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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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3.09.19 10:02
최근연재일 :
2024.02.10 21: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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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6,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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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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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DUMMY

새벽 6시


캐롯페어 오픈까지 아직 1시간 반이나 남았지만, 우리는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빨리 먹고 서두릅시다.”


새벽부터 호텔 레스토랑에서 최대한 배부르도록 밀어 넣었다.


“사장님 오픈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모였나요.”

“가보면 알아! 많이 들 먹어 둬요. 아마 점심을 따로 먹기 힘들 수도 있을 수도 있어요. 크크크.”


그는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오사장이 미리 준비한 차편을 이용해서 전시장으로 향했다.


“뜨악!!!”

“와~”

“헉!”


초짜인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설마 이게 다 전시장이라고?


압도적인 규모. 바퀴벌레를 연상케 할 수많은 인파들. 역시 대륙의 전시회 다웠다. 대략 코엑스몰 3개는 합친 규모의 크기!!!


“사.. 사 사장님..”

“응 맞아. 나도 처음 왔을 때는 진짜 깜짝 놀랐어."

"백인, 흑인, 황인, 진짜 전 세계 인구 다 모은 거 같더라니까~"

"들어 가려면 출입 등록 해야 하니 저기 줄 서자고.”


‘이 정도면 기연씨 찾는 것도 쉽지는 않겠는데.’


ㅡ 알바생 어디쯤 와있어요? 저 일행들이랑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오시면 연락 줘요.


입장만 2시간은 걸렸다.


“후~ 입장하는데 힘 다 쓰겠네.”

“오늘은 3기 첫날이라 그런 거고, 내일부터는 출입 등록은 따로 안 해도 되니 금방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자 구호 한번 외치고 갑시다.”

“대박! 대박! 화이팅!”


전장에 나가는 병사들처럼 전의를 다졌다.


“기연씨 반가워요. JS상사 김준철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온 명함 뭉치를 그녀에게 주었다.


[JS상사 글로벌소싱팀 김기연 대리]


특별히 영문으로 제작했다.


“지금부터 기연씨는 우리 회사 대리이고 저는 매니저라고 불러주세요.”


아무래도 내 나이가 어리다 보니 대표라고 하면 작은 회사로 생각할 것 같아 내린 조치였다.


“자~ 가볼까요?”


전시회장은 큰 실내 경기장 같이 뻥 뚫린 공간에 1평 정도의 여러 개의 정사각형 부스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메인 통로에는 부스 여러 개를 합친 규모의 대형 부스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뒤편에는 작은 부스들로 가득 찼다.


아마도 돈 좀 있는 대기업은 메인 부스를 차지하는 것 같았다. 상가 부동산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나는 이불, 베게 등 제조사가 모여있는 침구류 섹션으로 이동했다.


“아 참! 기본적으로 영어로 업체한테 소통해 주시고 안 통하는 곳만 중국어로 부탁드려요.”

“중국어가 아니고요?”

“네. 어차피 수입하게 되면 영어로 소통해야 할 거예요."

"괜히 중국어 할 줄 아는 직원이 있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골치 아파질 것 같아요.”

“아하!”


기현은 손바닥을 쳤다.


한 손에 담희가 챙겨준 액션 캠, 다른 손에는 다이어리, 등 뒤에는 백팩을 둘러메고 길을 나섰다.


‘전군 진격하라!’


“저기부터 가볼까요?”


‘뭐가~ 저렇게 화려해.’


메인 부스에 사용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손님들이 들어가고 싶도록 간판부터 자체 제작한 장식들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니하오!”


나는 가볍게 목례한 후 어떤 제품이 있는지 둘러보았다


‘음.. 한국에 파는 제품이 여기서 가져 온 거구나..’


“헬로우~”


몇 번을 불렀지만 매니저는 다른 바이어들을 상대하느라 바쁜 듯 보였다.


“다음 집으로 가봅시다.”


‘이 집은 품질이 별로 구나.’

‘이거 이쁘다. 이 제품 아키에서 나온 거랑 너무 비슷한데?’


나는 쿠션 하나를 집어 들었다.


세련된 여자 매니저가 다가왔다.


“헬로우?”

“니하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습니다.”

“오우! 우리는 한국에 거래처가 있어요."

"아키! 굉장히 유명하다고 들었어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죠.”

“그럼 이 제품! 아키에 납품된 건가요?"

