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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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3.09.19 10:02
최근연재일 :
2024.02.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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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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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DUMMY

일단 가장 큰 관문인 '거래 가능 여부'는 해결했지만 아직 숙제가 남아 있었다.


먼저, '가격' 문제였다.


아마도 김만복 사장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것을 보면 우리가 퍼트린 소문을 들은 것이 분명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는 아마 재고 처분을 하지 못할 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다. 내일 당장 휴지 조각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상품을 사겠다는 호구가 나타났으니 헐값에라도 빨리 넘겨버리고 싶을 터..


'최대한 이익을 남겨야 해!!"


두 번째, 우리는 목돈이 없다. 현재로는 샌드위치 가게 창업 자금 마련도 빠듯한 상태이다. 일시불로 5,000족을 구매하려면 2,400만원은 필요했다.


‘일단 유진크린 김만복 사장을 만나봐야겠군!!’


“안녕하세요. 사장님.”


도착하니 그가 나를 마중 나와 있었다. 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뻗뻗했다.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슬리퍼 자네가 다 가져가게!”

“네?”


나는 일부러 시치미를 뚝떼며 아무것도 모르는 냥 연기했다.


“모르는 척하지 말게!”

“네? 무슨 일 있으셨어요?”


김만복 사장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호구에게 폭탄을 넘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섰을 테지.


“이제 한국호텔 일은 신경 쓰기 싫어서 그래."

"거기다가 납품하고 싶다며."

"몽땅 가져가!”

“죄송하지만 4,800원에는 못 가져갑니다."

"홍대리가 4,500원에 납품하라는데, 역마진 보면서 장사할 수는 없죠.”

“뭐!! 뭐야!! 이 인간이 진짜”


김만복 사장의 미간이 팍 구겨졌다.


“아 좋아. 자네도 교통비는 빼야 하니까 4,300원에 넘길게."

"작년이랑 재작년에는 연간 2만 켤레씩 나갔으니 400만원은 벌 수 있을 거야.”

"그 정도면 돈은 안돼도 기름값정도는 뺄 수 있을 걸세."


나는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200원 띠기는.. 좀”

“이.. 이하는 안돼."

"이게 진짜 우리 원가라고!!!"

"거래 장부 보여줘?"

"가만히 있어봐~"


김만복 사장은 책꽂이로 가 거래장부를 찾는 시늉을 했다. 나는 그런 김만복 사장을 보며 한참 고민하는 척 했다.


“좋습니다. 재고 얼마나 있으십니까?”

“한 1만켤레정도 있네! 6개월치지!”

“그럼 금액이 4천 3백만원 이군요.”

“그렇지!”


“그럼 이렇게 하시죠."

"지금 당장 4천 3백만원을 일시불로 드리고 싶어도 돈이 없습니다.”


그는 거래가 어그러질 듯 보이니 다시 화를 냈다.


“뭐!! 뭐야!! 돈도 없는 놈이 무슨 납품을 하겠다고!!”

“그렇게 큰 돈을 현금으로 당장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흠.. 그건 그렇지.”


“6개월에 나눠서 분할 지급할게요."

"당장에는 때려 죽이셔도 없어요.

“그리고 딱히 저 말고는 이 거래 받아줄 사람도 없잖아요.”


김만복 사장은 잠시 고민했다.


“좋아. 그런데 나는 자네 처음 보네!"

"보증인 한 명 있었으면 해.”

“음..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돈 5천쯤은 현찰로 베고 주무시는 분 있으니..”


나는 김만복 사장과 악수했다.


‘D.E.A.L’


'좋았쓰-'


객실 슬리퍼 한 켤레 당 700원의 마진, 이익률 14%, 분명 적은 이익률이었다. 하지만 한국호텔과의 거래를 트기 위해, 제로마진까지 각오했던 나로서는 이보다 훌륭한 성과는 없다.


나는 돼지에게 트럭을 가지고 오라고 해 그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즉시 슬리퍼를 가져갔다.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정말 4,300원이 원가가 맞습니까?'

'아니지..'


퇴각하는 적도 도망갈 구멍은 만들어주고 쫒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욕심에 눈이 멀어 더 몰아붙이다가, 혹 김만복 사장이 팔지 안겠다고 배수진을 치는 날엔 정말 골치 아픈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는 승연에게 부탁하여 보증 문제를 해결하였다. 어차피 돈 떼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물건이니, 승연도 쉽게 보증을 서주었다. 김만복 사장도 승연이 가지고 있는 빌딩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더니, 보증인에 대한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저 아저씨 급똥 누고 온사람처럼 표정이 확 풀렸네.. 하하하'


***


서울 여의도 유명 참치회 전문점.


