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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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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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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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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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210. 등교(登校)- 무당의 딸 (1)

DUMMY

<외전3. 등교>


귀신들이 사람들에게 목격되는 장소는 실로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괴담 내지 전설은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괴담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조각상이 밤 늦은 새벽 시간에 벌떡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넘기며 읽는다던가, 허리 춤에 커다란 칼을 찬 이순신 조각상과 유관순 동상이 밤마다 싸움을 한다느니 하는 유치한 것들도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현실공포에 가까운 괴담도 있었으니, 전교 1등을 시기 질투한 전교 2등이 학생을 옥상에서 떨어뜨려 죽고 나자 전교1등은 그만 거꾸로 몸을 한 채, 머리로 바닥을 찧는 ‘콩콩콩 귀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이렇듯 학교를 둘러싼 괴담은 그 종류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초등학생 무렵의 나이야 말로 그런 이야기에 혹할만큼 어리고 감수성이 예민한 때이지만 고등학생만 되어도 그 괴담의 수위는 한층 더 높아진다.


특히나 고등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금기시 되는 행위 중 하나가 교실에 빈 책상을 두지 말라는 것이 있다.


연차가 오래된 교사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주의사항 내지 금기인데 아주 옛날에는 교실에 책상을 꽉 채워두는 것이 규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 수보다 많은 책상들은 창고에 빼두기 시작한다.


그것은 학생들이 없는 늦은 밤 당직교사들이 순찰을 돌 때면, 학생들이 앉지 않던 빈 책상에 귀신들이 앉아 있곤 했다는 목격담이 들려오면서부터였다.


자고로 빈 책상은 영가 귀신들에게 이 곳에 있으라며 자리를 마련해주는 행위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학교는 그만큼 귀신들이 많다.




***




오늘은 왜인지 모르게 그런 날이었다.


한없이 기분이 축 가라앉는 그런 기분 말이다.


마치 뻘밭에 빠져 나오려고 허우적 거릴수록 진흙 속 안에 깊숙이 빠져드는 그런 기분이 드는 날.


선아는 오늘도 잠결에 자신의 코끝에서 맡아지는 지독한 향 냄새에 힘껏 인상을 쓰며 잠에서 깼다.


일반적인 가정집이라면 보통 아침마다 아이들이 잠결에 맡는 냄새는 뻔하디 뻔했다.


보글보글 된장찌개 혹은 김치찌개를 끓이는 듯한 냄새나 식용유에 햄이나 계란을 부치는 냄새에 눈을 뜨는 것이 평범한 가정집에서의 자녀들의 아침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선아는 태어나면서부터 익숙하게 맡아온 향 냄새에 몸을 부르르 떨며 깊은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선아는 오늘도 굳게 닫아 놓은 자신의 방문 너머로 들리는 옅은 방울 흔드는 소리와 향 냄새에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발로 걷어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거칠게 머리를 머리끈으로 대충 묶고는 선아는 서둘러 씻을 준비를 하기 위해 화장실로 나섰다.


순간 선아는 방문 앞에 몸이 흠칫 굳은 채로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분명 자신의 방문 앞에는 낡은 접이식 양은 테이블에 반찬과 함께 아침 밥상이 차려져 있을 것이 뻔했다.


- 진짜 싫어! 진짜 꼴도 보기 싫어!


순간 자신의 방문 밖의 상황을 보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선아는 자신의 등 줄기에 돋아나는 소름에 진저리를 치며 잽싸게 방문 밖을 나가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선아에게 있어 등교 시간은 조용하고 고요한 적막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선아에게는 아침밥을 먹고 학교를 가라는 그 흔한 엄마들의 잔소리 하나 없었다.


그저 신당(神堂) 안에서 자신이 모시는 신에게 아침 인사를 올리며 기도를 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기 싫었던 선아였다.


선아는 무당의 딸이라는 사실이 때로는 이마에 각인된 노비 문신 같이 느껴졌다. 자신이 죽거나 엄마가 죽기 전까지 평생을 자신을 쫓아다닐 ‘무당의 딸’이라는 타이틀은 자신의 목을 옥죄는 쇠사슬 같았다.


선아는 자신의 몸에서 맡아질 것이 분명한 향 냄새를 가리기 위해 학교 책가방 안에 넣어둔 페브리즈를 꺼내어 몇 번이고 반복해서 교복과 가방에 칙칙 뿌려댔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라는 그 흔한 말 한마디 없이 선아는 서둘러 문 밖으로 나섰다.


