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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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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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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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219.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2)

DUMMY

선아는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니 엄마에게 버림 받은 그 날부터 선아의 능력이 깨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이 깨어나면서 선아는 자신의 아버지가 종식 아재였음을 알 수 있었다.


선아는 그 추운 밤, 고아원의 운동장 구석에서 애타게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진즉에 죽었다고 절대로 아버지라는 단어를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게 했던 엄마였다.


엄마는 선아를 홀로 고아원 운동장에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 캄캄하고 추운 어둠 속에서 선아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마음 속 깊이 애타게 찾았다. 그렇게나 한참동안을 그 차디차고 어두운 운동장 한가운데 쭈그려 앉아 선아는 마음 속으로 애타게 ‘아버지’라는 단어를 소리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두 눈을 꾹 감은 어둠 속에서 어떤 장소 같은 것이 비춰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만화 속 장면, 아니 영화 속 한 장면을 바라보듯이 어떤 장소와 주변 풍경이 비춰보이며 선아는 그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화서동의 장안공원을 따라 쭈욱 일렬로 자리잡은 성곽길을 따라 종식 아재가 비오듯이 땀을 뻘뻘 흘리며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한겨울 추운 날씨였지만 종식 아재의 몸은 뜨거웠고, 온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가 하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선아는 깨달았다.


- 아... 종식 아재가... 나한테 그리 다정했던 종식 아재가 내 아빠였구나. 아버지였구나...


선아는 엄마처럼 대단한 신(神)을 모시는 신가물도 아니었고, 그 흔한 무당팔자라는 칠성줄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가 자신을 고아원에 내다버린 그 날 밤, 선아는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원하는,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그 장소를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라 엄마는 내가 기억 못 할 거라고 생각했지? 나 다 기억해! 나를 버린 엄마보다 더 싫었던 게 뭔지 알아? 날 버린 그 날 밤! 그 늦은 새벽 밤! 날 버린 걸 후회해서 다시 미친 듯이 맨발로 내달리며 고아원에 찾아 간 엄마였어! 다시 나를 찾아오겠다고! 맨발에 자기 발바닥에 유리조각이 박혀 피가 줄줄 나는 상처가 나는 줄도 모르고! 미친 여자처럼 길거리를 쏘다닌! 엄마가 고맙다가도 밉고 싫었던 나였어!”


어느 새 선아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부짖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고아원에 우두커니 서서 울지도 않고 있던 자신을 껴 안은 것은 흠뻑 젖은 종식아재였다.


땀을 뻘뻘 흘린 탓에, 서둘러 팔을 들어 올려 이마에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던 종식 아재가 사실은 땀을 닦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눈가에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는 것을 어린 선아는 알 수 있었다.


종식 아재는 아니 선아의 아버지는 그렇게 소리죽여 울고 있었다.


사실 선아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엄마가 자신을 또 다시 내다 버린다 해도, 그럴리는 없겠지만 아빠였던 종식 아재가 설령 자신을 버렸다 할지라도 선아 자신은 언제고 어느 순간이고 그들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선아는 자신의 이 능력을 이용한다면 부모님이 어디에 숨어있던 간에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선아는 자신을 찾으러온 아빠와 엄마보다도 언제고 그들을 다시 찾아갈 수 있다고 안심하는 마음이 드는 자기 자신이 더 싫었는지도 모른다.


“그... 그 때... 그 때 엄마는...”


“됐어! 말하지 마! 듣고 싶지도 않아!”


선아는 이미 엄마의 마음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식 떼어놓는 부모의 마음은 마치 심장을 갈기갈기 찢는 거 같이 아프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나 저주 양밥 받았어. 내가 다 떠앉았어! 아무래도 학교에 머무는 지박령 악귀인 거 같아. 근데... 그 악귀도 참 불쌍하더라. 나 보는 거 같아.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엄마가 모시는 그 잘난 신한테 좀 물어 봐! 도와달라고 해 봐! 악귀 소멸시킬 수는 없잖아! 나도 살고, 악귀도 살고! 그럴 수 없어?”


선아의 두 눈은 붉게 충혈 된 채로, 엄마를 향해 바락바락 악다구니를 쓰고 있었다.


