에 한 명을 남기고 떠나는 걸 보고, 지금이 마을을 돌아다니는 시간임을 눈치챘다.


“너, 재밌는 이야기 없냐?”


“없습니다.”


리안이 있는 집 아랫길로 용병 둘이 지나가고.


“하아아암~.”


남은 용병은 그들이 안 보이자마자 곧바로 하품을 하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리안의 눈에는 감시가 무척이나 허술해 보였다.


‘충분히 가능하겠는데?’


코까지 골며 세상모르게 자는 불침번.

리안이 행동에 나서려는 순간.

침낭 하나가 갑자기 상체를 일으켰다.


“크허, 흐업! 저 안 잤습니다!”


그로 인해 꿈나라를 헤매고 있던 불침번이 화들짝 놀라며 깨어났다.


“침이나 닦아.”


갑작스럽게 일어난 침낭.

그 주인공은 바로 19조의 조장이었다.

그녀는 횃불 너머의 어둠 속을 응시했는데.

하필 리안이 숨은 쪽이었다.


“잠시 정찰 좀 다녀올게. 피곤한 거 아는데 잠깐만 참아.”


“예.”


19조장은 곧바로 리안이 숨어있는 건물의 지붕에 올라섰다.

리안이 몸을 숨겼기에 현장에서 발각당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어떤 흔적을 찾았는지 그녀는 그가 왔던 길을 거슬러가기 시작했다.


‘이걸 어떡하지···?’


리안은 당황스러웠다.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는 19조장한테 들키지 않으면서 그녀보다 신속하게 집으로 돌아갈 능력이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돌아가도 뒤꽁무니 쫓기밖에 안 돼.’


저 확신에 가득 찬 발걸음.

고작 산책 나왔다는 변명은 절대 먹혀들지 않을 것이 뻔히 보였다.


‘어쩔 수 없다. 소란을 일으키는 수밖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 있어 보이는 임무에 시간제한이 생겼다.

리안은 불안감을 억누르고 구출을 강행했다.


성당 벽면을 타고 올라 옆면에 나 있는 창문으로 향하는데.

리안은 19조장의 말에도 다시 잠을 청하는 불침번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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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읽지 않은 메시지 23.08.30 111 2 11쪽
87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23.08.29 113 2 12쪽
86 하나같이 정상인이 없군. 23.08.28 113 3 12쪽
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84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4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8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3 3 11쪽
81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8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79 똑바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23.08.17 123 3 13쪽
78 경박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1 23.08.16 124 3 11쪽
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75 패기는 좋네 23.08.11 129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28 3 12쪽
73 그놈들이 억수로 운이 좋았던 거군. 23.08.09 124 5 11쪽
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0 5 13쪽
71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23.08.07 130 4 12쪽
70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8 5 12쪽
69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1 4 11쪽
68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23.08.02 136 5 12쪽
67 누가 그렇다고 했나? 23.08.01 135 4 13쪽
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8 4 11쪽
64 용병은 계약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23.07.26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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