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근자 수선지로(無靈根者 修仙之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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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라키
작품등록일 :
2023.08.02 18:20
최근연재일 :
2023.10.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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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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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강아지가 되고 싶은 하라어 (何羅魚)

DUMMY

 게다가 영기 디바이스는 어디까지나 영근이 없는 범인이 영기 기술이 적용된 세계에서 불편 없이 살게 하기 위한 일용 필수품이지 수도자용이 아니었다. 하물며 대요수 전투용은 더더욱 아닌 게 당연했다.


 정민의 사례가 특이하기에 설령 오성전자의 1급 디바이스더라도 이렇게 과부하에 가까운 영기 연화와 운용은 내구도 테스트에서조차 상정한 적이 없는데, 장갑 위 옥구슬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크와아아아아악ㅡ!!!”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정민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대뜸 현철 방패를 통제하고 있던 영기의 양을 무리해서 순간 몇 배로 늘린 뒤 ‘고양이’쪽으로 밀어냈고, 고양이가 갑자기 앞으로 확 나온 방패에 밀린 틈을 타 어화술로 아까 만든 것보다 몇 배는 큰 불덩이를 만들어 날렸다. 


 콰앙ㅡ!

 화르륵


“크아아악ㅡ!!! ··· ㅡ!!!!”


 사람 얼굴을 한 호랑이의 비명은 큰 불덩이가 그 몸을 감싸 불태우며 끊겼고, 그것이 단말마가 되었다.


 “헉헉···.”


 [ 솔직히 기대에 약간 못 미치지만, 잘했구나. ] 


 ‘이게··· 기대에 못미친다고?’


 정민이 숨을 막 고르기 시작할 때, 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정민의 마음에 울려 퍼졌다.


 [ 고양이 꼬리 여덟 개를 빼내고, 벼락을 내려 입 안에 있던 창귀도 없애줬는데 거의 새끼 고양이를 잡으라 한 격이지. ]


 ‘미친놈··· 내가 다시는 조금이라도 뱀새끼 네 말 믿나 봐라! 달에선 영식이 없니, 몸을 차지 못하니, 천기누설이니 사기를 치더니 이젠 호랑이, 아니 사람 얼굴을 한 백호 요수를 고양이라고 불러?’


 누가 봐도 호랑이 요수인데 끝까지 고양이라고 부르며 고집부리는 용의 태도에 정민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제 말 걸지 마. 옥구슬도 빛을 거의 잃었고 딱 봐도 어화술··· 도 아니고 하이퍼루프 단말에 한두 번 대는 게 한계야. 나갈 길 찾아야 해. 네가 꼬리가 아니라 사지를 다 떼줘도 아까 같은 애, 아니 그냥 호랑이 한 마리만 더 마주치면 진짜 끝이야.”


 [ 종문 령패를 살펴보니 고양이 꼬리가 필요한데 가져가지 않을 건가? ]


 “가져갈 거야!”


 정민은 마음속으로 말하는 대신 혼잣말로 용에게 뭐라 했는데 용도 그에 한 치도 지지 않고 딴소리를 해댔다.


 아까 령패에 적혀있던 ‘영기를 운용해서 요수 해체하는 법’도 읽었건만 전혀 소용이 없게 되어 버렸다. 


 자연스레 용이 떼놓은 그 여덟 개의 꼬리로 다시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영기 없이는 그냥 무거운 철 방패에 불과한 산악현철순과 여덟 개의 호랑이 요수 꼬리를 목걸이에 집어넣는 것을 마지막으로 오른손 장갑의 옥구슬이 깨져버렸다.


 “나 이제 다시 범인이나 마찬가지야. 법술도 못 쓰고, 법기도 못 쓰니까.”


 [ 주위에 다른 요수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잘도 혼잣말로 얘기하는구나. ]


“대나무숲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으면 그냥 들어가면 되는데···.”


 정민과 용은 계속해서 서로 딴소리하고 있었고, 그러면서도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 어째서 돌아가려 하지? 지금 가면 이곳에 언제 다시 오게 될 지 모른다. ]


 “대나무 숲은 커녕 비슷한 것도 안 보여···.”


 [ 장갑으로 영기를 썼던 게 문제라면 왜 태양정수석을 꺼내지 않는 거지? 네 상태에 그것으로 법술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도라도 하지 않으면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


 “···! 잊고 있었어!”


 태양정수석, 정확히 말하면 태양정수 한 방울이 품고 있는 영력은 정민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지난 며칠간 사저이자 사부 하은이 자신이 그것을 내내 손에 쥐고 수위를 쌓아도 된다고 허락해 줄 때, 도합 수십 시간이나 영기 연화에 사용 했는데도 조금도 줄어든 티가 나지 않았으니까.


“···근데 지금 알면 뭐 해? 이제 영력을 운용할 수단이 없어서 목걸이에서 그걸 빼낼 수 없잖아.”


