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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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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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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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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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진상손님

DUMMY

리안은 나이가 어린 성훈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입장을 전달했다.


“그래서 못 해준다는 거야?”


물론 한참을 리안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끈질기게 매달렸지만.

리안이 진지하게 화를 내자 성훈은 곰곰이 본인의 행동을 되짚어 보았고.

잘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안.”


욕심에 눈이 멀어 무리한 요구를 부탁했다는 걸 인지했고.

리안은 친구로서 성훈을 용서해줬다.


‘만약 반대였어도 비슷했겠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터.

리안 또한 마찬가지로 욕심을 부렸을 것이다.


“지금 바빠?”


화해를 끝마치고 성훈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냥 마무리 짓긴 아쉬운 모양이었다.

아직 한낮이고, 시간은 충분했다.

이전에 게임을 같이 하기로 약속했었으니.

리안은 성훈과 놀아주기로 결심했다.


‘레벨이 조금 차이나긴 하지만 괜찮겠지.’


성훈의 스펙이 높으니 아마 140레벨대까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둘이서 파티를 이루고 적당한 던전을 찾으려고 하는데.

성훈이 고개를 저었다.


“사냥은 아까 질리도록 하고 왔어.”


“그럼 뭘 할 건데?”


예의 천진난만했던 미소를 지으며 다른 선택지를 제안했다.


“아레나 하러 가자!”


“아레나···?”


유저들끼리 실력을 겨루는 투기장.

리안은 머릿속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직접 해보진 않았다.


‘고작해야 얻는 건 명성이 다라고 하니까.’


그에게 투기장은 영양가 없는 활동이었다.


“한 번도 투기장에 가본 적 없어? 내가 알려줄게, 고!”


그들은 그렇게 네 왕국의 접경지, 대륙의 중앙에 있는 장소.

이리아스 서버의 투기장으로 향했다.


* * *


리안과 성훈은 텔레포트를 타고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내가 내도 된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놀자고 한 거니까.”


성훈은 괜찮다는 듯 비용을 내주었다.

그는 저지먼트 길드라는 뒷배가 있다 보니 이런 면에서 부담이 없었다.


투기장으로 유명한 도시, 막시무스는 보통 도시와는 분위기와 형태가 달랐는데.

먼저 곳곳에 만들어진 옥타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무대 같군.’


실제로 그곳에서 결투가 일어나고 있었다.


“리안, 저기서 접수하면 돼.”


텔레포트 게이트에서 내려와 사람을 맞이하는 접수대로 다가갔다.


“검투사들의 도시. 막시무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모험가님.”


온통 투사들로 가득한 중앙 도시.

막시무스는 유저들이 명예를 걸고 혈투를 벌이는 장소다.

이곳에서 유저는 종합평가가 아닌 총 여섯 단계.

비기너, 베테랑, 솔져, 나이트. 제너럴. 엠페러로 나뉘었는데.

소위 유저들이 말하는 랭커는 제너럴 이상을 칭했다.


“참고로 나는 베테랑이야. 비기너로 강등되면 제명이라서 순위 유지하려고 가끔 하고 있어.”


투기장을 단순히 재미로도 참가하는 유저도 많지만.

뛰어난 투사들에게 막대한 명성이 주어지는 만큼.

상위 길드는 투기장 참가를 필수로 요구했다.


“베테랑, 밑에서 두 번째 단계군.”


리안의 말에 성훈이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금 낮은 편이긴 하지. 하하···.”


투기장의 결투는 밸런스가 조절된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의 스펙이 전혀 영향이 없는 건 아니다.


장비는 등급에 따라서 추가로 보정되며, 그건 가호와 특성도 동일했다.

약간의 컨트롤만 받쳐주면 탄탄대로, 일사천리, 말 그대로 꽃길이 펼쳐졌으니.

대체로 고레벨 유저는 높은 단계가 당연했다.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인가.’


저지먼트에게 지원받은 성훈의 스펙은 두말할 것 없이 뛰어났다.

되려 컨트롤이 부족해서 고작 베테랑에 머무르는 게 우스운 상황이었는데.

리안은 굳이 친구의 아픈 곳을 들쑤시지 않았다.


“배치보고 같이 듀오 돌리자.”


[상대가 정해졌습니다. F 구역 5번 링으로 향하세요.]


리안과 성훈은 안내를 따라서 이동했다.

비교적 하위권이 포진된 F 구역.


“저지먼트다. 여긴 왜 왔지?”

“저 유저, 전적이 없네.”

“새롭게 육성하는 신입 길드원인가 봐.”


주변에 있는 비기너들이 리안을 환영했다.


“첫빠따 누구냐?”

“다음은 내가 할 거야.”

“새치기 금지야.”


그들은 앞다투어 리안과 싸우려고 했다.


“웬만하면 다 이길 테지만. 방심하지마. 의외로 강한 사람도 많으니까.”


