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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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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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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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나리오의 주역

DUMMY

뒤에서 이를 지켜보는 드라곤 길드의 대장 도바킨.

전쟁에서 승리한 것 치고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이유는 그가 처음 세웠던 계획이 망가졌기 때문이었다.

신전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가 급하게 만든 플랜은 총 두 가지였다.


‘우선 기습을 성공시켜서 약간의 손실을 감수하고 깔끔하게 전멸시키는 것이었지.’


그대로 성공한다면 눈엣가시 같은 녀석들을 배제하고, 그들에게 당한 지난날의 수모를 갚을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앨리온드 서버에서 드라곤 길드의 위치를 공고히 다지는 건 저절로 될 일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대비하고 있었어.’


첫 번째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하여 수포로 돌아갔다.

물론 그는 기습에 실패할 경우 또한 미리 생각해두었다.

비록 혈맹을 시나리오에서 완벽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 기여도를 낮출 수는 있었다.


‘따로 준비할 것도 없었지. 만약을 대비해서 오버도즈까지 끌어들였으니까.’


예상외로 그들의 저항이 거세다 하더라도.

앞뒤에서 오버도즈와의 협공으로 단번에 쓸어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혈맹의 전멸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이래서야 전력손실은 피할 수 없겠어.’


적당히 전선 유지하며 오버도즈가 뒤를 치기를 기다리려 했으나.

전쟁은 급격하게 진행되기 시작했고.

서로의 피해를 우려하며 사리는 시기가 홱 하고 지나가 버렸다.

혈맹 측이 먼저 죽기 살기로 전력을 쏟아붓자, 이에 지지 않기 위해 드라곤 길드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제길, 오버도즈 자식들···. 아직도 싸움이 끝나지 않았나? 지금 뭐 하고 있길래 지원이 없지?’


농땡이를 부리고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빠르게 전멸시키고 목표물이 나타나기만 기다리면 되는데.’


쓸데없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었는데.

어찌 보면 이것은 자업자득이었다.

아군에게까지 비밀로 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었으니까.

누설을 주의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세한 사정을 전달하지 않았다.

사실 수뇌부에게만 넌지시 알려줬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뭐···. 우리가 이겼네.”


이제 완전히 드라곤 길드의 승리로 기울어진 상태.

도바킨은 안도할 수 있었다.

남아있는 수만으로도 시나리오 진행하는 데 있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최고 격전지는 중앙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혈맹 측의 좌우 날개 쪽이 먼저 무너져버렸고.

전쟁은 더욱 가속화되면서 본래라면 좀 더 길게 이어졌을 전투는 빠르게 막장에 치달았다.


“이제 우리들 세상이다!”

“전사들이여 돌격하라!”


눈먼 공격에 맞고 죽어 나가야 했던 전사들이 울분을 토해내듯 진입하여 마음껏 행패를 부렸다.


“조 때다.”

“결국 진 건가?”

“드라곤 용병으로 참여할 걸 그랬네.”


혈맹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건 눈치껏 몸을 사린 겁쟁이 혹은 산전수전을 겪은 강자들이었다.

하지만 비겁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등을 보이다니 검사의 수치다!”

“겁쟁이 새끼들, 너희가 그러고도 게이머냐?”

“어디가. 네 팀 버려?”


아예 뒤쪽에 자리 잡은 유저라면 모를까.

뒤늦게 도망치려는 유저들에게 우선적으로 응징이 잇따랐다.

대부분이 무방비하게 등을 보인 대가를 치렀고.

그들이 도망친 곳은 금역 안쪽이었으니. 사실상 의미가 없는 도주라고 봐야 했다.


“상황판단이 느린가 보군. 주변이 어떻게 되는지 안 보이나?”


“설마 모르겠냐? 아주 잘 알고 있지.”


승리를 장담한 드라곤 간부의 말에 태수가 코웃음 쳤다.


“네가 내 앞까지 온 것 보면 뭐 대충 아주 큰 구멍이 생겼나 보네.”


그러한 반응에도 간부는 비장한 표정을 유지하고 자신만의 롤플레잉을 이어갔다.


“그걸 알면서도 구차하게 발버둥을 치다니 어리석군.”


“야, 까놓고 말해 살려줄 것도 아니면서 뭘 항복하라 말라야. 너라면 얌전히 죽어줄 거야?”


“...말이 그렇다는 거다.”


태수는 호기롭게 소리쳤지만 내심 주눅이 들었다.

도저히 개인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단계였으니까.


“들어와. 넌 내가 죽이고 간다.”


하지만 태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발악하는 걸 선택했다.

어차피 죽을 거 최대한 많은 인원을 길동무로 데려가기로 했다.

방어를 도외시한 공격을 결심한 찰나.


“그러지 마. 조금만 더 버텨보자.”


키란이 그를 만류하고 끈질기게 버티기를 종용했다.