 [ 내가 말했지? 축기기가 되기 전까지 법술을 배울 수 없다고. 예상과 달리 배우긴 했지만

결국 스스로 쓸 수는 없다. 법기도 마찬가지. ]


 “이젠 아예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네.”


[ 화내지 말고 들어봐라. 왜 너만 축기기가 되기 전까지 그런 것들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


“연기 중기가 못되니까 그런 거 아니야? 수위(修爲)랑 경지(境地)는 붙어 있는 것 같아도 엄밀히 따지면 별개라서.”


 둘 사이 딴지를 거는 빈도가 줄어들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자 용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 각 수행의 소경계를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지만, 왜 거의 모든 대경지의 돌파 전 병목 구간이 셋일까?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각 대경지가 나름 담고 있는 천, 지, 인을 깨닫는 게 그 병목 구간들이기 때문이다. ]


 [ 大同而與小同異 크게 보면 같고 작게 보면 다른 것은 

 此之謂小同異 조금 다르다고 한다. ]                                                              


 [ 연기 후기에서 축기기에 이르기 위한 방법도 세 가지로 알려져 있다. 인도(人道) , 지도(地道), 천도(天道) 축기가 그것이다. ]


 [ 연기기의 소경계를 각각 돌파하든, 인도, 지도, 천도 축기를 구분해서 돌파하든 조금 다른 것에 불과하지. 너희들이 말하는 천교마저도 더 강한 심마를 마주하는 게 두렵거나 그깟 지보를 구하지 못해 천도 축기와 지도 축기를 저울질하며 고민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으니 그것은 부질없다. ]


 [ 축기(築基)는 수선지로의 가장 필수적인 토대(基)를 쌓는(築) 것, 너는 천지인 삼도(三道)를 합쳐 세상에서 가장 두터운 토대를 지닌 축기기에 이를 것이다!  모든 조금 다른 것을 포용하는 것은 모든 크게 다른 것을 포용하는 것! ]


 [ 萬物畢同畢異 만물은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모두가 같다고도 할 수 있고, 모두가 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

此之謂大同異 이것을 크게 다르다고 한다. ]



 ··· 


 용의 장설은 한동안 더 이어져 나중엔 거의 설법(說法)에 가까워졌고, 정민은 그것을 들으며 입정에 들었다.





 “내가 너한테 이런 말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고맙다.”


 시간은 어느새 밤이 된 듯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는데, 정민은 흐른 시간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그저 자신이 말한 게 낯간지러운 듯 그 말을 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데도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 나야말로 지금 네 반응이 의외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

 [ 그런데 태양정수석 꺼내는 것은 포기하는 건가? ]


 “그게 있다고 내가 법술을 쓸 수 있다고 보장된 것도 아닌데, 큰 차이 없어.”


 [ 내가 말해준 것 중에 조금은 마음에 닿은 게 있나 보구나. ]

 [ 그런데 내 신식으로 네 목걸이에 손을 대면 숨 쉬는 것보다 쉬울텐데, 부탁하지 않는군? ]


“너 진짜 나한테 심마짓 하러 온 거 맞지? 심마가 뱀이었네? 아담과 이브는 심마에 빠진 거였어.”


[ 네 말을 빌리자면 ‘백호 요수’를 새끼 고양이로 만들어 준 것도 난데 안될 게 무엇이지? ]


“난 그런 고양이랑 싸우게 해달라고 한 적 자체가 없는데···.”




 둘은 한동안 다시 티격태격대다 한 연못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정민은 마침 지치고 목이 말라서 잘됐다는 생각에 이 연못 물을 마셔도 되는지 따지지도 않고 퍼마시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들어올 때 도시락만 주고 물은 하나도 안 줬어! 뭔가 반대로 된 것 같아.”


[ 하루 마시지 않는다고 죽는 것도 아닐텐데 그것 하나 참지 못하다니. ]


 “월월ㅡ!”


용이 혀를 차며 정민에게 뭐라 하던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났다.


 정민은 물 마시는 것도 멈추고 긴장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소리가 수풀이나 숲 쪽이 아닌 연못 쪽에서 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정민 앞에 다다랐는데 이상하게 그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정민은 자신의 시야가 밝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소리를 내던 것의 정체는 연못을 헤엄치는 어떤 물고기 였는데, 자세히 보니 이 물고기는 머리는 하나지만 몸이 두 개였다.


[ 이건···? 너 정말 운이 좋은 놈이구나. 성체는 아니지만. ]


 몸 두 개 달린 물고기는 낯을 가리거나 적대적인 감정 없이 정민 앞에 이르렀고 이후 정민이 반응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운이 좋아? 안전···한 거란 소리지?’


[ 이왕에 성체를 만났으면 좋았을걸. 그럼 고양이 꼬리 여덟 개를 떼줬듯 이놈 몸을 아홉 개 떼줬을 텐데. ]


 혹시나 물고기를 도발하게 되는 것 아닐까, 혼잣말 대신 다시 속마음으로 용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 정민은 그가 다시 고양이의 예를 들자 이 물고기가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라는 건지 더욱 긴가민가해졌다.