“대리님, 덕분에 다음달부터 납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잘되셨습니다. 우리 같이 잘 해봅시다.”

“자~ 받으시죠.”


나는 밖에서 미리 준비해온 고급 샤케를 그의 잔에 따라주었다.


“크- 좋다”

“방어 한번 드셔 보세요. 11월부터 2월까지는 방어철이라고 합니다.”


붉은 빛깔의 방어의 살결이 방패처럼 동그랗게 놓여있었다.


“음 맛 좋습니다. 역시 초겨울에는 방어가 최고죠.”


고소한 방어 뱃살을 기름장에 콕- 찍어 먹으니 최고급 한우를 먹는 것보다 더 맛이 좋았다.


“맛 좋습니다. 대표님 한잔 더 받으시죠.”

“감사합니다.”


우리는 술잔을 기울였다.


“오늘 대리님 덕택에 정말 잘 먹었습니다.”

“대표님이 좋은 식사 초대해 주시고, 방어까지 사주셨는데 제 덕이라뇨.”


홍대리가 나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대리님 2차 가셔야죠."

“아닙니다.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앗 정말요? 제가 좋은 대로 모시겠습니다.”

“허허허. 아닙니다. 오늘은 가볼 때가 있어서 먼저 갑니다.”


그는 그렇게 급히 자리를 떠났다.


‘깔끔한 사람이네~’


“사무실이나 가야겠다.”


“랄라라~ 랄라라~”


일도 잘되었고 홍대리와 식사 자리도 잘 마쳐서 그런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


“돼지야!! 나왔다!!”

“형님 술 드셨습니까?”

“홍대리 접대 한번 했다. 치킨 사왔어. 먹으면서 해.”

“역시 형님!! 냄새 한번 좋다.”


후라이드 치킨의 고소한 냄새가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쩝쩝.. 식사는 길게 안하셨네요.?”

“그러게 홍대리 깔끔하게 1차만 얻어먹고 헤어지자네?”

“그래요? 응큼하게 생겼던데.. 하하하”


“그나저나 오늘 매출 어떻게 되었어?”

“드디어 완판입니다!!”


11월 첫째 주가 돼서야 남은 캠핑용품을 드디어 완판 할 수 있었다. 물론 비용도 많이 썼지만 그래도 팔린 게 어딘가.


돼지가 치킨을 먹으며 말을 이어갔다.


“형님 진작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말씀드리네요."

"내일 겨울상품 드디어 들어옵니다. 시간 비워주세요.”

“뭐? 이거 큰일이네.”

“왜요? 일 있으십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물건 쌓을 곳이 없을 것 같아서.”


생각지도 못하게 슬리퍼 매입했기 때문에, 사무실 한가득 이미 슬리퍼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일단은 복도에 하루 이틀만 쌓자."

"내가 사장님께 말씀 드려볼게”

“알겠습니다. 형님. 일단 오늘 들어가서 쉬세요.”

“그래 고생해라~”


사무실을 나가며 전화기를 들었다.


“에고~ 사장님께 맨날 부탁만 드리네..”


따르릉-


ㅡ 어 준철이~ 바로 앞이야!


고개를 들자 그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안그래도 염치 없지만 또 부탁드릴게 있었는데 헤헤”

“이 자식은 맨 입으로 부탁도 잘한다."

"너 혹시 철면피냐?!! 앙? 엉?”


승연이 장난스래 말했다.


“철로 얼굴을 포장한 기념으로 한번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뭔데?”

“사실 슬리퍼 때문에 사무실 공간이 많이 부족해졌어요."

"내일 겨울 상품도 들어오는데 공간이 좀 필요해서 일단 복도에 좀 쌓을까 해요.”


승연이 턱을 만지며 잠시 고민했다.


“음.. 복도는 어려울 거 같고..."

"일단 건물 창고 빌려줄 테니 그쪽 잠깐 써”

“복도는 소방법 때문에 불이라도 나면 나 깜빵 간다.”

“거긴 두 번은 못 가~"

"으~”


승연은 깜빵이 정말 싫었는지 치를 떨었다.


“임대료는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자식아 팍씨!"

"돈은 무슨! 술이나 사~”

“그래도 너무 죄송한데..”

“뭐 계속 빌려주는 것도 아니고 잠깐인데 뭐~"

"어차피 남는 공간!”


승연이 쌓을 창고 공간을 직접 봐주었다.


