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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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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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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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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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DUMMY

탐사대가 바로 근처에 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척후대에 참가한 수백 명의 용병이 용병왕의 부름에 한자리로 모였다.


“외곽에 이런 거대한 마을이 있다니···.”


“저 거대한 오아시스 덕분인가. 수백이 아니라 수천 명도 거뜬하겠군.”


“이곳이 수인들이 만든 도시라고?”


집결지를 본 용병들이 하나같이 본인의 두 눈을 의심했다.

2층 건물이 우스울 높이로 석재를 쌓아 올린 성벽.

그 두꺼운 성벽 안에는 옛날 양식이지만 번듯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척후대에서 발견한 마을 중 단연 가장 큰 규모의 마을.

탐사대의 베이스캠프가 될 장소였다.


“듣기론 발타스의 용병단을 비롯해서 7조부터 12조까지 참여해서 대규모 침략전을 펼쳤다더군.”


용병왕 발타스가 직접 병력을 이끌고 공략한 마을.

이곳을 점령하기 위해 펼쳐진 전투에서 발타스는 무려 수인 이십여 마리 가량을 학살했다고 전해진다.


“탐사대는 내일 도착한다고 했던가?”


“이 정도 넓이면 고생할 일 없겠네.”


왕국에서 출발한 탐사대 인원은 그 수가 대략 1만에 육박한다.

그들이 머물만한 장소를 찾지 못할 경우, 여차하면 마을 확장 공사를 벌여야 했을 텐데.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우리 조가 너무 일찍 왔나···? 난 한숨 자련다.”


“같이 수다나 떨 양반 없어?”


먼저 도착한 조는 마을을 구경하거나 잠을 자는 등의 시간을 때우며, 나머지 인원들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해가 지기 직전, 마침내 척후대의 모든 조가 마을에 집결했고.

저녁 시간이 되자 용병들은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마을의 중앙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적당한 탁자를 가져와 만든 단상 위.

이 시대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용병, 발타스가 용병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내일이면 카르니오네 왕국의 탐사대가 이곳에 도착한다. 오늘부로 척후대는 끝난 셈이지.”


이로써 용병으로 이루어진 척후대의 역할은 마무리되었음을 정식으로 선언되었다.

그의 말에 광장의 용병들은 후련한 기분을 느끼는 한편,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벌써 끝인가.”


“이걸로 몇 개월은 먹고 놀아도 문제없다고! 으흐흐.”


“이참에 장비를 싹 바꿔야겠어.”


모든 일을 마쳤다는 생각에 용병들은 각자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아직 할 말이 남아있는지 발타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본래 척후대 임무는 여기까지나 자네들한테도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그의 말에 웅성거림이 멈추며 전원이 그를 주목했다.

잠깐 뜸을 들인 발타스가 말했다.


“이곳에 남아서 나와 같이 탐사를 지속할 사람이 있다면 막지 않겠다.”


발타스는 그들에게 이곳에 남아서 싸울 기회를 주기로 했다.


“왕국에서 용병의 합류를 건의했더니 흔쾌히 승인해줬다.”


왕국의 탐사대가 처음부터 척후대에게 호의적인 건 아니었다.

딱히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어울렸는데.

이렇듯 최우선 목표를 훌륭하고 착실히 수행해서 그들의 저력을 증명하자,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


“억지는 아니다. 원하는 사람만 지원하도록.”


사실 왕국군 입장에서 발타스의 요구를 구태여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할 테지만. 여기 있는 대부분이 쉽게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별다른 피해 없이 외곽을 정리한 척후대를 존중했고.

따로 통제를 가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어느 정도의 자유권도 보장을 해주었다.


“기존의 척후대는 어떻게 됩니까? 그대로 유지해서 활동하는 겁니까?”


“아니 척후대는 오늘 공식적으로 해산되고. 아예 새로운 형식으로 개편될 거다.”


해산은 어쩔 수 없는 절차지만.

이후 진행될 계약에서 근무 조건은 딱히 변경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

발타스는 자세한 이야기는 탐사대에 소속된 왕국군의 지휘관과 용병 단체의 직원들과도 끝난 뒤에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일당은 똑같이 계산해주겠다는 소리네.”


“할 일은 적어질 테니까. 개꿀 아니야?”


용병들은 긍적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건이 너무 후한 것 같은데.’


가만히 듣고 있던 리안은 속으로 의심스러움을 떨칠 수 없었다.

탐사대에서 자리 비키라고 소리쳐도 아무 말 못 할 텐데.

통제도 없이 연장한다니, 아무래도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실제로 왕국 나름의 숨겨진 의도가 있었는데.

이를 알고 있을 발타스는 그러한 내용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발타스! 나도 참가하고 싶다만 어제 장비가 망가져버려서 힘들 것 같다. 경계의 마을에 들렀다가 다시 와도 될까?”


