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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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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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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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외전3-214.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1)

DUMMY

잠시 멍하니 넋을 놓고 연꽃 그림을 바라보던 주은이 역시 순간 ‘으아악!’ 소리를 내지르며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은이와 민서가 학교 건물 유리문에 가 닿았을 때, 그녀들은 깜짝 놀라 손을 벌벌 떨 수 밖에 없었다. 이미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중안 건물 입구는 쇠사슬로 꽁꽁 묶여 잠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주은아! 어떻게 해!”


발을 동동 구르며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민서를 향해 주은이가 소리쳤다.


“옥상! 옥상으로 가라며! 옥상으로 빨리 가자!”


그 말을 끝으로 주은이가 먼저 앞장 서 옥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주은이와 민서는 연꽃 그림이 놓여있는 중앙 건물 바닥에 누워 기절한 윤선이를 챙길 여유 따윈 없었다. 윤선이를 내팽겨 둔 채, 그녀들은 미친듯이 달리고 있었다,


정신없이 내달려 중앙 계단 앞에 선 주은이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연꽃 그림이 놓인 복도 한가운데를 바라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이내 믿을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이 비치기 시작했다.


거미처럼 팔다리가 가늘고 기다란 무언가가 개처럼 네 발로 엎드린 채, 차가운 바닥에 쓰러진 윤선이를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양옆으로 기어 다니는 모양새는 얼핏 보아서는 집게발이 달린 게처럼 보이기도 했고, 얼핏 보아서는 마치 마네킹이 관절을 꺾으며 걷는 것처럼 참으로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 끔찍한 광경을 바라보던 주은이가 순간 ‘흡’하고 놀란 숨소리를 들이마시자 그 소리를 들은 귀신은 ‘끼이익’하는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며 고개를 꺾고 미친 듯이 자신과 민서가 있는 중앙 계단 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으악!”


미친듯한 비명 소리를 내지르며 민서가 내달렸고, 주은이 역시 떨리는 몸으로 미친 듯이 중앙 계단 위를 오르는 수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얼마나 겁에 질리고 긴장한 것인지 두 사람 모두 계단 난간을 쥔 손은 새하얗게 핏기가 빠져 있었고, 좌우로 몸이 휘청거리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민서와 주은이는 지금 넘어지거나 주저앉게 된다면 이대로 저 흉측한 몰골의 귀신에게 붙잡혀 죽을 것 같다는 느낌에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순간 주은이가 슬며시 고개를 돌려 뒷쪽을 바라고서야 주은이는 귀신의 관절이 왜 기다랗게 흐느적 거리면서 거미처럼 생긴 것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귀신의 팔과 다리가 거미나 게처럼 길게 보인 것은 그것들의 관절이 다 빠져 당장이라도 몸에서 분리 될 것처럼 몸뚱아리에서 덜렁덜렁 매달려 있어서 였다.


불빛 한 점 없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있던 탓에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계단에 놓인 비상등에 비춰진 그 모습을 시뻘건 피범벅으로 피칠갑이 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의 모습이었다.


목뼈가 부러진 것인지 옆으로 반쯤 꺾인 채, 너덜너덜한 팔다리를 좌우로 흔들며 미친 듯이 달려오는 귀신의 모습을 공포 그 자체였다.


“으악!”


순간 몸을 휘청거리며 넘어질 듯한 민서를 향해 주은이가 두 팔을 내밀어 그녀를 밀고는 계단에서 넘어 뜨려 버렸다.


“민서야! 미안! 나 좀 살자!”


주은이는 비명을 지르며 중앙 계단에 넘어져 쓰러지는 민서를 흘끗 쳐다 보고는 미친 듯이 계단 위를 뛰어 올라갔다.


이미 주은이의 온몸은 땀에 범벅이 되어 젖어 있었고, 한꺼번에 두 세 개의 계단을 한번에 오른 탓인지 다리는 미칠듯이 욱씬거리며 당장이라도 종아리가 터질 듯 했다.


주은이는 생각했다.


- 지금 살기 위해선 저 두 년들이 귀신을 조금이라도 붙잡아 놔야지! 일단 나부터 좀 살자!


이미 기절해 의식을 잃은 윤선이와 지금 막 계단에서 넘어져 귀신에게 붙잡히기 직전의 민서는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던 주은이었다. 두 사람의 안위는 하나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주은이는 자기 혼자만 살기 위해 미친 듯이 계단을 올랐다.


어느 새 2층을 넘어서 3층 계단이었다.


이제 조금만 더 오르면 옥상이었다.


- 제발! 제발!


주은이가 가쁜 숨을 내쉬며, 옥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였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순간 계단 아래쪽에서부터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뭐야? 뭐지?


미친 듯이 계단을 오른 탓일까.


