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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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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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7,414

작성
23.08.2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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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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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DUMMY

마법사에서 흑마법 계열의 네크로맨서는 유저들 사이에서 매우 보기 드문, 아니 멸종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플레이하는 유저가 없는 직업이다.

우선 히든 클래스로 분류되어 전직부터가 운이 따라야 했고.

여태껏 사용해온 가호, 특성을 직업에 맞게 다 갈아 끼워야 했으니 사실 시작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그중 가장 문제로 대두되는 점은 네크로맨서의 소환수들이 전부 몬스터 취급을 당한다는 터무니 없는 설정이었다.


- 왜 다들 네크로맨서 비추천합니까? 히든클래스에다가 부하를 거느리고 다니는 게 얼마나 멋진데.


물론 네크로맨서를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 유저들은 많았다.

가끔 뭘 모르는 이들이 만류에도 도전하곤 했었다.


- 하지 말라면 하지 마라. 좀.

- 냅두세요. 멋모르고 만들다가 지 소환수한테 죽어봐야 정신 차리지.


모든 생명체를 증오하는 언데드의 지독한 설정은 소환수에도 적용되었다.

창조주에게 적개심을 품는 피조물.

기껏 힘들게 만들었는데 주인조차 못 알아보았다.

이를 경험한 네크로맨서 유저들은 처음으로 억장이 무너졌고.


- 난 애지중지 키운 스켈레톤이 지나가는 유저한테 아작나는 꼴 보고 접었음.


가까스로 지배하에 둔 언데드는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서기도 전에 박살 났다.

본래 흑마법 계열은 배척받는 세계관.

배상하라고 요구하긴커녕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이렇듯 육성 난이도는 대기권을 돌파할 정도로 높고. 평가는 단연 최악.

변태 같은 고인물조차 중도 포기해버리고야 마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직업이었다.


‘유저들을 다 죽여버릴 생각인가?’


리안은 이런 자세한 내용까지 알아보진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언데드들이 이곳에 있는 유저들은 가뿐하게 전멸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곳은 네크로맨서가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전장.

까다로운 조건인 만큼 갖춰줬을 때의 위용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게 갑자기 뭔 난리야!”

"공격해!"


유저들은 나름 저항했지만.

머릿수가 압도적이었다.

승산은 일도 없었다.


“도망치자.”

“저기로 튀면 살 수 있어.”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날 방도를 찾았다.

바로 오염종을 쓰러뜨린 NPC가 있는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었다.

도착만 하면 그 막강한 존재가 언데드에게서 보호해줄 것이다.


“뭉쳐! 저기까지 후퇴한다!”


유저들의 전략은 거의 비슷했다.

혼자서는 이곳을 돌파할 수 없다.

전사한테도 힘든 상황이지만 체력도 순발력도 떨어지는 마법사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혈맹 또한 길드원을 모아서 진형을 구축하는 일까진 동일했으나.


“우린 뭉쳐서 자리를 지킵시다.”


다른 이들과는 다른 지시를 내렸다.

구조대가 올 상황도 아닌데.

움직이지 않고 서 있겠다니. 죽겠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들은 죽지 않았다

언데드 무리는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다리에 힘 빡 줘!”

“버텨!”


엄청난 수가 지나치며 언데드가 어깨나 팔이 그들을 치고 갔지만.

표면을 전사들이 맡은 덕분에 마법사들은 벙커 안에 들어간 것처럼 안전했다.


이 사태를 벌인 장본인, 베르티오는 한차례 시선을 주더니 정면을 응시했다.

이들을 묵인한 것이다.


‘혈맹은 오염종과 무슨 사이지?’


그 장면을 똑똑히 본 리안은 의문이 들었다.

두더지 괴물이 일부러 살려준 것도 그렇고 혈맹의 마크 덕분이며.

돌이켜서 생각하면 탐사대의 전멸한 시기 또한 그가 키란에게 메시지를 보낸 다음 날이었다.


“리안한테는 말해도 괜찮겠죠.”


의심스러운 눈길로 키란을 응시하자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저희는 예전에 단독으로 금역에 들어선 적이 있습니다.”


앨리온드 서버의 최강 길드라도 무리한 일이었고.

길드원들은 전부 사망하고 그녀 혼자만 외곽에서 금역에 도착했단다.


“그 타이밍에 저 베르티오라는 자가 등장했어요.”


처음에야 특수 NPC로 착각했지만.

친절한 말투와는 다소 과격한 내용으로 정체를 짐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악당에게 협력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솔직히 거래의 대가가 무척이나 달콤해서 넘어가고 말았단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재밌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 뭐 그렇겠지.’


재미.