다시 사무실


“야이 자식들아 청소 좀 하고 살아라."

"사무실 꼬라지가 이게 뭐냐”

“돼지 이 자식 지 혼자 또 치킨 시켜 먹었네~”

“한 조각 드시겠어요? 헤헤헤”

“됐다 이 놈아. 뼈밖에 안 남았구만 무슨!!!”


돼지는 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에 치킨 한마리를 뚝딱했다.


“이번 일만 마치면 재고 문제 어떻게든 해볼게요.”

“근데 빌딩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승연은 스크린 골프장을 개업한 뒤로는 통 빌딩에 오지 않았다. 거기서 친구도 새로 만들고 골프 치는 재미에 푹 빠진 듯 보였다.


“안 그래도 저번에 빌딩 왔을 때 이야기 좀 하려고 했는데 잘 되었네.”

“내년 1분기에 두개층정도 쓴다는 사람이 있어서, 너네 의견을 좀 물어보려고 했었지.”


“아···”

“다른 곳으로 저희 가야하나요.”

“냉정하게 말하면 그렇지.”

“니들은 내가 아끼는 동생들이니까 방 빼라고 하고 싶지는 않은데.."

"임대라는게 쉽게 쉽게 다음 타자가 구해지는게 아니라서.”


“아닙니다. 사장님. 그동안 배려 해주신 것 만해도 너무 감사하죠.”

“일단 그래도 시간이 3개월 정도 남았으니 그 동안 다른 곳 한번 알아봐바~”

“정 어려우면 내 사무실 같이 써도 되고."

"나야 어차피 맨날 스크린 골프장 가있으니 말이야.”

“아니다. 니들 사무실 꼬라지 보니까 어디 큰 창고 같은 데로 가야겠다”

“하하하 그렇죠.”


우리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술 한잔 하러 가시겠어요?”

“아니야 오늘은 근처에 약속이 있어. 조만간 한잔하자~”

“들어가세요~”


“형님께 그러면 안되는 거 알지만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허튼 소리 말아."

"사장님이 우리한테 배려해주신게 얼마인데.”

“씁.. 그건 알지만.. "

"후~ 하나 처리하니 다른 고민거리가 또 들어오네..”

“담배나 한대 태우시죠.”


다음날


“오라이~ 오라이~”


20피트 컨테이너 한대가 멀리서 들어왔다.


“돼지야 이거 맞아?”

“요즘 바쁘셔서 못 들으셨구나. 이번에 좀 부피가 커요.”

“이쪽으로 차 대세요.”


캠핑용품보다 객단가가 낮은 제품이라 그런지, 부피가 장난이 아니었다.


‘저번에는 1톤 트럭 한 대를 꽉 채우는 분량이었는데···’


처음보는 젊은 청년 2명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가 미리 알바생 2명 섭외해 두었습니다."

"둘이서는 힘들 것 같아서요.”


한명은 군인처럼 짧은 머리를 해 단정해 보였고 다른 한명은 빠싹 마르고 비실거려 보여 '과연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여기는 오늘 돈 주실 김사장님이시고, 저는 박과장이라고 합니다.”

“컨테이너에 있는 물건 다 내리시면 퇴근입니다.”


나는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 운반조에게 제품을 건네주는 일을 하였다.


'후- 후- 생각보다 가볍네..'


30분 후


“헥- 헥- 죽겠다.”

“형님 바꿔드릴까요?”

“아녀 다 했어~ 힘내자 화이팅!!!”

“우리 형님 또 혼잣말 하시네. 크크”


물건을 이렇게 손으로 운반하는 일을 '까대기'라고 부르는데, 이 일은 생각보다 체력을 많이 소모했다. 택배 알바가 세상에서 가장 힘이드는 알바라고 하지 않던가..


“다했다!”


3시간 동안 누구 하나 꾀 부리 않고 쉼 없이 일을 했더니,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일당 6만원씩입니다.”


우리는 성실히 일해 준 2명의 알바생들에게 하루치 임금을 모두 지불하기로 했다.


“다음에 또 부를게요~”


“저 마른 친구 겉보기엔 비실거려 보였는데 참 일 잘하네”


외모로만 사람을 판단한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창고에 쌓인 재고를 바라보았다. 힘들었지만 마음이 뿌듯해졌다. 추수 마친 농부의 마음도 이러 했을까?


‘이것만 다 팔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샌드위치 가게 오픈이구나’


나는 말없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으하하하하하 세상아 오너라~~!”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가보자~”


'그나저나.. 저거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작가의말

매일 밤 10시 50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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