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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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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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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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212.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1)

DUMMY

순간 엄청난 속도로 몸을 돌린 종식 아재는 난생 처음보는 무섭고도 굳은 얼굴로 어린 선아 자신을 향해 말했다.


“누가 그러던? 어떤 나쁜 인간들이 그런 말을 내뱉어! 누가 그래!”


서슬퍼런 종식 아재의 목소리에는 화가 가득 묻어 나 있었다.


생전 자신을 향해 그렇게 무섭고 화난 목소리로 말한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일까 선아는 그만 종식 아재가 무서워서 엉엉 울고야 말았다.


서럽게 울어대는 선아의 울음 소리를 들은 종식 아재는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젓고는 어린 선아를 와락 끌어안고 선아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우리 선아! 예쁘고 착한 우리 선아! 우리 선아는 무당이 안 될 거야! 선아 몸 속에는 엄마랑 아빠 피가 반씩 흐르니까 무당이 되지는 않을 거야.”


“아재아재! 종식 아재! 울 아부지 아누? 울 아부지가 누구인지 아는거요?”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묻는 어린 선아를 향해 종식 아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을 꼬옥 안고 있을 뿐이었다.


“선아야, 이 아재 말 잘 들어야 한다?”


“응!”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살짝 떼어놓고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종식 아재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선아야.... 우리 선아가.... 나중에 혹시 아주 나중에... 귀취라는 걸 맡게 되는 날이 올 거야.”


“아재! 종식 아재! 귀취가 뭐누?”


계속해서 자신의 말투를 따라는 어린 선아를 바라보며 옅은 한숨을 내쉰 종식 아재가 말했다.


“귀취라고 하는 건 귀신 냄새를 말하는 거란다.”


“헐... 아재! 귀신한테도 냄새가 나요? 어떤 냄새?”


“음... 귀신마다 조금씩 다르지? 예를 들어 화장품 분가루 냄새는 젊은 여자 귀신이고, 썩은 하수구나 수채 냄새는 물에 빠져 죽은 귀신이고, 시큼하고 구린 지린내는 보통 목을 매달거나 약을 먹고 죽은 귀신이고... 달콤한 냄새는 어린 아이 귀신이나 교통사고로 죽은 귀신들이지...”


“힝... 무섭다. 근데 그걸 진짜 냄새랑 귀신 냄새랑 구분은 어떻게 해요?”


언제 울었냐는 듯이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묻는 자신을 향해 빙긋 웃어 보이던 종식 아재가 무척이나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우리 선아가 조금 더 커서 나이가 들면 구분할 수 있을 거야. 아무튼... 귀취를 맡게 되면 그 냄새가 나는 쪽으로는 절대로 가까이 가서도 그리고 무언가 억지로 보려고 해서도 안 된다. 알겠지? 무조건 그 장소를 피하는 거야! 이 아재와 꼭 약속해야 한다! 우리 선아 약속할 수 있지?”


어렸던 선아 자신은 종식 아재의 단호한 눈빛에 말 없이 입술을 ‘앙’ 다물고 그저 조용히 고개만 열심히 끄덕일 뿐이었다.


“헤이! 아가씨! 정신 차려!”


자신의 팔목을 붙잡고 미친 듯이 흔들어대는 주은이의 손길에 선아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어느 새 담임 선생님은 아침 조례를 마치고 교실 밖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1교시는 때마침 음악 시간이었기에 아이들은 음악 교과서를 챙겨 음악실로 내려 가고 있었다.


주은이가 자신을 부르지 않았다면 또 다시 종식 아재와의 옛날 일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선아였다.


선아가 재빨리 가방 속에 넣어둔 음악 교과서를 꺼내어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맨 뒷자리에 앉은 여학생 둘이 키득 거리며 선아를 향해 발을 걸었다.


순간 휘청하고 다리가 걸려 바닥으로 넘어지려는 선아를 붙잡은 것은 주은이었다.


“야! 김윤선! 너 또!”


주은이가 앙칼진 목소리로 선아에게 발을 건 여학생에게 소리쳤다.


“내가 뭐! 주은이 너 지금 또 선아 편 드네?”


옆에서 비아냥거리며 말하고 있는 것은 단발 머리에 통통한 얼굴의 민서였다.


민서와 윤선이는 틈만 나면 선아에게 다가와 그녀를 못살게 구는 반 친구들이었다.


“민서 너도 또 그런다? 내가 저번에 말했지! 작작 하라고! 왜 선아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냐? 그만 좀 괴롭혀!”


정작 당한 것은 선아 자신인데 길길이 날 뛰고 있는 것은 옆에 있는 주은이었다.


주은이는 한껏 시뻘개진 얼굴로 씩씩 거리며 윤선이와 민서를 향해 소리지르고 있었다.


