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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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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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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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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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DUMMY

용병은 수인의 위험성은 인정하나 그들을 증오하지 않는다.

특히 경계 근처에서 활동하며 가끔 수인들과 마주한 용병들은, 수인을 그저 문명이 낮은 원주민으로 본질은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 어째서 이런 짓을···?”


돈 때문에 눈을 돌릴 뿐.

내심 탐탁지 않은 이가 많을 거라고.

마르소는 수인을 잡아다 파는 걸 악행으로 생각하여 꺼리는 용병 또한 많다고 주장하는데.

리안은 자그마한 의문을 느꼈다.


“그렇다면 그냥 마을에서 쫓아내기만 해도 되었던 거 아닙니까?”


생긴 것과 다르게 온건하고 상식적인 발언.

마르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래선 안 될 이유를 알려주었다.


“전원이 같은 의견은 아닐 테니까.”


수인들에게 끔찍한 기억을 가진 자가 있거나 혹은 여신을 믿는 신도일 가능성이 있다.

용병의 철칙대로 열 명의 조원 중 한 명이라도 수인들을 잡아다 포상금을 받고 싶다면 응당 그래야만 했다.

그리고 설사 모든 이의 의견이 일치한다고 쉽게 성사되는 문제도 아니다.


“조장이 나서서 수인들을 풀어주자고 말하면 웬만하면 다들 뜻을 접고 대세에 따르겠지. 근데 그 이후에 어떻게 될까?”


삼십 명이나 되는 인원에서 비밀이 지켜질 리 없으니.

조장들이 거짓을 보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척후대의 대장직을 맡은 용병왕, 발타스는 특유의 호탕함을 발휘하며 넘어가겠지만.

나머지는 그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신전을 비롯해 왕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진 못할 거다.”


왕국은 어떨지 몰라도 신전에선 필시 못마땅해할 것이 확실했다.

신전의 겉모습은 인류애와 자비가 넘쳐 보이지만, 속을 들춰내면 꼭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마치 평가 따위 상관없다는 표정이군.”


리안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마르소.

그는 리안을 무심하게 쳐다보며 충고했다.


“제멋대로 사는 걸 꼭 나쁜 건 아니겠지만, 이런 식으로 피해를 끼친 걸 보면···. 넌 지나치게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것 같군.”


그건 리안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내가 자유롭다고?’


자유.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리안과 인연이 없는 단어였는데.

이젠 남에게 도가 지나치다는 말을 듣는 상황이 되었다.


“타 대륙에서 와서 그런가? 무슨 이방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는군.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모험가들조차 때론 타인의 눈치를 보는걸 생각하면 리안은 태도가 더욱 심각했다.

보통 이런 걸 사회성이 결여되었다고 말할 텐데.

여기서 더 나아가면 오지랖을 떤다고 판단한 마르소는 말을 줄였다.


“이곳을 온 목표를 되짚어 보도록 해.”


척후대의 임무는 이후에 도착할 탐사대가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단초를 마련해주는 것인데.

마르소는 그걸 꼬집어 말한 게 아니었다.


“수백 명이나 되는 용병들이 어째서 이런 목숨이 위험한 일에 지원했을까?”


누군가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 혹은 성장이나 명성과 인맥을 쌓으려고.

일확천금을 기대하거나 반대로 긴 시간 동안 안정적인 수입을 원해서 등.

각자 다른 입장으로 탐사에 참여했다.


“심지어 왕국과 신전조차 서로의 목적이 달라. 난 북부의 금역, 흐르는 사막을 보기 위해 왔다. 너는 대체 왜 이곳에 왔지?”


“...탐사대가 자리 잡는 걸 기다리는 것.”


리안의 목적은 혈맹 길드에 진 빚을 갚고, 될 수 있으면 북부의 있을 오염군주와 만나는 것이었다.


“탐사대에 정식으로 합류하길 원하나 보군.”


물론 이를 알 리 없는 마르소는 리안의 발언을 다르게 해석했다.


“그렇다면 대의에 어긋나는 행동은 그만둬라.”


리안이 저지른 일은 도의적으로 옳은 행동일지는 몰라도, 왕국과 신전이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의 행동은 목표와 멀어지는 행위였다.


“신전은 최종적으로 오염종에게 복수를 원하고. 왕국은 영토 확장을 바라지.”


신전과 왕국의 합의 끝에 나온 탐사 계획.

거기에 국민의 안정감을 주고 불안감을 해소하는 건 덤으로 따라온다.


“외곽의 수인은 그들이 보기엔 적으로 만들기 좋은 상대야.”