이제는 더 이상 한번에 두 세개의 계단을 오를 힘이 부친 주은이가 재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하나씩 오르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섯, 일곱...”


계속해서 계단 아래쪽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목소리는 분명 민서와 윤선이 두 사람의 목소리였다.


- 저것들 뭐하는 거야... 왜 갑자기 숫자를 세고 있어?


순간 주은이는 이상함을 느끼다 말고 멈칫하고 멈추어 설 수 밖에 없었다.


주은이가 잠시 계단을 오르는 걸음을 멈추자 방금 전까지 숫자를 세던 그녀들의 말이 멈추었고, 중앙 계단 주변에는 조용한 정적만이 가득했다.


- 저...저..저거... 저거...


순간 주은은 깨달았다.


그녀들이 지금 말하고 있는 숫자는 자신이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세고 있는 것라는 사실을 말이다.


주은이가 떨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계단을 하나 오르자 곧바로 아래쪽에서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덟...”


‘헉’소리를 삼키며 다시 조심스럽게 계단 하나를 더 오르자 순식간에 ‘아홉’이라는 소리가 주은이의 귓가에 내리꽂혔다.


- 미친!


주은이가 자신의 아랫 입술을 깨물며 한번에 두 계단을 오르자 이번엔 더 빠른 속도로 숫자를 읊어댔다.


“아홉, 열!”


다시한번 계단 두 개를 한꺼번에 점프하듯이 오르자 다시 한번 ‘열하나, 열둘’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했다. 그녀들은 덤덤한 목소리로 주은이가 오른 계단의 수를 읊고 있었다.


분명 그 때 매점에서 학생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마지막 3층 복도에서 옥상 계단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은 총 12계단이라고 했다.


이제 곧바로 주은이의 앞에 옥상으로 들어가는 옥상 출입문이 있어야만 했다.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꼴깍 삼킨 주은이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주은의 앞에 놓인 것은 캄캄한 어둠 속에 그늘진 시멘트 계단 하나였다. 분명 주은이의 발 앞에는 계단이 하나 더 존재하고 있었다.


- 뭐.. 뭐야... 뭐야 이게! 뭐냐고!


깜짝 놀란 주은이 조심스럽게 계단을 하나 더 오르자 이윽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은이는 다시 3층 입구에 놓인 계단 초입에 서서 옥상 문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 개 같은! 이게 뭐냐고! 썅! 힘들게 낑낑거리면서 겨우 옥상으로 올라왔는데! 왜 지금 다시 3층 입구냐고!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주은이 몸을 벌벌 떨며 자신의 발밑 계단 아래쪽을 쳐다보자 어느새 3층 코앞에 다다른 귀신이 목을 기괴하게 꺾으며 주은을 올려다 보고는 씨익 웃어 보였다.


- 왜 안가? 얼른 올라가! 올라가야지?


마치 쇠를 긁는 듯한 날카로운 귀신의 목소리는 주은이의 고막을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너 뭐야! 너 뭔데 이래! 나한테 왜 이래!”


주은이가 이를 바락바락 갈며 소리 쳤지만 귀신은 그저 입가가 찢어져라 웃으며 기괴하게 몸을 흔들어 댔다.


귀신은 깔깔거리며 주은이의 말을 비웃어댔고, 기괴하게 팔다리를 꺾어대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어금니를 깨물며 주은이가 미친 듯이 계단을 올랐다.


주은이가 계단을 밟으며 올라가자 이번에도 역시 윤선이와 민서가 1층 아랫쪽에서 숫자를 세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나 둘.. 셋넷 다섯여섯... 일곱.... 열... 열하나... 열둘... 열셋!”


한번에 발을 뻗어 계단을 오른 주은이는 그만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옥상에 있어야 할 자신은 또 다시 3층 입구에 서서 옥상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반쯤 꺽어 옆을 바라보니 어느 샌가 다가온 거미 같은 귀신이 자신의 얼굴을 주은에게 가까이 가져다대며 '킬킬'거리며 웃고 있었다.


“더 안해? 더 올라가 봐!”


주은은 귀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그대로 눈꺼풀을 뒤집고 기절한 채 의식을 잃고야 말았다.




***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평일 아침이었다.


평상시대로 엄마가 차려준 아침 밥상은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선아는 종종 걸음으로 대문 밖에 서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 이상하네... 아직 안 왔나? 아니면 주은이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보통 이 시간 이맘 때면 나타나 자신을 깜짝 놀라키거나 반갑게 말을 걸어오는 주은이가 오늘은 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재빨리 주머니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 주은이에게 카톡을 보내보았지만 답장은 커녕 카톡 메시지의 숫자 ‘1’도 사라지지 않았다.


- 무슨 일이래... 어디 아픈가...?


