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근자 수선지로(無靈根者 修仙之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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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키
작품등록일 :
2023.08.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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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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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람의 얼굴을 한 백호 요수

DUMMY

 “말씀대로 제가 영근을 가진 지 얼마 안 돼서 종문 생활이 다 어색해요. 양해를···.”


 정민은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남자와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몸을 조심스레 내빼려 했다.


 “그런데 왜 여긴 왜 오신 거에요? 2성은 부릴 수 있는 법술이 없어서 아직 여기 오면 안될 텐데? 법기를 움직일 수 있는 수준도 아닐테구요, 사제. ”


 “···어화술을 익히긴 했어요. 근데 완전히 자유롭게는 안 되고 이렇게만 할 수 있어요.”


 남자의 계속되는 호의를 가장한 딴지에 정민이 장갑을 낀 오른손을 들어 어화술을 보여주려 했으나, 장갑은 아무런 영기도 연화하지 않았고 옥구슬 역시 딱히 빛나지 않았다.


 “하하하! 아마 외무당 사형들께 아직 못들으셨나 보다. 이런 대형 비행 법기에서는 기본적으로 법술을 운용할 수 없어요. 안전을 위해서 진법이 설치되어 있거든요! 결단기쯤 되면 억지로 할 수 있겠지만...”


 남자는 정민이 대꾸할 시간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어쨌든 어떻게 가능했던 건지 몰라도 2성에 어화술을 익힌 것은 ‘진짜’인 것 같은데, 수위가 낮으셔서···아! 오성전자 장갑으로 영기를 연화해서 쓰는 건가봐요? 그럼 받은 법기가 있으면 그것도 쓸 수 있겠네요! 첫 종문 임무일 텐데 잘해보세요 사제!”


 “아, 네···. ”


 남자가 정민에게 말을 마칠 무렵, 착륙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타고 있던 승객들은 줄을 서 순서대로 땅에 발을 딛었다. 


 “방금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외무당 외문제자 서한슬이라는 사람인데, 연기 8성이라 수위만 오르면 그 다음 해부터 내문제자가 되기로 사실상 내정 되어 있다가 정민 사제가 나타나서 쿼터를 뺏겨서 저러는 거에요.”


 “아, 감사합니다! 은혜 사저!”


 땅으로 내려와 요수 출몰 구역으로 발을 옮기려던 차 정민에게 서한슬의 정보를 알려준 사람은 종문 외무당 층에서 가끔 마주치곤 했던 내문제자 신은혜였다. 


 주로 식사 시간에 마주쳤는데 나이는 신은혜가 조금 더 많았지만 같은 내문제자라서 동질감에 잡담하다가 서로 이름 정도는 알게 되었었다.


 “천만에요. 그냥 저 사람 고약한 심보가 좋은 인상에 숨겨져 있는 건 외무당 모두가 알고 있는걸요. 하지만 솔직히 저도 사제가 입문 일주일 정도 만에 이곳에 오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어요.”


“아! 어화술을 익히면 바로 가면 된다고 쓰여 있어서요!”


“그런 식으로 따지면 맞긴 한데···. 솔직히 2성에 익힌 게 정말 신기하네요. 원래는 연화한 영기를 도움 없이 의도적으로 체내 바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야 익힐 수 있는 게 법술인데··· 구결을 잘 외운다는 문제가 아니에요.”


 신은혜는 정민이 어화술을 벌써 배웠다는 게 솔직히 한슬의 고까운 태도에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민이 부정하지 않고 말을 계속 이어나가자 진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저 5성이에요. 사ㅈ···부님도 영식으로 안 보시곤 모르셨어요. 디바이스 없이 영기를 움직일 수 없어서 아직 연기 초기이긴 한데, 남들에겐 그냥 1 - 2성처럼 보이나봐요.”


“솔직히 2성에 어화술 익혔다는 것보다 지금 벌써 5성이란 게 더 놀랄 일이긴 한데 연기 초기? 아무튼 체질 때문인가 보네요?! 그렇게 연화 속도가 빠르면 익히고 있는 공법도 비상할테구요! 장로님이 신경 많이 써주시네요···.”


