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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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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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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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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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DUMMY

212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구곡현 양가 의방은 밀려드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구곡현에는 전조(원나라) 때 논평을 지은 명의 증세영이 세운 증가 의방이 있었는데, 작금에 와서는 대가 끊겨 사라지고, 증가 의방에서 배워 과시에 합격하고 황궁에서 내의원까지 지낸 양여하가 낙향해 문을 연 의방이 양가 의방이었다.


양가 의방의 본채에서 큰소리가 나왔다.


“뭐라 한 것이더냐? 그리 잘 지키라 일렀거늘 달아났다고?”


“멀리 가지는 못했을 것이니 곧 잡아들일 것입니다.”


“반드시 내 눈앞에 끌고 와야 할 것이다.”


“예, 가주님.”




시운룡은 팽가의 삼 공자 팽정량이 오 조장 팽부훈과 이야기가 끊이질 않자, 팽가 호위들에게 말을 걸기도 뭐해 혼자 움직여야 했다. 마차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팽하린과 수인사를 나누고는 가까이하기가 꺼려졌다.


수인사를 마친 팽하린이 시운화의 안부를 물어 왔는데,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고, 형수 당소소를 말하면서도 오래전 서로 약조한 것이 있다며 뭔가 기대에 찬 눈빛을 보였던 것이다.


같은 길을 가면서도 왠지 혼자인 것만 같아 멀리 내다보며 가는데, 거리가 있어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한 무리가 뭐라 소리치며 다른 무리를 압박하는 듯 보였다.


시운룡은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 있기도 싫었기에 신법을 펼쳐 빠르게 나갔다. 시운룡이 앞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서도, 팽가 사람들은 속도를 유지했다.


시운룡이 앞으로 달려가 보니 짐을 실은 수레에 노파가 타고 있었고, 낭자와 하녀 노복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건장한 무리들이 몽둥이를 든 채 둘러싸고 소리치고 있었다.


“네년이 달아날 수 있으리라 여겼더냐?”


“무슨 말이 그리 많으냐 저 계집만 끌고 가자.”


“늙은것들은 어찌하고?”


“이런 수고를 끼쳤으니 벌은 좀 내려야겠지. 다리 하나씩 부러트리면 되겠구나.”


“차라리 죽여 버리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공연히 귀찮은 일 만들 것 없다.”


늙은 노복이 소리쳐 나무랐다.


“네놈들이 그러고도 사람이더냐? 증 의원께서 네놈들을 어찌 대했더냐? 양가 놈이 제법 이름을 알렸다만, 이런 일을 벌이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거 봐라, 늙었어도 입이 살아 있으니 저리 망발을 늘어놓지 않느냐?”


“그렇다고 죽이자는 말이냐?”


“아니면 저 늙은이가 아문에 고변이라도 하면 그때는 어찌할 것이냐?”


말을 들어 보니 이편이나 저편이나 모두 아는 사람들인 듯했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피해 달아났고 잡으러 온 것 같아 보였다. 한 놈이 나서더니 말도 없이 노복의 머리를 내리쳤다.


시운룡은 그놈이 노복을 내리치는 것을 보고 더는 참지 않았다. 순식간에 노복을 막아서고 내려치던 몽둥이를 빼앗아, 그놈의 어깨와 발목을 분질렀다. 시운룡이 갑자기 뛰어들자 잠시 멍하던 놈들이, 일제히 시운룡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무인도 아닌 놈들이었으니 몽둥이질을 한다 해서 시운룡을 때릴 수 없는 일이었지만, 놈들은 몽둥이질에 익숙한지 아무런 두려움 없이 내려쳤고, 시운룡은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이 한 놈씩 때려눕혔다.


처음 몽둥이로 노복을 치려던 놈을 타(打)의 수법으로 두드렸으니, 다음 놈은 벽(劈)의 수법으로 장작을 쪼개듯 내려치고, 다음 놈은 요(僚)의 수법으로 인중과 명치 단전을 찔러 내고, 남은 두 놈을 탁(托)의 수법으로 밀어내고, 천(穿)의 수법으로 동시에 뚫어 버렸다.


손에 인정을 남겨 죽이지는 않았지만 내기를 조절해 두드린 것이니 한동안은 움직이지도 못할 것이었다. 수레에 앉아 있던 노부인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말하려는데 마차가 서고 무인들이 몰려들자 입을 다물었다.


“오라버니,

무슨 일인가요?”


“아직은 사정을 듣지 못해 모르겠다. 저놈들이 이들을 몽둥이로 치려 해서 막았을 뿐이다.”


