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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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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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4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8.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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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추천
4
글자
12쪽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DUMMY

이 동네에서 한가로운 건 임무가 끝난 척후대의 용병들뿐.

탐사대의 인원들은 매우 분주하게 몸을 움직였다.


“이건 어디에다 둘까요?”


“잠깐! 곡물은 관리 품목이잖아? 왜 여기에 가져온 거야?”


“마차가 잘못 들어온 건가. 다시 싣고 돌려보내라. 나중에 직접 수량을 확인할 테니 손댈 생각 하지 말고.”


“아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뭐해? 빨리 되돌려놔!”


짐꾼들이 마차에서 물건을 날랐고.

상인들은 상품을 가판대에 진열했다.

행정업무를 맡은 관리가 수시로 부하들에게 보고를 받으면 현장을 감시했다.


“엥? 할망구는 어디 가고 너만 왔어?”


“스승님은 나이가 있으셔서 이런 먼 길은 힘드십니다. 공방 또한 저희에게 맡기셨고요.”


“저런! 벌써 그렇게 쇠약해졌나. 그래도 바느질까지 못 할 정도는 아닐 텐데.”


“그냥 후대를 위해 물러나실 줄 아는 게 아닐까요? 너무 정정하셔서 망치를 손에서 못 놓으시는 분과 달리 말입니다.”


“수다 떨 시간 없다! 얼른 손님 맞을 준비나 해라!”


왕국은 이번 탐사를 아주 단단히 준비했다.

상인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현지에서 생산 보급하기 위해, 각 분야의 이름 높은 장인들을 모셔왔다.


“정말 여신님의 조각상으로 괜찮을까요? 신전을 새로 건축할 수도 있는데···.”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너무 일정이 지체되고 맙니다.”


오염된 토지를 정화할 주교급 성직자까지 합류하며.

동부의 비극을 재현하지 않으려 큰 노력을 기울였다.

더 나아가 영토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기적인 보급 일정을 계획했으니.

변방의 영지와 비교해봤을 때, 면적과 인구수는 적을지라도 인프라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그냥 바로 직진이야? 이렇게 구경할 게 많은데?”


아쉽다는 듯한 표정이 연기가 진심처럼 보이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 전의 보았던 충격스러운 광경이 쓸데없는 소비를 예방해주었다.


“그런 식으로 용병의 주머니를 털었나?”


리안은 순진한 얼굴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여성은 다소 불쾌해질 수 있는 말에도 태연하게 답했다.


“서로 만족하면 그만이잖아. 딱히 강요는 안 해. 저길 봐.”


그녀가 가리킨 장소는 벌써부터 용병들로 테이블이 가득 찬 주점이었다.

급조한 가게의 중앙 무대에서 한 여인이 가창력을 뽐냈다.

이윽고 노래를 끝나자 사방에서 금화가 무수히 중앙 무대 아래에 떨어졌다.


“좋아! 훌륭해!”


“이런 노래를 들을 수 있다니.”


“돈이 아깝지 않아.”


심신을 치유하고 안정되게 만드는 아름다운 소리에 용병들은 주머니를 풀었고.

어서 다음 곡을 부르라는 듯이 금화를 뿌리며 재촉했다.

주점의 종업원이 무대에 밑에 깔린 금화 더미들을 밀대로 긁어 수거해가고, 곧바로 노래를 시작했다.


“...듣기는 좋네.”


“그렇지? 오빠도 마음껏 즐기라고! 여기서 맥주 한잔 어때?”


목소리로 사람을 홀린다는 세이렌이 인간이라면 저렇지 않을까?

여인이 잡아끄는 것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다가가는 순간.

리안의 한가지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이쁜이들은 노래 안 해?”


“그게, 너무 잘하셔서 제가 감히 나서기는···.”


“그런 거 할 줄 모릅니다.”


기분 나쁜 눈웃음을 지으며 양손으로 양쪽의 있는 남자의 허벅지를 복근을 쓰다듬는 여성.


“저 사람은···.”


거부 의사에도 계속해서 남자들에게 찝쩍대는 여성은 바로 18조의 조장이었다.


“아기들. 양주 마시고 싶지 않아?”


“아닙니다. 저흰 괜찮습니다.”


“빼지 말고, 마음껏 시켜 누나가 쏜다!”


추파를 던지는 모습에 안쓰러운 눈빛을 띠는 안내원.


“아는 사람이야?”


아는 사람이면 적당히 말려줄 수 없냐는 듯이 바라봤지만.


“아니 모르는 사람이다.”


리안은 18조장과의 관계성을 부정하고 자리를 벗어났고.

여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이해했다.