 신은혜는 그가 벌써  5성이라는 것에 직전보다 더 놀랐는데 이는 일반적인 수행 속도를 아득히 초월해 있었기 때문이다. 


 “네, 뭐···. 그런 셈이죠.”


 ‘사저가 알려준 그걸 공법이라고 쳐도 되는 걸까? 그냥 구절 몇 개 알려주고 어떻게 하라 일러준 야매인데···.’


 둘은 몇 분간 더 잡담을 이어가다가 숲속 세 갈림길에 들게 되었다.


 “초행이시니까 더 같이 가실래요? 내문제자라서 방어 법기도 받으셨을 테고, 사제는 오성이 뛰어나 보이니까 거절해도 걱정하진 않을게요.” 


 “음~. 그러면 여기서 헤어질게요, 훈련도 실전처럼 경험해야 한대요.”


 “아, 그럼 종문에서나 다른 데서 또 언제 뵈요! 식당 같은 데서 볼 수 있겠죠? 저는 왼쪽으로 갈게요!”


 “그래요! 다음에 뵈요~!”


 정민은 날지 않더라도 운동선수가 뛰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달려가는 은혜를 잠시 보고는 이내 방향을 틀었다. 




“상공에서 봤을 때는 되게 좁은 곳 같은데 막상 안에 들어오니까 끝이 없네.”


 이후 정민은 대충 두 시간쯤 걸어도 요수 한 마리조차도 마주칠 수 없었다.


 오히려 금오교와 다른 종문의 수사들을 가끔 마주쳐 서로 인사하거나 했다.




 ‘기본 임무 호랑이 요수 꼬리 1개.  개 요수 꼬리 3개.  

 호수에서 물고기 요수를 물리쳐 내단을 가져와 제출하면 추가 보상.

 영기를 이용해 잡은 요수를 해체하는 방법은···.’


 “이래서 비행 법기에서 내릴 때 공짜로 도시락을 몇 개 줬던 거구나.”

   

 정민은 종문 령패에 띄워진 임무 내용을 다시 확인하며 어느 대나무 숲 앞 평평한 바위에서 저물 목걸이에 넣어놨던 도시락을 꺼내 하나 까먹었다.


 “추가 임무는 고사하고 하나 찾는 데만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는 거잖아?”


 도시락 하나를 몇 분안에 다 먹은 정민은 빈 도시락통을 장갑으로 잡고 영력을 운용해 다시 목걸이 안으로 넣었다.


 “나도 공중에 띄워서 염력처럼 물건을 움직이고 싶은데···.”


“···하지만 뭐 어쩌겠어, 6성까진 누구도 예외 없이 무조건 중기가 된다니까 그때까지만 참자.”


 터벅터벅


 정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대나무 숲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시-원하다!”


 대나무 숲에 들어서자마자 늦가을이 된 듯 스산한 바람이 느껴지는 게 그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대나무 숲은 몇 분 만에 끝까지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짧아 금세 끝에 다다랐는데 정민이 대나무 숲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람 역시 멈췄다.


“앞에 산···이 있는게 보이긴 했는데 이렇게 안 넓었는데?!”


 정민 앞에 펼쳐진 광경은 수많은 산맥과 그것을 둘러싼 바다였다.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어 대충 생각해 봐도 달 위 그 좁은 절충 구역에 있다기엔 말이 안 되었다.


 “애초에 아무리 달에다 숲이 생길 정도로 신기한 절충 구역이어도 산이랑 바다가 있다는 게···.”


 정민이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바로 거기에 있어야 할 자신이 걸어온 대나무 숲은 온데간데 없었다.



 [ 어째서 이곳에 온 거지? 무슨 조화를 부린 거냐. ]


 정민이 이해할 수 없는 괴현상에 대경실색하려던 찰나 이젠 익숙해진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너 살아있던 거였어?’


