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날개, 그리고 운명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날고시포
작품등록일 :
2023.12.02 19:02
최근연재일 :
2024.09.15 01:24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431
추천수 :
0
글자수 :
140,719

작성
23.12.02 19:17
조회
71
추천
0
글자
6쪽

프롤로그

DUMMY

땔감 하나 없이 불은 타올랐고 뜨거운 햇볕 밑에서 물이 얼어붙는다.

지금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기적과도 같은 기술, 우리는 마법이라 불리는 그 기적에 빠져있었다.


“가져왔어?”


초등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산속, 아무도 오지 않는 공터로 향했고


“당연하지! 잠시만···”


매일같이 마법을 연구했다.


“자! 새로운 과녁!”


공터는 우리만의 아지트.

그곳에서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법에 몰두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약해.”


생각 없이 뛰어놀기 바쁜 나이에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마나가 부족한가?”


지금에 와서 마법이란 길은 남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잘 포장된 말들이 많지만 광대짓으로 통일되는 길과


“와! 됐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마법사나 마검사의 길.

마법에 이토록 열중하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이지만은 않겠지.


“오늘은 이쯤 할까?”


이를 알면서도 우리는 늦은 시간까지 훈련했다.

이유라도 있냐고?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데 뭔 큰 뜻이 있겠어. 그냥 재밌어서 하는 거지.


“응!”


많이들 하는 인터넷 게임이나 축구 같은 스포츠보다 단순히 마법이 더 재밌었다.

마법이 재밌으니까 더 파고들었고 결국에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기초단계를 겨우 몇 달 만에 마스터하기에 이르렀다.


“가방 챙겨야지.”


“아! 맞다!”


중앙에 홀로 자라있는 큰 나무를 제외하곤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만의 아지트.

초등학생 시절. 세상 물정 모르던 두 꼬맹이가 함께 그려낸 아름다운 추억.

가끔 땡땡이도 치고 늦은 시간까지 놀았다고 혼나도 본 마법이 곁들어진 이야기.


“어? 개?”


그래 이건 추억으로 남아야 했을 이야기였다.

악몽으로, 트라우마로 더럽혀질 이야기가 아니었단 말이다.


“수아!”


나무쪽에 놓아둔 가방을 챙기려 돌아선 수아가 마주한 그날의 악몽.

방금까지 아무것도 없던 나무들 사이로 불덩이 하나가 수아를 향해 날아왔다.


“꺄아악!!”


수아가 어떤 형체를 확인했고 몸을 던져 수아를 대신해 등이 타들어 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읍,으─!”


살이 타들어 가는 고통이다. 사람이, 초등학생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다.


“세현아!?”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고통을 초등학생이 이토록 견디는 이유.

지금 눈앞에괴물이 있다.


이마에서부터 새하얀 뿔들이 불규칙적으로 삐져나와 있는 네발로 선 검은 짐승이. 여기 있어선 안 될 괴물이 있다.


“도···망쳐!”


단 한 마리가 성인 5명을 상대할 수 있는 괴물.

초등학생에 불과한 어린이의 머릿속이 죽는다는 생각으로 물들어간다.

절망이 전신을 파고들었다.


“도망, 쳐! 도망쳐!”


본능이 외쳐댔다. 저 괴물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죽는 것뿐이라고.

놈이 움직이지 않는 지금 당장 도망쳐야 살 수 있다고.


고통 속 삐져나오는 도망치란 말 하나로 두 아이는 서로를 이끌었다.

손을 잡고 괴물을 등지고 달렸다.

하지만


“아···”


괴물에게서 도망칠 수 있다는 희망 같은 건 없었다.


그르르르···


마수는 이미 우리 앞에 있었다.


카아!


눈앞에 있는 건 공포에 떨고 있는 먹잇감 두 개.

괴물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으아아아!!!”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의문이다.

톱날 같은 이빨들이 훤히 보이는 상황에 수아를 살리겠다고 그곳에 손을 집어넣었다.


“세!”


몇 분, 아니 몇 초나 벌 수 있을까.


“놔! 놓으라고!”


우드득 소리가 머릿속까지 전해졌다.

팔은 진작에 부서졌고 입에서도 피가 쏟아졌다.


물을 쏟아붓고 얼음을 떨어뜨려도 마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팔을 문 상태로 거슬리는 다음 먹잇감을 바라본다.


