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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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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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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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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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DUMMY

“그래,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데···. 골라야지···.”


꿈에서라도 무작위로 선택되는 건 원치 않았던 모양.

태하는 그림자가 일렁이는 ‘후왕의 분신술’을 선택하며 눈을 질끔 같았다.

하지만 그가 꿈에서 깨어나는 일은 없었다.


“어라? 왜···?”


리안은 멀뚱히 서 있는 태하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흐릿했던 초점이 돌아오자 옆으로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금방 끝낼 테니까, 잠깐 기다리고 있어.”


지난 생에서 오염군주의 탄생에 대한 일을 해결했다면 할 이야기가 많았겠지만.

실패해버린 상황, 할 말이 없었으니 시간을 끌 필요 없었다.

리안은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속내를 털어놓았다.


“네가 말했던 건 진행 중이다. 다음번에 이야기하는 게 좋겠어.”


“...알겠습니다.”


린다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개의치 않은 모습이지만, 리안은 괜스레 무안했는데.

의상 또한 낯설어서 민망함이 배가 되었다.


“리안, 당신에게 하늘의 은총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린다는 꿋꿋이 할 일을 이어나갔다.

하늘에서 내려온 은총의 결과를 보고 리안이 인상을 구겼다.


[신의 축복이 감지되었습니다.]

[난쟁이의 주머니(F), 고대 거인의 체술(B), 자세 잡기(C)]

[가호를 선택하세요. *주의, 한번 선택한 가호는 튜토리얼이 끝날 때까지 변경할 수 없습니다.]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건데.’


B급도 감지덕지라는 걸 알지만.

저번과 똑같은 구도인 탓에 짜증이 솟구쳤다.

신경질적으로 가호를 선택했고.


[가호 ‘고대 거인의 체술(B)’이 생성되었습니다. 움직임이 편해지고 격투술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적당히 인사를 나누고는 뒤돌아 태하에게 향했다.


태하는 무릎을 꿇고 손에 깍지를 낀 채 경건한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다.


“...세 여신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이 세계의 주민도 아니면서 여신을 찬송하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리안은 그 꼴불견스러운 행각을 지켜보다가 툭 내뱉었다.


“다 끝냈으면 어서 내려가자고.”


앞장서서 안개산을 벗어나려 할 때, 태하가 그를 불렀다.


“잠깐, 멈춰봐. 할 일이 있어.”


태하는 안개산에 아직 용무가 남아있다고 말한다.


‘설마 약초 파밍이라도 하려는 건가?’


튜토리얼을 플레이하는 유저 중에는 안개산을 벗어나지 않고 탐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속에서 희귀한 약초가 자라기 때문이었는데.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소소한 돈벌이 수단이었다.


‘복귀 유저라면 딱히 돈을 챙길 필요는 없을 텐데.’


골드 유저인 리안에겐 푼돈에 불과했다.

리안은 번거롭게 느껴졌지만, 선심 쓰는 마음으로 그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따라와 봐. 재밌는 거 보여줄 테니까. 후회하지 않을 거다.”


태하가 히죽 웃으며 지하굴 쪽으로 되돌아가는데.

그에게는 리안이 상상치 못한 다른 목적이 있었다.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가 있다고?”


리안의 물음에 태하가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엉, 문지기보다 그게 진짜지. 아, 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쁘려나?”


리안은 그의 말이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커뮤니티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정보.

지하굴 근처의 비밀이라니, 왠지 자신과 깊은 관련이 있을 듯했다.


“지하굴 출구에서 왼쪽, 개울에서 오른쪽···. 음, 나타날 때가 됐는데.”


태하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어두운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츰 인간의 형태를 잡아가는 정체불명의 몬스터.

하지만 리안은 어째서인지 그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 기운은···!’


익숙하게까지 느껴지는 기운의 정체는 오염이 분명했다.

가만히 있는 걸 봐서는 흉측한 외견과 달리 비선공 몬스터였다.


“저거 찾고 나서 계속 도전했는데 결국 입대할 때까지 못 잡았지. 레벨이 높으면 잡을 수 있을까 싶어서 여기서 50레벨을 찍어서 나중에 업적까지 받았다니까?”


태하는 옛 기억을 회상하며 투덜거리는데.

그 안에서 리안은 뜻밖의 정보를 얻었다.


‘유망주 업적을 달성한 유저?’


그보다 앞서서 먼저 업적을 달성했던 두 유저 중 하나였다.

덕분에 리안은 태하의 강함이 단숨에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헛수고였지. 저놈은 상대 수준에 맞춰서 진화하더라고.”


