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근자 수선지로(無靈根者 修仙之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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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키
작품등록일 :
2023.08.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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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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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하늘이 내린 진정으로 교만한 자(天驕中天驕)

DUMMY

 “벌써 전체 인원 삼분의 일은 사실상 임무를 완료했네요. 나머지 삼분의 이도 이렇게 모두 다 같이 완료한 뒤 보고만 하면 되니까요!”


 오미호의 내단을 해체해 일행 중 한 수사의 저물 반지로 건넨 약재당 한가람이 예상보다도 순조로운 임무 진행에 웃으며 말했다.


 “놈들이 예상외로 단독 행동만 하고, 우리 하은 사저 공영근이 사저를 범인(凡人)이라 생각하게 만든 게 다 걸려드니까 너무 순조로워요. 영지(英智)는 있는데 지혜(知慧)가 없나 봐요.”


 정민은 그런 한가람 옆에서 같이 한담하고 있었다.


 “영지가 있는데 지혜가 없다니 또 무슨 이상한 소리야 사제? 어쨌든 계속 이 구역에 한 마리씩 보이는 거 보면 단순히 수만 많을 뿐, 놈들끼리 딱히 협동하는 게 아닐지도 몰라.”


 하은은 그런 둘 옆에서 정민이 말실수하는 것 없나 눈에 불을 켠 듯 찾으며 그때그때 전부 지적하고 있었다.


 “저보다도 이상한 말만 하는 사저 말이지만 그건 합리적인 추론이네요. 근데 그런 주제에 놈들의 소굴은 하나일 거라니, 참 신기해···?”


 쉬익-


 정민도 이에 질세라 하은의 올바른 지적에 또다시 어떻게든 딴지를 걸던 찰나, 그의 의식에 이번엔 하나가 아닌 세 인영이 각자 다른 방향에서 수위를 감추며 다가오는 것이 걸렸다.


 ‘놈들이 와요! 세 마리! 저랑 한가람 사형 같이, 그리고 하은 사저가 단독으로 각각 남서, 동쪽 방향을 하나씩 맡을 테니 정북은 사형 사저들이 맡아주세요!!‘


 정민이 의식에서 퍼지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외무당 일행이 법기를 꺼내고, 법술 부적을 날릴 준비를 하며 수위를 끌어 올리자 여우들도 감추는 것 없이 자신들의 반보 결단 수위를 끌어올렸다.


 “어찌 된 일인지 몰라도 인간들 치고 영감은 좋구나? 그래서 이쪽 구역의 손실이 심했나 보군! 단독행동은 어렵다는 걸 알았고, 이제 반보 결단 셋이 한 번에 나서니 너희들은 모두 오늘 죽은 목숨이다! 마마를 위한 상품(上品)의 재료를 얻겠구나!!”


 정민과 가람을 향해 다가오는 한 여우 요수가 말을 마치자마자 안광을 번뜩이며 어떤 법술을 외웠다.


 오미호의 진분홍색 안광에서 어떤 매혹적인 꽃향기가 나는 것 같더니, 그녀가 전개한 영식 다섯 줄기가 벚나뭇가지가 된 듯 매혹술로부터 뻗어 나오는 꽃향기와 어우러져 환영을 보는 이로 하여금 선향(仙鄕)에 온 착각까지 들게해 눈 앞 미녀와 해로(偕老)하고프게 만드는 벚꽃 매혹술이 되었다.


 “이쯤 되면 우리가 어떤 수준인지 알만한데, 그딴 게 우리한테 먹힐 것 같아? 본디 뇌기(雷氣)는 목행(木行)으로부터 뻗어 나와 불을 붙이니, 네놈의 벚꽃 나무는 번개에 태워지는 게 제격이니까 이거나 먹어라!”


 정민과 가람의 영식 역시 매혹술에 전력으로 대응하면서 벚꽃 나뭇가지가 나무가 되고, 그들 주변 삭막한 월면의 풍경이 진정한 선향이 되는 것을 막아냈다.


 그러면서 하늘색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아이는 왼손으로는 무언가 손에 쥔 채 뒷짐을 지고 다른 손에는 굵고 단단한 얼룩무늬 막대를 쥐며 서당 훈장님이 된 듯 오행의 기본에 대한 훈계를 하며 여우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무슨 놈의 축기기 영식이 이렇···?! 아니, 이건 저 연기기 놈의 영식··· 내가 말해놓고 이게 무슨 소리람?! 연기기가 영식이 있다니!! 게다가 이건 또 왜 이렇게 강한 거야?!’


