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근자 수선지로(無靈根者 修仙之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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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키
작품등록일 :
2023.08.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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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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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대요수에 홀로 맞서다

DUMMY

 금오교 외무당 친전제자 박하은이 그녀를 보자마자 직감한 것은 자신의 눈앞에 태연히 서 있는 저 오미호가, 인간 수사로 치면 천교라는 것이었다.


 오미호 역시 자신과 단독으로 대치하게 된 저 인간 여수사가 괜히 뻐팅기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이 무리에서 가장, 그것도 압도적으로 강한 자임을, 그녀가 아직 영식과 수위를 끌어올리지 않았음에도 무언의 압박을 통해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아까 전, 나와 다른 둘이 수위를 끌어 올렸을 때 경거망동하여 섣불리 너를 먼저 건드렸다면 그 순간이 나의 패배였겠구나. 하지만 네 역량을 안 이상 경지가 높은 내가 이긴 거나 다름없지.”


 “넌 제법 똑똑하네? 그전까진 한 마리씩 용궁에 간 바치듯 자기들 내단을 순순히 내놓길래 다들 달에 사는 토끼를 발견한 줄 알고 놀랐지 뭐야? 그나저나 머리가 있으면서 굴에서만 사느라 내가 누군지도 모르네.”


 “인간들이 너 같은 수사들을 천교라 불러서 그런가? 너야말로 자만에 빠져 착각을 하는구나. 너와 나는 어떻게든 대치한다지만, 네 나머지 무리는? 그리고 또, 다른 둘은 역천(逆天)에 가까운 재주를 지니고 있다지만 결국 고작 연기기인 아이 하나와 또 평균 정도인 축기 후기. 반보 결단에 무슨 수로 대항한다는 거지?”


 “···그 고작 연기기, 내 사제, 아니 제자는 이미 축기기야. 그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완벽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받아들이지 않을걸.” 


 둘은 싸움 시작 전 아주 조금이라도 우위를 잡기 위해, 상대에게 빈틈이 없다면 빈틈을 만들고자 어떻게든 서로를 조롱하고, 떠보았지만 딱히 바뀌는 건 없었다.


 “감히 그 출처를 짐작조차 못 할 천재지보, 심오한 리(利)를 지니고 있는 법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영식··· 그래, 천교 축기 수사라고 불릴만 하지. 그렇다고 아닌 것이 맞는 것이 될쏘냐!!”


 늙은 오미호의 말을 신호로 둘은 상대를 향해 전력으로 출수했다.


 은빛 한글과 한자가 병기되어 ‘절심(絕深)’이 쓰여진 검.

 그녀가 스스로 넣었을 공영기(空靈氣)를 머금은, 검푸른 수정을 깎아 만든 망치.

 다섯 가지 색깔의 구슬들이 꿰매어지듯 이어진 오행환(五行環)

  

 빙글빙글 돌아가는 오행환으로부터 다섯 종류의 천지영기(天地靈氣)가 나와 수정망치에 의해 공영기로 정련 되더니 막대한 공영기는 하은의 검으로 향했고 ‘절심’은 직전보다 몇 배는 예리해졌다. 


 하지만···


 “내가 방금 ‘너의 역량을 알았다’고 했지? 정말 오래전부터 단약을 복용해 억지로 버티고 있었구나. 우리가 동수(同手)라는 것도 네가 아무리 규격 외로 뛰어난들 완전한 상태일 때 이야기지!”


  “···!!!”



 쐐액ㅡ 



 늙은 여우는 하은이 그녀의 법기와 영식, 법술로 무엇을 하든 개의치 않고 길게 늘어난 오른 손톱을 그녀에게 휘두르려 했다.



 챙!



 여우의 손톱과 부딪혀 맑은 소리를 낸 것은 여우가 그녀의 법력으로 움직임을 묶고 지나친 하은의 절심이 아니라 자미(紫微)의 기운을 머금은 얼룩무늬 막대였다.


 ‘마치 천겁을 마주한 것 같구나!’