단순히 능력치가 높아지는 것이 아닌 새로운 스킬까지 해금되는 방식으로.

태하는 히든 몬스터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는 걸 확인했었다.


“확실히 1렙 일 때가 제일 약해.”


수많은 도전 끝에 최적의 레벨을 정했었다.

리안은 혹시나 해서 그림자의 정체를 파악하려 했지만.


[눈썰미(C)로 상대의 정보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통하지 않았다.


‘...근데 지금이라고 이길 수 있나?’


리안은 당연한 의문을 느꼈다.

그를 이긴 태하라면 승리할 수도 있으나, 지하굴과는 상황이 많이 다른 상태였다.

태하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무기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는 조금 전 오면서 주운 굵은 나뭇가지를 쳐다보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에겐 무적의 검 대신이라고 할 수 있는 S급 가호가 있었다.


“실전 테스트 드가자.”


태하가 고른 ‘후왕의 분신술’은 발동형 가호였다.

특정 장비에 적용되는 무구형과는 달리 굉장히 선호도가 낮았는데.

스킬이나 마법이 깃든 장비로도 대체 가능한 능력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점 덕분에 따로 대체하기 힘든 회복기가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했다.


“승인, 승인. 뭘 이렇게 다운로드하는 게 많아?”


태하는 전투 개시 전에 알림창을 부지런히 조작했다.

가호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음, 직접 조종이 가능하네?”


원한다면 분신을 조작할 수 있으나.

과부하의 위험성이 존재하기에 본 캐릭터와 동시 조작은 불가능했다.


“능력치는 75%로 보정되고, 장비는 제한 없이 동일하게 착용이라···. 개사긴데?”


태하는 상세하게 들추어본 능력에 놀랐다.

이윽고 정비를 마치고 가호를 발동하자 그의 그림자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검은색이었던 신체 위에 색이 덧칠되며 태하와 쏙 빼닮은 캐릭터가 나타났다.


“따로 컨트롤하지 않으면 그냥 소환수 느낌이네. 이름이라도 지어줄까. 이제부터 네 이름은···. 태수다. 크히힛.”


리안은 그가 내뱉은 이름을 듣고 묘한 기분이 느꼈다.


‘...내가 아는 그 태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리안의 의문은 뒤로하고. 준비를 끝마친 태하가 사냥을 시작했다.


“태수야, 공격해!”


스킬도 없는 완전히 초보자들의 전투.

기본기에 충실한, 투박한 대결이 펼쳐지는데.

태하가 엄살을 떨었던 걸까.

앞서 설명한 것과는 다른 광경이 보인다.


“미친···! 파티 플레이도 필요 없겠다.”


스스로도 매우 놀란 모습.

그는 분신과 합공하여 그림자 몬스터를 시종일관 밀어붙였다.

곁에서 결투를 지켜보는 리안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10번 중 1번은 내가 지겠군.’


승률 1%에서 10%로 비약적인 상승이었다.


아쉽게도 1렙 싸움에는 변수가 없다.

그림자 몬스터는 태하의 분신을 소멸시키는 건 성공했지만.

본체에게 쓰러지고 말았다.


“아자-! 드디어 죽였다! 복귀 날에 이걸 바로 잡는다고?!”


화려한 복귀식.

목표를 이룬 태하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흐흐. 그래. 넌 뭘 숨기고 있었는지 볼까?”


고대 등급 이상의 아이템? 히든 퀘스트?

그는 무엇이든 좋았다.

태하는 어떤 히든 피스가 있을지 기대하며 시체에게 다가갔는데.


그림자의 기운이 공중으로 흩어지며 순식간에 태하를 덮쳤다.


“악!”


리안이 무슨 조치를 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상황.

리안은 기절한 듯 쓰러진 태하에게 상태를 살폈다.


‘기절한 게 아니야.’


공중을 바라보는 태하의 두 동공이 백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이 팔을 허우적거렸다.

마치 환영이라도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 * *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일어난 태하.


- 별거 아니네.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을 아꼈다.

리안은 뭔갈 숨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구태여 추궁하지 않았다.


‘물어봤자 제대로 알려주지 않을 테지.’


애초에 그와 관련되어 있다면 물었을 것이다.

태하 스스로가 먼저 질문했을 터.


‘어째서 비밀로 하는 거지?’


굉장히 미심쩍은 부분이었다.


‘직접 봐야겠군.’


다행히 그 혼자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급할 건 없었고, 굳이 관계를 해치지 않아도 알아낼 수 있었다.