“하하 맞아요. 우리가 디자인했고 우리가 만들었어요. 아키는 이 모델에 컬러만 살짝 바꿔서 가져갔어요. 잘 팔린다고 하더군요.”

“이거 얼마나 해요?”

“10달러!”


‘이 놈들 마진 많이 먹는구나. 한국에서 5만 원은 족히 넘는데’


“한국으로 그 제품은 팔 수 없어요. 아키와 이미 계약했거든요.”

“다른 제품들도?”

“대부분 아키에서 우리 제품을 가져가요. 동일한 디자인은 어려워요.”

“그럼 당신과 우리는 거래할 수 없는 건가요?”

“하하하. 아니요. 가을에 신제품이 출시되는데, 먼저 선점하면 그건 판매 할게요.”


그녀가 명함을 주었다.


[Shijiazhuang Home Textiles Co., Ltd. / Manger Stella Wang]


“신제품 카탈로그 나오면 당신에게 보내줄게요.”

“좋습니다.”

“선점하려면 몇 개나 사야 하나요?”

“보통 초도 물량으로 2,000개 정도 주문해요. 20피트 컨테이너 하나 정도 될 거예요."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확실히 브랜드가 있으니 마진을 많이 가져가네.’

'아키의 거래처니 품질은 믿을 만 하겠지."

‘당장 거래할 공장은 아니지만.. 킵!'


“헬로우! 영어 할 줄 아세요?”

“예스! 어떤 제품에 관심이 있어요?”

“우리는 호텔에 들어갈 침구류를 찾고 있습니다. 이 제품 흰색 호텔 침구류처럼 만들 수 있습니까?”


“얼마나 필요한데요?”

“글쎄요? 아직 정확하진 않습니다. 보통 MOQ가 몇 개입니까?”

“원단 한 롤 단위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대략 이불로 따지면 700개쯤 되겠네요.”

“그래요? 가격은 얼마예요?"

“FOB*로 15달러에요.”

“항구는 어디 사용해요?”

“보통은 위해 항이요.”


(*FOB_Free On Board: 수출자가 수출 항구까지 운송해 주는 조건을 말한다. '어디서 물건을 넘겨 받는 가' 에 따라 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택배비 포함이냐 직접 가지러 가느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나는 한국에 돌아가서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다이어리에 제품 특징을 대충 그리고 가격을 받아 적었다. 그리고 명함을 받아 스테이플러로 박아 넣었다.


‘생각보단 그렇게 싸지 않은데? MOQ도 좀 많고”

'한국 들어오면 음.. 원가가 2만 5천 원쯤은 되겠는 걸?’


가격은 원하는 수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으니 마음이 놓였다.


그간 말도 안 되는 품질에 얼마나 고통을 받았던 가.. 빤도름 한 사진에 속아 구매한 수 많은 샘플들. 적어도 몇백은 날렸을 것이다. ㅠㅠ


‘역시 사업은 발로 뛰어야 해!’


나는 나머지 부스들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격파하기 시작했다.


“오케이 다음!”


2시간 후.


“헥헥. 기현씨 통역 진짜 잘 하네요.”

“생긴 건 애기처럼 생겼는데 어쩜~ 그렇게 잘해요."


그녀는 정말로 통역을 잘했는데, 내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애매하게 말해도 분명하게 바꿔주었고. 심지어 협상에 꼭 필요한 톤까지 적절하게 섞어주었다. 어쩔 땐 흥분했다가 어쩔 땐 차분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매니저님!”


우리는 잠시 숨을 돌릴 겸 전시장 내 푸드코트에 왔다. 아직 점심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그 곳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일찍 먹을까요? 배 아직 안 고프죠?”

“배는 안 고픈데 먼저 먹는 게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아요. 으~ 점심시간 생각하면 끔찍해요.”


기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는 적당히 사람들이 줄을 선 가게 하나를 골랐다.


‘이게 중국식 도시락인가?’


한국 도시락과 비슷하면서 다른 듯 했다. 흰 쌀밥에 모닝글로리 같은 채소 반찬 하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볶은 고기들.


“윽, 이게 무슨 맛이야.”

“하하하. 대표님 입에 안 맞으시죠? 저도 처음엔 그랬는데 먹다 보니 먹을 만 하더라 구요.”


다 먹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배도 고프지 않았고 특히 특유의 향신료가 거슬렸다.


‘이래서 오사장님이 조식 든든히 먹으라고 한 거구나..’