그 한 단어가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 * *


금역에서 넘어오는 스켈레톤의 수는 무지막지했다.

거기다 베르티오의 소환범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곳까지 도달하면서 사냥했던 몬스터들이 언데드가 되어 일어났다.


드라곤의 길드원들은 몰려드는 언데드와 소란 속에서 혈맹 따위 잊어버렸다.


“놔! 놓으라고!”

“살려줘!”


스켈레톤이 유저의 팔을 붙잡고 좀비가 다리를 깨문다.

사실상 구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냥 버려!”

“줄 건 주자고!”


뒤처지는 유저들을 버리면서 나아갔다.

초반에 뭉쳐서 가기로 했던 계획은 실패했다.

캐릭터의 이동속도가 각자 다르다는 점이 컸지만.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이기심 때문이었다.


“제가 이래서 당신들을 혐오합니다.”


베르티오는 언데드를 지휘하여 뒷줄을 끊어버렸다.

이번에는 조금 도와주나 싶었는데.


“버려!”


어김없이 버려졌다.

큰 무리에서 버려지고 작은 무리에서도 유저들을 버린다.


“정말이지 징그럽군요.”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나아간다.

발밑에서 죽어가는 유저들이 베르티오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너 이 새끼, 나중에 두고 보자!”

“목 씻고 기다리고 있어!”

“나중에 레이드로 나오면 보자.”


유저들의 최종 성장. 최대 레벨은 정해지지 않았고.

그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떤 몬스터든, 던전이든 결국 클리어가 가능할 것이다.

결국 끝까지 가면 승리한다는 마인드였다.


“...그것참 한심한 소리입니다.”


베르티오는 그들을 무심한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언데드들은 명령을 따라 유저들을 죽였고.


“그때쯤이면 이미 이 세계는 끝장나 있을 텐데 말이죠.”


덕분에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살았다!”


그사이 가장 먼저 도망친 유저가 목적지에 도달했다.


“이것도 전부 여신님이 의도인가?”


“...”


학자가 다가오는 언데드 무리를 응시하며 물었다.

수도승은 묵묵히 기도를 할 뿐이었다.

지평선에서 몰려드는 피난 유저들과 언데드 양쪽 다 끝이 없어 보였다.


“퇴각해야 합니다!”


왕실 기사 프란츠가 사도들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일차 목표인 금역의 오염종은 봉인한 상태.

굳이 더 싸워서 피를 볼 이유가 없었다.


“나도 안다. 연달아서는 봉인은 아무래도 힘들겠지.”


네크로맨서의 등장은 신전에서도 상정하지 못한 일이며.

조금 전과 반대로 이번엔 이쪽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나중을 기약해야겠어.’


그들의 생존이 우선이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몸을 빼면 큰일이다.

저만한 언데드가 보이는데 북부의 도시가 성문을 열 리가 없었다.

성벽을 끼고 싸우는 것이 필수였다.


‘자칫 퇴로도 막힌 상황에서 싸워야 한다.’


아무리 성벽 위에서 지원해준다고 해도 그 상태로 전투하는 것은 위험했다.


“...나밖에 없군.”


저만한 수를 상대로 시간을 끌 수 있는 인물은 학자뿐이었다.

빠르게 상황을 진단한 이들이 건승을 빌어주며 떠났다.


“다 빠져나갔군.”


그는 곧바로 일자 벽을 세웠다.


“뭐야!”

“저 NPC가 길막했어!

“미친 놈아, 당장 열어!”


그의 행동에 아직 벗어나지 못한 유저들이 밑에서 아우성쳤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일정 수 이상을 허용하면 그가 남은 의미가 없었다.


“씨발!”

“끄아악!”


언데드들이 유저를 죽이고 서로를 짓밟으며 올라왔다.


‘숫자가 많아서 지휘가 어렵나 보군.’


언데드를 조종해서 우회할 수도 있어 걱정했었는데.

언데드는 가까운 생명체인 그를 우선적으로 노렸다.

이제 그만 무사히 빠지면 되었다.


흙더미로 올라오는 언데드를 물리치며 시간을 끄는 학자.


“이정도면 시간을 벌었겠지.”


슬슬 도망칠 생각을 하는데.


“당신이었군요. 라파를 봉인할 사람이.”


“!!!”


베르티오가 벽 위에 올라와 있었다.


“아직 용건이 남아있는데. 어딜 가시려고 합니까?”


학자는 곧바로 경계 자세를 취했다.


‘설마 처음부터 날 노린 건가?’


그렇다면 언데드가 벽을 둘러싼 형태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현장 지휘라니. 너무 무모했군!”


소환사는 자체 전투력은 약하기 때문에 보통 소환수의 뒤에 숨어서 지휘하기 마련이었다.