[ ‘나’는 항상 살아있지. 내 말은 네 놈이 어떻게 여기 왔냐는 거다. 이러면 내가 너를 찾으러 갔던 게 의미가 없지 않느냐. ]


 연신 화만 내고 소리를 지르던 이전의 교룡과 다르게 꽤 차분한 톤이었지만 거만한 말투와 익숙한 목소리는 그가 자신이 알던 그 교룡임을 확신하게 해줬다.


 ‘절충 구역에서 한참 걷다가 어떤 대나무 숲에 들어가고 거기서 그 끝까지 가니까 바로 여기였어. 나야말로 묻고 싶은데? 내가 어떻게 이런 데에 와있는 거야?!‘


[ 스스로 어떻게 왔는지 모른다면··· 천기누설이라 자세히는 말해줄 수 없다. 네놈들 세계와 달리 이곳에선 천도가 천겁을 내리면 네가 서있는 곳은 물론이고 저 산맥과 강이 통째로 날아갈 거다. ]


 비록 둘은 친한 사이가 아니었지만 아는 목소리인 교룡의 출현이 정민이 안정감을 되찾게 도와준 셈이 되었고, 용은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산맥과 ‘강’을 아직 주시하고 있단 걸 알고 예를 들었다.


 ‘네 말은 여기가 다른 세계란 거지···? 근데 저건 어떻게 봐도 바다잖아? 산은 뭐 꼭대기가 안보이게 높디 높을 수야···  있다쳐도 세상에 저런 폭이 미친듯이 넓은 강은 없어···. 반대편이 안 보이고 아예 수평선만 보이잖아? 그럼 바다지.’ 


[ 내가 강이라 하면 강이다. 이곳에도 바다는 있지만 한참 멀리 떨어져 있지. 그것보다 내가 신식(神識)으로 감응해 보니 근처에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그쪽으로 가고 있다. 네 실전 감각을 못기르게 할 순 없으니 손을 조금만 써주마. ]


 ‘고양이? 근데 역시 신···? 영식을 가지고 있었네? 이래서 뱀새끼 말을 어떻게 믿냐?’


 정민이 역시나 이 뱀은 믿을 수가 없다며 다시 한 번 불신의 마음을 굳히는 순간 그의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갔다.


 “크으으아··· 어흥ㅡ!!”


 고개가 돌아간 곳엔 창백한 사람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흰색과 검은색 얼룩무늬를 한, 무시무시한 발톱을 가진 사족보행의 동물이 있었다. 


 사람 얼굴을 한 ‘고양이’의 꼬리는 하나였는데, 그의 꼬리로 보이는 나머지 여덟 개의 꼬리가 마치 방금 빠진 듯 그 근처에 나뒹굴어져 있었다. 


“···미, 미친! 고양이가 아니잖아!!”


 [ 꼬리가 하나에, 얼룩무늬에 사족보행. 호랑이와 비슷한 외양. 고양이지. ] 


“우린 그걸 호랑이라 부르기로 했어! 게다가 백호구만!!”


 사람 얼굴의 ‘고양이’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만난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특히 자기 꼬리들이 뜯겨나간 고통을 참지 못해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무서워··· 더 제대로 보니까 더 이상 입밖에 아무 소리도 못 낼 것 같아···.’


 [ 방어용 법기와 어화술을 써라. 놈의 창귀(倀鬼)는 내 벼락이 가진 벽사(辟邪)의 기운으로 날려주겠다. ]


 용은 그 말을 끝으로 어떤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정민이 아무리 다시 불러도 끝내 답하지 않았다.


 약간의 소강상태가 지난 후 ‘고양이’ 역시도 진상을 어느정도 파악했는지 아니면 용의 신식이 자취를 감춘 것을 느꼈는지 여전히 피눈물을 흘리지만 입을 벌리며 정민을 향해 달려왔다.


 “으아아악!!”


 정민의 오른손 장갑 위 옥구슬에서는 생존 본능에 반사적으로 불 한덩이가 나와 고양이 쪽으로 날아갔고

무작정 일직선으로 달려오던 고양이의 얼굴에 불이 붙었다.


