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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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3.09.19 10:02
최근연재일 :
2024.02.10 21:55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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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6,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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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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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5.

DUMMY

“대박!!! 고인서잖아!!!”


그녀가 나의 팔뚝을 세차게 내리쳤다.


"아~ 아파!"


담희가 넋을 놓고 쳐다봤다.


그녀는 사악한 마귀할멈 같아 보였지만, 나의 증오심과 별개로 여전히 아름다웠다.


“너도 쟤 알아?”

“이 아저씨 진짜 간첩 아니야? 요즘 고인서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이따가 사진 찍어 달라고 해야징~”

“아 아니.. 나도 알지.. 근데 쟤가 그렇게 유명해?”

“당연하지! 요즘 제일 잘나가는 연예인인데. 어머머 몸매 좀 봐 진짜 너무 예쁘다.”


그녀가 호들갑을 떨며 나를 툭- 쳤다.


“왜? 대표님도 반했어? 하긴 얼굴은 저렇게 청순한데 몸매는 육감적이니 반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여자가 봐도 저렇게 예쁜데. 인정! 내가 졌다!”

“지랄! 인정은 무슨!”


갑작스러운 욕설에 담희는 눈만 껌벅였다. 꽤 당황한 눈치였다.


“왜 그래? 갑자기? 대표님 요즘 감정 변화가 왜 이렇게 심해?"


우웩- 우웩-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나 잠깐 화장실 좀.”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마도 눈 앞에서라도 그녀를 치워버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변기를 붙잡아야 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리겠네.."


한참을 토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등을 두드려 주는 느낌이 났다.


'뭐지..'


“호호호 등~신! 맨날 센 척은 혼자 다하더니 첫사랑 보니까 가슴 설레나 봐~”


미릴리아는 새로운 한국스테이의 유니폼인 브라운 재킷에 쫙 달라 붙는 A 라인 치마를 입고 있었다.


“넌 또 왜 화장실까지 나타나서 사람 속을 긁어!”

“아으~ 더러워요~ 고객님. 치우기 힘드니까 안 흘리게 토하세요.”


나는 소매로 입가를 대충 훔쳤다.


“여기 남자화장실이야!”

“오호호 뭐 어때~ 그러지 말고 저년 죽여 달라고 스페로 스페라 다이어리에 쓰지 그래? 좀 써라~ 아잉 나 요즘 너무 심심하단 말이야~”

"자꾸 개소리 할래? 앞으로 두 번 밖에 못쓰는 건데 고작 이딴 일에 사용하라고? 그런 거 없어도 저년 정도는 내 손으로 무너트릴 수 있어."

"말은! 준철아 주제 파악 좀 해라. 너랑 고인서랑은 지금 하늘과 땅 차이에요. 막말로 수입으로 따지면 너는 저년 발톱 때보다도 못한 존재라니까?

“그래 니 말대로 다이어리 썼다 치자? 완전 마법처럼 뿅!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가능한 범위에서 일어나는 것 같은데. 네년이 내 몸 조종해서 살인이라도 저지르게 할지 누가 알아? 나 범죄자 되기 싫다!”

“아잉 자기~ 그런 흉한 소리 하지 말아요!”


나는 미릴리아를 다시 한번 노려봤다.


“빨리 안 꺼져!”

“힝! 나만 미워해!”

"생각 있음 언제든지 연락 주시구려~"


미릴리아가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씨발년 출세했네.. 누구는 개고생하면서 이러고 살고 있는데 인생 참~ 불공평하네.”


대충 정리하고 화장실을 나서는데..


쿵ㅡ 촤락~


어떤 남자와 부딪히고 말았다.


"으악!"

"아이씨 바빠죽겠는데! 커피는 또 어떻게 해 아으!!!"


그가 들고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딱 뒤집어 썼다.


'후~ 진짜 안 풀리네. 남에 개업식에서 커피나 뒤집어쓰고 오늘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이렇게 막 나오면 어떻게 합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남자는 나에게 되려 소리쳤다.


“아니 그쪽이 똑바로 보고ㅡ”

"매니저 오빠 거기서 뭐해"


그때, 반대편에서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나는 무심결에 음성이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헉! 고인서잖아! 아씨!! 왜 자꾸 만나는 거야!!!’


"어? 라? 혹.. 시?"


그녀는 나를 알아봤는지 내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다시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기요! 이거 바닥이 커피가 흥건해서 어떻게 하나?"