일찍이 신전에서 공표한 악으로 자라날 것이라 의심받는 새싹.

본보기로 삼기엔 좋은 존재였다.

잘못된 일인 줄 아는 이들도 많았지만, 이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치기 어린 실수라고 생각하지. 앞으로 허튼짓은 자제해라.”


마르소는 리안을 지켜보겠다고 선언하고 떠났는데.

리안은 그가 마지막에 한 경고보다 감상이 기억에 남았다.


‘얼추 비슷하게는 보이나 보군.’


마르소는 결코 좋은 뜻으로 한 말은 아닐 테지만.

리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모험가가 맞으니까.

남이 보기에도 모험가 같다는 소리는 그가 유저의 생활에도 잘 적응했다는 뜻이었다.


‘여튼 무사히 넘어가서 다행이다.’


어째서 그를 봐준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리안은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 만족했다.


그리고 마르소가 1시간이 지났을 무렵.

리안이 다시금 몰래 집에서 기어 나왔다.


‘그래도 위험한 와중에 보답하겠다고 준 선물인데, 확인은 해봐야지.’


노인이 준 인벤토리에 있는 낡은 열쇠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깨어있는 자들이 많다.’


멀찍이 마을 내부를 수색하는 19조원들이 보인다.

그들은 본인들의 책임이 크다는 사실을 아는지,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마을을 수색하고 있었다.


‘저쪽으론 얼씬도 하지 말아야겠어.’


개중에는 되려 조원들보다 설렁거리는 19조장이 보였는데.

그녀 때문에 위기의 순간을 겪었던 리안은 신중하게 행동했다.


노인이 말했던 힌트대로 작은 집을 위주로 살폈는데.

마을에는 무너지고 허름한 건물이 한두 개가 아닌지라 제법 시간이 걸렸고.


‘여긴가?’


민가의 무너진 잔해 속에서 지하로 향하는 문이 보였다.

옛적에 폭삭 주저앉은 것 같은 모양새.

민가를 조사하던 용병들이 무시하고 지나칠 만도 했다.


솔직히 고생해서 얻을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었는데.

지하에 있는 내용물을 보고 그는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의 비약] -고대-

사용 시 150레벨까지 경험치 부스트 효과 적용됩니다.

외곽으로 내몰린 수인의 선조들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친 노력의 결과물.

인간이었다면 필시 칭송받았을 위대한 이가 외곽에서 자생하는 원료를 이용해 제조법을 탄생시켰다.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더니, 노인이 아주 진귀한 보물을 주었다.

그는 이렇게까지 좋은 물건이 선물했을 줄 몰랐다.


‘...이런 물건을 함부로 줘도 되는 건가?’


오히려 과한 신뢰에 부담을 느낄 지경이었다.

복잡하게 볼 것 없이 아이템 등급만으로 그 가치가 엄청나다는 걸 쉽게 짐작했다.


‘느닷없이 이런 곳에서 고대 등급의 아이템을 볼 줄이야.’


그가 착용하고 있는 목걸이를 제외하고도 상체 갑옷이나 신발같이 희귀 등급의 아이템은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부터는 경매장에서도 보기 드물었다.

비록 소모품에 불과할지라도 진귀한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


‘...마치 경험치 부스터의 강화판 같군.’


효능은 비슷했지만, 고작 초보자 단계인 50레벨까지만 효과가 지속되는 경험치 부스터와 성장의 비약 적용 범위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것이 수인들이 강한 비결이겠지···. 이런 보물이 인간한테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


인간들이 이 비밀을 안다면 어떻게 될지 안 봐도 훤했다.

왕국은 거래를 하려 들기보단 제조법을 강탈하려 들 것이다.


‘바로 사용한다.’


리안은 수인이 믿어준 답례로 망설임 없이 비약을 들이켜서 분란의 원흉을 없앴다.


[‘성장의 비약’의 효과가 활성화됩니다.]


* * *


다음날.

어렵게 모인 세 개조는 흩어져서 탐사를 이어나갔다.

첫날이 특별했던 것일까.

그 이후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났지만.

이어진 삼 일 차에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허탕인가. 아무도 없군.”


먼지를 머금은 세찬 바람이 인적없는 거리를 쓸고 지나갔다.

모든 마을에 수인이 머무는 건 아니니. 버려진 마을도 있기 마련이었다.

용병들이 아쉬움을 삼키고, 마르소는 조금 이르지만 마을에서 쉬어갈까 고민할 무렵.

마을 수색을 전담한 도적이 어두운 낯빛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지?”


