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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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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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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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213.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2)

DUMMY

하나 뿐인 자신의 소중한 친구 주은이가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선아가 다시 한번 잔소리를 꺼내려는 순간 그 때였다.


갑자기 선아의 식판 위로 하얀 국물 같은 것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머! 니네 뭐야!”


순간 주은이가 깜짝 놀라 의자를 ‘쭈욱’빼며 일어나 소리쳤고, 선아가 앉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치켜올리자 어느샌가 나타난 윤선이와 민서가 보였다.


그녀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연신 '킬킬' 거리며 하얀 우유곽을 뜯어 선아의 급식판 위에 천천히 붓고 있었다.


“왜? 몸에 좋은 거야! 우리 선아 많이 먹어!”


윤선이는 흰 우유를 선아의 급식판 위에 올려진 밥에 부으며 말했다.


주은이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윤선이와 민서에게 다가가 그녀들의 멱살을 움켜 잡으려는 순간이었다.


선아가 앉은 채로 주은이를 향해 말했다.


“주은아, 하지마! 그냥 둬.”


“야! 선아야! 쫌! 그만 좀!”


도를 넘어선 괴롭힘에도 계속해서 참고 있는 선아가 못내 답답하다는 듯이 주은이가 소리치자 주변에 웅성거림이 심해지며 여학생들이 무슨 일인가 그들을 둘러싸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선아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숟가락을 들어 올려 흰우유에 잠긴 밥을 크게 떠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씹기 시작했다.


“헐! 얘 미쳤나봐?”

“야, 맛있냐?”


순간 선아를 바라보던 윤선이와 민서가 못 볼 꼴을 보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젓고는 휭하니 급실식 밖으로 나가버렸다.


주은이가 재빨리 선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입에 손바닥을 가져다대었다.


“야! 뱉어!”


주은이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선아에게 말하고 있었지만 선아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꿀꺽’하고 밥을 삼키고야 말았다.


“어머! 얘, 진짜 미쳤나봐!”


“왜? 먹을 만 한데 뭐... 음식 쓰레기 잔반을 넣은 것도 아니고 흰우유 쯤이야! 훗!”


선아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보이고는 국그릇을 들고는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 선아를 향해 고개를 절래절래 젓던 주은이가 선아의 어깨를 말 없이 다독거렸다.




***





원래 사람은 하지 말라는 것을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분명 아침 조례시간에 각자의 담임 선생님들에게 경고를 들은 학생들이었지만 그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겨버린 모양이었다.


깜깜한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에 학교 교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은 평범한 사복 차림의 윤선이와 민서였다.


그녀들은 행여나 경비나 다른 어른들에게 들킬 새라 몸을 낮춰 숨은 채로 잔뜩 짜증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아니, 웃기는 년이네? 지가 오자고 해놓고 제일 늦게 와?”


“원래 그런 애잖아! 니가 참어참어! 그나저나 진짜 할려고 그러나? 아무튼 분명 미친 년이야!”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으며 학교 교문 옆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는 그녀들은 친구 한명이 더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들이 시선을 돌려 바라본 학교로 들어가는 교문은 자물쇠가 굳게 잠겨 닫혀 있었다.


“어이! 이쁜이들!”


순간 낮고 조용하지만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들의 등 뒤에서 무언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들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윤선이와 민서가 뒤를 돌아보자 활짝 웃은 채로 검은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는 주은이가 보였다.


“야! 왜 지금 와? 니가 오자며! 근데 늦게 오냐?”


윤선이가 주은이를 향해 툴툴 거리자 민서가 슬며시 윤선이에게 눈짓했다.


“이거 아주 웃기는 년이네! 내가 오냐오냐 하니까 우스워? 너 그냥 죽고 싶냐?”


순간 살벌한 눈빛으로 변한 주은이가 윤선이를 노려보며 손바닥을 들어올려 윤선이의 뒷통수를 후려갈기며 소리쳤다.


주은이가 윤선이를 한 대 더 때리려는 눈치에 민서가 황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냐아냐! 너무 오래 기다려서 얘가 좀 맛이 갔나봐! 주은아, 미안!”


서슬퍼런 주은이의 기세에 윤선이 역시 한껏 주눅들은 표정으로 주은이를 향해 말했다.


“미안... 내가 헛말이 나왔네. 오늘 그래도 너가 시킨대로 선아 여러번이나 괴롭혔으니까 한번만 봐줘! 내가 잘못했어!”


한껏 주눅이 들은 윤선이의 사과에 주은이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어보이며 그녀들을 향해 말했다.