  그때 고양이의 입에서 혼탁하게 반투명한 어떤 얼굴 같은 불분명한 형체를 지닌 것들이 ‘으흐흐흐~’ 같은 소리를 내거나 정민으로서는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 맞춰 하늘에서 벼락이 몇 줄기 근처 하늘에 내리치더니 그 반투명한 것들을 죄다 없애 버렸다.


콰르릉ㅡ!!


 “...!!!”

 “캬오오오오ㅡ!!” 


  이제는 호랑이보다는 고양이에 가까워진 비명을 지르던 인면 호랑이가 그 삶을 포기라도 했는지 자신의 얼굴에 붙은 불에 개의치 않고 다시금 정민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또 벼락이 내리칠 때 벽사의 기운에 고양이 입에서 나오던 것들이 씻겨 나간 게 오히려 정민에게 용기를 심어 준 듯, 정민도 저물 목걸이에서 방어용 법기 ‘산악현철순(山岳玄鐵盾)’을 지체없이 꺼내 발동했다.



 ‘발톱에 조금이라도 스치면 골로 간다!’


 산악현철순은 말 그대로 현철 방패(玄鐵盾)에 토행의 지보나 일정 이상의 토기를 넣어 연기한 법기인데, 현철 방패 자체가 방패로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토생금(土生金)에 의해 방패의 강도를 높여준다.


 방패를 땅이 땋는 바닥에 세운다면 사용자의 수위와 법기의 품질에 따라 주변의 땅을 쇠처럼 단단히 만들어 변형하거나 어느정도 움직임을 통제할 수도 있었다.


 투캉!


 사람의 얼굴을 한 고양이의 날카롭고 거대한 발톱이 정민에게 닿기 직전, 갑자기 나타난 현철 방패에 가로막혔고, 발톱의 일부는 부러지기까지 했다.


 “크으아아아아아악ㅡ!!!”


 호랑이는 더이상 억울함과 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발톱이 부러진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패를 향해 마구 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호랑이도, 고양이의 그것도 아닌 사람의 함성을 내기 시작한 그의 마음에선 이제 한 남자아이를 숨기고 있는 방패 말고는 생각하는 것도, 보이는 것도 없었다. 


 정민은 오른손의 장갑을 이용해 영기로 산악현철순이 쓰러지지 않도록 세우는 데 온 집중을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연기 중기 수사와 달리 토영근 수위만 5성에 달했을 뿐, 경지는 연기 초기라서 영기 디바이스를 쓰는 것 아니고선 법술을 쓸 수도, 법기를 움직일 수도 없기에 한 번에 두 개의 법술을 구사하는 건 고사하고 법술과 법기 운용을 동시에 하는 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


 ‘젠장! 계속 이 상태로 버틸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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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 하늘이 내린 진정으로 교만한 자(天驕中天驕) 23.08.10 624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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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 태극진인(太極眞人) 이군(李軍) 23.08.08 726 18 14쪽
13 12.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3) 23.08.07 753 19 14쪽
12 11.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2) 23.08.07 768 18 12쪽
11 10. 축기기 천교(天驕)로 오해받다 (1) 23.08.06 895 18 15쪽
10 9. 임무 보상을 받고 23.08.06 907 20 14쪽
9 8. 불가해(不可解)한 시선 +1 23.08.06 1,043 21 16쪽
8 7. 사람이 그리운 휘선 +1 23.08.05 1,184 26 15쪽
7 6. 강아지가 되고 싶은 하라어 (何羅魚) +3 23.08.05 1,238 29 12쪽
» 5. 사람의 얼굴을 한 백호 요수 23.08.04 1,360 31 13쪽
5 4. 비행 법기 위에서 23.08.04 1,618 26 15쪽
4 3. 갑작스러운 입문과 첫 임무 23.08.03 2,129 37 14쪽
3 2. 교룡의 습격 (2) +1 23.08.03 2,161 35 13쪽
2 1. 교룡의 습격 (1) +2 23.08.02 2,427 40 12쪽
1 0. 무영근자(無靈根者) (1) +6 23.08.02 3,742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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