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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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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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7,414

작성
23.08.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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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DUMMY

흐르는 사막의 초입으로 향하는 유저들.

금역 밖으로 나가는 길은 몹시 험해 보였는데.

거대한 두더지 괴물이 날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막 위로 한차례 모래폭풍이 지나갔더니 이번엔 피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거 버그 아니냐?”

“왜 저 자식들은 공격하지 않는 건데!”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하는 드라곤 길드는 혈맹 길드원들이 멀쩡히 있는 광경을 보고 합당한 의문을 품었고.

혈맹 또한 마찬가지로 드라곤을 의심하고 있었다.


“저 자식들 금역을 벗어나려 했던 게 아니었나?”


전원 후퇴를 명령한 드라곤 길드는 경계 부근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마치 싸움을 준비하듯 진을 친 것이다.

처음엔 같이 도망치는 혈맹 길드원들을 소탕하려는가 싶었지만.

그들을 무시하고 오로지 몬스터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뭐하는 거지?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건 아닐 텐데.”


“...따로 대책이 있는 걸지도 몰라.”


그들로선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고.”


그렇게 멀찍이서 무슨 짓을 벌일지 구경할 무렵.

금역 밖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던 드라곤 길드장, 도바킨은 초조한지 연신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계획대로 데려왔다고. 대체 언제 시작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열렬히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때.

하늘에서 눈 부신 빛이 내려왔다.


[‘성역 선포’가 시전되었습니다. 일대에 성스러운 기운이 깃듭니다.]


외곽지역과 금역 초입에 걸쳐서 형성된 장막.

따스한 빛이 대지를 뒤덮었고, 라파는 즉각 반응했다.


- 음···!?


정화의 빛이 그의 기운을 좀먹는다.

성역의 효과는 그에게 있어 드레인 계열의 저주와 흡사했다.

위험을 감지한 그가 탈출을 시도하는데.


“어디가 새끼야!”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유저들이 라파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드라곤 길드는 그를 유인하고 잡아두는 역할을 톡톡히 실행했다.


- 너희랑 놀아줄 시간 없으니까 꺼져!


그가 휘두르는 앞발에 유저들이 찢겨나갔지만.


“히히, 못가!”


눈이 뒤집힌 유저들 탓에 발목을 잡혔다.

유저들은 기대 이상으로 활약 중.

여신관은 이를 흡족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험가분들. 이제 저희가 나설 차례군요.”


신의 사도의 직책을 맡은 13인 중 하나, 학자가 책을 덮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금역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과연 마기로 오염된 대지답군. 엄청난 기운을 품고 있어.”


“정말 가능하시겠습니까?”


“시간만 충분하면 문제없다.”


그는 땅을 장악하고 이용하는 높은 수준의 대지 마법사.

금역이 품고 있는 강력한 대지의 기운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학자는 쫙 핀 손바닥을 땅에 지긋이 붙였다.


“흐읍-!”


핏줄을 세우며 기합성을 내질렀지만.

대지는 미동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신관이 조심스럽게 첨언했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모험가분들이 아슬아슬하게 잡아두고 있습니다.”


“...후우, 보채지 마라. 내가 알아서 타이밍을 재고 있으니.”


그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견고했다.


‘금역의 지배자라 이건가? 이곳 일대를 성역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시도조차 없었겠어.’


한번 사도 후보자를 잃은 신전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인력을 동원했다고 여겼는데.

자칫 잘못했으면 신의 사도 두명 또한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발휘한 그가 눈을 번쩍 뜨며 외쳤다.


“거기서 썩 나와라 이 괴물 놈!”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손가락으로 땅을 긁어 퍼내자 사막의 모랫바닥이 출렁이더니.

그의 동작에 맞춰서 퍼올러졌다.


- 어,엇!


라파는 모래에 떠밀리며, 꺼내는데 성공했는데.

학자의 마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흡-!”


라파가 다시 기어들어 가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일까.

금역과 외곽의 경계선을 긋듯이 바위가 솟아나며 길목을 차단했다.

급하게 땅속에서 끄집어냈다고 바위는 하기엔 지나치게 튼튼해 보였다.