 정민이 영식을 꺼내는 것을 봤었던 모든 적이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마음이 든 여우는 그래도 결단에 가까운 수위를 지닌 요수답게 정신을 다잡은 채로 자기 왼팔 손톱을 이용해 저 건방진 인간 연기기 후배의 막대를 두 동강 내려 했다.


 그 순간 통제할 영식이 없어 정민의 손에 있어야 할 건곤척이 스스로 빠져나와 움직였다.


 ‘?!’


 쿠르릉 쾅!!!


 “아아아아악!!”


 자기 손톱으로 남자아이 손을 자르거나 아니면 막대 그 자체를 노리려 했던 여우 요수는 그 손에서 갑자기 ‘스스로’ 막대가 빠져나와 자신을 손을 향해 오는 것을 순간 반응을 못 하고, 건곤척(乾坤尺)에서 뿜어져 나오는 천겁(天劫)에 가까운 뇌기에 속수무책으로 큰 부상을 입어버렸다. 


 ‘이, 이게 무슨···! 분명 주인의 영식에 감응하는 법기인데··· 방금 움직인 건 영식에 의한 것도 아니고, 놈은 다른 영식이 없는데?!’


 자신의 수행 인생, 아니 이 천지의 법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 고작 연기기 인간의 손바닥 위에서 연달아 펼쳐지자, 뭔가 잘못됨을 직감한 여우는 자기 동료들도 내팽겨 둔 채 도주를 시도했다.


 “놈을 놓치면 다른 여우들에게 우리 작전이 뭔지 새어나갈 거에요! 임무 재료 신경 안 쓰고 저희가 탈진하는 한이 있어도 남은 일격에 죽여야 할 것 같아요, 가람 사형!!”


 “사제, 날 수 없는 사제를 제가 안아서 저 녀석을 쫓을 테니 건곤척을 언제든 조준해서 날릴 준비를 하세요! 솔직히 위력만큼은 제 법술보다 강하니까요!”


 “네!”







 ‘반보 결단이라지만 천겁만 이겨내면 금단을 만들 내가, 고작 연기기와 축기기 두 명이 무서워 도망가는 신세라니!’


 아직 어린 아이의 왼손에 들려있는, 정순한 양기와 수기가 공존하는 딱 봐도 비범한 신비로운 지보를 이용하면 얼마간 날 수 있다고는 하나, 반보 결단만큼의 속력을 내진 못하는 그를 가람이 자기 두 손으로 안고 수위를 전력으로 끌어올려 둔술을 펼쳐 쫓아가고 있었다.


 ‘저 축기 후기 놈도 둔술 만큼은 장난이 아니야, 아마 인간들이 말하는 천교(天驕)인가 본데? 후기에 든지 얼마 안 된 수위인데 거리가 벌어지긴커녕 계속 조금씩 좁혀지고 있어!’


 무작정 그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던 여우는 축기 후기인 주제에 반보 결단인 자신보다 빠른 둔술을 펼치는 노란머리 남자가 천교(天驕, 하늘이 내린 교만한 자)라면, 연기 7성인 주제에 자신의 영식 세 줄기에 맞먹는 괴물 같은 영식과 정체를 모를 위력과 기능을 가진 법기를 가진 저 남자아이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잡념에 빠져버렸다.


 ‘솔직히 우리 호녀굴 자매들의 강력한 영식과 환술을 고작 영식 한 줄기로 어느정도 대항할 수 있다는 것부터 미쳤지만, 그 법기의 일격이 천뢰주(天雷珠)에 맞먹었다! 무방비로 한 번만 더 맞으면 나도 위험해!!’


 건곤척의 뇌기가 몸에 닿는 순간 고통도 축기 중기 수사의 사력을 다한 일격에 가까웠지만, 그것보다 말 그대로 천겁을 마주한 것 같은 두려운 느낌도 들었기에 더 충격을 받은 것도 있었다.


 ‘어쨌든 더는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고계 수사로서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든 호녀굴(狐女窟)에 가서 마마께 이 정보를 대국(大局)의 변수로써 알려야 한다!!’


 “포기해라! 어차피 거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보 결단이 고작 연기기와 축기기 두 명을 두려워해선, 주제에 심마를 극복하고 결단이나 할 수 있겠나? 사생결단을 내자!”