인간 형태로 다가왔다니, 이것은 그에게 있어 기회일지도 몰랐다.


벽에서 솟아난 흙더미가 송곳처럼 뾰족하게 변하며 사방에서 베르티오를 공격했다.


‘죽었나?’


“제법 날카로웠습니다.”


뼈로 만들어진 갑옷 가시의 끝이 바스러졌다.

피해는 전무했지만.

학자는 되려 희망을 보았다.


‘방어 마법을 썼다.’


적중하면 위험하다는 신호.

그는 베르티오가 변신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 공세를 이어갔지만.


“과연 신의 사도입니다. 방심했으면 큰일 났겠어요.”


평탄한 어조로 말하는 상대.

학자는 필시 허세라고 생각했으나 이는 틀린 생각이었다.


“절 상대하면서 소환수도 잊지 않고 신경 쓰다니 훌륭합니다. 제가 직접 손을 써야겠군요.”


베르티오의 손에 뼈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창이 생성된다.

학자는 재빠르게 방어하지만.

창은 가볍게 어깨를 관통했다.


‘제길, 상대도 안 된다···.’


학자는 그제야 현실을 인정했다.

뼈 창이 줄어들더니 그의 어깨를 파고들어 저주 마법이 발동했다.


뿌드득.

왼팔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크윽···!”


‘도망쳐야···.’


어깨를 부여잡으며 벽을 무너뜨렸다.

상대의 발판을 없애고 빠져나갈 심산이었는데.


“절 상대로 이 정도면 잘 버티셨습니다.”


그게 학자의 마지막 이억이었다.


“이왕이면 그 덩치 큰 인간이 남았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베르티오가 아쉽다는 듯이 말한다.

육체파 능력자의 시신을 활용하기 간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보관해두기로 하며. 라파가 봉인된 장소로 향했다.


“저도 아직 부족하군요. 세상일이 예상대로만 흘러가진 않습니다.”


그는 스스로 자책하며 봉인 구조를 자세히 살폈다.


“...아주 강력한 보안이군요.”


여신의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라파를 구출하기 위해선 상당한 출혈을 각오해야 했다.


베르티오는 크리스탈 속에서 가사 상태에 있는 라파의 영혼을 불렀다.

라파가 인간형의 반투명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조금만 참으시죠. 금방 꺼내드리겠습니다.”


라파는 크리스탈 속 본인의 시체를 응시했다.

자신이 패배하고 죽었다는 것을 실감한 모양인데.

그는 베르티오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 아닙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초입까지 다가가 싸워준 전부 그의 선택이었다.

그가 죽은 것은 전부 오만하고 멍청했기 때문이다.


“제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해서 이렇게 된 겁니다.”


- 저를 아끼시는 마음은 알겠지만. 제대로 임무를 다하지 못한 벌을 받게 해주세요.


“그렇게 하신다면, 딱 100년만 기다려드리겠습니다.”


베르티오는 답답함을 참으며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라파는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당할지 알고 하는 소리일까.

그는 이곳에서 이지를 상실한 몬스터로 전락해서 유저에게 사냥당할 것이다.

벌이라고 하기엔 너무 가혹했다.


- 저 대신 집에 있는 수인들을 부탁드려요.


“걱정 마세요. 제 성에서 안전하게 돌봐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약속이 끝나자 라파의 영혼은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그리고 베르티오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일행이 있었다.


[흐르는 사막의 지배자 ‘라파’ - 적정 레벨 400~???]

[레이드를 시작하기 위해 봉인을 풀 열쇠가 필요합니다.]

[난이도는 상, 중, 하로 선택하여 도전하실 수 있습니다.]


‘그 괴물의 이름이 라파였나.’


리안은 크리스탈의 정보를 확인할 때.

베르티오는 조금 전 침울했던 기색을 지우고. 혈맹의 길드장 키란을 향해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실제로 뵙는 건 아주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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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23.08.29 113 2 12쪽
86 하나같이 정상인이 없군. 23.08.28 113 3 12쪽
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5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8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4 3 11쪽
81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8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79 똑바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23.08.17 123 3 13쪽
78 경박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1 23.08.16 124 3 11쪽
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75 패기는 좋네 23.08.11 129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29 3 12쪽
73 그놈들이 억수로 운이 좋았던 거군. 23.08.09 124 5 11쪽
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0 5 13쪽
71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23.08.07 131 4 12쪽
70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8 5 12쪽
69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1 4 11쪽
68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23.08.02 136 5 12쪽
67 누가 그렇다고 했나? 23.08.01 135 4 13쪽
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65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8 4 11쪽
64 용병은 계약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23.07.26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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