 “저 안 늦었죠, 사저?! 가람 사형이 수중에 있던 3품 취기단까지 먹고 수위를 전부 소진해서 가능한 한 빨리 왔어요!”


 하늘색 두루마기를 입은 도련님이 노랑머리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 하은을 엄호하며 말했다.


  “···. 너희가 이곳에 있으니 우호가 졌다고 생각하면 되겠구나.”


 “나는 우리 사저에게 물었는데, 불여시가 감히 사람 말을 끊고 대답해?”


 “나를 그딴 짐승들과 비교하다니, 눈에 뵈는 게 없어 죽고싶나 보구나!!”


 최적의 상황만 기다릴 뿐, 옛적에 천겁을 이겨내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화형(化形) 초기에 이를 수 있는 그녀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인간이 한낱 들짐승과 같이 대우하자 늙은 오미호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영식으로 움직이는 법기라서, 부술 수 없으면 아예 빼앗아 버리거나 훨씬 더 강대한 영식으로 구속하는 수밖엔 없다. 법력으로 어떻게 해보는 건 저 검을 붙드는 것보다 수 배는 어려울 것이다··· .’


 하은이 아무리 충분한 정양 없이 누적된 단약 복용으로 버텨서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들 그녀가 모든 영력을 동원해 절심을 움직이려 하면 동급인 자신 역시도 그 움직임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영력을 거기에 할애해야 한다.


 ‘그렇다면 접근전을 하면서, 영식으로만 저 어린놈을 제압해야 한다는 건데 내가 영식으로 제압을 시도하면 다른 두 녀석의 영식이 놈을 보조할 테고, 하필 또 저 법기 자체가 가까울수록 천뢰를 맞을 위험이 커져서 상황이 안 좋아!’


 “사형, 조심해요!!”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늙은 오미호는 몸이 향하는 방향을 선회해 무방비 상태인 가람을 죽이려 날아갔고, 정민은 하은 대신 그를 보호하기 위해 그쪽으로 건곤척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채채채챙-!


 늙은 여우가 눈 깜빡할 시간에 양손을 번갈아 수십 번이나 휘둘렀지만 마치 그 모든 궤도가 읽힌 듯 건곤척은 그녀 팔의 움직임을 모두 저지했다.


 ‘아무리 나라도 놈들이 천교들이라 대응할 영식이 모자라서 한 놈씩만 집중적으로 각개격파 해야 하는데, 정작 약한 부분을 먼저 제거하기 위해 영식으로 환술을 펼치는 건 내가 무방비해지니 자살행위··· 딱히 돌파구가 없나.’


 물리적으로는 맞붙는 게 여우의 손톱과 정민의 건곤척 뿐이며, 법술을 위해 법력을 운용할 수 있는 주체가 금오교 측에 없고, 영력을 총동원해 하은의 검을 어떻게든 붙들어야 하는 여우로서도 지금 유일한 변수는 영식으로 결판내는 것이었다.


 정민은 아직도 왼손에 태양정수석을 뒷짐 진 채 지니고 있었는데, 태양정수석으로 날면서 싸우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없어 자신이 생각해 보아도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 같았다.


 “늙은 여우가 그 나이 먹고 결단을 못 하고 있으면 곱게 죽을 것이지! 똑같이 수행을 하면서, 종(種)이 다르다고 후배를 괴롭혀?”


 “후배가 어리고 경지가 낮아 이 선배께서 일부러 결단하지 않는 것임을 모르는구나. 견식이 이렇게 좁아서야! 쯧쯧!”


 “돌파를 일부러 하지 않는다는 건 나같은 상태를 말하는 거야. 너처럼 뭔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호호호···! 네가 아무리 별종이더라도 어쨌든 9성이 아닌 연기 7성인데, 돌파 조건이 안 되는 것은 후배가 아닌가? 정말 웃기는 소리구나.”


 이 상태로 서로 출수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져서 상대의 진정한 도행(道行) 수준을 떠보려고 에둘러 말했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후···됐고, 어차피 이 승부를 못 내고 어느 한쪽이 전장에서 벗어나려 하면, 그때야말로 기습당할 수 있는 순간이라는 건 너도 알겠지.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서로 욕이나 할 수도 없고.”


