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무사가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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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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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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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토벌전(汚魔討伐戰) (6)

DUMMY

一.





“이건······.”


백색, 청색, 홍색 진기의 실들이 나부낀다. 가장 먼저 이변을 느낀 것은 검성이었다. 그의 주름진 눈매가 떨려왔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다는 식으로.


삼색의 실에 붙잡힌 형국이다. 검 한 자루로 별에 닿았다는 이름이 무색하게 검성은 검을 휘두를 수조차 없다. 전적으로 조휘의 영역 내부에 들어섰기 때문.


이곳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영역의 주인인 조휘와 압도적인 내공 조화로 호신강기를 일으켜 조휘의 심상구현을 버틴, 오마 단 둘뿐이다.


“뭐. 이런. 게.”


하후진의 음성이 뚝뚝 끊어졌다. 처음 펼쳐본 심상구현. 조휘의 생각보다도 위력이 더 강했던 탓이다. 오로지 적만을 묶는 제약으로 작용해야 할 것이 아군마저 묶고 있었다.


관구백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역시도 묵룡이 사는 세계의 주인이었다. 조휘의 세계에 들어선 순간 위화감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묵룡계를 펼쳐 몸 주위로 압축시킨 그였다. 때문에 하후진보다는 자유로웠지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반면, 연소백은 침착한 기색이었다. 그 역시도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리 이상할 것 없다는 식이었다. 그가 맞은 신입은 기이할 정도로 뛰어난 놈이었기에.


어쩌면 신입이라면.


연소백은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식이다.



“오마.”


“······.”


“다시 한번 고하지. 이 자리에서 천마의 가장 충실한 종인 너를 베겠다.”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처음부터 가능한 것은 없었어.”


조휘의 나지막한 목소리 뒤, 화포마냥 응축된 검강이 튀어나갔다. 검을 휘두른 기척도 없이 하단전에서 성광만천공의 진기를 줄기차게 뿜은 것이다.


성광만천공은 가부좌를 틀고 운기하는 입식 심공이기도 했지만, 격렬하게 움직이는 와중에 피어나는 별이기도 했다. 동공이라는 뜻이다.


싸우는 와중에도 심득을 수습한다. 무당파의 양의심공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동공의 형식으로 성광만천공을 운용하며 오마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조휘의 머리 위에 삼색의 꽃이 피어나는 것은 덤이었다.


달리 삼화취정이 아니었다. 홍색과 청색. 그 모두를 아우르는 백색이 꽃망울을 이루고 그 진체를 피워낸다.


순식간에 만개한 세 꽃이 조휘의 백회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조휘의 몸을 하얀색 불꽃이 불태운다. 그와 동시에 뼈와 근육이 새로이 생겨난다. 환골탈태를 완전히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제 조휘는 조화경 초입의 무인이 아니었다. 강호 정상을 논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한 문파의 수좌를 맡기엔 차고 넘치는 경지에 단숨에 올라버린 것이다.



한편, 오마의 장심에 흑색의 마기가 모였다. 신교오대장법 중 하나인 마라천령장(魔羅天靈掌)의 전조였다. 오마의 흑련오마공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법이었다.


투쾅─! 구오오─.


격발의 굉음과 함께 귀곡성이 터져 나온다. 마라의 손짓으로 하늘의 영혼을 부여잡는다는 장법이 조휘의 눈앞을 뒤덮었다.


흑색으로 물든 거대한 손이 조휘를 휘감았다. 그것으로 모자라, 육합의 방위를 점하며 다른 장력들이 날아왔다.


‘느리다.’


오랜만에 맛보는 경지의 고양감. 갓 조화경에 돌입한 무인답지 않게 조휘는 느려진 시간선을 달리고 있었다. 인지 능력이 극대화되고 세상이 느려진 그 순간. 조휘의 좌수에서 우수로 검이 움직였다.


그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하늘을 향해 검을 추켜세운다. 동시에 검 위로 거대한 검강이 피어난다. 흐르지 않는 딱딱한 검강이 일정한 형태를 이룬다.


거대한 대검.


아니 대검이라고 부르기에도 어색하다. 해서 조휘는 이것을 태검(太劍)이라 불렀다.


검강기공을 통해 팔을 잃기 전, 조휘가 가장 애용했던 신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영성이 스며든 ‘진짜’ 신병은 아니었지만 조휘의 검강을 통해 그 형태라도 구현하는 것이다.


“파천(破天).”


하늘을 가르는 것보다 더 위대한 것은 그 하늘을 깨부수는 것이다. 깨진 하늘은 덧없는 돌맹이처럼 하염없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강기로 이루어진 파편이다. 하나하나가 백색으로 빛나는 하늘의 조각들은 그 자체로 유성이 되어 오마에게 떨어져 내렸다.


