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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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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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3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8.0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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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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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그냥 내버려 두세요.

DUMMY

척후대의 어떤 조보다도 빠르게 나아가는 18조.

너무 위험하게 앞서지 말라는 지시에 번번이 멈춰서길 반복하다가, 그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명령에 불복했다.


“조장, 이만 포기하는 게 어떨까? 이러다가 늦어버리겠어.”


18조의 궁수 용병이 마르소에게 심히 우려스럽다는 듯 말을 건넸지만.

마르소는 답지 않게 고집을 부리며, 되려 걸음 속도를 올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돼.”


며칠 전 왕국의 탐사대가 경계에 도착했고,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용병왕은 오늘부로 척후대의 일은 전부 끝났으며. 공지할 것이 있으니 모든 조에게 집합을 요구했는데.

아쉬움이 남은 마르소는 조원을 이끌고 안으로 깊숙이 진입했다.


“알았어. 대신 발타스 님껜 직접 말해서 괜한 일을 만들지 않도록 해줘.”


“그래, 알았다.”


그런 것쯤이야 얼마든지 해주겠다는 듯 마르소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확답에 조원들이 호기롭게 외치며 조장의 뜻을 따랐다.


“금역 보는 게 일생의 소원이라는데 한번 들어주지 뭐.”


“우리가 언제 여기까지 오겠냐.”


“여기까지 와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구경이라도 하고 가자.”


앞으로 한동안은 아니 탐사가 진행되는 내내, 대륙 곳곳에서 척후대의 이야기가 연신 왕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를 것이다.

개중에는 분명 외곽을 탐험하며 던전이나 유적지를 발견하는 등의 각자 자신들의 무용담을 뽐내는 용병들도 있을 터.


척후대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용병으로서 충분한 영광이고 자랑거리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몬스터와 싸우면서 보낸 18조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단조로워서 다른 조에 비해 흥미로울 게 없었고.

그들 또한 본인들의 행보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대로 끝내면 너무 허무하다.’


‘무언가 기념할만한 것이 필요해.’


그렇기에 18조는 금역에 도착하고, 목격담으로 본인들의 여정을 포장하고자 마음먹었다.

어쩌면 인간이 처음으로 남기는 발자취.

역사적인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거기 어서 피해!”


“존!!!”


그들이 금역에 도착하는 걸 원치 않는 걸까.

금역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다가갈수록 많은 수의 몬스터가 등장하며 막아섰다.

부상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고 위험한 상황이 연속되었지만.

그들은 강력한 몬스터들을 격파해가며 끝내 북부의 금역, 흐르는 사막에 도착했다.


[대륙에서 인간이 살 수 없는 지대, 금역에 도착했습니다. 업적 ‘극지 탐험가’를 완료했습니다.모든 스탯이 10 증가합니다. 명성이 200 상승합니다.]


“...아름답군.”


마르소가 감격해서 눈물이라도 흘릴 듯한 얼굴로 경치를 감상한다.

이게 무슨 괜한 고생이라며 불평했던 조원들 또한 그 광경에 또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자연의 신비스러운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흐르는 사막이라더니···. 정말 바다처럼 파도가 치는 것 같아.”


그들이 서 있는 곳을 기점으로 바닥의 모래가 마치 강처럼 이리저리 유영한다.

모래로 이루어진 바다를 소심하게 손을 뻗어 유사를 휘젓는 이가 있는가 하면, 몇몇 용감한 용병들은 그 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오, 물처럼 바로 가라앉진 않네?”


늪처럼 서서히 발이 빠졌지만 가볍게 발을 내뺄 수 있어 크게 걱정할만한 장소는 아니었다.


“너희도 올라와 봐. 느낌이 이상해!”


“단단한 구름을 밟는 기분이다.”


주변에 보이는 몬스터나 살기가 감지되지 않았기에, 강가에서 물장구를 치는 아이처럼 마음 놓고 상황을 즐겼다.

마르소도 점잖은 척 굴더니 이내 과감하게 모래를 만졌고, 소량의 모래를 병 안에 담았다.