오후 일정도 오전과 다르지 않게 부스 하나하나를 샅샅이 뒤졌다. 마치 땅속에서 금광을 찾는 것처럼 보석이 어딘가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중국 사람들 생각보다 너무 친절한데? 다 맞춰준다고 하고. 뭐야? 너무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다른데?"

"매니저님 저 사람들 너무 믿지 마세요."

"네? 저렇게 친절한데요?"

"저 사람들은 원래 거래가 성사되기 전에는 간이고 쓸개고 빼줄 것처럼 굴어요."

"그리고 굉장히 이기적이죠. 언제든지 말을 바꾸기도 하고 자기가 했던 말도 아니라고 우겨요.”

“그래서 중국에서는 중요한 일은 문서로 꼭! 남겨 둬요. 증거가 있으면 잡아 떼기 어려우니까요."


나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저렇게 친절한 사람들이? 에이 설마.


"우리 잠시 쉴까요?"


나는 카페를 하나 찾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업체에서 받은 카탈로그와 샘플을 정리했다.


‘힘들다. 생각보다 중노동이네..’


커피 한 모금을 입에 가져다 대는데 내 시야에 백인 남성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60대 중후반 어디쯤 되어 보였는데 허리가 불편한지 계속해서 주먹으로 두드리며 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만석이었다.


그때, 그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하이. 옆 좌석 비어 있으면 잠시 앉을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앉으세요.”


나는 옆 좌석에 올려둔 가방 꾸러미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는 멍하니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잠시 후 그의 팔꿈치가 나를 살짝 쳤다. 그는 온몸 구석구석이 힘든지 손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쏘리! 쏘리!”

“Sir!”


나는 그에게 가방에 미리 챙겨두었던 파스 한 장을 건넸다.


“디스 이즈 코리안 음··· 파스."

"붙이면 근육통에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는 파스를 앞뒤로 대충 훑어 보더니 허리에 붙이려고 했다. 그러나 미숙한 손놀림 탓에 제대로 붙지 않았다.


“제가 붙여 드려도 될까요? 하하”

“플리즈.”


나는 그의 상의를 살짝 걷어 어디가 아픈지 촉진했다. 기왕 도와주는 김에 확실하게 도와주는 게 좋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오우~ 나이스. 베리 쿨~ 땡큐”


표정을 봤을 때는 ‘이제야 살겠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거 약국에 가면 살 수 있어요?”


내가 기현을 힐끔 쳐다보자 그녀가 바로 나섰다.


“네. 약국에 가셔서 ‘티고약’ 이라고 하시면 비슷한 것 살 수 있습니다."

"붙여 드린 것은 한국에서 가져온 제품입니다.”

“땡큐 땡큐~ 베리 나이스.”


그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땡큐. 마이 네임 이즈 제임스 헤인즈.”

“저는 준철 킴이에요. 한국에서 왔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그가 나의 손에 들려있던 카탈로그 꾸러미를 슬쩍 보더니 말을 걸었다.


“침구류 관련된 일을 하나 보죠?”

“네 호텔에 주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도움을 줬으니 나도 작은 선물 하나 드리죠."

"노인의 지혜랄까? 하하”


그는 손가락으로 이면 통로에 있는 진짜 하찮아 보이는 부스들을 가리켰다.


“진짜 보석은 앞이 아니라 뒤에 있어요."

"뒷골목! 작은 부스 말이에요.”

“네? 저 뒤쪽이요?”


나는 검지 손가락으로 그가 가리킨 방향을 다시 가리켰다.


“예스 미스터 킴! Right!”


그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군요. 굿 럭!”

"행운을 빕니다!"


그가 홀연히 떠났다. 그러나 그는 완벽하게 떠나지 못했다.


“저 할아버지 많이 피곤하신가 본 데? 다이어리는 두고 가셨네~”

"이봐요~"

“미스터 헤인즈!”


나는 그를 쫓았지만 그는 수많은 이미 인파 속으로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나는 들고 있던 다이어리 커버를 한 장 넘겼다.

그러자 다이어리 커버에 끼어있던 명함 한 장이 바닥에 툭-하고 떨어졌다.

나는 허리를 숙여 그 명함을 집어 들었다.


"에이~ 아닐 거야?"

"무슨 말도 안돼.."


[Tempeace & Jelly International....]


작가의말

매일 밤 10시 공개!

재미있게 보셨다면 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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