걱정이 앞선 선아는 재빨리 주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지 않아 ‘고객님의 사정으로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메시지만 선아의 귓가에 들려왔다.


다시한번 걱정스런 마음에 카톡을 보내 보았지만 주은이는 여전히 선아 자신의 카톡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 어디 아픈가... 주은이 집에 가봐야하나...


선아는 주은이의 집을 찾아가 주은이가 혹시나 아픈 것인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아는 종종 걸음으로 재빨리 주은이의 아파트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에 달렸던 탓일까. 채 십분이 되지 않아 주은이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뜀박질을 한 탓에 숨을 헐떡이는 선아는 주은이 집 현관 초인종 벨을 눌렀다.


‘띵동’하는 벨소리와 함께 안쪽에서 누군가 나오는 듯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저 선아인데요! 혹시 주은이 집에 있나요? 주은이가 연락이 안 돼서요! 혹시 무슨 일 있나 해서요!”


주은이의 부모님 중 한분일 거라는 생각에 인사를 했지만 굳게 닫힌 문 인터폰에서 들려온 것은 숨을 몰아쉬며 울먹이고 있는 주은이였다.


“나... 나 오늘 학교 못가. 너 혼자가!”


“주은아! 무슨 일이야! 어디 아퍼?”


예상 밖에 주은이의 부모님이 아닌 주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깜짝 놀란 선아가 황급히 물었다.


하지만 주은이는 거친 숨소리만 내쉴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입술을 꽉 다문 채, 한참을 그렇게 닫힌 문 앞에서 서있던 선아가 이윽고 포기한 표정을 지으며 등을 돌리고 이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이었다.


인터폰 너머로 주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라고!”


순간 '스르륵' 닫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선아는 1층을 누르려던 손을 멈칫하고 그대로 굳은 채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학교까지 어떻게 걸어 온 것인지 선아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제일 친한 단짝 친구이자 믿고 의지하던 주은이에게서 처음으로 자신을 원망하는 말을 들은 선아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 왜... 왜 나 때문이라고.... 뭐가 나 때문인데? 도대체.... 뭐 때문에...


선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재빨리 자신의 학교 교실로 향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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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우리들의 벽사일기를 끝마치며 24.01.31 15 2 7쪽
221 외전3-221(완).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2) 24.01.31 13 1 11쪽
220 외전3-220. 등교(登校)- 엄마와 딸 사이 (1) 24.01.31 12 1 11쪽
219 외전3-219.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2) 24.01.30 11 1 11쪽
218 외전3-218. 등교(登校)- 아버지의 은장도 (1) 24.01.30 10 1 12쪽
217 외전3-217.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2) 24.01.29 10 1 12쪽
216 외전3-216. 등교(登校)- 현대문방구 아줌마 (1) 24.01.29 12 1 12쪽
215 외전3-215.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2) 24.01.28 10 1 12쪽
» 외전3-214. 등교(登校)- 친구라는 존재 (1) 24.01.28 15 1 12쪽
213 외전3-213.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2) 24.01.27 13 1 12쪽
212 외전3-212. 등교(登校)- 학교괴담 13개의 계단 (1) 24.01.27 10 1 11쪽
211 외전3-211. 등교(登校)- 무당의 딸 (2) 24.01.26 13 1 11쪽
210 외전3-210. 등교(登校)- 무당의 딸 (1) 24.01.26 10 1 11쪽
209 외전2-209(완). 출가(出家)- 출가(出家) (3) 24.01.25 14 1 14쪽
208 외전2-208. 출가(出家)- 출가(出家) (2) 24.01.25 10 1 12쪽
207 외전2-207. 출가(出家)- 출가(出家) (1) 24.01.24 12 1 12쪽
206 외전2-206.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3) 24.01.24 15 1 11쪽
205 외전2-205.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2) 24.01.23 15 1 12쪽
204 외전2-204. 출가(出家)- 천불천탑(千佛千塔) (1) 24.01.23 10 1 12쪽
203 외전2-203.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2) 24.01.22 14 1 11쪽
202 외전2-202. 출가(出家)- 춘향이 놀이 (1) 24.01.22 15 1 11쪽
201 외전2-201.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2) 24.01.21 14 1 12쪽
200 외전2-200. 출가(出家)- 민주화 운동 (1) 24.01.21 15 1 12쪽
199 외전2-199.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3) 24.01.20 17 1 11쪽
198 외전2-198.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2) 24.01.20 18 1 12쪽
197 외전2-197. 출가(出家)- 안반데기 꼭대기 마을 (1) 24.01.19 17 1 11쪽
196 외전1-196(완).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4) 24.01.19 17 1 17쪽
195 외전1-195.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3) 24.01.18 20 1 12쪽
194 외전1-194. 신병(神病)- 여래아(黎崍阿) (2) 24.01.18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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