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근자 수선지로(無靈根者 修仙之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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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키
작품등록일 :
2023.08.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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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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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무영근자(無靈根者) (1)

DUMMY

  세상에 영기(靈氣)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나타난 개벽(開闢) 이후, 그로 인 이른바 영력 기술이란 것들이 상용화 되어 기후 변화와 생태자원 고갈로 인한 세계대전의 위기가 지나간 지 어느덧 2백 년쯤 되었다.


 "생일 축하해 우리 아들! 그리고 오늘 영근 미보유자 등록해야 하는 거 알지 아들?"


 어느 휴일 아침이 되자마자,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동안의 여성이 자기 아들 방에 대뜸 들어와서는 오늘의 중요한 일정에 대해 상기시켰다.


 "엄마, 1년만 더 등록 연기할 수 없어요? 오늘 주말이기도 하고요. 후행(後行) 영각자(靈覺者)들이 영근을 얻는 게 보통 10대 중후반이라던데, 저도 후행 영각할 수도 있잖아요."


 "후행 영각이라니... 하다못해 한 세기 전이라면 모를까, 그런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1년에 다섯 명도 안 되잖아. 엄마도 네가 가지는 상실감 이해해. 동생이 뇌영근자(雷靈根者)에 천교(天驕)니까 더더욱 그러겠지. 그리고 주말에도 영근 미보유자 등록은 받는데?“



 개벽 당시, 영기를 체내로 연화할 수 있게 해 수행을 가능하게끔 해는 영근(靈根)이 전체 인구 중 1% 내외에게 생겨났는데, 영근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 범인(凡人)이 이렇게 갑자기 영근을 가지게 되는 후행 영각(靈覺)이라고 한다.


 하지만 2백 년이 넘게 지나 개벽 당시 첫 후행 영각자였던 사람들은 죽거나 자식을 낳았고, 그들의 자손 중 일부는 처음부터 영근을 가지고 있어 그들 부모와 구분되었다.


 정민이 슬퍼하는 점은 부모 양측이 영근을 보유하고 있으면 자식도 태어날 때 영근을 보유할 가능성이 약 50%인데, 정민과 소리 모두에 영근이 있을 법도 아니면 없을 법도 하건만 하늘은 그 50%의 가능성을 소리에게만 준 것이다.


 엄마는 숨을 고르게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어쨌든 평범한 사람에겐 평범한 인생이 있고, 수도자(修道者) 같은 특별한 인생이 아니어도 그 각자의 삶이 다 가치 있는 법이야."


 "하지만...!"


 "오히려 그런 평범한 것들이 더 귀중할 때가 우리 삶에선 더 많아. 위로는 못되겠지만 네 엄마 아빠도 둘 다 영근을 가지고 있지만 수행하지 않잖아? 그래서 정민이 너와 소리를 이렇게 이 세상에서 만날 수 있었던 거야. 엄마는 너희를 가지게 된 걸 정말 기쁘게 생각해.“


 정민이 잠자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 엄마는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정민이가 그동안 살면서 우리가 너를 대하는 걸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영근을 가졌다고, 가지지 않았다고 둘을 차별한 적 없었다고, 그렇게 믿고."


 엄마가 아들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가 나긋하게 말하며 정민을 진정시키자, 결국 체념한 것인지 납득한 것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대신 생일 선물로 오성(五星)전자 영력 디바이스 신제품 사주세요. 제께 낡기도 했고, 요즘 전송진 이용할 때 좀 메슥거려요.“


‘그리고 학교에서 자랑이나 하게요.’


 "알았어, 알았어! 미보유자 등록하자마자 서울 쪽으로 연락해서 전송배송 옵션으로 주문 해줄게. 등록하고 나면 기기는 면세일 거니까 부담이 적어져서 1급으로 주문할 수 있겠구나. 아마 저녁 식사쯤엔 받을 수 있겠네?"


 정민이 속으로 자랑을 위해 사고 싶다는 말을 삼키고 있을 때, 엄마는 정민의 목적이 영근 미보유자 등록 연기보다 새 영력 디바이스를 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걸 느끼고 바로 동의했다.