“야! 무당 딸년! 넌 좋겠다? 이렇게 보디가드 친구도 있고?”


“훗! 무당 딸년이면 우리가 발 거는 것도 미리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 이거 순 엉터리 사기꾼 무당이네!”


자신을 향해 비아냥 거리는 윤선이와 민서를 향해 주은이가 무어라 더 소리지르려는 찰나 선아는 재빨리 주은이의 팔을 끌고 뒷문으로 빠져나와 교실 밖으로 나왔다.


“왜? 저것들 그냥 두면 안 돼! 너가 자꾸 반응 안하니까 저것들이 더 심하게 구는 거야!”


주은이가 선아를 향해 말했지만 선아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고개만 가로저을 뿐이었다.


“어휴! 답답해, 이 답답아!”


그런 선아를 보고 답답하다는 듯이 주먹을 쥔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팡팡’ 쳐대는 주은이를 향해 씽긋 웃어보인 선아는 아무런 말 없이 등을 돌려 음악실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은이는 재빨리 선아에게 다가와 등교 때처럼 그녀의 옆구리에 팔을 집어넣고 사이좋게 음악실로 걸어갔다.


선아와 주은이가 다니고 있는 수원의 연복여자중학교는 3층짜리 건물이었다. 1층은 1학년, 2층은 2학년, 3층은 3학년으로 층수와 학년이 똑같게 사용하고 있었다.


선아와 주은이는 중3이었기 때문에 1층 중앙건물에 있는 음악실을 가기 위해서는 3층에서부터 1층까지 내려와야만 했다.


“선아야! 왜 저쪽으로 가? 중앙복도로 가면 음악실까지 더 빠르잖아?”


자신의 옆구리에 팔짱을 낀 채, 이상하다는 듯이 말하는 주은이를 향해 선아가 조용히 말했다.


“그냥... 저기 중앙복도는 가기가 쫌 꺼림칙하네! 운동삼아 좀 걷자? 응?”


“왜? 뭐가 이상해? 어머! 너... 혹시...”


주은이가 슬며시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너 뭔가 느껴져? 어머님한테 여쭤봐야 하는 거 아냐?”


주은이는 선아가 혹여나 선아의 어머니처럼 무언가 영(靈)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어 팔뚝에 털이 곤두서며 소름이 돋으려하고 있었다.


선아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있자 주은이가 궁금하다는 듯이 무언가 더 말하려는 찰나 아까 교실에서 선아에게 발을 걸며 시비를 걸었던 윤선이와 민서가 ‘우다다다’하고 재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오며 팔꿈치로 선아의 어깨를 가격했다.


“어머! 쏘리! 그러게 빨리 좀 다니지! 왜 길을 막고 지랄이야!”


또 다시 키득거리며 무엇이 그리 신난지 잽싸게 줄행랑을 치는 윤선이와 민서를 향해 주은이가 빼액하고 소리를 질렀다.


“야! 이 나쁜 년들아! 가다가 넘어져라! 씨!”


선아는 아프다는 듯이 어깨를 주무르며 주은이의 팔짱을 낀 채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우리 이러다가 음악 수업에 늦겠다. 얼른 가자!”


아픈 것은 선아인데 오히려 주은이를 차분하게 다독거리고 있었다.


주은이는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찡그린 얼굴로 선아의 어깨를 살살 주무르고 있었다.




***




어느 새 점심 시간이었고, 배가 고픈 여중생들은 한 마리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다.


12시 정각을 알리는 중식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전에 발을 반쯤 내놓은 여학생들이 종소리가 울려퍼지자 마자 미친 듯이 급실실로 내달렸다.


연복여중의 급실실은 지하 1층이었는데 우습게도 중학교 3학년부터 먼저 먹는 전통 아닌 전통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물론 그 중에는 그런 전통 따위 개나 줘버리라는 무대뽀식의 학생들이 있었으나 친구들 내지 선배들에게 무시를 받거나 한소리 들을 각오가 없는 이상 중학교 1학년이나 2학년이 3학년 선배들보다 먼저 중식을 먹는 일은 사실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 불빛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급식판에 이것저것 음식을 담으며 주은이가 선아에게 물었다.


“선아야! 아까 복도에서 미처 묻지 못했는데... 진짜... 진짜로 중앙 건물 복도에 그 연꽃 그림에 귀신 있어?”


조심스럽게 소곤거린다고 한 모양이지만 급실줄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까닭인지 선아와 주은이 옆에 서있던 학생들의 귀에까지 그 소리가 들린 모양이었다.