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지나가던 호텔 종업원을 붙잡았다.


"저 사람이 커피를 쏟았어요. 저것 좀 치워주세요."


나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피했다.


"저기요! 세탁비 드릴게요. 저기요! 잠깐만요!"


멀리서 그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가 나를 부르는 것 같았지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됐습니다!"


'지 같이 싸가지 없는 매니저도 데리고 다니네. 쳇! 두고 봐!'


집에 가는 길에 담희에게 고인서! 그년 대해 자세히 들었다. 몇 달 사이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셀럽이 된 듯 보였다.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고, 요투브 채널도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구독자가 있다고 했다.


'그러니 모델로 섭외되었겠지..'


그녀는 한국스테이에서 보내는 하루를 브이로그로 찍어 요투브에 업로드 했다. 우리가 심열을 기울인 인테리어 소품을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어딘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머! 이 나무 장식 좀 봐~ 너무 예쁘다."


‘예쁘다고 하니까 그래도 기분은 좋네. 쳇-’


"어머머 대표님! 나랑 고인서랑 통하나 봐. 내가 한 꼭지라고 생각하는 아이템만 고인서가 꼭 집어 예쁘다고 하네~ 에헤헤"

"미란PM이 미리 대본을 짜줬겠지. 너도 참 순진하다."

"피ㅡ 대표님은 트렌디함을 몰라! 우리 같은 셀럽들은 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니까!"


브이로그 영상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언니 예뻐요."

"한국스테이 대박! 개~고급스러워! 꼭 갈 거야!"


기존 한국 그룹이라는 명성에 내실을 다지고 고인서 같은 핫한 셀럽이 홍보를 하니 '한국스테이'라는 브랜드가 순식간에 새로운 호텔 장르로 자리 잡았다.


‘이게 마케팅의 힘인가?’


***


"대표님"

"대표님"

"대표님!"


나는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어?"

"요즘 무슨 일 있어요? 왜 이렇게 얼이 빠졌어?"


담희가 어느새 내 책상 바로 앞까지 와있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무슨 일이야?"

"메일 봤어? 미란PM님이 새로운 5개 지점 추가 오픈한다고 미팅하자고 하시는데?"

"어어.. 가야지."

"이 아저씨 요즘 왜 이럴까? 회사는 나날이 성장해가는데?"

"아니야. 너무 좋아."

"뭔데 그래?"

"아니야.. 정말로"


모니터에만 머리 처박은 채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다.


"아! 뭐냐고!"

"깜짝이야! 갑자기 왜 옆에 찰싹 붙고 그래! 넌 여자애가 무슨 스킨십이 이렇게 자연스럽냐!"


나는 괜한 역정을 내었다. 부끄러워서 그러는 게 아니야. 놀라서 그래 놀라서.


"킥킥 대표님 모태솔로야? 설랬쪄요? 이 까짓 게 무슨 스캔십이야. 그냥 옆에 앉은 거 가지고. 귀엽다 귀여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내 고민을 터 놓기로 했다.


"사실은.. 그날 한국스테이 런칭을 보고 내가 하는 사업은 사업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

"엥?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이렇게 쑥쑥 크고 있는데?"

"이건 그냥 심부름.. 아닌가?"

"에이~ 그건 아니지 엄연히 B2B 잖아. 그 것도 사업 모델 중 하나 맞잖아."

"그건 그런데... 그 일들은 우리 회사가 아닌 다른 누구도 할 수 있어..."


나는 한국그룹과 우리의 차이를 크게 실감했다. 물론 규모나 역량 면에서 비교 불가한 어나 더 레벨이었지만..


우리는 마치 카페에 비치된 냅킨과 같달까? 어디 제품인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알려줄 필요도 없는! 그냥 입을 닦기 위해서만 오로지 필요한 존재. 다른 누가 팔아도 아무도 불만 가질 사람이 없는 존재! 그게 우리다.


반면, '한국'이라는 두 글자만 붙었을 뿐인데 고객들은 한국스테이를 찾을 명분이 생겼다.


"내가 보기엔 그건 너무나 당연한 건데?"

"나도 알아! 당연하다는 거.. 근데 이렇게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마른 세수를 몇 번 했다. 주제 넘는 망상 수준인 것 잘 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안주하게 되겠지. 복수 따위는 다 잊어버리고. 아닌가? 그게 나에게는 더 나은 인생인가?