“조장, 이 마을은 원래 버려진 마을이 아니야.”


다른 조원들에겐 들리지 않을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는데.

며칠 전까지 머문 흔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네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올 것을 알고 마을을 버리고 도망친 것 같아.”


도적은 주저 없이 본인의 생각을 말했고.

마르소는 머리가 아픈 표정을 지었다.


“정말 나쁜 소식이군.”


그리고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다음날, 그리고 다다음날까지 하나 같이 텅 비어있는 마을을 발견한 것이다.

18조는 텅 비어있는 마을을 보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에라이.”


“또냐?”


괜한 상상으로 분위기를 흐리고 싶지 않아 숨겼지만.

이쯤 되자 조원들도 이상한 점을 눈치챌 수 있었는데.

곳곳에 급히 떠난 흔적이 산재해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그놈들 짓 맞지?”


“아놔, 19조 새끼들 때문에 이게 뭐야.”


이들은 이 사태의 원인을 빠르게 간파해냈다.

그것은 바로 탈출한 수인들의 짓이었다.

첫날 탈출한 녀석들은 그들보다 빨리 움직여서 안쪽의 수인들을 피신시킨 모양이었다.


‘잘 살아남았군. 다행이네.’


연신 허탕을 치며 점점 표정이 구겨지는 용병들과 별개로 리안은 뿌듯함에 화색이 돌았다.

아무것도 없는 탓에 18조는 외곽을 나아가는 속도는 빨랐지만, 이것 또한 딱히 좋은 일이 아니었다.


“우리 조가 너무 빠르다고 경고를 보냈다. 내일부터 속도를 늦추고 주변 정리에 힘을 쓰도록 하겠다.”


척후대의 대장으로부터 명령이 내려왔다.

무턱대고 전진하는 것은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하여 위치를 조정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18조의 위치를 내려봤을 때.

그들만이 송곳처럼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다른 조는 잡은 수인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진척이 느리다던데. 우린 이게 뭐냐.”


한 용병이 한탄을 내뱉었다.

벌써 여기저기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지만.

18조는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다.


“...청소부라도 된 것 같구만.”


이전보다 넓게 주변 정리를 하면서 나아가는데도, 워낙 진척 속도가 남달랐고.

내세울 만한 공로는 적었지만 대신 전투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았다.


우중충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리안은 마르소의 충고에 따라 보다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했다.

고레벨의 사냥터와 성장의 비약은 시너지를 발휘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해냈는데.

성장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며칠 전망해도 손도 못 대더니 많이 컸네.”


“맨날 사냥만 하는데, 저 정도는 금방 늘어야지.”


“모두 선배님들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실버 등급의 용병이었던 존은 어느 정도 병아리 티를 벗어났고.

다른 조원들로부터 인정받는 어엿한 용병이 되었다.

이 일을 마치고 돌아가서 심사를 받는다면 승급은 따놓은 당상이었지만.

반면에 리안은 애매했다.


‘이렇게도 되는 건가. 참 기이하네.’


전투력을 최우선 사항으로 두는 용병 업계에선 그는 이미 골드에 도달한 셈이지만.

유저의 기준으론 아직 실버에 머물러 있었다.


‘컨트롤 같은 모호한 기준이 포함되지 않으니 당연한 건가.’


종합 평가는 업적이나 음식을 포함한 보너스 스탯을 제외한 순수 스탯과 가호와 특성의 평균값으로 심사한다.

덕분에 이러한 간극이 발생했다.


[리안] Lv.121

직업 : 도적

가호 : 거인의 주먹(B) 패싸움 달인(C) 수호자의 영역(C)

특성 : 컨디션관리(C) 피해보정(A) 강인한 육체(B) 눈썰미(C) 악의 씨앗(S)

능력치 : <상세히 보기>

종합 평가 : 실버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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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읽지 않은 메시지 23.08.30 11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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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하나같이 정상인이 없군. 23.08.28 113 3 12쪽
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84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5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8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4 3 11쪽
81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9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79 똑바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23.08.17 123 3 13쪽
78 경박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1 23.08.16 124 3 11쪽
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75 패기는 좋네 23.08.11 130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29 3 12쪽
73 그놈들이 억수로 운이 좋았던 거군. 23.08.09 125 5 11쪽
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0 5 13쪽
71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23.08.07 131 4 12쪽
70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8 5 12쪽
69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2 4 11쪽
»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23.08.02 137 5 12쪽
67 누가 그렇다고 했나? 23.08.01 135 4 13쪽
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65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8 4 11쪽
64 용병은 계약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23.07.26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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