용병들은 나름대로 그간의 수고했다며 스스로 보상하는 것뿐이었다.

그들은 그에 맞춰서 용병들의 허영심을 채워준다.


‘자신들은 그냥 부추기고 있을 뿐이란 건가.’


그녀의 말대로 강매는 아니었다.

문제는 상인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

이런 유리한 환경에서 용병을 벗겨 먹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는 점이었다.


‘나도 어떻게든 구워삶으려 들겠지.’


리안은 내심 코웃음을 치며 목적지로 향했다.


“와, 갓구운 빵이야. 음~, 냄새 좋다.”

“배고프지 않아? 저기 꼬치구이 파는데.”

“...저기 내 말 듣고 있어?”


여인의 꼬드김을 물리치며 나아가는데.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는지 그녀는 뾰로통한 모습이 되었다.


“...여기야. 도착했어.”


무기나 방어구를 손질하는 장인들이 모여있는 거리는 의외로 한산했다.

어지간히도 많이 구슬렸는지 방문자가 많지 않았다.


“잠깐 구경 좀 해볼까?”


“어서 오세요. 저희 공방에서 만든 왕국 정규군 갑옷입니다. 무척이나 튼튼하고 착용감이···.”


사실상 막 대장간이 자리 잡은 상황.

무구점에서 판매하는 장비들은 탐사대의 여분 물자, 즉 여유가 있는 보급품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대장간의 실력을 보여주고자 완성작이 몇 개 안쪽에 진열되어 있었지만.


“오 이건 정말 괜찮은···. 아니 왜 이렇게 비싸?”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슬슬 장비를 바꾸고 싶긴 한데.‘


리안 또한 레벨이 올랐기에 그에 알맞은 장비를 사겠다는 의사가 있었으나, 그의 눈에 차는 아이템이 없었다.

그의 안목이 유저를 따라서 제법 높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희귀 등급 미만의 장비를 맞추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일반 및 고급 등급의 아이템은 성능이 나쁘다.

특히 일반품은 용병들이 일회용으로 급하게 쓰는 장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유저들 사이에선 더욱 취급이 좋지 않았다.


“보는 눈이 있으십니다. 구매하시겠습니까?”


간혹 괜찮은 물건이 보이기도 했으나···.


[쇼트 소드 – 250,000 Gold] -희귀-

장인이 기본에 충실히 제작한 한 손 검.

특별한 기능은 없으나 무기로서 굉장히 훌륭하다.

공격력 : 650

민첩 +40

제한 : 레벨 150


이곳이 외곽이라는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 가격인 데다가.

렙제, 레벨 제한이라는 벽에 가로막혔다.


‘...이 정도 수준은 당연하다는 건가.’


최소 레벨이 150이라니.

서둘러서 150을 달성해야 할 이유가 더 생겼다.


‘그리고 이 가격이면 차라리 경매장을 이용하고 만다.’


물론 따로 경매장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아이템을 수령하려면 직접 왕국 수도의 보관소를 찾아가야 했기에, 현재로선 불가능한 방법이다.


“수리만 받겠습니다.”


리안의 대답에 대장장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개의치 않고 장비를 받아갔다.

수선을 마칠 때까지 대기시간.

뒤에 가만히 서 있던 여인이 물었다.


“오빠는 용병답지 않네.”


리안은 그녀의 말이 참으로 우스웠다.


“꼭 과소비를 해야 용병답나?”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닌데. 어쨌든 오빠도 스스로가 엄청 검소하다는 걸 알고 있나 보네. 근데 설마 돈을 쓰는 용병들을 바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한순간 그렇다고 대답할 뻔했으나. 그는 괜히 논란의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를 저었고.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네. 저 사람들이 바보라서 당해주는 건 아니니까.”


지금 벌이고 있는 행각은 단순히 용병들의 주머니를 터는 과정이 아니다.

생각보다 뛰어난 척후대의 활약으로 소모된 재산을 국고로 환수를 위한 일이었다.


‘...그 남자도 그랬을까?’


리안은 그녀의 말에 처음 마주한 남자가 떠올랐지만···.

굳이 털어놓지 않았다.


대놓고 사기를 당한 몇몇 일들을 제외하고.

알면서 속아주는 이들이 대다수.

용병들이 장단에 어울려준다는 뜻이었다.


‘영리하다.’


주머니가 풍족했으니 한결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낭비를 했을 터.

용병들에게 뿌렸던 돈은 국고로 잘 회수되었을 테니, 매우 효과적이었다.


“아쉽네. 난 이만 가볼게. 너무 재미없게만 살지 말라고.”


어쨌든 그녀는 리안이 전혀 예산을 낭비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았다.