‘이번에 린다의 요구를 클리어하면···. 모든 걸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다.’


자신의 과거부터 수상쩍은 히든 몬스터까지.

다음 생에선 진상 일부분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격투가’로 전직했습니다. 스탯 ‘투지’가 생성됩니다.]

[심상 속 세계수의 가지가 하늘 높이 솟아납니다. 육체가 한 단계 성장했습니다. 최대생명력과 공격력, 민첩이 증가합니다.]

[‘격투술(Lv.1)’과 기초 스킬 ‘연타’를 습득했습니다.]


그렇기에 리안은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직업을 골랐다.


“어라? 하드모드에 격투가 루트가 있었나? 배틀메이지, 쌍도끼전사, 단검도적. 이렇게 세 가지중 랜덤이라고 들었는데···.”


한순간 태하는 이를 의아하게 봤지만.


“그게 무슨 소리지?”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리안이 시치미를 떼고 물어보자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정말 딱 어울리는 직업을 골랐고 생각해서.”


해가 지면서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려는 시간.

체감상 짧게 느껴졌지만 제법 긴 시간이 지났다.


“오늘 급히 만나기로 한 저녁 약속이 있어서 난 가볼게.”


어디선가 겪어본 듯한 위화감.

리안은 그에게 재빨리 질문을 던졌다.


“내일 언제, 몇 시에 접속할 생각이지?”


“아, 맞다. 유저가 로그아웃해도 골리앗은 맵에 남아서 돌아다닌다고 했던가? 으음···. 늦어도 내일 12시 전에 올 거야.”


그 말을 끝으로 태하는 접속을 끊어 사라졌고.


‘급하게 레벨업할 필요는 없겠지.’


리안 또한 로그아웃했다.

처음 떠올렸던 먼저 떠날 생각은 집어치웠다.


'길어봤자 내일이면 끝나.'


그는 태하를 곁에서 좀 더 지켜볼 심산이었다.

리안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전투로 지친 정신과 육체에 휴식을 주려고 할 때.


- 리안 님에게 여태까의 보수가 지급 되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도우미가 알림을 전달했고 확인했다.


“...150만 크리스탈? 이게 얼만데?”


돈의 단위는 금화만 알고 있는 리안.

숫자만 들어서는 그것이 얼마인지 가늠이 안 갔다.


* * *


사람이 분주히 지나다니는 도로 위.

마주친 두 남자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 강준호 오랜만이다.”


“그러게. 휴가 때 연락하라니까.”


강태하와 그의 친구, 강준호였다.

고등학생 때 같은 반이었던 두 사람은 같은 성씨에 취미 또한 같았기에 빠르게 친해졌었다.


“너랑 만나면 맨날 게임 이야기만 하잖아. 그때 만났으면 라월하려고 탈영했을걸?”


“크큭, 미친 새끼. 근데 어제까지 군인이었던 놈이 머리 봐라. 제대한 지 몇 달은 된 것 같네.”


“그냥 포차나 가지, 뭐 이런 델 다 예약하냐.”


“됐고, 더우니까 빨리 들어가자.”


한여름에 저녁 약속으로 모인 그들은, 빌딩 일 층에 있는 고급 한식당에 들어갔고.

게임 이야기로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제대하자마자 바로 접속할 생각부터 하다니 너도 어지간히 겜창이다.”


“풉, 자기소개하냐? 그것보다 요즘 어때? 인기 순위 많이 올랐던데.”


“야, 홈페이지도 안 봐? 라스트 월드가 지금 얼마나 핫한데.”


“몰라. 게임하느라 바쁘다.”


준호가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거 우리 길드가 주도한 거다.”


“근데 여기에 넌 왜 없냐?”


준호는 어깨를 한껏 으쓱거리다가, 태하의 물음에 목소리가 작아졌다.


“...저 새끼한테 죽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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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23.08.29 114 2 12쪽
86 하나같이 정상인이 없군. 23.08.28 113 3 12쪽
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84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5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8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4 3 11쪽
81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9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79 똑바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23.08.17 123 3 13쪽
78 경박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1 23.08.16 124 3 11쪽
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75 패기는 좋네 23.08.11 130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29 3 12쪽
73 그놈들이 억수로 운이 좋았던 거군. 23.08.09 125 5 11쪽
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1 5 13쪽
71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23.08.07 131 4 12쪽
70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8 5 12쪽
69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2 4 11쪽
68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23.08.02 137 5 12쪽
67 누가 그렇다고 했나? 23.08.01 135 4 13쪽
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65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8 4 11쪽
64 용병은 계약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23.07.26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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