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날개, 그리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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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시포
작품등록일 :
2023.12.0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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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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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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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DUMMY

최초의 전쟁이자 최후의 전쟁. 퍼스트라 불리는 그날의 절망은 마수라는 공동의 적이 등장하면서 마무리됐다.


단지 펼칠 수 있는 날개가 다르다고, 날개 자체가 없다고 시작된 유치한 싸움, 전쟁은 공기 중에 퍼진 마나 농도를 높이는 꼴이 되었고 숨 쉬는 걸 버겁게 할 뿐 아니라 대지와 수중 어디에서도 생물이 자라나기 힘든 환경을 만들어냈다.

그 때문에 끊임없이 전쟁을 잇던 세 종족이 힘을 합치더라도 마수에게 전멸할 위기에 처했었다.


약 1000년 전 기록. 결국 마수를 몰아내는 데 성공하고 마수가 나타나는 게이트를 발견해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은 있다.

하지만 어떻게 마수를 몰아냈는지에 관한 기록은 소실돼 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운 것처럼.


평화를 되찾은 세 종족은 서로 힘을 합쳐 지금껏 불화 없이 하나로 녹아들어 지내고 있다.

세 종족은 편견 없이 서로를 보게 되었다. 이종족간의 만남은 자연스레 늘어갔고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세 종족 중 어디 하나에도 포함되지 않는 돌연변이 엘듄의 등장.

마나가 전혀 없거나 다른 이들보다 몇 배는 높은 마나를 제어할 수 없어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돌연변이가 등장한 것이다.


“내일부턴 수아랑 놀아도 돼?”


내 아들도 그중 하나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엘듄. 저주를 달고 태어났다.


“그럼! 오늘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검사하면 되니까 조금만 참자.”


그런데 그런 아들이 마법을 사용했다.

산에서 마수와 마주했고 죽음의 문턱에 발을 들인 순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응!”


간혹 엘듄 사이에서 썩은 날개가 아닌 작은 날개가 돋아나 마나를 소량 다룰 수 있게 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세현이의 경우 달랐다.

그 많은 마나를 완벽히 다루게 됐다.

마법 하나만 사용한다면.


“시작할게!”


사방이 유리로 된 공간에 들어간 세현인 검게 썩어들어간 날개를 펼치곤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두 손을 모아 그 위로 작은 번개를 만들어냈다.

마나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는 간단한 검사.

처음엔 신체에 생긴 변화를 찾아보았지만, 그렇다 할 결과를 얻을 수 없어 마나쪽으로 넘어가기로 했는데 이것도 성과는 없었다.

이전과 다를 거 없는 몸의 상태.


세현이는 여전히 엘듄이었다.


“하···.”


심지어 그 마법을 사용하면 완벽하게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된다.

대가 없는 힘은 없다지만, 세현이 보여주는 힘은 상식을 무너뜨렸다. 단점 하나 찾을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힘.


“결국 못 찾았나 보네.”


세현의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조사했지만, 그렇다 할 성과가 없다. 한창 검사 중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아내가 연구실로 들어왔다. 아내의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고 세현이에게 말했다.


“세현아, 레디어션 사용해보고 마무리하자.”


난 세현의 마지막 검사를 위해 세현이 있는 유리 속으로 발을 옮겼다.


“잠시만.”


그런데 그런 날 아내가 막았다.


“오늘은 라이가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라이가?”


그러더니 나 대신 라이를 보냈다.


“마인으로 한 적은 없잖아. 데이터로 하나 정돈 있는 게 좋지 않을까?”


마인의 마법. 세현은 세리아와 디비르의 아이다. 혹시나 해서 인간의 마법을 지워 상태를 확인해 봤지만, 그것마저 큰 차이가 없었기에 배제하고 있던 마인의 마법 데이터.


“그래. 그러자.”


어차피 성과없는 데이터들이니 마지막으로 오늘은 지금껏 한 적 없던 마인으로 검사하기로 했다.


“세현아, 준비됐어?”


“응!”


세현이 준비되자 라이는 오른손을 들더니 검지만 활짝 펼쳐 그 끝에 황금빛 번개가 반짝이는 작은 구체를 만들어냈다.


“하나에 날린다?”


“OK!”


한편으론 마인의 마나다 보니 걱정이 되긴 하지만, 지금껏 다른 마나를 사용해도 부작용이 없던 것 때문인지 걱정은 되지 않았다.


“아! 여보!”


그런데 하연이 내 어깨를 막 두드리며 불렀다.


“왜?”


“계약! 계약하면 내 마나도 있잖아!”


맞다. 왜 그걸 생각 못 했을까.

라이는 하연과 계약했다. 그렇다면 지금 라이가 사용하는 마법엔 마인인 라이의 마나뿐 아니라 하연의 세리아의 마나가 섞여 있을 텐데.


“세현아? 왜 그래 세현아!?”


모든 걸 인지했는데 늦었다. 세현은 웅크린 채 괴로워하고 있었고 라이가 바로 달려갔다.


“세현아!”


나랑 아내도 바로 달려갔다. 웅크린 세현의 등에 손을 올려 상태를 확인했다. 숨을 헐떡인 채 몸을 떨고 있다.


“괜찮아. 세현아. 괜찮아.”