엄마와 말을 섞은 지가 벌써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처음엔 자신을 향해 말을 걸어오는 엄마였지만, 차갑게 노려보며 무시하는 선아 자신 때문인지 엄마는 어느 샌가 자신에게도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가방을 왼쪽 어깨에 삐딱하게 맨 채, 선아는 털래털래 집 마당을 가로 질러 대문을 나서고 있었다.


“어이! 소녀여!”


순간 자신을 향해 두 손을 뻗어 대며 깜짝 놀래 키려는 주은이가 보였다.


주은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선아와 붙어 다니는 제일 친한 단짝 친구였다. 사실 선아에게 있어 친구라고 해봐야 주은이 단 한명 뿐이었다.


“야! 내가 그 정도로 놀랄 거 같냐? 다음 번엔 좀 참신하게 놀래켜 봐! 식상하다!”


키득거리면서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주은이의 볼을 톡톡 두드리며 선아가 말했다.


선아가 하나도 놀란 기색이 없자 실망한 듯 한 주은이가 잽싸게 선아의 옆구리 사이에 손을 넣고 둘은 그렇게 사이좋게 팔짱을 낀 채,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선아의 집은 수원 팔달구에 있는 신풍동의 낡은 주택가 한 가운데 있었다.


사실 평범하고 일반적인 주택가라고 볼 수가 없는 것이 근방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무당들이 지내는 점집이었기 때문이다.


선아의 하나 뿐인 단짝 친구 주은이는 선아가 무당의 딸인 것은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신풍동 무당거리를 오갔다.


주은이의 집은 신풍동 무당거리에서 십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작은 나홀로 한 동짜리 아파트였다.


그 곳에서 이 곳까지 십분 가량을 걷고, 또 다시 선아 자신의 집에서부터 자신들이 다니는 연복여중까지 십여 분을 걸어야만 했다.


아침 등교시간으로 걷는 데만 거의 이십여 분을 소비하는 주은이를 향해 선아가 그만 오라고 했지만 아침 산책 겸 운동 삼아 오는 것이니 괜찮다고 환하게 웃는 주은이를 볼 때마다 선아는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그렇게 언제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학교 등교 시간에 맞춰 자신을 데리러 오는 주은이가 선아는 못내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야! 나 배고파, 우리 문방구 떡볶이 사먹고 가자!”


주은이가 선아의 팔을 흔들며 말해왔다.


분명 주은이의 어머니는 아침 상다리가 부러지게 주은이를 위한 아침 밥상을 차려주었을 것이 분명했다.


선아 자신과 같이 주은이는 외동딸로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였다.


더군다나 무뚝뚝하고 차가운 선아 자신과 달리 주은이는 어려서부터 웃음도 많고, 사람들에게 다정했으며 애교도 많았기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예쁨을 받았다.


특히나 주은이는 주은이 부모님에게 얼마나 싹싹한지 부모님 두 사람 모두 주은이라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내 새끼라고 생각하며 아끼고 아꼈다.


선아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 주은이는 금쪽 같은 내 새끼겠지만... 나는 엄마한테 금수 같은 개새끼겠지...?


선아는 애써 엄마의 슬픈 얼굴을 떠올리지 않기 위해 재빨리 얼굴을 좌우로 세차게 저으며 주은이를 향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나도 겁나 배고파! 우리 오뎅도 먹자!”


분명 선아 자신이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 밥상을 무시하고 밥도 먹지도 않은 채 학교를 나선 것을 주은이는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침에 배가 고플 자신을 위해 주은이는 자신은 아침을 먹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함께 아침을 간단히 먹고 학교에 가자는 것이 뻔했다.


학교 교문을 들어서기 바로 앞에 골목길에는 문방구가 두 개 있었다.


평범한 문방구였지만 서로 경쟁하듯이 학생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두 문방구 주인들은 경쟁을 시작했다.


교문에서 오른쪽 편에 있는 ‘대왕 문구방’에서는 혹여나 아침을 먹고 오지 않았을 아이들을 위해 빵과 음료수를 팔기 시작했고, 왼쪽 편에 있는 ‘현대 문방구’에서는 그에 맞서기 위함인지 어느 날부터인가 커다란 철판에 떡볶이와 오뎅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자 웃기게도 대왕 문구방에서는 갑자기 핫도그와 핫바를 팔기 시작했으니 이제는 두 문방구가 학생들을 위한 학용품이나 문구류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파는 식당이 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선아와 주은이가 얼마 남지 않은 등교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재빨리 현대문방구에 달려가기 시작했다.


선아가 먼저 문방구 앞 쪽에 설치된 좌판 앞에 서서 떡볶이 1인분을 주문하며 오뎅 꼬치를 재빨리 막 짚었을 때였다.


