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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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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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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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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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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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끼워 맞춰진 존재

DUMMY

“...”

“...”


시끌벅적한 축제 속에서 두 사람의 불편한 침묵이 지속된다.

언제까지고 이어질 것 같은 어색한 기류는, 다행스럽게도 서로 다른 인물의 개입으로 막을 내렸다.


“어후, 사람 너무 많네···. 무슨 맛으로 먹을지 골랐어?”


“여기서 뭐 하세요. 한참 찾으러 다녔잖아요. 양꼬치 먹고 싶어요?”


그들의 양쪽에서 성훈과 로브를 뒤집어쓴 수상한 인물이 각자의 일행을 불렀다.


“여긴 재료가 다 떨어진 듯하다.”


이때다 싶어서 바로 몸을 돌린 리안과 반대로 소년은 그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지금 제 말 듣고 있습니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예요.”


다른 인물의 시선까지 합쳐지며 뒤통수가 따갑게 느껴졌지만.

리안은 애써 그들을 무시하려 노력했다.


‘제발 신경 쓰지 마.’


그는 굳이 알지도 못하는 것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고.

괜한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다행히 소년 쪽에서 먼저 관심을 거두었다.


“제작 재료는 다 구했어?”


“아뇨. 없는 대로 제작해봐야죠. 대체해보려고요.”


“이번에도 실패하겠네.”


“그러니까 좀 도와주시면 안 됩니까?”


“안돼. 오브 같은 섬세한 물건은 내 전문분야가 아니거든.”


“거짓말하지 말고 좀 도와주세요. 벌써 3년이나 지났다고요.”


“그것밖에 안 됐어? 겨우 그 정도로 유난 떨지 마.”


투덕거리며 멀어지는 두 그림자.

리안은 그들이 시야에서 보이지 되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점심시간이 지난 이후, 리안과 성훈은 길드 하우스로 돌아갔다.

성훈은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형을 따라 서부로 떠났고.

리안은 마침내 혼자가 되었다.


‘다시 남쪽으로 가야겠군.’


저번에 이어서 수수께끼의 용을 찾기 위해 남부로 향했다.텔레포트를 이용해 가장 남쪽에 있는 마을로 직행하고.

외곽의 새하얗게 펼쳐진 설원을 지나서 남부의 탐사대가 세운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금역과 가까운 최전방.

하지만 금역을 뚫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앨리온드 북부와는 사정이 달랐는데.

평화롭고 한적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아이스 웜 잡으러 가실 분 구합니다. 화염 마법사 환영!”


“만년설 삽니다~.”


그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부분이 유저.

춥다는 게 조금 감점 요소였지만, 설원은 상위권 유저에게 최적의 사냥터였다.


‘설산으로 향하는 유저는 없군.’


금역으로 모험을 떠나겠다는, 그러한 진취적인 성향의 유저들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지 오래.

이곳의 유저들은 치열하지 않은, 유유자적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 가야 하나?’


리안이 고민하고 있을 무렵.

그의 소문을 들은 한 상인이 어떤 인물을 소개해주었다.


“정 설산을 오르고 싶다면 생존자 데일을 찾아가 보시오. 말만 잘하면 그가 데려가 줄 테니까.”


“생존자 데일?”


“설산에서 조난당하고 돌아온 이후 자주 산행에 나서는 미치광이가 있소.”


매일같이 설산에 오른다는 수수께끼의 인간.

말하는 내용만 봐서는 그가 원한 안성맞춤의 인물이었다.

리안은 곧바로 데일을 찾아갔고.


“당신이 데일인가?”


대낮부터 주점에서 술을 퍼마시는 털북숭이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복슬복슬한 수염과 머리 자칫 설인으로 오해할 뻔했다.


“자주 설산을 오른다는데 안내를 부탁하고 싶다.”


용병일을 해봤던 리안은 대낮의 술을 마시는 것 정도는 대수롭지 않았다.


“그곳에 가겠다고? 어째서지? 목적을 먼저 밝혀라.”


고개를 든 데일이 리안을 의심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소문의 용과 만나고 싶어서.”


적당히 이유를 댔지만, 상대는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물은 건 만나서 무엇을 하려는지 까지다.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라면 그분에게 안내해줄 수 없어.”


‘그분?’


그가 부르는 칭호를 들은 리안이 말을 고쳐서 대답했다.


“그분의 과거사가 궁금하거든.”


“아아, 그렇군.”