 [ 긴장할 것 없다. 이곳에서 제일 온순한 놈이니까. 너에게 제 몸을 다 바칠 생각이구나. ]


 ‘나한테 자기 몸을 바쳐? 뭔 소리야?’


 정민의 마음이 그렇게 되묻고 있을 때 물고기는 다시 한 번 왈왈ㅡ! 하더니 돌연 죽어 버렸다.


 그러더니 물고기의 양쪽 몸체 안에서 둥그런 것이 하나씩 떠올라 물을 뜬 상태에서 미동도 없던 정민의 양손에 쥐어졌다.


 “···.”


 [ 너는 수행의 견식이 좁아 이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를 거다. 내가 아무리 번개를 부릴 수 있어도 이곳의 천겁을 맞고 싶진 않으니 굳이 ‘이놈’이 ‘무엇’인지 주절주절 말하지는 않겠다. ]


 “너 지금 내가 얼마나 황당한지 알아? 네가 나한테 다짜고짜 날아오던 때보다 더 당황스러워.”


 얼마 안있어 물고기 사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정민 손 위에 있는 동그란 물체 두 개만이 허상이나 환각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 종문 령패 추가 임무에 ‘물고기 요수 내단’이 있던데, 하나 제출하고 하나는 네가 쓰면 되겠군. ]


 “무슨 절세의 기연을 마주친 것처럼 굴더니 그렇게 해도 돼?”


 [ 같은 놈에게 나온 건 같은 이에게 딱 한 알만 효과가 있다. ]


 “대체 무슨 효과길래···.”


 [ 이건 말해줘도 되겠지. 물고기 놈이 죽을 때 몇 개의 몸체가 달렸느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범인이 이것을 그냥 먹으면 ‘운이 좋으면‘ 영근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너같은 연기기 수도자가 먹으면, 이놈 것 같은 경우는 아마 영식 한두 줄기를 얻을 거다. ]


 “김빠지게 영식 한두 줄기라니··· 축기기가 되면 의식으로부터 영식을 뽑아낼 수 있잖아?”


 무슨 자기가 천기누설을 하는 것처럼 재보듯이 조심스레 말하던 용의 태도와 다르게, 자신에게 떨어지는 건 축기기가 되면 만들 수 있는 영식, 그것도 한 줄기 내외라는 말에 정민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 너희 세상에 영식이 있는 연기기 자체가 없을진대··· 그런데 축기로 돌파 못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구나? ]


 “내가 삼도 축기로 돌파할 거라며.”


 정민은 그러더니 자기 오른손에 들린 물고기 내단을 돌연 삼켜버렸다.


[ 무식한 놈!! 세상 어느 누가 그걸 그렇게 먹느냐?! 죽을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나에게 묻기라도 할 것이지!! ] 


 용은 마치 정민이 아니라 제가 먹은 듯 거의 대경실색하며 그에게 화를 냈는데, 그가 내단을 삼키자마자 눈을 감고 입정에 들려 하자 이내 말을 관뒀다.


 정민의 의식은 얼마 전 물과 불 바다를 보고 어화술을 깨우칠 때처럼 다시 저 아래 어딘가로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바다나 물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너는···.”


 자신에게 내단을 남기며 죽은 물고기가 그의 앞 공중에 떠 있었는데 여전히 얼굴은 하나였지만 몸은 전과 달리 열 개였다.


“네 몸이 열 개라니···. 아홉 개를 버리면 완벽해지고. 그럼 넌 물고기가 아니라 강아지구나.”


 정민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에 속으로 흠칫 놀랐지만 이내 자신이 말한 것을 받아들였다.


 그가 자기 말을 한 번 곱씹자, 의식은 저 아래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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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너솔
    작성일
    23.09.02 18:11
    No. 1

    독특 괴이 신비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리화영
    작성일
    23.10.02 02:36
    No. 2

    주인공이 그냥 애새끼네. 라노벨 극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th****
    작성일
    24.01.08 19:05
    No. 3

    .....인기없는 이유를 알거같은....재미가없어요.....작가님 세계를 보여주고싶은건 알겠지만....사건을 만들어서 진행하라는게 아니라...내용이 재미가 없어요...누가혼자 떠들어대는 설명문을 보는 느낌이랄까요...이상하게 선협의 기연이니 신비함 빠져들게하는 매력이 안느껴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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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 사람이 그리운 휘선 +1 23.08.05 1,184 26 15쪽
» 6. 강아지가 되고 싶은 하라어 (何羅魚) +3 23.08.05 1,239 29 12쪽
6 5. 사람의 얼굴을 한 백호 요수 23.08.04 1,360 31 13쪽
5 4. 비행 법기 위에서 23.08.04 1,618 26 15쪽
4 3. 갑작스러운 입문과 첫 임무 23.08.03 2,129 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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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 무영근자(無靈根者) (1) +6 23.08.02 3,742 4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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