한 용병이 큰소리로 물었다.

확실히 그의 무장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고.

싸우고 싶어도 상태가 아니었다.


“나도 장갑이 뜯어졌어.”


“검의 날을 세워야 할 것 같은데.”


마찬가지로 장비나 신체의 상태가 엉망진창인 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되었다.


“1만 명의 탐사대는 모든 인원이 전투병력은 아니다. 대장장인, 재봉사 같은 각종 장인이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카르니오네 왕국은 안정적인 영토 확장을 위해 힘을 썼다.

탐사대는 먼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이후 보급로를 확보.

장기적인 도시를 건설한 계획이었다.


“오오···!”


“엄청나군.”


이윽고 다른 질문도 나왔다.


“혹시 합류하지 않으면 이곳에서 나가야 합니까?”


“아니다.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그래도 좋다. 언제든지 환영하겠어.”


함께한 이들에 한해서 머물러도 좋다고.

전우들을 챙겨주겠다는 발언에, 광장의 인원들이 역시 용병왕이라며 환호했다.


“이것으로 내 말은 끝이야. 다들 편히 쉬도록.”


광장의 연설이 끝났다.

수백이 머무르고 있는 도시.

용병들은 안전한 장소임을 확신했고, 녹초가 된 육체에 가뭄의 단비 같은 휴식을 주었다.


* * *


푹신한 침대와 몇 개의 가구, 벽을 가득 채우는 스크린이 있는 단출한 공간.

리안은 로그아웃을 하여 개인 공간에 왔다.


‘항상 그렇지만 NPC로 위장할 땐 로그아웃이 힘들군.’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시간이 나지 않았지만.

오늘부로 조가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다.


“도우미, 커뮤니티를 열어봐.”


커뮤니티에서는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격변 업데이트에 대해 유저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었다.


- 씨이이이발~! 대격변이라며? 왜 달라진 게 없냐!

- 소식 못 들음? 북부 금역에서 필드 보스로 추정되는 녀석이 나왔다고, 각 금역에 레이드 몹이 있을 거라고 하던데?

- 와 씹. 궁금하네.

- 그래서 우린 언제 갈 수 있는데?

- 몰루?


‘저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그처럼 탐사에 직접 참여한 것도 아닐 텐데, 참 신기했지만.

사실 글 중 대부분이 뭘 모른 채 헛소리를 지껄인 것에 불과했다.


- 거긴 필드에 있는 잡몹이 200레벨을 넘어간다더라.

- 이야, 존나 쎄네.

- 근데 그거 팩트 맞음? 어차피 다 카더라 소식이잖아···. 진짜 가본 사람은 없는 거지?

- 슬프게도 그럼.


진실을 나열해도 커뮤니티의 유저들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 NPC 새끼들. 지들만 재밌는 거 하네.

- 제발 우리 좀 끼워줘. 이거 차별이다.

-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답답한 상황 속에서 유저들은 어서 다음 탐사가 시작되기를 기대했지만.

리안은 그들의 차례가 아니란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아직 탐사는 시작조차 안 했으니까.‘


물론 다른 곳의 상황은 어떨지 모르지만.

무슨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엇비슷하다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 티레세아 왕국 수도에서 엿들은 건데, 이제 본격적으로 탐사한다고 해···.

- 와 이 개새끼들 여태까지 뭘 했는데 이제 한다는 거지?


’드라곤 길드는 딱히 움직임이 없군.‘


이번 일에 유저는 철저히 배제되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내일이면 알 수 있겠네.‘


혈맹의 길드장이 무엇 때문에 그를 북부로 보냈는지 말이다.


계속 모니터링을 이어가던 리안은 적당한 선에서 화면을 종료하고 잠을 청했다.


* * *


도르래 형식으로 여닫는 마을의 입구를 탐사대의 기다란 행렬이 줄지어 통과한다.

미리 입을 맞춘 것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마차들.

용병들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그것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많냐.”


“정말 도시를 세울 생각인가 봐.”


하지만 감탄하는 것도 잠시.

그들에게서 행렬에 관한 관심은 금방 사라졌다.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책정된 의뢰비와 포상금을 포함해 총 50만 골드 되겠습니다.”


여태까지의 임금을 계산하여 정산받을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리안이 받은 금액은 50만 골드.

초보자 시절엔 감히 상상도 못 했을 액수지만, 상위권에 속하는 골드 구간부터는 ’좋은 장비’를 몇 부위 산다면 순식간에 사라질 돈이었다.


’평균보다 낮군.‘


평균이 80만 골드인 걸 고려하면 리안이 받은 금액은 최하위 권, 매우 낮은 편에 속했는데.

그건 18조 모두의 사정이 같았다.


’이런 걸 자업자득이라고 하던가.‘


그가 후회할 건 없었다. 그는 더 값진 걸 얻었으니까.