시운룡의 말에 시운화가 마차에서 내려오더니, 낭자와 일행들을 둘러보고는 쓰러진 놈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지 바로 말하거라.”


낭자 일행을 잡으러 왔던 놈들은 무인들이 둘러선 것에 겁을 집어먹고, 서로 둘러보더니 그나마 급소를 피해 맞은 놈이 말했다.


“달아난 노비들을 잡으러 나온 것입니다.”


시운화의 채찍이 말한 놈의 등짝을 치고 지나갔다. 입고 있던 옷이 찢겨 나가고 등줄기에 긴 혈흔이 만들어졌다.


“한 번만 더 헛소리를 늘어놓으면 다음에는 네 놈의 목이 날아갈 것이다. 누가 저들을 잡아 오라 했고, 무슨 일로 잡아 오라 했는지 소상히 이르거라.”


맞은 놈이 눈을 부라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무인들이라고 힘없는 백성을 이리 쳐도 되는 것이오?”


“제법 강단이 있는 놈이로구나. 네놈 입에서 바른말이 나올 때까지 칠 것이니 어디 견뎌 보거라.”


시운화는 더 말하지 않고 채찍을 휘둘렀다. 그렇다고 죽을 만큼 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누가 봐도 곧 죽게 생겼다 여겨질 만큼 온몸에 채찍 자국이 남겨졌다. 그제서야 시운화는 옆에 있는 놈에게 눈길을 돌리고 말했다.


“이번에는 네가 견뎌 보거라. 저놈만큼 참아 내면 살려는 줄 것이다. 허나 너희 다섯 놈이 모두 입을 열지 않으면 저 낭자에게 물을 것이니 그때는 말할 입은 없어도 되지 않겠느냐?”


시운화는 놈이 답하는 것을 들으려 하지도 않고 등짝을 내려쳤다. 단 한 대에 숨이 막혀 오고 아무리 봐도 그대로 넘어갈 사람이 아니라 여겨졌는지, 맞은 놈이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엎드려 말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


“······.”


말하겠다 하고 말이 늦어지자 시운화는 다시 채찍으로 등짝을 내려쳤다. 잠시 눈치를 살피느라 말이 늦어진 놈은 이번에는 옆에 놈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전후 사정을 줄줄이 불어 댔다.


“진 낭자를 잡아 오라는 가주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소인들은 양가 의방의 하인들입니다.”


“어디라고?”


“양가 의방입니다. 구곡현에 있는 양가 의방입니다.”


“무슨 이유로 잡아 오라 한 것이냐?”


“그야 소인이 어찌 알겠습니까?”


말하는 놈의 눈동자가 처음 맞았던 놈에게로 향하자, 시운화의 채찍이 다시 날았다. 다시 등짝을 맞은 놈은 그대로 엎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죽은 것처럼 보였다.


시운화는 다시 가까이 있던 놈의 등을 치고 물었다.


“모르면 저놈처럼 되는 것이다.”


시운화는 처음 맞은 놈을 채찍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놈은 아는 듯하니 천천히 들어 볼 것인데, 본 낭자는 네 놈의 말이 궁금하구나. 아직 두 놈이 더 남아 있으니 네놈도 참을 만하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


“살려 주십시오!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계집이 증가 의방에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입니다. 증가 의방에 대대로 전해지는 비서(秘書)가 있다 하는데, 증가 의방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아 잡아들이려 한 것입니다.”


“비서(秘書) 때문이었다는 말이지?”


“예, 낭자님.”


“양가 의방의 가주도 의생인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자세한 말은 수레에 몰려 있는 사람들에게 들으면 될 일이었다. 옳고 그름은 가려진 듯하자 시운룡에게 말했다.


“오라버니께서 시작한 일이니 사정을 물어보시고, 도움을 받겠다 하면 데려가시지요.”


시운룡의 생각에도 그러는 것이 옳을 듯싶었다. 무슨 비서인지는 모르지만 비서를 갖고 있다면 도와주었다 한들 함께 움직이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시운룡은 수레로 다가가 수레에 앉아 있는 노부인에게 말했다.


“지나는 길에 무도한 일을 보게 되어 관여했습니다. 소생은 신야현에 자리한 수천문의 이 공자 시운룡이라 합니다. 저놈들이 죄를 지었지만 주인의 명을 받고 나온 놈들이니 죽이지 않았습니다.


한 시진가량은 움직이지 못할 것이나 수레로 움직이시면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찾게 될 듯싶습니다. 안전한 곳까지 함께하시겠다면 소생이 여러분들을 모시겠소이다.”


“시 소협,

신야 수천문이라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노구가 남양에서 대를 이어 살고 있어도 들어보지 못한 곳이로군요?”