“정문은 안되고 후문에 개구멍 있어! 정문 쪽은 세콤 설치해놔서 경고음 울리니까 개구멍으로 들어가야 해!”


이미 학교의 경비 시스템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씨익 웃어보이는 주은이가 그녀들보다 앞장 서 걷기 시작했다.


“근데 주은아...”


주은이의 뒤를 따르며 말하는 것은 민서였다.


“왜? 너도 맞을래?”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저 궁금한게 있는데...”


“뭐?”


“너... 선아랑 초딩 때부터 친구라고 들었는데... 왜 선아를 못 괴롭혀서 안달이야? 겉으로는 그렇게 친한 친구같은데... 왜 뒤에서 우리들 시켜서 괴롭혀?”


“아씨... 내가 그런 것 까지 너희들한테 일일이 설명 해 줘야 해? 그냥 닥쳐라? 죽여버릴까? 아씨!”


주은이는 눈썹 사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민서를 째려봤다.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는 민서의 모습에 주은이가 썩은 미소를 내보였다.


휘적휘적 걸어가던 주은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어서고 손가락을 '탁'하고 튕겼다.


역시나 주은이의 말처럼 개구멍이 있었다. 낡은 나무 판자를 겹겹이 쌓아놓고, 리어카로 가려놓은 곳에 반쯤 철조망이 휘어진 개구멍이 보였다.


“이야, 주은아! 너 개구멍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원래 술을 먹던 담배를 피던 학교에서 해야 더 맛있는 법이거든? 아무튼... 자시(子時)에 귀신이 더 많으니까 얼른 늦지 않게 가자!”


그랬다. 주은이가 말하는 자시(子時)라 함은 오후 11시 30분부터 오전 1시 30분까지의 시간으로 귀신들의 활동이 제일 활발하게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학교 건물은 불빛 한점 없이 새까만 어둠이 짙게 내려 앉아 있었다.


건물 입구 쪽에 천장에 초록색 사람이 뛰어가는 비상대피 안내판만이 옅은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야! 주은아, 앞이 하나도 안 보여!”


“아오! 주둥이 좀 닥쳐봐! 쫄보 새끼들! 휴대폰 꺼내서 플래시 키면 되잖아?”


주은이는 품 안에 넣어둔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도 학교 당직을 서는 선생님이나 경비실의 경비가 순찰을 도는 시간이 아니었는지 학교 건물 안은 고요한 정적만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어느 새 세명의 여중생들은 중앙건물 복도의 ‘연꽃 그림’앞에 서게 되었다. 윤선이와 민서 두 사람은 무서운 듯이 서로 손을 꼬옥 잡고 있었지만, 주은이만은 한껏 신이 난 표정으로 그림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야! 밤에 보니까 겁나 살벌하네?”


주은이가 중얼거리자 윤선이와 민서가 서로 손을 꼬옥 맞잡은 채 주은이를 향해 초조하게 말했다.


“주은아! 근데 그 무당 딸년이 진짜 뭐 있다고 했다며? 정말 이러다가 귀신 나오면 어떻게 해?”


무서워 죽겠다는 듯이 말하고 있는 민서와 윤선이를 째려보던 주은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웃기고 있네! 야, 귀신이 어디 있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윤선이가 핸드폰 플래시를 끄고는 천천히 연꽃 그림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 정도 되어보이는 커다란 컨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듯한 그림은 어느 물가의 풍경을 그린 듯한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 우거진 나무와 수풀들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연꽃 잎들이 무수히 자라 있는 한 폭의 멋진 풍경화였다.


주은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윤선이와 민서 뿐만 아니라 연복여중의 대다수의 많은 학생들이 이 연꽃그림을 볼 때마다 소름끼쳐 하거나 기분 나빠 했다.


그 연꽃 그림은 주변에 사람은 커녕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살아 숨쉬는 것들을 그리지 않은 느낌마저 풍겨져 오고 있었다.


거기에다 푸른 하늘 조차 묘사하지 않은 채, 물가 주변은 마치 커다란 둥지 안에 감싸진 듯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우거진 나무와 수풀 때문에 빛 줄기 하나 없는 어둠이 내린 물가에 연꽃들이 빼곡이 자라있었는데 그 물빛 역시 새카만 검은빛인 까닭에 그림에서는 전혀 밝고 생기 넘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누군가 숨죽여 숨어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확’하고 튀어나와 물 속으로 깊이 끌고 갈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보는 사람들마다 저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소름끼치다는 평을 남기는 그림이었다.