 정민은 등록을 하러 가야 한다는 엄마의 말이 언제 언짢았냐는 듯, 무언으로 미소를 짓더니 동그란 옥(玉)구슬이 달려있고 그 주위로 몇 개의 어떤 회로가 얽힌 장갑을 꼈다.


 "이제보니 확실히 낡긴 했네... 영기를 연화하는 속도가 3년 전보다 좀 느려졌네."


 “그렇다니까요.”


 "오성전자 1급 디바이스는 범인(凡人)용인 걸 빼면 사실상 법기라서 반영구적인 거 알지? 아마 평생 쓸 수 있을걸? 전송진 타면서 메스꺼움도 못 느끼겠지."


 엄마는 영기를 못 느끼는 아들을 대신해 정민의 장갑 주위로 모여드는 영기를 감응한 듯 3년 전 아들이 이 장갑을 처음으로 막 꼈을 때 장갑의 영기 연화 정도를 떠올리곤 말을 이었다.


 "미국 오랜지 디바이스가 연동성 때문에 더 좋다는 애들도 있는데, 솔직히 연화 속도는 물론이고 오성이 한국 구역에서 최적화가 잘 되어있어선지 영력 방출이 빨라요."


 "이번에도 장갑으로 사주면 될까?"


 "네. 구슬 크기를 줄일 수는 없으니까, 목걸이나 반지가 오히려 무겁게 느껴지고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아요."


 “좋아. 그럼, 엄마는 아침에 볼 일이 따로 있어서 들를 데가 있으니까, 11시까지 구청으로 잊지 말고 와야 해~."


 "알았어요."


 엄마는 영력 디바이스의 한계인 옥구슬 크기에 불만을 토로하는 정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11시까지 구청으로 등록하러 오라는 당부를 하며 정민의 방에서 나갔다.


 "11시까지니까··· 남는 시간이 애매하게 붕 뜨네. 어디 놀러 갈 수도 없으니 밥 먹고 명상이나 해야겠다."


 공식적인 무영근자(無靈根者), 즉 범인으로서 삶의 진정한 시작이 코 앞인데도 정민은 후행 영각의 가능성을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은 듯, 식사 후에 명상 해야겠다고 혼잣말을 되뇌었다.


 "정민쓰! 일어났냐? 생일 축하한다!"


 부엌에 가서 가사 AI 휴머노이드에 밥을 해달라고 말하려던 정민에게 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아버지도 잘 주무셨어요? 어머니가 깨워주신 덕에 일어난 지는 좀 됐어요."


 "...잊고 있었는데 네 엄마에게 오늘이 네 생일이라고 들었다. 저녁은 나가서 먹자. 신강남역에 있는 레스토랑에 네 명 예약해 놓았다."


 정민의 아버지는 아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듯 가까이 다가와 어깨에 손을 대며 정민의 생일 축하를 위해 예약한 레스토랑에 같이 가자고 권유했다.


 "넷이라고요? 셋이 아니라?"


 하지만 정민이 아버지 앞에서 눈썹을 찌푸리면서까지 신경 쓴 것은 어떤 레스토랑이냐 어디에 있는 곳이냐가 아닌, 예약 인원이었다.


 "아, 소리도 이번에 시간을 낼 수 있다고 하더구나. 오늘 오후에 나온다던데?"


 “연기기(煉氣期)는 내문제자여도 일 년에 한 번도 잘 못 나온다면서 어떻게 오늘 바깥에 볼일이 있나보네요.”


 정민은 소리의 의도가 미심쩍다는 듯 한껏 비꼬며 답했다.


자신의 생일을 핑계 삼아 종문으로부터 출타령을 얻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입문 때부터 주목 받았으니까 그러겠지? 그리고 소리는 오늘 바깥에 볼일 없대. 정민이 네 생일이니까 너 보려고 그 아까운 기회를 쓰는 거 아니겠냐.”


 “···. 알아서 오라고 해요. 수아야. 아침상 간단하게 두 명 차려줘.  내껀 토스트랑 구운 베이컨 그리고 계란후라이, 계란후라이는 서니 사이드 업으로. 토스트 굽기는 말 안해도 알지?”


 “··· 내껀 적당히 나물 찬을 몇 개 준비해서 한식으로 차려줘. 간을 좀 싱겁게 해라.”