무사히 안내했으니 이것을 끝으로 헤어질 작정이었다.

작별인사라고 해야 하나.

그녀는 한번 혀를 쏙 내밀고는 멀리 사라졌다.


“...”


찰거머리가 사라져서 좋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리안은 씁쓸함을 느꼈다.


‘금화가 있어도 쓸 데가 없군. 아니 쓸 줄을 모르는 건가.’


돈이 가장 많은 시기였지만.

이곳에는 그가 마땅히 소비할 거리가 없었다.


‘레벨업하기엔 괜찮을지도 몰라도 우선 정비시간을 가지는 게 맞다.’


이쯤에서 돌아가는 게 알맞은 타이밍.

용병왕이 발언도 있었으니 물러나고 후일을 기약하는 게 나을 듯싶었지만.

헐맹 길드장의 부탁이 아직 그의 발목을 꽉 부여잡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혈맹의 길드장 키란, 그녀는 앞으로 매일 금역까지 탐사를 진행하고 왕래하는 수를 파악해 달라고 부탁했다.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리안은 어째서 그런 일을 부탁했는지 뜻을 헤아릴 수 없었다.


* * *


용병 길드의 거점으로 주어진 상당한 크기의 건물.

그곳의 집무실에서 척후대의 대장 용병왕과 용병 길드에서 총책임자로 발탁된 관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굉장히 험악했다.


“...지금 차출할 인원을 줄이라고 하신 겁니까?”


“그렇다네.”


관료는 무심하게 서류를 정리하며 대답한다.

차분한 관료와 다르게 용병왕은 차가운 분노를 표출했다.


“약조했던 것과 다르지 않습니까···!”


우지직-.

나름대로 자리가 자리인지라 힘 조절을 했지만, 그가 짚은 부분이 움푹 들어갔고.

이에 관료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카르니오네의 모든 귀족이 그러길 바라고 있어. 자네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 않은가···.”


그 또한 용병을 위하는 단체의 관리직.

마음이 영 편하지 않았다.

현재 탐사대가 주장하는 내용은 이전과 달랐다.

사전에 계획했던 것보다 용병들한테 지출한 돈이 많다면서 억지로 용병의 수를 제한했다.


“예산이 모자란다면 귀족들이 빼돌린 자금이나 토해내라고 말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건 더더욱 힘들어.”


정리 중인 자료를 내려놓고.

그가 두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다 소용없다는 듯 말했고.

발타스는 이를 악물며 피를 토해내듯 내뱉었다.


“애초에 18조가 금역에서 발견한 그 괴물 때문이겠지요. 하! 어디서 그런 같잖은 핑계를 대···!”


탐사대에 금역의 위험성을 알리려고 오염종으로 의심되는 객체를 발견했다고 보고했지만.

돌아오는 건 감사 인사가 아니라 사냥감을 가로채지 말라는 경고였다.


‘신전과 대체 무슨 이야길 나눴길래 뺏길 걸 우려하는 거지?’


탐사대의 최우선 목표는 처음부터 오염종 사냥이었던 모양이었다.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지 보고를 올리자마자 태도를 확 바꿨다.


“미안하네···. 안타깝지만 용병들을 추려내야 해.”


관료가 참담한 표정으로 말하자, 발타스도 더는 무어라 할 수 없었다.

이미 말해둔 바가 있어 신뢰에 많은 금이 가겠지만.

용병들이 이해해주기 바랄 뿐이었다.


‘...리안이라고 했나? 마르소가 말한 그 친구의 소원은 꼭 이뤄주고 싶었는데.’


아직 실버에 불과하지만, 막바지에 이르러 실력은 골드를 달성했다고 보증했다.

무엇보다 그의 목표는 탐사대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자신이 흐르는 사막을 볼 수 있게 도와주었으니, 자신 또한 도와주고 싶다고 간청했었다.


‘미안하다.’


하지만 다른 실력자를 제치고 그를 꽂아주는 건 공평하지 않았다.

카르니오네 귀족들의 욕심으로 인해 한 용병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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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23.08.29 11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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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84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4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8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4 3 11쪽
81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8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79 똑바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23.08.17 123 3 13쪽
78 경박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1 23.08.16 124 3 11쪽
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75 패기는 좋네 23.08.11 129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29 3 12쪽
73 그놈들이 억수로 운이 좋았던 거군. 23.08.09 124 5 11쪽
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0 5 13쪽
»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23.08.07 131 4 12쪽
70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8 5 12쪽
69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1 4 11쪽
68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23.08.02 136 5 12쪽
67 누가 그렇다고 했나? 23.08.01 135 4 13쪽
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65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8 4 11쪽
64 용병은 계약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23.07.26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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