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자 재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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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3.09.19 10:02
최근연재일 :
2024.02.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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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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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

DUMMY

사진을 보다가 한쪽을 찢었어

지금 우리처럼 한쪽을 찢었어 ♩♪♫


2003년 유행곡 바이브의 ‘사진을 보다가’


요즘은 나는 SNS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진을 올리던지, 그것만 보고 있어도 시간이 훌쩍갔다.


‘우리나라에 감각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그나저나 이제는 겨울용품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소파에 누워있는 돼지를 쳐다봤다.


“너 사진 좀 찍을 줄 알아?”

“제가요?”


돼지를 머리끝 부터 발끝까지 훑어 보았다.


“형님 방금 그 시선 기분 나쁩니다.”

“미안 미안."

"점심 먹고 상품 사진이나 찍고 올게."

"신제품에 쓸 사진 말이야."

“겨울상품이요?”

“응. 상세페이지 만들려면 필요하잖아.”

“사진 찍을 줄 아십니까?”


어젯밤.


“이렇게 하는 거란 말이지”

“수평과 수직을 맞추고 휴대폰으로. 좋아 좋아”


요즘 인터넷에는 없는게 없다. 자신이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고 마음 먹으면, 최고의 강의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는 요투브에서 온라인 쇼핑몰 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진 촬영을 잘 하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제대로 촬영하려면 스튜디오를 빌려야 하나?”

“시간 당 2만원? 생각보다 비싸진 않네?”


그동안에 판매했던 상품들은 기성품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특별히 상세페이지를 제작할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 제조사에서 제공해준 것을 그대로 이용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없었던, 우리만의 ‘신! 제! 품!’


이 말인 즉,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직접 모든 것을 만들어 가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점점 재미있어지는군!’


“일단 찍어보면 답이 나오겠지! 아자! 아자!”


그래서 나는 무작정 가장 쉬워 보이는 방한 장갑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 미친놈처럼 보겠네.'


11월 초. 아직 한기가 느껴지지는 않는 날씨에 롱패딩을 입고, 방한장갑을 끼었다. 그리고 한껏 포즈를 잡아보았다.


5, 4, 3, 2, 1

찰칵!


나는 딱히 조수를 구하기도 뭐해서 혼자 삼각대에 휴대폰을 올려두고 길바닥에서 포즈를 잡았다.


'쫌 쪽팔린다.'


행인들이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지나갔다.


‘준철아 버텨!'

'너는 프로야!'

'돈 벌어야지’


찰칵! 찰칵!


“아~ 왜 이렇게 아저씨가 찍은 티가 날까?”


사진의 구도도 엉망이었고, 군데 군데 행복모텔과 같은 간판들도 찍혀 나왔다. 그러나 가장 문제는 SNS에서 보았던 감각적인 센스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사진으로 상세페이지를 만들었다가는, 나 조차도 절대 안 사겠는 걸!’

‘다시 한번 해보자!’


찰칵- 찰칵-


“아저씨! 혼자 뭐해?”

"아씨! 깜짝이야!!"


그때 나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아름다운 그녀, 그녀의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혹시? 모델이세요?”

“엇! 잘됐다. 담희야 너 바빠?"

"이것 좀 봐줘~, 어때?”


나는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설마? 아니지? 에이 안돼 안돼!”


내가 봐도 아니다. 그녀는 손바닥을 휘휘저었다.


“너 아르바이트 안 할래?”


그녀가 누구인가 팔로워 5만명!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인플루언서가 아닌가! 거기에 프리랜서 디자이너 출신에 나름 미적 감각이 있는 여자다.


“어? 무슨 알바?”

“사진 좀 찍어줘~ 부탁이야~”


나는 두 손을 최대한 공손하게 모으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얼마 줄 건데요?”

“어? 20장!”

“20받고 맛집에 소원권까지!”

“콜!!”


“내일 차 가지고 아침 9시까지 편의점 앞에서 봐요~"

"그때처럼 트럭 타고 오면 안돼!"

"나 그건 창피해서 두 번은 못 타~”

“하하 알았다 알았어."

"내일 봐~”


다음날.


나는 급한 대로 준중형 세단을 렌트카 회사에서 빌렸다. 겨울용 외투와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장식품들도 잔뜩 실었다.


빌딩과 인근 모텔들을 돌았더니 쓸만한 장식품이 꽤 있어서 다행이었다. 없었으면 꼼짝 없이 사야만 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올~ 아저씨 준비 잘했는데.”

“자~ 한잔 마셔.”