그렇게 불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을 중앙 건물 복도 벽에 떡하니 전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연복여중 여학생들을 둘러싸고 갖가지 낭설과 소문들이 떠돌았다.


어떤 이는 그 그림을 그린 것이 학교 재단의 이사장의 딸이기 때문에 그 그림을 뗄 수 없다고 말했고, 또 어떤 이는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학교 초대 설입자인 여자 교장의 작품이기에 그녀를 기리기 위해 그림을 걸고 있는 거라는 말도 돌았다.


그 진실이 어떻던 간에 어두운 연꽃 그림을 보고 좋아하는 이는 드물었다.


지금 그 연꽃 그림을 보고 눈을 가늘게 뜨며 웃고 있는 주은이 한 사람을 빼면 말이다.


주은이가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니가 그랬지? 니가 그랬지? 니가 그랬지?”


순간 민서와 윤선이가 잽싸게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은이는 시선을 고정한 채, 얼굴도 돌리지 않고 벽에 걸린 연꽃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그렇게 십여분쯤 지났을까.


고요한 적막을 깨고, 주은이가 말했다.


“그럼 그렇지! 개같은! 귀신이 있긴 어디있어? 별 시덥지 않은 꼴을 보겠네! 야, 이 소문 퍼뜨린 년 누구냐? 몇 반에 누구야? 잡아 족쳐버릴라!”


주은이가 한껏 인상을 쓰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순간 윤선이가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몸을 멈칫 굳히고는 덜덜 떠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저.... 저기!”


순간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검지손가락을 들어올려 그림을 가리킨 윤선이가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그만 기절하고야 말았다.


놀란 민서가 바닥에 쓰러지는 윤선이를 받아 안으며 고개를 돌려 그림을 쳐다보았다. 민서의 시선이 연꽃 그림에 닿자 이윽고 민서 역시 ‘꺄악’하고 비명을 내지르고는 미친 듯이 내달렸다.


민서와 윤선이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 싶었던 주은이 역시 고개를 들어올려 연꽃 그림을 바라보자 이내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새카만 배경의 물가 한 가운데에서 작지만 새하얀 손 하나가 하늘을 향해 똑바로 손을 뻗고 천천히 물가 밖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미...미친...!”


주은이 역시 놀라고 당황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몸을 바르르 떨며 뒷걸음질 치고 있는 주은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 속 그 새하얀 손은 물가 한가운데서 육지 땅 쪽으로 점점 더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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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우리들의 벽사일기를 끝마치며 24.01.31 15 2 7쪽
221 외전3-221(완).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2) 24.01.31 13 1 11쪽
220 외전3-220.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1) 24.01.31 12 1 11쪽
219 외전3-219.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2) 24.01.30 12 1 11쪽
218 외전3-218.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1) 24.01.30 11 1 12쪽
217 외전3-217.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2) 24.01.29 10 1 12쪽
216 외전3-216.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1) 24.01.29 12 1 12쪽
215 외전3-215.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2) 24.01.28 10 1 12쪽
214 외전3-214.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1) 24.01.28 15 1 12쪽
» 외전3-213.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2) 24.01.27 14 1 12쪽
212 외전3-212.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1) 24.01.27 10 1 11쪽
211 외전3-211. 등교(登校)- 무당의 딸 (2) 24.01.26 13 1 11쪽
210 외전3-210. 등교(登校)- 무당의 딸 (1) 24.01.26 11 1 11쪽
209 외전2-209(완). 출가(出家)- 출가(出家) (3) 24.01.25 14 1 14쪽
208 외전2-208. 출가(出家)- 출가(出家) (2) 24.01.25 10 1 12쪽
207 외전2-207. 출가(出家)- 출가(出家) (1) 24.01.24 13 1 12쪽
206 외전2-206.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3) 24.01.24 15 1 11쪽
205 외전2-205.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2) 24.01.23 15 1 12쪽
204 외전2-204.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1) 24.01.23 10 1 12쪽
203 외전2-203.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2) 24.01.22 14 1 11쪽
202 외전2-202.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1) 24.01.22 15 1 11쪽
201 외전2-201.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2) 24.01.21 14 1 12쪽
200 외전2-200.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1) 24.01.21 15 1 12쪽
199 외전2-199.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3) 24.01.20 17 1 11쪽
198 외전2-198.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2) 24.01.20 19 1 12쪽
197 외전2-197.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1) 24.01.19 17 1 11쪽
196 외전1-196(완).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4) 24.01.19 18 1 17쪽
195 외전1-195.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3) 24.01.18 20 1 12쪽
194 외전1-194.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2) 24.01.18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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