마찬가지로 리안 또한 조심스럽게 모래 위를 걷고 있었는데.


“왜 그러지?”


마르소는 경계를 맡은 궁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처음에는 경치를 보고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궁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장, 지금 저기서 움직이는 게 보입니까?”


그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향해 마르소가 고개를 돌리는데.

광활한 지평선만이 펼쳐져 있었다.

모래가 뭉쳐서 형성된 자그마한 언덕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것이 없었는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만 무슨···.”


그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의문을 표하는 찰나, 언덕의 위치가 변하는 것이 포착했기 때문이다.

언덕은 미세하지만, 서서히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다들 장난은 그만치고 나와.”


마르소는 엄습해오는 불길함에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고자 조원들을 불렀고.

용병들은 의아해하면서도 착실히 조장의 명령에 따라 모래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어지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곧바로 전투태세를 갖추어 모래더미를 경계했다.


“확실히 아까보다 가까워진 것 같네.”


“혹시 사냥할 생각입니까?”


언제든지 지시를 내리라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지만.

18조를 이끄는 마르소의 결정은 전투를 피하는 것이다.


“그러기엔 너무 위험해. 금역의 몬스터는 알려진 바가 없다.”


외곽의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200레벨 초중반의 몬스터가 등장해왔지만.

흐르는 사막같은 특수한 지역도 같을지는 알 수 없었다.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난데없이 18조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괴물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바로 후퇴합니까?”


한가지 다행인 점은 모래 아래에 있는 몬스터의 움직임이 느리다는 점이었다.

적당한 걸음으로 도망쳐도 될 정도로 여유로웠다.


“거리를 유지하고 지켜보면서 퇴각한다. 모습이라도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무리하진 않을 거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확인하기로 지시를 내렸고.

용병들은 경험을 토대로 다가오는 몬스터의 정체를 유추했다.


“사막지대에서 바닥을 헤집고 다니는 몬스터라면, 보통 웜(worm)종류일 듯한데 범위가 살짝 이상합니다.”


웜은 보통 몸통이 길쭉했기에 저렇게 한곳에 뭉툭하게 도드라져 나오지 않았다.

예상과 다른 새로운 타입의 몬스터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르소가 조금 더 뒤로 물러나자고 주장하려는 순간.

모래 언덕에서 형체가 솟구쳐오르며.

일행들을 향해 거대한 모래 파도가 덮쳐왔다.


“큭, 무겁다!”


“으아악!”


전사들은 어떻게든 파도에 견디려고 했지만.

엄청난 무게에 짓눌려 휩쓸렸고.

전열 중에선 오직 리안만이 간발의 차이로 피할 수 있었다.


“몸을 추스르고 정면을 주시해라-!”


마르소가 큰소리로 외쳤지만.

모래에 깔린 전사들은 물론이고, 뒤에 있는 용병들조차 몸을 움직일 생각을 못 했다.


“저게 무슨···!”


뿌옇게 일어난 먼지구름 속에서 그들이 만났던 대형 몬스터들이 무색하게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다.

용병들이 유일하게 확인한 괴물의 신체는, 어떤 방어구든 가볍게 관통할 두껍고 단단해 보이는 발톱이었다.


‘뭐가 저리 커?’


리안은 자신 팔뚝만 한 발톱을 보고 경악했다.

먼지에 가려져서 눈썰미가 발동되지 않았지만.

결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옴짝달싹도 못하는 이들을 한참이나 지긋이 바라보던 거대한 괴물은 모래가 가라앉음 것과 동시에 사라졌다.


“...저건 뭐였지?”


리안의 중얼거림에 답해줄 인물은 없었다.

이곳에 있는 전원이 그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 * *


바닥부터 천장까지 사방이 온통 황톳빛으로 물든 지하 공간.

지하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넓이를 자랑하는 장소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와 있었다.

이곳 지하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하얀색 정장을 입은 인물은, 단정한 자세로 집주인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쿠구구구궁-!