“본 문은 운남에서 신야로 옮겨 온 지 한 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랬군요. 그러니 들어보지 못했을 수밖에.”


노부인은 낭자를 보며 말을 이어 갔다.


“저 아이 혼자라면 벌써 떨쳐 냈을 것인데, 노구와 함께 움직이다 보니 이런 일을 겪게 되었소이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해 주시겠소이까?”


“그야 이를 말씀이겠습니까?”


“도움을 주셨는데 감사도 못 드렸소이다. 신야라면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 그곳까지라도 살펴 주시기를 청하겠소이다.”


“알겠습니다.”


시운룡은 노부인이 신야까지 함께하는 것을 원하자, 마차로 가 시운화에게 말했다.


“운화야,

노부인께서 거동이 불편하신 것 같구나.”


시운룡은 마차에 태우자고 한 말이었지만, 마차는 팽가의 마차였고 마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팽가의 공녀였으니 바로 말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오라버니,

마차가 넓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 낭자도 함께 타라 하세요. 가면서 어찌 된 일인지 자세한 사정도 물어보고 싶으니까요.”


시운룡은 시운화의 말을 듣고 바로 수레로 돌아와 말했다.


“수레로 움직이면 너무 늦어지게 됩니다. 마차에 자리가 있으니 낭자와 함께 마차로 움직이시지요? 수레에 실린 물건들도 얼마 되지 않으니 마차에 실을 수 있을 겁니다. 수레가 필요하시면 본가에 가서 내드리겠습니다.”


노부인은 마차를 보고 말했다.


“귀한 분들이 타고 계신 듯한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허락은 받았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낭자 노부인을 마차로 모시십시오.”


노부인은 기력은 딸려도 걷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낭자의 부축을 받고 마차로 가자 시운화가 내려서 노부인이 마차에 편히 오르도록 도왔다. 노복은 수레에 실려 있던 보퉁이들을 마차에 실으라 해도 굳이 하녀와 나누어 등에 메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시운룡은 하인 놈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짚어 놓았던 슬혈을 풀어주고 조금 떨어져서 움직였다. 시운룡은 그동안 시운화가 무림맹에서 지냈기에 그리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지 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운화의 모습에 놀란 것은 삼 공자 팽정량도 같았다. 내공을 싣지 않은 것은 바로 알 수 있었지만 놈들을 심문하는 모습은 여간 노련해 보이지가 않았다. 한눈에 놈들의 우두머리를 알아보고 두드린 것이나, 굳이 답을 듣지 않고 두드린 것이나 결국 답을 얻어 낸 것까지 모두 놀랍기만 했다.


“시 낭자의 별호가 일선자라 했더냐?”


“삼 공자님.

그건 일비 사왕 일선자라 한 것이고요. 소생이 들은 말로는 평소에는 편선자라 불리고 무림맹 훈련원에서는 편나찰로 불렸다고 들었습니다.”


“편나찰이라는 말이지?”


삼 공자 팽정량은 편나찰이 당연하다는 듯 잠시 전 상황을 떠올리고는 고통을 주면서도 뼈는 상하지 않도록 쳐낸 것과 마주하고서도 등짝만 두드린 것을 생각하고는 뒤늦게 감탄을 토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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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2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0 568 10 11쪽
211 211화 쌍웅채 (5) +1 24.08.09 524 12 12쪽
210 210화 쌍웅채 (4) +1 24.08.08 482 11 13쪽
209 209화 쌍웅채 (3) +1 24.08.07 489 11 11쪽
208 208화 쌍웅채 (2) +1 24.08.06 498 12 12쪽
207 207화 쌍웅채 (1) +1 24.08.05 530 10 17쪽
206 206화 각각의 사정 (2) +1 24.08.04 550 10 14쪽
205 205화 각각의 사정 (1) +2 24.08.03 563 10 13쪽
204 204화 혼돈 강호 +1 24.08.02 568 10 13쪽
203 203화 사해방 (5) +1 24.08.01 576 12 13쪽
202 202화 사해방 (4) +1 24.07.31 583 12 12쪽
201 201화 사해방 (3) +1 24.07.30 606 13 12쪽
200 200화 사해방 (2) +1 24.07.29 684 9 12쪽
199 199화 사해방 (1) +2 24.07.28 720 13 12쪽
198 198화 나가다 +2 24.07.27 736 14 13쪽
197 197화 소림 하산 (4) +2 24.07.26 756 13 13쪽
196 196화 소림 하산 (3) +2 24.07.25 744 13 13쪽
195 195화 소림 하산 (2) +2 24.07.24 749 12 12쪽
194 194화 소림 하산 (1) +2 24.07.23 801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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