“도망···쳐! 빨리!”


팔을 뜯어내지 못해 물고 있는 지금 이세현은 피를 토해내며 소리쳤다.


“가!”


도망가라고.


세현에겐 없고 수아, 세리아에겐 있는 특별한 신체.

하늘을 날 수 있는 수아라면 도망갈 수 있다.


“싫어! 싫다고!! 같이 갈 거야!”


세현은 물론 수아도 알고 있다. 이세현은 이곳에서 도망갈 수 없다.


“가. 가줘. 제발!”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갯짓에 몇 번이고 휘청이다 날아올랐다.

자신을 향한 한심함과 원통함에 울부짖으며 날아올랐다.


파지직─!


얼마나 지났을까.

중간에 굉음이 산을 울렸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소녀는 어리숙한 비행에 결국 떨어졌다.

다행히도 사람이 돌아다니는 거리로 떨어진 소녀는 제대로 설 수조차 없는 상황에 소리 질렀다.


“세···세현이가!”


하늘에서 떨어진 소녀. 피범벅이 된 소녀가 목이 터져라 외쳐댄다.


“세현이가! 마수가!!”


그 모습은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고


“산, 산에 세현이가 죽어! 마수!”


경찰의 귀에도 닿게 됐다.


“괜찮니!?”


산, 친구로 보이는 세현이란 이름. 죽는다. 마수.

소녀의 외침 속 단어들로 경찰은 움직였다.


“지원 요청해,”


수아를 향해 달려 온 경찰이 뒤에 있는 경찰에게 외쳤다.


“지원이요? 그렇지만 선배 장난일─”


“빨리!”


경찰은 수아를 업었다.

지금 모습은 호기심 많은 어린이의 장난 같은 게 아니다.


“말 할 수 있겠니? 산이라니?”


마수의 등장.

소녀에겐 미안하지만. 정말로 마수가 나왔다면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소녀에게 있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을 지옥과도 같은 곳이겠지만, 경찰은 소녀를 업어 길 안내를 부탁했다.

소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2차 피해만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달렸다.


“선배···”


소녀의 말이 사실임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곳곳이 피로 물들어 있는 현장.

먼저 도착한 후배는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


‘살 수 있을 리 없지.’


당연했다. 마수를 상대로 어린 소년이 얼마나 버티겠다.

지금 밟고 있는 바닥도 피범벅인데 저 너머는 분명 처참하겠지.


“후─”


크게 숨을 들이쉬곤 현장을 확인했다.

물어 뜯겼을 소년의 시체만이 남았을 현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마수야 이미 달아났겠지만, 그 흔적이라도 쫓기 위해 고개를 든다.


“어···?”


이미 죽어있는 마수.


소녀가 도움을 구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상식을 벗어났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어긋난 날개, 그리고 운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끝나가는 여름방학 24.09.15 2 0 13쪽
26 교단 (2) 24.09.06 5 0 12쪽
25 교단 (1) 24.08.28 5 0 12쪽
24 별장 24.08.25 9 0 15쪽
23 이세현 (5) 24.08.20 9 0 13쪽
22 이세현 (4) 24.08.14 8 0 12쪽
21 이세현 (3) 24.08.09 7 0 12쪽
20 이세현 (2) 24.08.06 13 0 12쪽
19 악몽 (2) 24.05.04 9 0 10쪽
18 악몽 24.04.15 11 0 13쪽
17 재앙(3) 24.04.13 7 0 10쪽
16 재앙(2) 24.03.30 8 0 12쪽
15 재앙(1) 24.03.18 10 0 11쪽
14 합숙 24.03.12 16 0 13쪽
13 추억 24.03.03 18 0 12쪽
12 이세현 24.02.28 14 0 14쪽
11 중간고사(6) 24.02.23 14 0 10쪽
10 중간고사(5) 24.02.15 23 0 11쪽
9 중간고사(4) 24.02.11 21 0 11쪽
8 중간고사(3) 24.01.21 18 0 11쪽
7 중간고사(2) 24.01.12 22 0 12쪽
6 중간고사 (1) 24.01.01 23 0 11쪽
5 대련 23.12.25 22 0 12쪽
4 유수아와 이세현 23.12.16 20 0 11쪽
3 재회(2) 23.12.11 21 0 11쪽
2 재회 23.12.02 25 0 11쪽
» 프롤로그 23.12.02 72 0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