 정민은 ‘후’하고 숨을 내쉬고, 다시 크게 숨을 들이쉰 뒤 말을 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연기기 천교 후배.”


 “변수가 영식으로 맞붙는 것밖에 없는 거, 잘 알 거야. 너는 일부러 결단하지 않은 지금도 사실상 결단기와 다를 바 없으니 축기기 둘, 연기기 하나와 영식으로 붙는 게 오히려 자존심 상하겠지?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서 네까짓 여우 새끼와 다퉈 이겼다고 소문은 내지 않으마. 서로 모든 영식을 꺼내 승부를 보자.”


 “어른 앞에서 말이 많구나!”


 승부를 보자는 정민의 말을 신호로 그의 영식이 오미호의 영식을 붙들려 하고, 하은과 가람의 영식 아홉 줄기 역시 거기에 가세했다.


 ‘사실상 일반적인 축기 후기 수준의 영식 열여섯 줄기와 맞붙는 것과 같다! 이대로는 안 된다!’


 아무리 언제든 화형(化形)기에 들 수 있는 자신이라 한들, 상대는 셋 다 천교들이라 영식이 수위에 비해 강해 적어도 셋 중 한 명은 빠져야 백중세인데···


 영식간의 싸움은 불균형이 심할수록 약세인 쪽의 손실이 금방 오는 터라, 그녀로서도 더 이상 앞뒤를 잴 수가 없었다. 


 “본 호(狐)는 마마와 같이 자기 굴(窟)을 만들 포부를 가지고 천겁을 극복하고 팔년 간 결단을 미뤘던 것인데, 이른 돌파로 생긴 도행의 손실은 천교인 너희들의 혼백과 간으로 보상받겠다!!!”


 늙은 여우의 안광이 번뜩이더니 순식간에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영력의 파동이 결단 초기 수준으로 올랐다.


 “사제, 녀석의 수위가 올라서 놈의 영력에 여유가 생길 거야!”


 하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우의 눈동자가 분홍빛으로 빛나고 삭막한 월면의 풍경이 귀곡(鬼谷)에 온 듯하게 음습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여우의 경지가 오르면서 그녀의 영식도 결단 초기 수준으로 강해졌기에 이제 영식 싸움의 우세마저도 그녀에게 있게 되었다.


 ‘영식은 고작해야 버티는 게 한계고, 환술을 깨부수는 게 우선이야! 천뢰는 벽사(辟邪)의 기운이 있고 자미의 기운은 그 정수니, 건곤척의 천겁을 쉴 새 없이 내리게 해야겠다!’


 으흐흐흐흐~


 쿠르르릉··· 쾅!


 꺄아아아아악!


 끼에에액-!!


 환상인지 진상인지 모를 불투명한 안개 같은 형체들이 ‘흐흐흐흐~’ 하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뭐라 지껄이며 금오교 세 제자들에게 날아오고, 셋 중 영식이 상대적으로 제일 약한 가람이 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일부 귀신들은 건곤척이 발산하는 벽사의 기운에 정화된 듯 씻겨 나갔지만, 대다수는 여전히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정민을 둔술로 데려오느라 운용할 수 있는 수위가 바닥난 가람은 어느새 그의 영식마저 여우의 영식 공세와 환상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거둬들이다가 기절해 버렸다.


 “사제···제자, 네 사부로서 이런 말 하면 미안하지만, 나도 더는 버티기 힘들어···. 영식 세 줄기가 이미 사라졌어···!”


 겨우 정민을 향해 고개를 들고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던 하은의 그 말을 끝으로 영식 나머지 두 줄기도 완전히 제압 당해 사라지고, 그녀 역시 가람 사형처럼 기절해 버렸다.


 댕그랑


 통제를 잃은 하은의 검 법기 절심 역시 바닥에 떨어졌고, 화형기가 된 늙은 여우 천호(天狐)는 이제 자신의 모든 영력과 영식을 정민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려 했다.


 털썩


 ‘······.’ 