“...시간만 충분하면 이쯤이야 별 것 아니지.”


모험가들이 박터지게 싸우는 동안 미리 준비해둔 함정이었다.


- 흥, 그깟 바위로 날 막겠다고?


그럼에도 라파는 큰 위기에 몰렸다고 여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자신이 관장으로 돌아가기만 한다면 전부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쿵-.

그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새로운 인물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과연 인간이 맞을까 싶은, 굵직한 체형의 수도승이 그의 앞길을 방해했다.


- 저기 길 좀 비켜주지 않을래?


라파는 베르티오로부터 들었던 경고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를 이동시킨 마법사와 앞의 수도승은 옷에 태양의 문양이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다툼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소.”


수도승은 단칼에 거절했다.

손날을 세우며 바로 전투할 자세를 잡았다.


- ...어쩔 수 없네.


전투가 불가피한 상황.

라파는 속으로 베르티오에게 사과하며 돌진했다.


- 죽일 수밖에 없겠어.


수도승의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며.

정면으로 다가온 발톱을 양손을 포갠 자세로 받아낸다.

몸이 후들거리는 것이 꽤 벅차 보였지만.

피해 없이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 막았어···?


상당히 놀란 목소리.

거대 두더지 형태의 공격을 완벽히 방어한 최초의 인간이었다.

라파는 다소 호기심이 동했지만.

아쉽게도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 미안하지만 빨리 끝내야겠다.


라파의 동공이 노란빛으로 번뜩인다.

그는 대지를 조종해 상대를 날려버리고 곧장 금역으로 직진할 생각이었는데.


- ...어라?


대지가 그의 기운에 반응하지 않았다.


- 땅에도 이상한 짓거릴 해놓았네?


단순히 신역으로 선포했다고 그의 힘이 억제되는 일은 발생할 수 없었다.

계획이 틀어졌다.

대지를 다룰 수 없다면 바위를 통과하는데도 애로사항이 생긴다.


- 차라리 돌아가는 게 빠르려나.


귀찮아졌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앞발을 들어 올렸다.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육탄전으로도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수도승을 날려버리려 했던 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한시라도 일찍 도착하기 위해서였다.


라파는 그를 가볍게 짓밟고 가려는데.


“정말 그녀의 예측대로 되었군.”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왕실의 기사 프란츠와 그의 기사들이 협동하여 라파의 발톱을 막아냈다.


“...약속한 대로 힘을 보탤 시간이다!”

“네!”


그렇게 기사들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서.


“쯧, 마탑은 무슨 생각으로 전투마법사가 아니라 연구쟁이들만 보낸 건지···. 나 원 참 이래서야 내가 쉴 수가 없잖아?”


이윽고 라파를 함정으로 끌어들인 대지 마법사까지 도착했고.

일대를 뒤덮은 성역은 아직도 라파의 기운을 갉아먹고 있었다.


- ...이거 야단났군.


라파가 처음으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 *


한편 리안을 비롯해서 끝까지 살아남은 유저들은.

경계 가까이에 생성된 바위에 올라서서 NPC와 몬스터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같이 좀 보자.”


“손님 올라가는데 만 골드 되겠습니다.”


“농담이지?”


넉넉히 거리를 두고 세워진 탓에 모든 유저들이 중립구역에서 빠져나온 상태였다.

초반엔 서로 날을 세우며 다시 한바탕 전쟁을 벌일 듯했지만.

곧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싸움에 모두가 정신이 팔렸다.


정체되어있던 게임 스토리의 첫 페이지.

라스트 월드를 즐기는 진성 게이머라면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너희도 더 지속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드라곤 쪽에선 전투를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도바킨은 혈맹을 배제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신전이 나선 순간부터 유저들의 임무는 끝났다.

이제와서 전쟁을 지속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만에 하나 신전이 패배한다면···.’


그것보다 큰일이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 시나리오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했다.


“...그럴까. 다들 찬성해?”


도바킨이 드라곤 길드에 통보한 것과 달리 키란은 혈맹 길드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난 찬성!”

“무조건이지.”

“어떻게 저걸 참아.”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말했고.