"얼마나 성공을 원하는데? 그냥 동네에서 돈 좀 버는 형님 정도는 충분할 것 같은데?"

"얼마라니.. 글쎄? 그것까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


그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사실 지금까지 정확한 타깃이랄 게 없었다. 그녀가 평범하다면 나는 조금만 뛰어나도 될 것이고, 그녀가 지금처럼 높이 올라가면 나는 훨씬 더 높이 날아야 한다.


“음.. 적어도 고인서 코 정도는 납작하게 만들고 싶은 수준?"

"푸하하하하! 대표님 진짜 꿈이 컸구나?"

"우씨! 나 진지해."

"아 미안 미안. 아무튼 그런 꿈이라면 지금 같은 사업 모델로는 힘들 듯? 이미 고인서는 대표님보다 한 10배는 더 벌지 않으려나? 광고료만 해도 1억은 훌쩍 넘는 거 같던데."


'그 기집애도 몸뚱이 하나, 나도 마찬가진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거지.. 젠장. 아닌가? 그년 얼굴이 존나게 이쁘니까.. 같은 몸뚱이는 아닌가? 에이씨 더러운 세상!'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선 뭐 하나라도 대표님 이름으로 대박을 터트려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백종운 아저씨처럼 말이야. 동네 밥 집이라도. 뭔말알?"

"고마워. 그래도 털어놓고 나니 속은 시원하네."

"에이 뭘~ 우리 식구 아니유"

"크크크 그래 맞다 식구. 미팅 같이 갈 거지?"


***


한국스테이 미팅룸


오픈하기 전에는 한국호텔에서 주로 미팅을 했지만 이제는 자리를 옮겼다.


“PM님 이번에는 미팅룸까지는 신경 못 쓰셨나 봐요?"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저번에 강조하시던 포인트들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있어서요.”

“그러니까요! 사람들이 일을 씁- 하하하.”


1호점이 성공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꽤 부드러웠다.


“축하드립니다. PM님! 좋은 소식 들리던데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에요?”

“승진 하신다고 들었는데. 헤헤.ㅋ ”

“에이 아직 10월이에요. 전 아직 그리고 승진할 짬밥도 아니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미란PM도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부자 대표가 취임 후 직접 진두지휘하는 최초의 사업을 완벽한 성공으로 마무리 했으니 말이다. 이부자 대표의 입지를 공고하게 해준 일등공신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번에 강남, 마포, 부산, 제주, 여수 이렇게 5개점을 추가로 오픈 예정이거든요. 제품 공급에 차질 없도록 준비해 주세요.”

“넵! 충성! 오픈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내년 3월 타깃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그나저나 한국그룹은 참 대단해요. 부럽습니다.”

“뭐가요?”

“사람들이 한국이란 이름만 듣고도 신뢰를 하니까요. JS란 이름만으로도 신뢰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저 있잖아요. 아마 우리 대표님도?”

“정말요? 빈말이라도 너무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진짜예요. 적어도 우리팀에게 만큼은 JS상사가 최고의 능력자예요. 뽀뽀라도 해주고 싶다니까요!”

“으~ 차장님 제발 그건 아니에요. 하하하”

“너무 갔나? 헤헤”


***


태블릿에 익명의 조사관이 보내준 보고서가 떠있었다.


“이 오빠 그래도 능력은 있네? 재밌어”


내 기억이 맞다면, 그날 본 사람이 김준철이 맞다.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 얼굴을.


“역시 옛날부터 재미있는 오빠야~ 살짝 부르기만 해도 부르르 떤 다니까? 오호호 재밌어.”

“그나저나 어떻게 재기를 다 했데? 내가 바닥 끝까지 추락 시켰는데. 능력 좋다~”


그녀는 준철에 요즘 사진들을 넘겨보았다.


“훈훈하긴 하네. 더 성공하세요~ 그래야 나도 다시 만나고 그러지!”

“가만! 내가 성공할 수 있도록 조금 도와줄까?”

“다시 만나면 진짜 재미있겠다. 또 벌벌 떨겠지. 오호호호”


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로 레드와인 한 모금을 마셨다. 그녀의 목덜미를 타고 흰 침대 시트가 검붉게 물들었다.


“아이런 띠발! 다 흘렀네. 어제 빤 건데.”


작가의말

매일 밤 10시 공개!

재미있게 보셨다면 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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