현대문방구 주인 아주머니가 앞치마를 탈탈 털며 고개를 들어 올려 자신과 주은이를 쳐다보며 갑자기 못 볼 꼴을 보았다는 듯이 한껏 인상을 쓰기 시작했다.


- 아이고... 저 아줌마 또 시작인가... 에이...


선아는 분명 저 아주머니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알 것만 같았다.


그것은 선아 자신이 무당의 딸이라서 미리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서가 아니라, 매번 주은이와 떡볶이를 먹으러 올 때마다 주인 아주머니가 항상 똑같은 소리를 내뱉기 때문이었다.


주은이가 오뎅 꼬치를 잡고 분무기로 간장을 뿌리고 있을 때였다.


문방구 주인 아주머니의 입에서 순식간에 거친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얘! 너! 아줌마가 얘랑 놀지 말랬지? 왜 이렇게 아줌마 말을 안 듣니! 너 진짜 그러다가 큰일 나! 얘랑 놀지마! 그러면 안 돼!”


주은이를 향해 경고하듯이 말하고 있는 아주머니는 분명 선아 자신이 무당의 딸임을 알고 주은이가 자신과 놀지 못하게 하는 듯했다.


더군다나 선아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흉측한 바퀴벌레를 볼 때처럼 징그럽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가로저었기 때문에 선아는 떡볶이를 먹으러 현대문방구에 올 때마다 기분이 영 좋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취급을 받으며 현대문방구에 어쩔 수 없이 들른 것은 친구 주은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현대 문방구에서 파는 국물 떡볶이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제일 친한 단짝 베프 주은이가 먹고 싶은 떡볶이를 위해서라면 주인 아주머니의 저런 기분 나쁜 말 따위는 열 번 아니 백번 들어도 상관이 없는 선아였다.


선아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평온한 얼굴로 오뎅을 입안에 우겨넣고 질겅거리며 씹고 있었다.


오히려 얼굴이 울그락붉그락 변해가며 기분 나쁘다는 듯이 말하는 것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주은이었다.


주은이는 왼손으로는 오뎅 꼬치를 쥔 채, 오른손으로는 이제 막 따뜻해지고 있는 오뎅 통 속의 국자를 들어 올려 종이컵에 오뎅 국물을 퍼 담으며 말했다.


작가의말

이 작품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상호, 단체명 그 밖에 일체의 명칭이나 사건 혹은 에피소드, 그리고 대사들은 모두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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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우리들의 벽사일기를 끝마치며 24.01.31 15 2 7쪽
221 외전3-221(완).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2) 24.01.31 13 1 11쪽
220 외전3-220.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1) 24.01.31 12 1 11쪽
219 외전3-219.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2) 24.01.30 11 1 11쪽
218 외전3-218.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1) 24.01.30 10 1 12쪽
217 외전3-217.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2) 24.01.29 10 1 12쪽
216 외전3-216.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1) 24.01.29 12 1 12쪽
215 외전3-215.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2) 24.01.28 10 1 12쪽
214 외전3-214.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1) 24.01.28 15 1 12쪽
213 외전3-213.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2) 24.01.27 13 1 12쪽
212 외전3-212.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1) 24.01.27 10 1 11쪽
211 외전3-211. 등교(登校)- 무당의 딸 (2) 24.01.26 13 1 11쪽
» 외전3-210. 등교(登校)- 무당의 딸 (1) 24.01.26 11 1 11쪽
209 외전2-209(완). 출가(出家)- 출가(出家) (3) 24.01.25 14 1 14쪽
208 외전2-208. 출가(出家)- 출가(出家) (2) 24.01.25 10 1 12쪽
207 외전2-207. 출가(出家)- 출가(出家) (1) 24.01.24 12 1 12쪽
206 외전2-206.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3) 24.01.24 15 1 11쪽
205 외전2-205.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2) 24.01.23 15 1 12쪽
204 외전2-204.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1) 24.01.23 10 1 12쪽
203 외전2-203.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2) 24.01.22 14 1 11쪽
202 외전2-202.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1) 24.01.22 15 1 11쪽
201 외전2-201.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2) 24.01.21 14 1 12쪽
200 외전2-200.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1) 24.01.21 15 1 12쪽
199 외전2-199.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3) 24.01.20 17 1 11쪽
198 외전2-198.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2) 24.01.20 18 1 12쪽
197 외전2-197.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1) 24.01.19 17 1 11쪽
196 외전1-196(완).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4) 24.01.19 17 1 17쪽
195 외전1-195.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3) 24.01.18 20 1 12쪽
194 외전1-194.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2) 24.01.18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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