하지만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한 18조의 낯빛이 어두웠다.

만약 마지막의 발견한 몬스터의 보고가 성과로 인정되지 않았다면 그들의 얼굴은 처참했을 것이다.


리안이 주머니를 챙기고 나가는 순간.


“오빠. 어디가?”


어디선가 나타난 미녀가 그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뭐야?”


“아아, 보기완 달리 숙맥이구나?”


인상을 구기며 팔을 빼냈지만, 상대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눈웃음 지었다.


“너···.”


그녀에게 무어라 말하려는 찰나.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주위의 용병들 전원이 여자와 팔짱을 낀 채 걷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잠시 주변을 살피자 혼자 걸어 다니는 용병에게 여인이 냉큼 달라붙는 것이 보였다.


“어디 가고 싶어? 대장간? 주점? 어디든 말만 해.”


다시금 능청스럽게 팔짱을 끼며 물어오는 여성.

용병들을 위한 안내자라는 것일까.

딱히 위험하지 않아 경계심을 내렸지만, 의심의 눈길을 거두진 않았다.


‘저 많은 사람들이 단체로 도둑질을 하는 건 아닐 텐데.’


여인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리안을 이끌었고.

그는 무슨 수작인지 파악하기 위해 남들처럼 행동했는데.


“오빠, 나 저거 갖고 싶은데 사주면 안 돼?”


갑작스레 가슴팍에 어깨를 기대며 올려다본다.

순진무구한 눈망울과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뭉클함.

리안은 반사적으로 움직이려는 고개를 가까스로 멈췄다.


‘...안내비로 하나 정도는 상관없겠지.’


의뢰비도 받았겠다.

비싸지 않다면 값을 치를 생각을 했는데.


[싸구려 금속으로 만든 목걸이 - 5000Gold]


그녀가 가리킨 목걸이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눈썰미로 능력도 없는 데다가 가짜 보석으로 만든 목걸이라는 걸 확인되자 리안의 눈빛이 짜게 식었다.


‘이 사기꾼 새끼가···!’


어디서 이딴 걸 비싸게 팔고 있냐고 한마디 하려는 순간.

옆에서 다른 용병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과 함께 나타났다.


“와, 너무 예쁘다.”


여성의 콧소리에 용병이 씨익 웃으며 거만한 손짓으로 허공을 그었다.


“여기부터 저기까지 전.부.”


“꺄아아-!”


여성은 과장된 소리를 지으며 기뻐했고.

리안과 눈이 마주친 용병은 우월감에 찌든 비웃음을 보여주었고.

리안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음···!”


이윽고 싸구려 목걸이의 대금을 치른 용병의 얼굴이 굳었지만.

여성의 야릇한 손길이 용병의 가슴팍을 쓸자,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입가가 찢어지라 크게 웃으며 떠났다.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저렇게 큰 사기를 당해놓고 행복한 모습을 보이다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리안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도 혹시 저런 스타일이 좋아?”


이전보다 살짝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

덕분에 리안은 정신을 차리고 대답할 수 있었다.


“...수리점으로 안내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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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안개산의 히든 몬스터 23.08.29 11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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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당신은 어느 편입니까? 23.08.25 121 3 12쪽
84 모든 걸 설명해주었다. 23.08.24 125 3 12쪽
83 특별히 당신들에게 속죄의 기회를 드리죠. 23.08.23 123 3 13쪽
82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23.08.22 124 3 11쪽
81 시나리오의 주역 23.08.21 129 2 12쪽
80 강제 패배 이벤트 23.08.18 123 4 13쪽
79 똑바로 기억해주고 있었네 23.08.17 123 3 13쪽
78 경박한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1 23.08.16 124 3 11쪽
77 그보다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23.08.15 126 4 13쪽
76 밥은 먹고 가자고 23.08.14 123 3 11쪽
75 패기는 좋네 23.08.11 130 5 11쪽
74 직접 메시지로 물어보았다. +1 23.08.10 129 3 12쪽
73 그놈들이 억수로 운이 좋았던 거군. 23.08.09 125 5 11쪽
72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3.08.08 131 5 13쪽
71 대체 왜 그런 정보가 필요한 거지? 23.08.07 131 4 12쪽
» 뭐가 좋다고 저리 웃어? 23.08.04 129 5 12쪽
69 그냥 내버려 두세요. +1 23.08.03 132 4 11쪽
68 정신 차려라. 넌 모험가가 아니다. 23.08.02 137 5 12쪽
67 누가 그렇다고 했나? 23.08.01 135 4 13쪽
66 너 다녀와서 보자. 23.07.28 138 4 12쪽
65 저 안 잤습니다! 23.07.27 138 4 11쪽
64 용병은 계약을 지켜야 하는 법이다 23.07.26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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