 콰르릉··· 


 그것을 기점으로 정민은 자리에 서 있을 수조차 없게 되었고 미끄러 쓰러지듯 간신히 정좌 자세를 취했다.


눈을 감은 채 왼손에 있는 태양정수석의 영력을 교룡의 내단인 토영근과 자신의 본원영근(本元靈根)인 공영근, 태양정수석 셋의 순환 고리를 만들어 어떻게든 자기 정신만은 보호하려 했다.


 “보아하니 네 법기가 내뿜는 천뢰도 점점 약해지는구나. 보통 천뢰가 아니라 자미의 기운까지 담고 있어 환술을 부리는 여우로서 솔직히 네··· 사부라고 했나? 녀석의 검보다도 까다롭게 느꼈었다! 하지만 네가 아무리 천교 중 천교라 불릴만한 인걸(人傑)이라 해도, 결국 두 단계 대경지의 차이는 극복하지 못하는구나. 호호호-”


 이제 정민의 마음에 비쳐진 그녀의 모습은 거의 귀도(鬼道)를 깨달은 귀선(鬼仙)에 가까워졌고, 아무리 강대한 정민의 영식이라도 점점 그 세가 약해졌다.


의식은 이미 다 벗겨진 나뭇가지 껍질처럼 한 껍질만 간신히 남은 듯 그의 근본적인 정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손에 쥔 천재지보는 말할 것도 없고. 애당초 그것만 없었으면 너 역시 이미 나머지 둘과 같았을 것을···!”


 태양정수의 무진장에 가까운 영력은 정민의 연기 9성의 수 배에 달하는 연화 속도로 입정에 들게해 정신을 보호하는 데 가장 지대한 도움을 주고 있었지만, 이대로는 그 영력이 다하기도 전에 정민이 여우에게 숨이 끊기게 될 터였다.


 이제 정민이 느끼는 세상에는 모든 귀신을 이끄는 귀선 천호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유명(幽冥)의 귀신들, 그리고 그런 세상의 하늘인 귀선에 대항하며 역천(逆天)을 꿈꾸는 자신뿐이었다.


 “나는···.  너를 내 천도(天道) 심마로 삼겠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어느새 또 주말이 코앞이네요. 


일단 이번주 주말은 며칠 전에 말한 대로 일반연재 승급 기념으로 1화씩 연재인데 그 다음주 부터는 고민입니다.


아예 주 7일 연재로 바꾸고 매일 올릴지 주 5일 혹은 6일로 할지 생각이 많습니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네요.


어쨌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마무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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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 하늘이 내린 진정으로 교만한 자(天驕中天驕) 23.08.10 624 17 13쪽
17 16. 본녀를 공주라고 부르지 말거라 23.08.09 660 17 14쪽
16 15. 부상하는 위협 +2 23.08.09 708 22 15쪽
15 14. 거짓에 진실을 섞다 23.08.08 749 17 13쪽
14 13. 태극진인(太極眞人) 이군(李軍) 23.08.08 726 18 14쪽
13 12.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3) 23.08.07 753 19 14쪽
12 11.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2) 23.08.07 768 18 12쪽
11 10.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1) 23.08.06 894 18 15쪽
10 9. 임무 보상을 받고 23.08.06 907 20 14쪽
9 8. 불가해(不可解)한 시선 +1 23.08.06 1,043 21 16쪽
8 7. 사람이 그리운 휘선 +1 23.08.05 1,183 26 15쪽
7 6. 강아지가 되고 싶은 하라어 (何羅魚) +3 23.08.05 1,238 29 12쪽
6 5. 사람의 얼굴을 한 백호 요수 23.08.04 1,359 31 13쪽
5 4. 비행 법기 위에서 23.08.04 1,618 26 15쪽
4 3. 갑작스러운 입문과 첫 임무 23.08.03 2,129 37 14쪽
3 2. 교룡의 습격 (2) +1 23.08.03 2,161 35 13쪽
2 1. 교룡의 습격 (1) +2 23.08.02 2,427 40 12쪽
1 0. 무영근자(無靈根者) (1) +6 23.08.02 3,742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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