“어째서, 딱히 다른 방법도 없어.”


“아니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이상하지 않아? 오버도즈 그 자식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잖아.”


많은 이들이 당장의 전투에 집중하느라 잊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듣고 태수도 그들을 떠올렸다.


“...그러게, 생각해보니 이상하네. 전방의 유저들이 똘똘 뭉친다고 해도 이길 리는 없는데. 왜 이리 조용하지?”


앞쪽은 유저들은 기습을 허용한 만큼, 자신들보다 훨씬 열악한 상태에서 싸움을 시작했다.

전방의 전투는 이미 옛적에 오버도즈의 승리로 끝났을 터.

그들이 천천히 온다고 해도 진작에 이곳에 도착했어야 맞았다.


“두 길드도 서로 반목하고 있다는 건가? 일리 있는 말이다. 희소식이긴 한데···.”


그렇다고 혈맹의 상황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두 길드의 연맹이 적으로 돌아선다면 거의 지리멸렬한 혈맹은 안중에도 없을 수도 있지만.

중앙에 자리 잡은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전투에 휘말릴 것이다.

어부지리를 노리기엔 여의치 않아 보였다.


“그런 소릴 하는 게 아니야.”


키란은 태수에게 다른 가능성을 알려주었다.


“내 생각엔 그쪽에서 무슨 일이 발생한 게 분명해.”


예를 들어, 금역에서 발견되고 오염군주로 추측되는 몬스터가 등장했다든지 말이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진 알겠는데. 놈이 이만한 수를 단숨에 처리할 수 있을까?”


그녀가 기다리는 게 어떤 존재인지는, 그도 얼마 전에 들었던 것이 있어 인지했다.

하지만 그 존재가 수백의 유저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고.

솔직히 피아식별을 할 수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둘이서 뭘 그리 속닥거리지?”


사설이 길었던 모양이다.

본인에게 동귀어진을 할까 봐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드라곤 길드의 간부.

그는 조금 전에 패기는 어디 갔냐면서 태수를 비웃었는데.

필시 주변에 있는 길드원들을 믿고 말하는 것이 뻔히 보였다.


“이야기가 너무 길었나. 이걸 기다려주다니 참 예의 바른 친구들이네. 아니 그냥 겁먹은 것뿐인가?”


태수의 빈정거림에 자존심이 상한 드라곤의 길드원가 덤벼들려는 순간.

멀리서 뜀박질 소리와 함께 다급히 외침이 들려왔다.


“야, 야. 멈춰!”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야!”


혈맹의 뒤쪽에서 유저 몇몇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전력 질주를 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패배를 직감하고 반대쪽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했던 유저들.

그들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저것들이 왜 와?’


이제 와서 지원하러 오는 것은 아닐 텐데.


태수는 설마 오버도즈 놈들이 왔나 싶어서 고개를 돌렸는데.

언제 발생했는지 모를 거대한 모래폭풍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거 소용돌이야?”

“대체 언제 생긴 거지?”

“일단 피해야 할 것 같은데.”


그리고 드라곤 길드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놀라고 있었다.


“왔다.”

“제길, 나타날 거면 빨리 오던가. 하필 지금 나타나다니···.”


이곳에 있는 유저들 중 키란과 드라곤 간부만이 이들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렇군. 저게···.’


태수는 저 모래폭풍이 만든 장본인을 눈치채고 기가 찬다는 듯 중얼거렸다.


“확실히 단번에 쓸어버리겠네.”


응시한 것만으로 의지가 꺾일 것 같은 거대한 자연재해.

드라곤 길드는 곧장 전원에게 후퇴명령을 내렸다.


“다들 공지 받았지? 금역 초입까지 후퇴한다!”

“저 새끼들은 어떻게 하고?”

“이제 혈맹은 신경 쓰지 말라는데.”

“너희들 운 좋네.”


생존이 우선이었다.

재앙은 피하는 것이 옳은 선택.

그건 혈맹도 마찬가지였다.


“뭐래.”

“너희도 운 좋다는 걸 알아둬.”

“헛소리 그만하고 튀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금역 바깥을 향해 도망쳤고.

모래폭풍이 그 자리를 거칠게 훑고 지나갔다.


* * *


토네이도가 한바탕 휩쓸고 간 사막.


“푸합-!”


땅이 들썩이더니 그 속에서 리안의 손이 솟구쳐 나왔다.


‘살았나···?’


신체가 공중으로 부양하는 듯싶더니. 땅으로 사정없이 곤두박질쳤다.

그는 어떻게 된 건지 과정이 한순간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모든 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콜록, 콜록! ”


누군가 뒤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우, 죽는 줄 알았네.”


귀에 꽂히는 경박한 목소리.

조금 전에 생사를 다퉜던 상대, 주노였다.