어느 새 늦은 새벽이었고, 선아는 엄마를 향해 자신의 속마음을 모두 털어넣고 마지막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런 선아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가만히 서 있는 엄마가 답답하다는 듯이 선아가 다시한번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나 죽어! 나 죽는다고! 엄마면, 무당이면 도와줘야지! 어째야 하냐고! 엄마는 무당이니까 방법을 알 거 아냐!”


서슬퍼런 기세로 엄마를 향해 선아가 소리쳤지만 엄마는 슬픈 표정으로 선아의 두 눈동자만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런 반응도 없는 엄마를 향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선아가 주먹을 쥐고 있던 손바닥을 펴서 엄마의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선아의 손가락 손톱부분에는 붉은 피가 맺혀 있었고, 손가락 손톱들은 죄다 뽑혀 생살이 붉게 튀어나와있었다.


손톱이 빠져 울긋불긋한 속살이 드러난 선아의 손톱을 본 엄마의 눈이 놀라서 잔뜩 커졌다.


“나 악귀한테 저주 양밥 당했어. 어쩔건데? 엄마가 어쩔거냐고! 그래, 나같이 엄마한테 못 되게 구는 나쁜 년은 죽어도 싸지! 이제 엄마도 나한테 미안해하지말고 맘 편히 살아!”


선아의 소리에 화들짝 놀란 엄마가 선아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움켜 쥐었다.


순간 선아의 손바닥을 잡은 엄마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웩웩’하고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야! 이 악귀 진짜 엄청 쎈가보다. 엄마가 토할 정도면.... 에휴... 이제 나 손톱 하나 남았는데... 엄마... 잘 살아!”


선아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지만 억지로 울음을 억누르며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쾅’하고 닫아 버렸다.


선아의 엄마는 그렇게 멍하니 자신의 딸이 들어간 방문 앞에 주저 앉아 울고 있었다.


그렇게 한 두시간쯤 흘렀을까.


선아의 굳게 닫힌 방문 바깥에서 목이 다 쉰 듯한 엄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아야.... 선아야..... 이거 가지고 가... 이거.... 가져가서.... 학교로 가.... 이거면 그 악귀 무찌를 수 있을거야. 가져가...”


엄마는 힘겹게 말을 마치고는 터벅터벅 신당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부스럭 거리면서 한복 치마가 거실 방바닥을 훑는 소리가 멀어지자 선아는 황급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벌컥 방문을 열었다.


방문 앞에는 낡은 은장도 하나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마치 소중한 물건인 양 보자기에 감싸진 채, 바닥에 놓여 진 은장도를 보고 선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이게 뭐지...


선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은장도를 조심스럽게 손에 쥐었다.


그러자 묘하게 익숙하고도 친근한 그리고 따스한 기분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씽긋 웃어 보였다.


시간이 없었다. 이미 선아 자신에게 저주의 양밥이 넘어왔다.


윤선이 민서 그리고 주은이까지 각자 손톱 3개씩 빼앗긴 것이 자신에게 넘어와 이미 선아의 손톱은 9개가 없어져 있었다. 그 괴담의 전설이 사실이라면 마지마 남은 왼쪽 새끼 손가락의 손톱이 사라지면 선아 자신을 죽게 된다.


선아는 서둘러 츄리닝으로 갈아 입고 학교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밤공기는 차가웠고, 밤 하늘에는 몇 개 안 되는 별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깊은 숨을 한번 들이마신 그녀는 고개를 들러올려 밤하늘의 차가운 공기를 다시 한번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선 선아는 자신의 품 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내 주은이에게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 지금 나 학교 가서 해결할거야... 그러니 맘 편하게 먹어. 그동안 친구로 지내주느라 고마웠다. 잘 지내!


선아는 자신이 보낸 카톡 메시지의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황급히 휴대폰을 끄고 학교로 달리기 시작했다.


윤선이와 민서가 미리 알려준 학교 후문 개구멍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학교 건물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 으이구, 당직 선생님이나 경비 아저씨나 어디 짱박혀서 술판 벌이나보네... 그나마 다행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끌끌 찬 선아가 서둘러 중앙 건물 복도에 놓인 연꽃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


심호흡을 깊게 한번 들이마신 선아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니가 그랬지? 니가 그랬지? 니가 그랬지?”


선아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수북하게 셀 수도 없이 많이도 그려진 연꽃들 그림 가운에 하얀 손이 ‘쑤욱’하고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기어코 죽으려고 왔어? 친구들 살리려고? 친구라고 말하기도 개같은 것들 때문에? 참나!