지하가 무너질 듯 진동 소리가 퍼지더니.

거대한 형체가 통로의 벽을 뚫고 튀어나왔다.


- 푸하, 베르티오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뾰족한 코와 둥글고 납작한 몸체.

두더지를 엄청나게 크게 키운 듯한 생물체가 허겁지겁 구멍을 빠져나와 손님의 앞에 조아렸다.

입과 코를 손수건으로 막은 손님, 베르티오는 웅크린 괴물에게 나직이 말했다.


“하도 연락이 없어서 살펴보러 왔습니다. 우선 장소가 좁으니 몸부터 줄이세요.”


- 네,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한 괴물의 몸체가 어두운 그림자로 허물어지고.

그 안에서 암갈색 머리와 구릿빛 피부의 십 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래는 들어오기 전에 털고 들어왔어야죠.”


입었는지 벗은 건지 알 수 없는 옷차림 주제에 베르티오에게 단정하게 보이고 싶었는지, 연신 흙을 털어내는데.

날리는 먼지 탓에 되레 핀잔만 들었다.


“라파, 이제 당신도 옷을 제대로 갖춰 입으셔야 하지 않습니까?”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보자기같은 복장.

베르티오가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하하. 저는 이게 좋아요.”


상체를 당당히 드러낸 라파는 호탕한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저들은 뭔가요?”


베르티오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인물들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가 뚫고 들어온 벽을 열심히 부하고, 앞으로 들어온 모래를 치우는 수인들이 보인다.

이런 작업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빠릿빠릿하고 능숙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저분들은 아래쪽에서 찾아왔어요. 사막 한가운데서 죽어가길래 구해줬습니다. 아, 그 혹시 저분들도 죽여야 하나요···?”


가슴을 펴고 해맑게 웃던 라파가 갑자기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어두운 얼굴로 질문했다.


“괜찮습니다. 수인들은 굳이 제거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주의하세요.”


“휴-, 다행이다.”


라파는 뭘 주의하라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수인들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안도했다.

베르티오는 혀를 차며 잊은 게 없냐는 말투로 물었다.


“그보다 제가 한 달 전에 분명 말하지 않았나요? 지역에 이상한 일이 생기면 바로 말하라고 말이죠.”


“아-, 맞다! 그랬었다.”


아뿔싸.

라파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표정을 지었고.

베르티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무심하게 질문을 던졌다.


“저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알고 있습니까?”


“네! 인간 놈들이 쳐들어와서 그랬다고 했어요! 안 그래도 조금 전에 위에서 인간들이랑 마주쳤고요.”


그로선 정말 오랜만에 본 인간이라는 생물체.

소년은 신기해서 그들을 관찰했다.

가까이서 구경하고 싶어 다가갔는데 들켜버리고 말았다.

아쉽지만 침입자들을 제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베르티오가 찾아왔다는 걸 깨닫고 그들을 내팽개치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왔다.


“인간들이 결국 이곳까지 들어왔군요.”


“마음에 안 드세요? 제가 가서 쓸어버릴까요?”

베르티오가 명령을 내린다면 라파는 바로 흐르는 사막을 벗어나 외곽에 있는 인간들을 전부 몰살시킬 생각이었다.


“아닙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당장 출발···! 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지만.

베르티오는 오히려 더한 것을 말했다.


“진입해서 설치도록 당분간은 내버려 두세요.”


“그, 음···.”


라파는 잠시 의문스럽게 그를 바라보았으나, 이윽고 알았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겠습니다. 근데 언제까지 그래야 해요?”


소년은 그가 인간들을 오래 살려놓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야 베르티오는 오염군주 중 인간 혐오가 가장 심한 부류였으니까.


“그건 나중에 직접 정확한 타이밍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베르티오가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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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23.08.29 113 2 12쪽
86 하나같이 정상인이 없군. 23.08.28 113 3 12쪽
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84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5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8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4 3 11쪽
81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8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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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75 패기는 좋네 23.08.11 129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2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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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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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8 5 12쪽
»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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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65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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