가사 AI 휴머노이드 ‘수아’는 두 부자의 명령에 ‘알겠습니다’라며 대답을 한 뒤 즉시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등록 연기도 두 번이나 했고. 한 번 더 할 순 있지만 엄마는 더 해줄 것 같지도 않고 오늘이 마지막이야! 제발...!"


 후행 영각자의 3분의 1 가까이가 명상 하다가 입정(入定)에 든 도중 영각을 했다는 통계가 있는데, 정민은 그것을 신봉한다.


 하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시작한 이날 아침의 명상도 거의 언제나 그랬듯 정민을 입정에 들게 하진 못했다.



 "...10시 40분?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갔지? 구청 가는 하이퍼루프를 타려면 지금 나가야겠다."


 정민은 몇 초간 결국 입정에 들지 못한 것을 체념하다가 눈을 뜨자마자 영력 장갑 옥구슬 위 빈 공간에 떠오른 홀로그램 시계를 보고는 가까운 하이퍼루프 정거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 시대엔 전통적인 교통수단 외에도 기술 혁명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두 가지가 더 있는데 하나는 산업 시대 최후의 교통체계인 하이퍼루프, 하나는 개벽 시대 이후의 산물인 전송진이다.


 철로처럼 긴 진공 튜브 안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하이퍼루프는 주로 국가나 지역 내 중장거리 운송에 쓰이게 되었다.


특히 진공에 가까운 환경을 유지하면 유지비가 저렴해지는 특성상 특히 달에서 많이 보급이 되었다.


 전송진은 전송진의 진법을 구성하는 영석(靈石)의 영력을 이용해 전송진이 있는 다른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이동하는 방식으로, 1회 작동 비용이 많이 들어 비행기나 우주선을 대체해 대륙간 이동이나 지구 - 달 운송 같은 초장거리 용도로 쓰인다.


  "... 아무 이상 없네요. 기기를 여기 단말에 대주세요."


  "삐익-. 청소년입니다."


 어느새 정거장까지 온 정민이 탐지 법기로 자신의 소지품을 확인하던 직원의 말대로 장갑의 옥구슬을 정거장 내 한 단말로 가져다 대자 삐익 소리를 내며 앞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신서울행 하이퍼루프 1분 후 출발합니다. 다음 역은 해정구청역입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자리로 가 안전벨트를 맨 정민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동물이 된 듯 울적한 눈으로 거주구역 바깥 휑한 월면(月面)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부모 모두 영근을 가지고 있고 동생이 천교인데, 오빠는 범인이라니 이 무슨 운명의..."


 그때 문득 정민의 눈에 하늘 위에 떠 있는 지구 옆에 가느다란 노란 실 같은 것이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공중에 웬 실?"


 '실'은 이윽고 금세 커져 보이더니, 몇 초 만에 어떤 뚜렷한 뱀 같은 형체로서 보이게 되었고, 정민은 그 뱀같은 형체의 실의 머리 뒤에는 사자 갈기와 같은 갈기가 나 있고, 머리 끝에는 거대한 사슴 뿔이 달려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곧바로 그것이 학교 수업 시간에서 화면으로나 보던 용(龍)임을 알게 되었다.


 용은 마치 지구 옆에 있던 것이 아니라 달 상공 빈 공간에서 갑자기 나타났다고 생각될 정도로 빠르게 지구 근처에서 달까지 날아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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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3) 23.08.07 753 19 14쪽
12 11.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2) 23.08.07 768 18 12쪽
11 10.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1) 23.08.06 894 18 15쪽
10 9. 임무 보상을 받고 23.08.06 906 20 14쪽
9 8. 불가해(不可解)한 시선 +1 23.08.06 1,043 21 16쪽
8 7. 사람이 그리운 휘선 +1 23.08.05 1,183 26 15쪽
7 6. 강아지가 되고 싶은 하라어 (何羅魚) +3 23.08.05 1,238 29 12쪽
6 5. 사람의 얼굴을 한 백호 요수 23.08.04 1,359 31 13쪽
5 4. 비행 법기 위에서 23.08.04 1,617 26 15쪽
4 3. 갑작스러운 입문과 첫 임무 23.08.03 2,129 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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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교룡의 습격 (1) +2 23.08.02 2,427 40 12쪽
» 0. 무영근자(無靈根者) (1) +6 23.08.02 3,742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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