순간 어이없다는 듯이 ‘킬킬’대고 웃던 은영이가 끔찍한 얼굴의 모습을 드러냈다.


은영이의 모습을 선아가 바라보자 순식간에 그림 밖으로 튀어나와 선아의 코 앞에 뭉개진 얼굴을 들이밀고 은영이가 씨익 웃어보였다.


선아는 흠칫 놀라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선아는 분명 목과 어깨, 팔꿈치며 손목 아니 무릎을 비롯한 몸통의 관절은 죄다 기이하게 꺾으면서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은영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잡히면 죽겠구나!


선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황급히 몸을 돌려 중앙 계단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은영이의 새카만 몸은 불에 탄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피가 굳어 검게 보이는 것이었다. 눈이라고 생각한 곳은 이상하리만치 검게 보였는데 그것은 뻥 뚫려있어서 검게 보이는 듯 했다. 입가를 비롯한 코와 귀에서 피가 질질 새어나와 은영이의 모습은 참으로 무섭고도 기괴한 모습이었다.


선아는 그렇게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선아가 살면서 그렇게 미칠 듯이 달려본 적은 난생 처음이었다.


- 끼긱! 뚜끼기긱!


연신 이상한 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으며 은영이가 달려오는 모습을 흘끗 쳐다보니 선아는 오금이 저리는 듯 했다.


마치 관절이 꺾여 뼈가 갈리는 듯한 ‘뚜두둑’소리와 함께 선아의 바로 뒤쪽에까지 그것이 다가왔는지 소리는 점차 커져만 갔다.


선아는 미친 듯이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분명 친구들이 말하길 귀신에게 붙잡히지 않고 3층 계단을 올라 옥상에 올라갈 수 있으면 죽지 않고 귀신에게 물어볼 수 있는 궁금증을 물어볼 수 있다고 했다.


궁금한 것이야 많았지만 지금 선아는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 아닌 목숨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선아는 살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 선아는 왜 자신도 모르게 엄마와 종식 아재 아니 아빠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


환하게 정말 눈이부실 만큼 환하게 웃어보이는 엄마와 아빠의 얼굴이 머릿 속에 스쳐지나가는 선아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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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우리들의 벽사일기를 끝마치며 24.01.31 15 2 7쪽
221 외전3-221(완).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2) 24.01.31 13 1 11쪽
220 외전3-220.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1) 24.01.31 12 1 11쪽
» 외전3-219.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2) 24.01.30 12 1 11쪽
218 외전3-218.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1) 24.01.30 11 1 12쪽
217 외전3-217.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2) 24.01.29 10 1 12쪽
216 외전3-216.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1) 24.01.29 12 1 12쪽
215 외전3-215.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2) 24.01.28 10 1 12쪽
214 외전3-214.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1) 24.01.28 15 1 12쪽
213 외전3-213.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2) 24.01.27 13 1 12쪽
212 외전3-212.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1) 24.01.27 10 1 11쪽
211 외전3-211. 등교(登校)- 무당의 딸 (2) 24.01.26 13 1 11쪽
210 외전3-210. 등교(登校)- 무당의 딸 (1) 24.01.26 11 1 11쪽
209 외전2-209(완). 출가(出家)- 출가(出家) (3) 24.01.25 14 1 14쪽
208 외전2-208. 출가(出家)- 출가(出家) (2) 24.01.25 10 1 12쪽
207 외전2-207. 출가(出家)- 출가(出家) (1) 24.01.24 12 1 12쪽
206 외전2-206.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3) 24.01.24 15 1 11쪽
205 외전2-205.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2) 24.01.23 15 1 12쪽
204 외전2-204.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1) 24.01.23 10 1 12쪽
203 외전2-203.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2) 24.01.22 14 1 11쪽
202 외전2-202.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1) 24.01.22 15 1 11쪽
201 외전2-201.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2) 24.01.21 14 1 12쪽
200 외전2-200.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1) 24.01.21 15 1 12쪽
199 외전2-199.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3) 24.01.20 17 1 11쪽
198 외전2-198.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2) 24.01.20 19 1 12쪽
197 외전2-197.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1) 24.01.19 17 1 11쪽
196 외전1-196(완).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4) 24.01.19 17 1 17쪽
195 외전1-195.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3) 24.01.18 20 1 12쪽
194 외전1-194.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2) 24.01.18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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