 정민이 ‘결단’(結丹)을 코앞에 둔 요수에게 심마를 언급하며 ‘결단’(決斷)을 내자며 도발하자, 무슨 조화인지 몰라도 여우의 마음 속 그와 노랑머리 남자가 어느덧 그녀의 심마(心魔)가 되어 있었다.


 ‘ㅡ!! 이제 이들을 없애지 못하면 영원히 결단을 하지 못해! 차라리 모든 걸 포기하거나 패배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싸우거나, 아니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써서라도 최대의 환술을!’


 순식간에 일생 최후의 결심을 마친 여우는 뒤를 돌아서지도 않고 자기 열 손가락을 모두 깨물어 피를 내더니, 피의 절반은 꼬리로 가고, 나머지 피로 수인(手印)을 맺어 또 다른 환상을 만들었다.


 “피를 묻히나 안 묻히나 크게 다른 것도 아니며, 이미 자기 마음속으론 이런 저항이 소용없는 걸 깨달아 놓고, 참 부질없구나!”


 핏빛 벛꽃 나무들 앞에서 천도에게 혈제(血祭)를 지내는 혈선(血仙)들의 모습이 마침내 가람의 정신을 파고  들었으나, 정민은 이미 태양정수석의 영기를 토영근과 연결해 하나의 고리를 만들어 순환시키며 날고 있었고 한 척 앞까지 가까워진 여우의 몸으로 건곤척을 겨누었다.


 ‘말은 이렇게 뱉었지만 저 녀석을 소멸시킬 때까지 의식과 영식 모두를 내 근본적인 정신 그 자체를 보호하는데 할애해야 한다! 그러면 손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건곤척이 해낼지는 내 순수한 집중력과 기혈의 잠재력을 믿는 수밖에!’


 이제 환상 속 혈선의 명령을 받는 가람은 정민을 혈제를 위한 제물로 본 듯 다시 ‘낚아채기’ 위해 둔술을 펼치기 시작했고, 이제 그 둘 사이의 거리는 여우와 정민의 거리만큼 가까워졌다.


  ‘제발! 팔 하나만큼만, 조금만 더 뻗어라!‘


 여우 요수 역시도 가람이 정민을 붙잡아 시간을 벌어주길 간절히 빌고 있었는데 그녀가 자기 모든 영식과 법력, 진혈(眞血)을 전부 이 혈제 환상을 완성하는데 쏟았기에 더 이상 최후의 도주 시도를 위한 둔술을 제외하고는 다른 수단에 쏟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안돼! 이렇게 된 이상 내 손이 아니라 다시 의식으로 건곤척을 움직여야해!!’


 반보 결단 요수도 따라잡을 수 있는 가람의 둔술은 정민이 태양정수석의 보조를 받아 나는 속력과는 차원이 달라 정민에게 정말 기민한 판단을 요구했고 정민은 그 정신을 혈제 환상에 노출하는 것을 택했다.


 휙! 


 건곤척이 여우의 심장에 닿기까지 다섯 촌(寸) 남은 순간, 건곤척 앞에는 붉은 안광을 번쩍이는 가람이 몸을 대(大)자로 뻗어 여우 요수 대신 몸을 날렸다.


  ‘뒤에도 가람 사형이 없다! 저게 정말 사형일 수도 있어!’


 시선이나 영식으로 감지해 보아도 여우는 분명 가람의 바로 뒤에 있고, 정민의 특별한 영식으로도 눈앞의 가람이 환상인지 아니면 진짜로 조종당한 그가 뒤편의 여우를 위해 막아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건곤척이 팔괘 진(震, ☳)을 모아 터트리는 대상을 정하기까지 시간이 조금도 남지 않은 순간, 그의 눈에는 여우와 가람 사이 어딘가쯤 어째선지 허공을 지탱하는, 진작 어떤 천지를 제패한 두 사람이 보였다.




 푹!


 “아, 아니, 어, 어떻게··· 그 순간에, 일···부러··· 반대··· 아ㄴ··· 허공에··· 수가···.“


 쿠르르르릉··· 쾅!!


 “···비어있는 게 뭔지, 진정으로 아는 건 ‘나말곤’ 공영근자 밖에 없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환상이어도 비어있는 게 뭔지 모르는 자가 만든 허공엔 못 속아주지.”