해서 파천이다.



“크흐흐흐.”


스산한 웃음소리와 함께 오마의 입이 벌어졌다. 살짝 벌려진 그의 입가에 검은색 안개가 모였다. 회전을 거듭한 안개는 이내 작은 공이 되었다.


“─.”


쩌어어어엉─!


오마의 괴성과 함께 검은 안개가 한줄기 빛살이 되었다. 희미한 일직선으로 날아간 흑색의 빛줄기가 일순간 확장을 거듭한다.


오마의 입을 중심으로 원뿔 모양을 그린다. 전방위를 뒤덮는 유성을 일제히 소멸시키는 오마의 한 수였다.


오마는 뒤로 돈 지 오래였다. 우수에 마기를 휘감고 좌수로는 검결지를 만들었다. 우권좌검의 기수식을 취한 그가 허리를 앞으로 굽혔다.


흔히 낭인들이 싸우는 방식이었다. 짐승의 거친 움직임으로 오마는 조휘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달리 천악종의 종주가 아닌 것이다. 악 중에서도 가장 천한 악인 그였기에, 그의 무공에는 기품이 없었다.


진신 무공을 본격적으로 개방한 까닭이다. 눈동자까지 흑색으로 물든 오마의 눈에서 이전까지의 총명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광기다. 살의다. 상대를 무조건 죽이겠다는 그의 의지가 대변 드러났다. 질끈 묶어둔 백색의 머리카락이 마치 용의 꼬리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흑색의 피풍의는 몸을 활짝 부풀려 거대한 날개가 되었다.


달리 악신이 아니었다. 눈을 검게 빛내고 날개를 활짝 편 그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가 좌수검을 휘두르자 흑색의 검강이 ‘一’자로 날아갔다. 그 뒤를 곧바로 우수로 가격, ‘一’의 정중앙을 장력이 강타하는 식이다. 그것으로 모자라서 ‘凶’자를 그리는 검이 먼저 쏘아진 것들을 따라잡았다.


후발선제(後發先制)의 극치였다. 무당파의 고수들도 이리 깔끔하게 무리를 접목할 수는 없을 터였다.


‘······생각보다.’


더 약하다.


기이한 일이었다. 조휘의 경지로는 감히 처다도 볼 수 없는 존재가 지금의 오마였다. 회귀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조휘는 오마의 조족지혈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조휘는 오마를 약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좌수로 검을 든 조휘가 시위를 당기듯 좌수를 뒤로 당겼다. 가공할 진기가 검 끝에 응축되었다. 백색이 아닌 청색으로 물든 검신이 웅─ 하며 검명을 토했다.


그 순간 조휘의 검이 쏘아졌다. 일직선으로 곧게 나아간 검 끝에서 가공할 검강이 쏟아졌다.


유성검 비기, 만상개벽세였다.


강소에서 흑사문을 멸문시켰을 때 사용한 만생개벽세와는 차원이 달랐다. 조휘의 심상이 현현한 세계를 일직선으로 가르고 날아간다. 청백의 빛줄기가 오마의 기해혈 부근에서 아롱졌다. 그것은 전조다.


콰릉!


아롱진 빛무리가 폭발했다. 만상개벽세의 검세가 오마의 하단전을 꿰뚫어버릴 듯이 상승했다. 허공을 날고 있는 오마를 향해 위로 쏘아냈기 때문이다.


하늘에 잔상이 남았다. 저물어버린 태양 탓에 하늘이 어두웠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사이를 질주하는 청색의 검광은 그야말로 유성이었다.


만상을 일깨우는 천고의 검이다. 달리 수식이 필요 없었다. 조휘의 손에서 펼쳐지는 검식은 그 자체로 절세의 위력을 뽐내고 있었으니.


이미 한 번 거닐었던 경지였다. 오르는 방법은 달랐으나, 극에 달하면 팔방으로 흐르던 물줄기는 하나로 합쳐진다. 결국 과거나 지금이나 조휘라는 사람에게로 모이는 것이다.


그랬기에 조휘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환골탈태를 해낸 육체의 한계를 시험이라도 하겠다는 듯, 고속으로 움직인다.


쾌(快)다. 회귀 이전 온 강호룰 누비던 전검대주, 아니 무림맹주의 날갯짓이 점차 조휘를 뒤덮었다. 손짓과 발짓에 고고한 절대자의 기품이 깃든다. 한 수 한 수가 절초와 다름이 없었다.


심상구현 덕이었다.


일월성만류(日月星滿流).