성훈은 리안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캐릭터가 뛰어나지만 컨트롤이 구리거나.

컨트롤이 준수하지만 캐틱터가 약한, 여러 가지 특이한 유저들이 비기너에 널려있었다.

마치 번갈아 가며 온탕 냉탕을 오가는 느낌.

격차가 극심해서 배치에 영향을 끼칠 정도였으며.

그 덕분에 성훈도 한동안 비기너에 머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리안에겐 전혀 상관없었다.


‘추억 삼아 해볼 만하네.’


매일 같이 수많은 유형의 인간과 싸워봤으니까.

약간 당황은 할지라도 레벨이 같은 시점에서 그가 질 일은 없었다.

길게 끌 것 없이 10번의 결투를 빠르게 끝내고 배치를 마쳤다.


[정산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업적 ‘투기장- 제너럴’를 완료했습니다. 명성이 100 상승합니다. 이 효과는 계급을 유지하고 있을 때만 지속됩니다.]


“오, 비기너는 건너뛰었네. 바로 듀오할 수 있겠다!”


성훈이 잘 되었다면서 좋아했다.


“십 연승이라고?”

“괴, 괴물.”


주변에서 부담스러운 시선 쏟아졌다.


“...일단 다른 곳으로 갈까?”


그들은 곧바로 자리를 옮겼는데.

리안은 지나가는 유저로부터 낯익은 이름이 들렸고.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태하가 누군데 그리 난리야?”


“자칭 1서버, 서대륙의 최강자. 군복무 마치고왔다고. 그쪽은 전설이 돌아왔다고 난리던데.”


“그게 언제적 이야기야. 완전 옛날이잖아.”


월드 랭커로 이름을 날렸던 태하의 복귀 소식.

한 인터넷 방송인의 입에서 널리 퍼져 나왔다.

서버 이동을 한다는 소식에 앨리온드 서버의 유저들이 안타까워했다고.


‘그때 한 말이 허풍이 아니었군.’


리안은 태하가 대단한 실력자임은 알고 있었지만.

내뱉은 말에 과장이 하나도 없을 줄은 몰랐다.


“그쪽에선 아직 기억하는 사람들 많아. 이번에 그 사람 따라서 많이들 이동했다더라.”

“아주 연예인이 따로 없네.”


“그런 퇴물을 뭐가 좋다고 빨아주는지 이해가 안 가네.”


“뭐냐. 그 열등감. 크큭.”


“...예전에 날렸던 건 인정해. 근데 그땐 높다고 해봐야 100레벨이었어. 호들갑 떠는 거 너무 웃기지 않아?”


추잡한 질투심.

계속 뭐라고 중얼거릴지 궁금해서 리안이 쳐다보고 있자니, 그쪽에서 시비를 걸어왔다.


“너 왜 그렇게 노려보냐?”


“그냥 말하는 게 웃겨서.”


이를 드러내면서 웃자 험담한 유저가 얼굴을 붉혔다.


“내가 욕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네가 뭐라고 기분 나빠? 너 태하랑 친구라도 돼?”


“아쉽게도 친구는 아니네.”


친구 추가를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

리안은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는데.


“당연하지! 새꺄! 이거 완전 또라이 새끼네.”


이러한 일을 모르는 유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리안, 저쪽 나이트야.”


“그래서 뭐.”


성훈이 리안의 팔을 툭 치며 조심스럽게 말했으나.

리안은 들으라는 듯이 코웃음 치며 대답했다.


“하, 어이없네. 너 자신 있냐? 불만 있으면 한판 떠.”


베테랑 주제에 어디서 까부는지.

그는 리안에게 쓴맛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길 원한다면 해줄게.”


리안이 가볍게 받아주며 말도 안 되는 매치가 성사되었다.

근처의 링으로 향하는 두 사람.


“지금이라도 봐줄게, 그냥 사과하고 꺼지는 거 어때?”


유저가 선심 쓰듯이 말했지만.

리안은 무덤덤하게 싸울 준비를 마칠 뿐이었다.


“난 경고했다!”


어김없이 주위로 구경꾼들이 모여들었고.

때마침 지나가던 어쌔신 길드원들은 소란스러움에 잠시 눈길을 돌렸다.


“무슨 일이래?”


“시비가 붙었나 봅니다. 나이트가 베테랑이랑 싸우네요.”


“...나이트랑 베테랑이 결투라고? 그게 말이 돼?”


어쌔신 길드의 간부 세리 또한 이를 멀리서 지켜보았다.

일방적인 싸움이 될 것이라고, 헛웃음을 흘릴 때.

그녀의 두 눈에 한 인물이 포착되었다.


‘저지먼트의 꼬맹이잖아. 왜 저기 있지?’


그리고 링 위의 인물을 자세히 보니 어디선가 낯이 익어 있었다.