심드렁하게 느껴지던 무미건조한 목소리.

갑자기 단번에 밝아졌다.


“당신도 용신님을 모시는 신자였군!”


턱.

데일이 양손으로 거칠게 리안의 어깨를 붙들었다.

리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쳐다봤지만.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구원자시지! 하하하!”


‘이래서 말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던 거군.’


데일은 광기가 깃든 눈빛으로 외칠 뿐이었다.


“나도 그분과 깊은 대화를 하고 싶지만, 항상 바쁘셔서 얼굴만 비치실 뿐이라서 정말 안타깝단 말이지.”


“...어쨌든 만날 순 있다는 거군.”


“그래! 내일 함께 그분의 용안을 뵈러 가도록 하지!”


리안을 동지로 착각한 데일은 어깨동무까지 하며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준비를 마친 두 사람의 산행이 시작되었다.

정신 나간 것 같은 외견과 달리 그는 매우 유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쪽은 밟지 말게. 바로 나락으로 떨어져서 죽을 테니.”

“저 흔적은···. 설인이 길을 잘못 든 모양이야. 번거롭더라도 조금 돌아서 가야겠어.”


홀로 산행을 해왔다는 소리가 빈말이 아닌 듯, 빠르고 안전하게 리안을 이끌었고.

중턱에 위치한 동굴에 도착했다.


“이곳이네. 여기서 기다리다 보면 그분과 만날 수 있어.”


데일은 익숙하게 동굴 바닥에 있는 모닥불에 장작을 넣고 불을 붙였다.

본래 그가 자주 머물렀던 거점인 만큼, 생활품이 준비되어 있었다.


“보통 얼마나 걸린다고 했지?”


“짧으면 한 시간, 길면 이틀 지나고 만난 적이 있다.”


오염군주와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걸 생각하면 정말 쉬운 조건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리안이 꾸벅꾸벅 졸고 있을 무렵.

갑자기 데일이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외치기 시작했다.


“그분이 오셨다! 그분이 오셨어!”


데일은 동굴 입구를 뛰쳐나갔고.


“이 강대한 기운은 몰라볼 수가 없지! 이렇게 빨리 오시다니 정말 운이 좋군!”


눈보라가 치는 바깥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그 모습은 그가 익히 보여주었던 광신도와 비슷했다.


눈보라 너머로 보이는 푸른 안광.

중저음의 목소리가 동굴을 울린다.


- 위험하니까 더는 이곳에 접근하지 말라 했을 텐데. 그리고 이전부터 말했다만···. 난 한낱 힘을 지닌 생물일 뿐, 신이 아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의 구원자시니까요.”


이마를 땅에 박은 채 읊조리는 데일.

용은 데일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설득하는 걸 포기하고 지시를 내렸다.


- ...자네가 데려온 그를 남겨두고 떠나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빠릿빠릿하게 대답한 데일은 리안을 내버려두고 혼자 설산을 내려갔다.


‘살벌하게도 생겼군.’


눈보라에 가려진 용과 마주친 리안은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마치 데일이 그를 공양물로 바친 듯한 기분이었다.


이윽고 설산의 눈보라가 그치기 시작하고.


“역시 조금 부담스럽단 말이지.”


푸른빛의 머리와 수염을 기른 중후한 남성이 등장했다.


“나는 ‘칸’이라고 한다. 대충 짐작하고 있겠지만 냉혹한 설산의 주인이자 오염군주지.”


사실 앨리온드 북부의 오염군주가 특이한 것일까.

휘하 장군이 아닌 바로 군주와 조우했다.


“그래서 무슨 용건으로 날 찾아왔지? 인간 돌연변이라니, 자네에겐 사연이 많을 것 같군.”


칸은 시간 낭비할 것 없이 곧바로 본론을 꺼내라고 말했다.

딱히 강압적으로 굴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내비치는 위압감에 리안은 저절로 자세가 낮추어졌다.


“...오염군주의 탄생에 대해 알아가려고 합니다.”


“단순히 궁금해서 그런 건 아닐 테고. 무슨 이유가 있나?”


거래를 조건으로 삼았다는 사실에 화를 내지 않을까 걱정하는 순간.

칸은 알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 자네는 기억을 잃었나 보군.”


“그걸 어떻게···?”


그는 대충 알겠다는 듯이 지껄였다.


“우리를 통해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아내려 한 건가? 아니면 누군가와 비슷한 거래를 했겠지. 기어코 저질러버렸군.”