나는 그녀에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건넸다.


“아 고마워.”

“출발~!”

“으~ 아저씨 같아. 크크”

“아저씨 맞아 하하.”


“일단은 네비에 굿샷스튜디오 찍어봐!”

“오?”


그녀가 내 볼을 꼬집으며 웃었다.


“누나가 다 예약해뒀어! 꼬맹아~”

“오!!!!”


실내 스튜디오.


“조명은 이렇게 치고. 좋아 좋아”


찰칵! 찰칵! 찰칵!


“몇 시간 예약했어?”

“3시간?”

“그렇게 많이?”

“그것도 짧아요. 잔말 말고 이거나 와서 잡아!"

"시간 없어!”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보조 했다. 그녀의 몸놀림은 프로가 따로 없어 보였다.


확실히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이라 그런지 전문가가 찍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어이 김씨 빨리빨리 움직여”

“헉-헉- 사진 찍는거 왜 이렇게 힘들어.."

"왜 이렇게 많이 찍는 거야.."

“인플루언서는 꽁으로 되는 줄 알았지?"

"아저씨 움직여~”

"..."


***


"빨리 먹어요!"

"오늘 안에 다 끝내려면 시간이 없어!!"


우리는 전장에 나온 군인처럼 밥을 입에 욱여넣었다.


"담희야 밥은 천천히 좀 먹자."

"왜 이렇게 서둘러?"

"뭘 모르시네~ 벌써 12시 반이라고요!"

"그럼 시간 많은 거 아니야?"

"으휴~ 이 답답이."


그녀는 마치 군사령관과 같은 포스를 내뿜었다.


"오후에는 야외 촬영인데 햇빛이 좋을 때 찍어야지."

"한 4시만 되어도 해 지기 시작한단 말이야!"

"자!자! 다 먹었으면 다음 장소로 이동"


아무래도 직접 사용할 때 어떤 느낌인지 보여주는 사진이야 말로,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진일 터...


"여기로 가요!"


담희는 새로 생긴 대형 카페를 검색하여 보여주었다.


"카페는 왜? 커피 땡겨?"


그녀는 가슴을 치며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자연스러운 사진 찍기엔 카페 만한 곳도 없어요."

"어이 김씨? 말 많아? 일단 출발~!"

“네! 작가님 충성!”


"와~ 무슨 카페가 이렇게 커~"


적어도 500평은 넘어 보였다.


"이런 대형 카페는 인테리어도 예쁘게 되어 있고, 이색적인 공간들도 많아서 사진 찍을 때 최고의 장소예요."

"뭘 특별하게 안해도 분위기가 주는 바이브가 있다니까?”


카페 플라워 & 포레스트.


식물원 컨셉으로 꾸며진 공간에 북유럽풍 가구들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각 층, 각 섹션 마다 별도의 테마가 있었다.


"아메리카노 한잔, 따뜻한 카페라떼, 초콜렛무스, 애플망고파운드케익, 블루베리마카롱 이렇게 주세요."

"3만 8천원입니다."


담희가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저씨 돈 내요."


담희는 눈을 반달로 만들며 점원에게 상냥하게 물었다.


"여기서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저희만 찍을 건데?"

"네. 괜찮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피해만 안 가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뭘 이렇게 많이 시켜 밥 잘 먹고 와서."

"씁- 조용!"


아까의 상냥함은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듯 보였다.


"아저씨. 너무 돈 아까워하지마."

"남에 장사하는데 와서 사진 찍으려면 이 정도는 시켜야 예의지."

"그래도 더럽게 비싸잖아.."

"빵 쪼가리 몇 개에 돈 4만원이라니."

"생각을 바꿔봐."

"이렇게 큰 스튜디오 전체를 4만원에 빌렸다고 말이야!"

"그래도 비싸?”


오전에 촬영한 스튜디오는 훨씬 작은데도 시간 당 2만원은 받았으니,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조명과 같은 전문 장비는 없었지만, 이곳에 분위기가 훨씬 이색적이고 아름다웠다.


"자~ 커피 나오기 전에 흩어져서 후딱 찍읍시다."

"아까 알려준 거 수평 수직 맞추고, 역광 피하는 것 잊지 말고! 오케이?"


우리는 카페 곳곳을 배경 삼아 실사용 샷들을 찍기 시작했다. 워낙 잘 꾸며져서 그런지 내가 찍어도 꽤 괜찮아 보이는 사진들이 나왔다.


담희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먹고 합시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커피가 준비된 것도 잊고 있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추가로 어떤 샷을 찍었으면 좋겠는지 논의했다.