 ‘何先生之憊邪 어찌하여 선생은 이토록 고달프게 사십니까?

莊子曰 장자가 말했다.

貧也 가난한 것이지

非憊也 고달픈 게 아닙니다.‘






‘그래··· 내가 가진 게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어···. 내가 구분하지 못해 보이지 않는 것이지, 채워지지 않은 게 아니다!’


 스스로 뱉어낸 말인지 모를 정민의 말을 끝으로 여우 요수는 형체도 없이 바스러졌고 그 순간 정민의 삶에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어떤 구절이 뇌리를 스치며 머리에 박혔다.


 이번 싸움이 삼도 축기에 필요한 나머지 토대를 다 쌓게 했다는 걸 ‘알게 된’ 정민은 이제 단 한 걸음만 남았음을 직감했다.








 “그래도 녀석이 죽자마자 가람 사형이 정신 차려서 다행이에요. 이제 외무당 사람들을 도와주러 가야 해요.”


 “그래! 그것보다 사제 영식이 특출나게 강한 건 예전부터 들어서도, 며칠간 함께하며 직접 보아서도 알게 되었지만, 오늘 이렇게 둘이 힘을 합쳐 반보 결단과 겨뤄보니 정말 말이 안 나와··· 왜 장로님들이 사제를 ‘그’ 하은 사저보다 주목하는지 확실히 알겠다!”


 서로를 죽일 뻔한 위험 속, 말 그대로 생사를 오간 정민과 가람은 여우가 죽은 뒤 어느새 제법 가까워져 있었고 가람이 둔술을 끌어 올리는 속도도 공기 없는 월면에 바람을 만들어낼 정도로 빨라졌다.


 “여우들은 결국 영식과 환술 같이 마음을 교란하고 혼란을 만드는 데 특출날 뿐 나머지는 전부 자기들 경지보다 크게 처지니까, 제가 상성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중상을 입힌 것도, 마무리를 가한 것도 정민 사제가 하고 나는 거들었을 뿐인데, 단순히 상성에 공을 돌리다니? 너무 겸손하네? 하하···!”


 ‘그게 연기기인 자신이 이미 적어도 반보 결단만큼 집중력이 높다는 것과 같은 말인 걸, 사제는 아는 걸까···.’


 노랑머리 남자는 자신이 안고 있는 고등학생 남짓한 아이가 하늘이 내린 진정으로 교만한 자(天驕中天驕)라는 걸 여실히 느끼며 외무당 제자들이 있을 장소로 사제를 안으며 전력으로 향했다.









 ‘동수(同手). 외력 없인 서로 죽일 수 없다.’


 두 인영이 시간이 멈춘 듯 월면 위에 가만히 서 대치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오늘 하루도 좋은 마무리 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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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대요수에 홀로 맞서다 23.08.11 623 16 12쪽
» 17. 하늘이 내린 진정으로 교만한 자(天驕中天驕) 23.08.10 624 17 13쪽
17 16. 본녀를 공주라고 부르지 말거라 23.08.09 660 17 14쪽
16 15. 부상하는 위협 +2 23.08.09 707 22 15쪽
15 14. 거짓에 진실을 섞다 23.08.08 748 17 13쪽
14 13. 태극진인(太極眞人) 이군(李軍) 23.08.08 725 18 14쪽
13 12.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3) 23.08.07 753 19 14쪽
12 11.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2) 23.08.07 768 18 12쪽
11 10.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1) 23.08.06 894 18 15쪽
10 9. 임무 보상을 받고 23.08.06 906 20 14쪽
9 8. 불가해(不可解)한 시선 +1 23.08.06 1,043 21 16쪽
8 7. 사람이 그리운 휘선 +1 23.08.05 1,183 26 15쪽
7 6. 강아지가 되고 싶은 하라어 (何羅魚) +3 23.08.05 1,238 29 12쪽
6 5. 사람의 얼굴을 한 백호 요수 23.08.04 1,359 31 13쪽
5 4. 비행 법기 위에서 23.08.04 1,617 26 15쪽
4 3. 갑작스러운 입문과 첫 임무 23.08.03 2,129 37 14쪽
3 2. 교룡의 습격 (2) +1 23.08.03 2,159 35 13쪽
2 1. 교룡의 습격 (1) +2 23.08.02 2,427 40 12쪽
1 0. 무영근자(無靈根者) (1) +6 23.08.02 3,742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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