‘설마···.’


세리는 의심스러운 정황에 그곳으로 다가갔다.


“윽!”


사전에 그녀를 발견한 성훈이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거기 꼬맹이 스탑.”


바로 붙잡히고 말았다.


“글쎄, 전 모른다니까요!”


성훈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저기 있는 유저는 누군데?”


“아···.”


정곡을 찌른 질문에 성훈이 몸을 움찔 떨었고.

그녀는 링 위의 유저가 그녀가 찾던 인물임을 알아차렸다.


“흐응, 베테랑이었다니. 라이트 유저였구나? 그럼 내가 모를만했네.”


세리가 방긋 웃으며 무대를 응시했고.

링 위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모두가 일방적인 결과를 예상했고, 예상대로 일방적인 대결이 펼쳐졌지만.

그 대상이 반대였다.


“이렇게 보니까 컨트롤도 제법이네.”


나이트 유저는 비오는 날 먼지가 나도록 맞고 있었다.


세리는 당시에 레벨 차이로 억울하게 졌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뛰어난 실력이 레벨에 가려져 있었다.


“누님. 서둘러야 합니다.”


세리의 돌발행동에 뒤따라온 길드원이 그녀를 불렀다.

어쌔신 길드는 길드장의 호출로 급히 떠나고 있는 상태.

지체할 시간이 없다.


“기다려봐. 대화는 해야겠으니까.”


“저희 그럴 시간 없어요.”


길드장은 매우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 반드시 참석하라고 했었다.

길드 간부였던 세리는 어쩔 수 없이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아오, 진짜! 꼬맹아, 다음에도 꼭 데리고 와라. 한판 붙어봐야겠으니까! 알았지?!”


큰소리치며 떠나는 세리를 보고 성훈은 안도했다.


‘...당분간 얼씬도 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

“이겼다!”

“나이트가 졌어.”


리안이 어퍼컷으로 멋지게 결투를 마무리 지었다.


* * *


험담을 내뱉은 유저가 줄행랑을 치고.

리안과 성훈은 듀오 매치를 진행했다,

워낙 리안이 강한 탓의 둘은 파죽지세로 승리를 이어갔고.

늦은 오후가 되면서 행진을 끝냈다.


“아, 오늘 재밌었다. 리안, 내일도 시간 있어? 물 축제 구경하러 가자.”


며칠 정도 놀아준다고 문제가 생기진 않을 터.

리안은 별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훈과 튜토리얼을 해주는 대신에 마음껏 어울려줄 심산이었다.


“아 참. 너, 세리 누나는 기억해?”


“그게 누구지?”


“아냐, 모르면 됐어.”


세리는 끈질기고 시끄러운 사람이다.

성훈은 리안과 만나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오늘은 슬슬 로그아웃할까?’


리안과 내일 만나자고 하면서 접속을 종료하려는 순간.

친구창에 쌓여있는 메시지를 보고 정신을 번뜩 차렸다.


- 야!!! 어딨어!

- 시간 줄 테니까 빨리 튀어와라!

.

.

- 오기만 해라, 넌 뒤졌다.


“헉!”


살벌한 내용에 성훈이 숨을 삼켰다.


“X됐다.”


그는 아침의 일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겁에 질린 얼굴로 손가락을 깨물었다.


“무슨 일이지?”


그런 모습에 리안이 걱정스레 물었고.

성훈은 한순간 기지를 발휘했다.


“리안, 우리 길드 하우스 궁금하지 않아?!”


“길드 하우스? 멋대로 가면 안 되지 않나?”


“괜찮아. 지금은 텅 비어 있거든.”


“그렇다면야 알았다.”


리안이 같이 가주기로 하자 성훈의 얼굴이 단번에 밝아졌다.


‘다행이다.’


그는 리안과 함께 가면 크게 혼내지 않을 거라고 보았다.

분명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였지만 성훈은 한가지 착각한 부분이 있었는데.

리안을 손님으로 비유하면 진상손님에 더 가깝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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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읽지 않은 메시지 23.08.30 111 2 11쪽
87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23.08.29 114 2 12쪽
86 하나같이 정상인이 없군. 23.08.28 113 3 12쪽
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84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5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8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4 3 11쪽
81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9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79 똑바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23.08.17 123 3 13쪽
78 경박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1 23.08.16 124 3 11쪽
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75 패기는 좋네 23.08.11 130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29 3 12쪽
73 그놈들이 억수로 운이 좋았던 거군. 23.08.09 125 5 11쪽
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1 5 13쪽
71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23.08.07 131 4 12쪽
70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9 5 12쪽
69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2 4 11쪽
68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23.08.02 137 5 12쪽
67 누가 그렇다고 했나? 23.08.01 135 4 13쪽
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65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8 4 11쪽
64 용병은 계약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23.07.26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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