"그래도 평일 낮에는 사람이 없네."

"덕분에 사진 찍기는 좋다. 그치?"

"맞아요. 주말에는 이런 카페에서는 찍기 어려워."

"사람들이 워낙 많아지니까."

"그것까지 다 생각한 거야?"

"이래 봬도 5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랍니다. 오호호"


담희는 턱을 한껏 들며 웃었다.


"빵 맛있네~"

"아저씨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음- 난 삼겹살? 고기가 좋아"

“넌?”

"저는 세상에서 빵이 제일 좋아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맛있는 빵은 꼭 먹어보고 싶어요!"

"이 집 빵은?"

"낫베드"

"ㅋㅋ 뭐야 아까는 맛있다며~"

"그리고 너 혼자 빵 거의 다 먹었어."


담희가 나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쳤다.


"식사가 부실했어! 식사가! 헤헤"


담희가 말했다.


"흠.. 부족한데.."

"어떤게?"

"제품에서 강조하고 싶은 요소를 담은 메인 컷이 없는 것 같아!"

“대강 정리해둔 건 있는데?”


나는 수첩을 꺼내 소싱 하면서 적어둔 제품의 특장점들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어떤 요소를 메인으로 할지 정해뒀어요?”

“음.. 아니.. 하하”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시간이 없으니 제품 당 한가지 특징만 강조해서 메인으로 찍읍시다."

"이건 내가 정해줄 수 없는 문제니, 아저씨가 결정해서 알려줘!"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우리 상품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지 말이야!"


그녀는 내가 생각할 수 있도록 잠시 멀지 감치 떨어져 기다려 주었다.


1. 방한장갑 - 야외에서 따뜻하게 장갑을 끼고 있는 남자

2. 담요 - 카페에서 담요를 덮고 커피 마시며 쉬는 여자

3. 크리스마스 트리 - 현관 비치된 작은 트리를 보고 너무 예쁘다며 놀라는 여자

4. 크리스마스장식 - 크리스마스 장식을 뒷배경으로 신나게 노는 남녀


'이 정도면 되었으려나?'


나는 담희에게 스토리들을 보여주고 그대로 연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담희는 배테랑 답게 단 한줄에 불과한 스토리를 생동감이 느껴지도록 찍어주었다.


“하루 종일 정말 고생했어”

"고마워. 저녁 먹고 가 맛있는 거 사줄게!"

"아니야 아저씨 다음에 다음에"


그녀는 자동차 시트와 한 몸이 된 것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여기 오늘 일당!"


나는 예쁜 봉투에 20만원을 담았다.


"오늘 해준 거에 비하면 사실 더 줘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챙겨온 건 이것밖에 없네."

"조만간 근사하게 대접할게."

"넌 정말 최고야!"


나는 사진 촬영이 이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건지 미처 몰랐다. 그냥 사진 몇 장 툭툭 찍어서 올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 짓을 매일 해서 SNS올리다니.'

'난 시켜줘도 못해'


새삼 그녀가 대단해 보였다.


"알면 됐슈. 조 앞에 세워줘. 나 가요~"


***


"다녀오셨어요? 늦으셨네요?"


벌써 밤 10시가 넘었다.


"컵라면 있지?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넵!"


돼지가 컵라면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오늘 찍었던 사진들을 컴퓨터로 옮겼다.


"예술이야~ 예술!"


누가봐도 '멋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진들. 기품 있고 고급스러웠다.


"이래서 전문가 쓰는 거구나."


같은 휴대폰으로 찍은 건데도 진짜 고퀄처럼 보였다. 돼지가 라면을 가지고 옆에 와서 앉았다.


"우와~ 형님. 퓰리처상 곧 받으시겠습니다. 대박"


돼지도 사진들이 마음에 드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두 담희가 연출해 준 거야"

"와~ 담희 누나 진짜 재주 있으시네."

"역시 5만 인플루언서는 달라~"

"그나저나 알바비 20밖에 안줬는데? 더 줘야겠지?"


돼지가 깜짝 놀랐다.


"정말요?"

"혹시 담희누나가 형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제가 안그래도 사진때문에 프리랜서 작가들한테 가격 문의했는데, 10장 찍어주는데 10만원씩 받던데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정도면.. 못해도 150만원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 게나 비싸?"

“에이~ 아니야~”

"뭘 쑥스러워 하고 그러세요~"


돼지가 내 옆구리를 찌르며 웃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매일 밤 10시 50분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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