분명 앞에서 도망치고 있었던 주노는 어떻게 된 일인지 그보다 훨씬 뒤에 있었다.


‘이런,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는데···!’


몸을 가누지 못한 그와 달리 주노는 온전히 땅 위에서 운신할 수 있었다.

다행히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서 리안을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어서 빠져나올 필요가 있었다.


“걱정하셨죠? 하핫! 여러분 전 괜찮습니다. 우선 다른 분들은 어떤지 파악해 보겠습니다···. 어라? 몇 명 빼고는 죽은 사람이 없는 것 같네요?”


강력한 모래폭풍인 것에 비해 사망자는 많지 않았다.

주노가 안심하고 있을 무렵.

그의 레이더망에 이상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음? 저게 뭐죠? 여러분 저거 보이세요?”


쏴아아아-.

물살을 가르며 다가오는 무언가.

퍼올라가는 모래더미에 가려져 그 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리안은 이미 한번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


‘저건···! 도망쳐야 돼!’


리안이 기겁하며 손으로 땅을 파헤치고 있을 때.

주노 또한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

포션을 꺼내 생명력을 회복하며 전투를 대비했다.


“후우, 몬스터 같습니다. 속도를 봐선 도망치긴 힘들 것 같으니 길드원분들 올 때까지 버텨보겠습니다.”


평소라면 자신 있게 장담했을 테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그의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주노는 부정적인 발언은 속으로 삼켰지만, 표정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금방 근처로 다가온 정체불명의 적.

주노는 끝까지 상대를 주시하며 방패를 내세워 땅밑에서 솟구친 공격을 방어해냈지만.


쾅-!!!


“커헉!”


거대한 충격을 받고 공중에 떠오르더니 땅에 처박히고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그대로 절명해버린 것이다.


‘미친, 한방도 못 버텨?’


리안은 이제 막 겨우 한쪽 다리를 빼낸 상태였다.

주노를 단번에 저승길로 보낸 존재는 이번에 리안을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왔다.


‘제길! 이번엔 말 한마디 못하고 죽는 건가?’


묘왕 타냐는 이야기가 통할 거라면서 추천했었는데.

방금 상황만 봤을 때 그럴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빠져라, 좀!”


온 힘을 다해 나머지 다리를 빼냈지만.

상대는 이미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

리안이 이를 악물며 죽음을 각오하는데.


“...?”


자신의 앞에서 멈추더니.

파앗!

모래를 일으키며 몸을 세웠다.

리안은 두 눈으로 상대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두더지?’


먼지에 그림자로 보였던 실루엣과 얼추 비슷한 크기의 거대 두더지가 보였다.

거대 두더지, 라파는 그의 어깨에 있는 은빛 방패 문양의 휘장을 보고 콧김을 세차게 뿜더니.

미련 없이 리안을 스쳐 지나갔다.


* * *


아득히 거대한 규모의 재앙치고는, 예상외로 많은 유저들이 살아남았다.

정말 죽을 것처럼 상태가 안 좋았던 이들을 제외하곤 전부 살았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겉만 요란하네. 괜히 겁먹었어.”


“계획이고 뭐고 그냥 우리가 해도 되는 거 아냐?”


피해 상황을 접수받은 드라곤 길드 수뇌부 쪽에서 다른 의견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곧바로 들려오는 소식에 침묵했다.


“...주노가 손도 못 쓰고 한 방에 죽었다는데?”


주노는 최근에 S급 가호를 받으면서 드라곤 길드의 부동의 탱커가 된 유저.

그가 버티지 못할 몬스터라면 레이드는 포기하는 게 맞았다.

수뇌부들은 조금 전 말을 철회했다.


“이번 시나리오의 주역은 유저가 아니라고 길드장이 말했잖아.”

“맞아. 오버도즈 놈들도 다 죽었어. 애초에 현 유저들로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괜히 헛짓거리 말고 계획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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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끼워 맞춰진 존재 23.09.05 113 3 12쪽
91 좋지 않은 느낌 23.09.04 115 3 12쪽
90 진상손님 23.09.01 10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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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읽지 않은 메시지 23.08.30 111 2 11쪽
87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23.08.29 113 2 12쪽
86 하나같이 정상인이 없군. 23.08.28 113 3 12쪽
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84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5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8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4 3 11쪽
»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9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79 똑바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23.08.17 123 3 13쪽
78 경박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1 23.08.16 124 3 11쪽
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75 패기는 좋네 23.08.11 130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29 3 12쪽
73 그놈들이 억수로 운이 좋았던 거군. 23.08.09 125 5 11쪽
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0 5 13쪽
71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23.08.07 131 4 12쪽
70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8 5 12쪽
69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2 4 11쪽
68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23.08.02 136 5 12쪽
67 누가 그렇다고 했나? 23.08.01 135 4 13쪽
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65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8 4 11쪽
64 용병은 계약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23.07.26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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