부길드장 태수도 동일했다.


“목을 따는 거야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그리고 리안 또한 그들에게 동조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한쪽이 응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드라곤 쪽은 이미 싸울 생각이 없군.’


건너편에 온 신경이 쏠린 상황.

그리고 드라곤 길드의 반응에 혈맹도 맥이 빠진 상태였다.

리안이 싸우자고 외친다고 해도 전쟁은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 바위 위로 올라가는 유저들.

조금 전까지 죽일 듯이 싸웠던 유저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바위 위는 금세 떠들썩한 시장통이 되었다.


“와 저 빡빡이 정체가 뭐야? 저걸 방어하네?”

“최상위 광역 버프 먹었어도 그렇지···. 신전의 비밀병기인가?”

“오, 왕국 기사들 난입했다. 일 대 일로 상대하지 않네.”

“굳이 그럴 이유가 없잖아.”


신의 사도의 첫 출격은 시작부터 여태껏 봐왔던 NPC들과는 확연히 다른 위용을 보여주었다.

전원이 신기하게 싸움을 구경할 무렵.

한 유저가 의문을 표했다.


“근데 저거 레이드는 어떻게 생성되려나?”


보통 스토리에서 진행되어 생성되는 레이드 컨텐츠.

예전에는 특정 지역에서 부활하는 랜덤 스폰 형식으로 파밍할 수 있도록 했었다.

하지만 과연 저런 괴물을 유저들끼리 사냥할 수 있을지도 의심되었다.


“보면 알겠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될지는 승부의 결과가 나와봐야 알았다.


* * *


“오랜만에 호흡을 맞추는 것 같군. 음···. 후보였을 때를 제외하면 처음인가?”


학자가 수도승에게 말을 건넸지만. 그는 합장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네는 여전히 말수가 없군. 아까 힘들어 보이던데 팔은 괜찮나?”


별다른 기술이 아닌 단순한 타격이었지만.

방어하는 것도 벅차 보이는 일격이었다.


“소승은 괜찮소. 귀하는 어떠신가?”


“나야 뭐, 마력만 보충하면 끄떡없다.”


마음 같아선 잠시 휴식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싶었지만.

그가 쉬고 싶다고 마음대로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마력 전달은 가능해서 다행이지.’


왕실 기사조차도 생사를 장담 못 할 위험한 전투.

참가하는 마법사들도 제 몸 하난 지킬 수 있어야만 했는데.

이곳에서 그럴만한 수준의 마법사는 그뿐이었다.


“슬슬 위험해 보이는데. 시작해보자고.”


학자의 발언과 동시에 수도승과 학자의 머리에 휘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염종을 정화할 신의 사도의 고유 능력.

학자의 주위에 흙으로 만들어진 거인의 주먹이 생성되고.

수도승의 단출한 옷 위로 무형의 갑옷이 형체를 드러냈다.


“오우, 쉣-!”

“저거 뭐임? 전용 스킬인가?”

“존나 멋있네. ”


기존의 스킬과는 다른 휘황찬란한 이펙트에 유저들이 환호한다.


“확실히 서포트해줄 테니 마음껏 날뛰어.”


학자의 호언장담에 수도승은 거침없이 행동에 나섰다.

무릎 꿇은 프란츠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라파에게 어깨로 냅다 들이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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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읽지 않은 메시지 23.08.30 111 2 11쪽
87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23.08.29 113 2 12쪽
86 하나같이 정상인이 없군. 23.08.28 113 3 12쪽
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84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4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4 3 11쪽
81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8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79 똑바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23.08.17 123 3 13쪽
78 경박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1 23.08.16 124 3 11쪽
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75 패기는 좋네 23.08.11 129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29 3 12쪽
73 그놈들이 억수로 운이 좋았던 거군. 23.08.09 124 5 11쪽
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0 5 13쪽
71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23.08.07 130 4 12쪽
70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8 5 12쪽
69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1 4 11쪽
68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23.08.02 136 5 12쪽
67 누가 그렇다고 했나? 23.08.01 135 4 13쪽
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65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8 4 11쪽
64 용병은 계약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23.07.26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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