태양과 달과 별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순간이다. 조휘는 그 순간을 품었다. 존재 자체가 역설이 된 것이다. 필연적으로 따라올 반동이 존재하지 않는다. 반동이 있어야할 자리마저 빛들이 가득 채웠기에.


‘달리 강호가 아니다.’


조휘는 생각했다. 역설적인 순간 자체가 강호다. 폭력과 증오가 지배하는 지옥인 강호만큼 역설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 없었다.


세상사가 그러했다. 서로 아끼고 보살펴줘도 모자랄 판에 폭력과 증오로 서로를 옭아맨다. 어디서 기인된 것인지도 모르는 증오가 연쇄를 일으킨다.


증오의 사슬에 발이 묶인 자들은 강호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조휘는 그 사슬을 끊고 싶었다.


‘내 첫 심월무는······.’


사슬을 끊는 검.



조휘의 검이 고속으로 움직였다. 인지를 벗어나는 교묘한 각도로 휘둘러지는 얇은 세검. 쩌적. 검신에 균열이 일어난다. 싸구려 잡철로 만든 검이 버틸 속도가 아니다. 그러나 검은 부러지지 않는다. 검에 깃든 것은 조휘의 신념이었기에.


순간을 가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벤다. 지금 조휘의 눈에 비친 것은 오마를 칭칭 휘감은 흑색의 사슬이다. 저것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조휘는 안다.


‘교를 향한 그의 사랑이겠지.’


결국 오마도 무언가를 지키고자 한 사내였다. 다만 서 있는 위치가 오마의 반대편일 뿐이다. 반대편이지만 다르지 않다. 만일 마교에서 나고 자랐다면 오마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 나도 당신과 다르지 않다.’


조휘는 그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오마를 베어야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교의 시선으로 보면 조휘가 악이었다. 조휘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런다고 해서 주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강호를 살아가는 이들이었으니. 증오가 증오를 낳고 그것이 되물림 되는 연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더 큰 무언가가 필요했다.


‘힘이 필요하다.’


조휘의 눈이 반개했다. 삼색의 빛이 눈동자에 맴돌았다. 검신 위로 삼색의 불꽃이 타오른다. 홍색과 청색을 백색이 감싸는 형국이다.


홍색이 백도라면, 청색은 흑도였다. 아니, 마도일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을 품은 백색은 조휘다.


‘내가 모든 것을 이해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노력할 뿐.’


시작도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에 조휘는 처음으로 ‘검’을 휘둘렀다. 조휘가 휘두를 수 있는 가장 강한 검이었다.


대의(大義). 혹은 협의(俠義).


시간을 거슬러 온 무인은 이전과는 다른 심상을 품었다. 오로지 그뿐이 가능한 일이다. 모든 증오를 짊어지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다. 그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회귀 이전의 삶을 살면서 그것을 깨우쳤다. 회귀 이후 새로이 찾아온 옛 인연들을 마주하며 세상을 꿈꿨다.


증오에 매몰되지 않는다. 이제는 그것이 가능했다. 어차피 조휘에게만 옛 인연이 아니던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조휘는 그것을 홀로 감당할 정도로 큰 사람이었다.


“오마.”


“······.”


“너를 이해한다.”


조휘의 검이 사선으로 휘둘러졌다. 그 무엇보다 곧은 일검이었다.


조휘는 악마저 품을 수 있는 거인이었다. 모든 것을 품을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한 조휘. 그곳에서 오마가 조휘를 상대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이미 조휘는 오마라는 거악마저 품을 수 있었으니까.


‘아름답도다.’


오마는 곧게 날아오는 검격을 마주하며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다.


‘자네를······ 어릴 적에 만났더라면. 그랬다면 우리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검격이 휩쓰는 순간 오마가 고개를 저었다.


‘의미가 없지.’


이미 흘러간 시간이니까.


‘아쉽도다. 아쉬워.’


사선의 검격이 오마의 몸을 양분했다.


‘내세에선······.’


바스러져 가는 몸.

점점 감기는 오마의 흐릿한 눈가로 조휘가 눈을 마주쳐왔다. 그가 단조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이해한다.


오마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끝까지 할 말이 없게 만드는군.’


오마의 눈이 감겼다.


밤하늘에서 흑색의 거성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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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인연 (3권 完) +3 23.10.23 1,528 2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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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마인(魔人) 조휘 (4) +3 23.10.21 1,447 28 14쪽
67 마인(魔人) 조휘 (3) +4 23.10.20 1,537 2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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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마인(魔人) 조휘 (1) +3 23.10.18 1,592 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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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오마토벌전(汚魔討伐戰) (5) +3 23.10.12 1,589 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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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오마토벌전(汚魔討伐戰) (1) +2 23.09.30 2,019 3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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