무슨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의미심장한 발언.

리안은 조급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저에 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전 안개산의 지하굴이라는 공간에 갇혔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두서없이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대화가 살짝 길어질 것 같군.”


칸이 손짓으로 꺼져버린 모닥불에 불을 붙였다.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리안의 손발이 차가워진 상태.

불가로 이동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잠깐.”


리안이 묻기 직전. 칸이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먼저 미안하지만 난 자네에 들어본 적이 없어. 자네가 겪었을 일은 다른 대륙에서 발생했을 테야.”


하지만 리안은 그걸로도 충분했다.

소거법으로 앨리온드와 이리아스 대륙을 제외하면 남은 건 하나.


‘3대륙이다. 내가 있었던 곳은 3대륙이야.’


3대륙 팔론데. 그곳이 리안의 출신지다.

이렇게 확정 지은 것만으로도 그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자네는 섬에서 배를 타고 대륙으로 왔겠군. 모험가는 전부 그렇게 대륙에 도착하니까.”


“네. 저도 배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리안은 칸이 무슨 말을 해줄지 기다리는데.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거기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나?”


“이상한 점?”


신전의 텔레포트로 각 왕국의 스타팅 지점에서 시작한다.

리안이 자연스럽게 여겼던 일이 뭐가 이상하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감을 잡지 못하는군. 하긴, 자네는 유저니까 힘들만 해.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대륙의 항구는 어디에 있지? 내륙에 있나? 아니면 대륙의 바깥?”


“그야 대륙의 바깥에 있겠죠.”


리안은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대륙의 끝이라면···. 금역을 넘어서겠군.”


“...”


곧바로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대륙은 외곽 너무부터는 금역으로 막혀있는 상태였다.


‘그러면 신전이 있는 항구는 대체 어디에 있다는 소리지?’


사실상 항구의 존재 자체가 의문이었지만.

그는 여태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야 그냥 그런 거니까.’


세상에는 그가 이해하지 못할 일이 많으니까.

운영자가 보여준 능력과 선물은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세계에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들이 많지.”


평범한 주민의 시선에서 수상한 점이 많았다.

여신의 가호에 오염군주의 능력이 있다던가.

훈련소의 평가에 따라 능력이 멋대로 올렸다가 내렸다가 한다든가.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그 모든 것은 이 세상이 게임이라는, 한마디로 전부 설명이 된다.”


“...역시 당신들도 알고 있었군.”


리안은 평소의 말투로 돌아왔다.


“오염군주의 탄생이 궁금하다고 했었나?”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먼저 십이지에 대해 알려줘야겠어.”


“...그게 뭐지?”


리안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그의 반응에 칸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모르는 게 정상이지.”


칸은 그를 위해서 십이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유저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십이간지.

쥐에서부터 시작되는 열두 마리의 짐승들을 전부 하나하나 집어갔다.

그리고 리안은 그 안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을 발견했다.


“잠깐, 십이지는 그쪽에서 아주 오래된 설화라면서. 근데 왜···.”


어째서인지 오염군주와 겹쳐 보이는 걸까.

그가 만난 오염군주는 쥐, 토끼, 용.

전부 십이지와 일치했다.

그는 이것이 과연 우연인지 의심이 되었고.


“그거야, 거기에 억지로 그렇게 끼워 맞춰졌으니까. 우리는 오염군주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야. ”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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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워 맞춰진 존재 23.09.05 115 3 12쪽
91 좋지 않은 느낌 23.09.04 115 3 12쪽
90 진상손님 23.09.01 10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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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읽지 않은 메시지 23.08.30 111 2 11쪽
87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23.08.29 114 2 12쪽
86 하나같이 정상인이 없군. 23.08.28 113 3 12쪽
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84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5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8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4 3 11쪽
81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9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79 똑바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23.08.17 123 3 13쪽
78 경박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1 23.08.16 124 3 11쪽
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75 패기는 좋네 23.08.11 130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29 3 12쪽
73 그놈들이 억수로 운이 좋았던 거군. 23.08.09 125 5 11쪽
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1 5 13쪽
71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23.08.07 131 4 12쪽
70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9 5 12쪽
69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2 4 11쪽
68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23.08.02 137 5 12쪽
67 누가 그렇다고 했나? 23.08.01 135 4 13쪽
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65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8 4 11쪽
64 용병은 계약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23.07.26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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