갑자기 모두가 쥐 죽은듯이 하던 말을 멈추고, 똥그래진 눈으로 선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아가 헛기침을 하며 아무 말 없이 급식 아주머니가 건네주는 국그릇을 식판에 놓고 먼저 급실 테이블로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선아야! 그러지 말고 말 좀 해주라! 나 그런 거 엄청 관심있어하는 거 알잖아!”


그랬다. 선아의 단짝 친구 주은이는 평상시에도 귀신이나 호러, 공포 이야기라면 관심이 많았다.


영(靈)적인 문제에 있어 일반인이 관심을 과하게 가지는 것이 좋은 일도 아니거니와 인생을 살면서 득이 되는 일보다 실이 되는 일이 많기에 그러지 말라고 선아가 수차례나 말했지만 주은이는 귀신이나 영가(靈家)에 관련된 일이라면 두 눈을 초롱초롱 반짝이며 자신에게 궁금한 것을 묻곤 했다.


주은이 눈동자의 반짝임은 마치 그 옛날 어린 선아 자신이 종식 아재에게 궁금하던 것들을 물어보던 그 눈빛과 똑 닮아 있었다.


구석진 자리로 조용히 식판을 내려놓고 숟가락을 가득 퍼 입 안에 밥을 퍼넣던 선아가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선아는 음식을 조용히 씹다 말고 주변을 조심스럽게 한바퀴 둘러 보고는 주은이만 들을 수 있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은아! 너만 알고 있어! 있긴 있는 거 같아... 뭐가 불길한 느낌이 막 느껴지거든... 그러니까 행여나 거기 가서 그거 할 생각 마!”


지금 선아가 말하고 있는 ‘그거’라면 분명 며칠 전 매점에서 들었던 귀신을 부르는 소환술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예전에 내가 알던 종식 아재가 말해줬는데 흉가 같은데 가서 분신사바나 나홀로 숨바꼭질 이런 거 강령술하다가 귀신 씌어서 정신줄 놓고 정신병자 된 사람 엄청 많다더라! 그러니까 너도 혹여나 궁금하고 재미있어보인다고 할 생각하지도 마! 그거 진짜 위험한 짓이야! 진짜 진짜 하지마! 큰일 나!”


젓가락을 들어 소시지를 입 안에 넣고 오물거리던 선아를 향해 주은이는 아무 말 없이 입술을 쭈욱 내민 채, 선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하지만 주은이의 눈동자만큼은 여전히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선아는 주은이의 호기심이 가득찬 그 눈빛을 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언가 입을 열어 말하려했다.


분명 주은이는 알겠다고 대답을 했지만 연꽃 그림에 대한 아님 귀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위험한 강령술이나 소환술을 할 것만 같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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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우리들의 벽사일기를 끝마치며 24.01.31 15 2 7쪽
221 외전3-221(완).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2) 24.01.31 13 1 11쪽
220 외전3-220.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1) 24.01.31 12 1 11쪽
219 외전3-219.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2) 24.01.30 12 1 11쪽
218 외전3-218.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1) 24.01.30 11 1 12쪽
217 외전3-217.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2) 24.01.29 10 1 12쪽
216 외전3-216.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1) 24.01.29 13 1 12쪽
215 외전3-215.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2) 24.01.28 10 1 12쪽
214 외전3-214.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1) 24.01.28 15 1 12쪽
213 외전3-213.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2) 24.01.27 14 1 12쪽
» 외전3-212.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1) 24.01.27 11 1 11쪽
211 외전3-211. 등교(登校)- 무당의 딸 (2) 24.01.26 13 1 11쪽
210 외전3-210. 등교(登校)- 무당의 딸 (1) 24.01.26 11 1 11쪽
209 외전2-209(완). 출가(出家)- 출가(出家) (3) 24.01.25 15 1 14쪽
208 외전2-208. 출가(出家)- 출가(出家) (2) 24.01.25 10 1 12쪽
207 외전2-207. 출가(出家)- 출가(出家) (1) 24.01.24 13 1 12쪽
206 외전2-206.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3) 24.01.24 15 1 11쪽
205 외전2-205.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2) 24.01.23 15 1 12쪽
204 외전2-204.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1) 24.01.23 10 1 12쪽
203 외전2-203.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2) 24.01.22 14 1 11쪽
202 외전2-202.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1) 24.01.22 15 1 11쪽
201 외전2-201.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2) 24.01.21 14 1 12쪽
200 외전2-200.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1) 24.01.21 15 1 12쪽
199 외전2-199.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3) 24.01.20 17 1 11쪽
198 외전2-198.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2) 24.01.20 19 1 12쪽
197 외전2-197.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1) 24.01.19 17 1 11쪽
196 외전1-196(완).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4) 24.01.19 18 1 17쪽
195 외전1-195.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3) 24.01.18 20 1 12쪽
194 외전1-194.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2) 24.01.18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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