마나 과부하. 문제를 알았다.


“세현아 마법이야. 마법을 사용하면―”


마법을 사용하면 마나를 사용하기에 마나 과부화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이를 바로 말했지만


“읍! 으윽.”


세현이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괴로운 표정을 하면서도 끝까지 전신에 힘을 주어 버텨냈다.


‘설마 받아들이려는 거야?’


개인의 마나 용량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마나가 회복되는 속도가 빠르기도 하고 마나가 많아지면 제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굳이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긴 하다.

자칫 잘못하면 늘어나는 과정에서 마나관에 손상은 될 수도 있다.

늘어나는 과정에서 전신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동반되기도 하고.


‘마나가 얌전히 흐르고 있어. 방법을 알고 있는 거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가쁘게 내쉬던 숨이 안정화되어간다.


“돼.됐다.”


새하얀 날개.

세리아와 디비르의 날개엔 본인의 특기가 들어간다. 그렇기에 완전히 같은 모습을 한 날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뇌제로 활동하던 하연의 날개엔 노란색이 있었다. 그러데이션처럼 끝으로 갈수록 노란색이 짙어진다.

재능이 높았기에 하얀색보다 노란색의 비중이 높았던 하연의 날개.


“세현아 너?”


세현의 등에는 그녀의 날개가 펼쳐졌다. 그리고 함께 있는 라이의 귀와 꼬리.


“이제 안 아파!”


지금껏 발견되지 않았던 모습. 아니 존재 자체가 세계를 부정하는 모습이다.


“어떻게 된 거야!?”


잘 놀라지 않는 라이조차 기겁했다.

세현의 모습에 하연은 무릎 굽혀 세현이와 눈높이를 맞춰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세현아 괜찮아?”


하연의 질문에 세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멀쩡해!”


활짝 웃은 세현를 보고 있으면 정말 몸에 이상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엘듄이 세현이에게 날개가 자라났다.

그것도 하연이와 비슷한 날개가. 그리고 마인인 라이의 귀와 꼬리가 자라났다.


“세현아 잠시만 그대로 있어 볼래?”


확인해 봐야 한다. 지금 생각하는 게 맞다면 세현이의 마법은. 난 웅크린 세현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하연과 라이는 게이트 일로 연구실에서 나갔다.

세현이는 날개와 귀가 사라졌지만, 혹시 몰라 연구실에 같이 있었다. 지금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나갔지만.


“맞았어.”


혼자 컴퓨터 앞에 앉은 케인은 5개의 모니터 속 자료를 비교하더니 중얼거렸다.


“엘듄은 돌연변이나 퇴화 같은 게 아니었어. 애초에 마나는―”


자신이 알아낸 진실을 1초라도 빨리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안녕하십니까.”


일이 꼬였다. 꼬이다 못해 끊어지려 하고 있다.


“누구야.”


케인의 관계자 외 들어올 수 없는 이곳에 낯선 목소리가 울렸다.


“축하드립니다. 케인 선생님.”


회색 천으로 전신을 가린 괴한들이 나타나선 하는 말이 축하한다는 거다.


“나가세요.”


왠지 모를 오싹함에 케인은 강하게 나섰다. 하지만 괴한들은 좋다며 양팔 벌려 자기 할 말만 지껄여댔다.


“선생님께서는 그분과 인사를 한다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선택되셨습니다.”


“나가!!!!”


케인은 결국 마법을 사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장!”


케인의 연구실엔 경찰은 물론 하연과 라이가 있는 제1 게이트에도 연결된 비상 호출 벨이 있는데 그 벨이 울렸다.


‘설마!?’


아직 마수가 남았지만,


“가세요!”


동료들도 지금 울리는 벨의 의미를 알기에 모두가 마수에게 달려들었다.


“빨리 가야 하잖아요!”


“고마워.”


전선에서 뛰어다니던 라이는 바로 마수 사이에서 이탈해 하연의 손을 잡았다.


“바로 간다.”




한편 화장실을 갔던 세현인 복도에 있었는데 케인이 있는 곳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가끔 실험에서 폭발음이 들리긴 했지만, 기껏해야 한 번이나 두 번. 지금처럼 수차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적은 없었다.


“아빠?”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상황이 위험하게 돌아가고 있다.


‘안돼. 안돼안돼안돼!’

“아빠!!!”


새하얀 복도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 연기가 자욱하다. 연구실로 나아갈수록 숨이 가빠지고 앞이 흐려진다.


“아빠!”


그리고 도착한 아빠의 연구실. 검은 연기와 그 원흉인 불길이 연구실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오지마!”


앞을 막은 불길 사이로 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망가!”


다 떨어진 체력을 억지로 쥐어 짜낸 갈라진 목소리가 울렸다. 그런 케인의 다급한 비명은 이세현을 더 자극했다. 앞을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순 없다.


‘아빠가 위험해.’


지금 돌아선다면 후회할 것을 알기에 팔을 뻗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연구실을 뒤덮은 불은 마법. 마법이라면 지울 수 있다.


“레디어션!!”

‘됐다!’


불타오르던 연구실이 잠잠해졌다. 순식간에 불길이 사라지고 소리만 울리던 케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빠?”


피투성이가 된 채 한쪽 무릎을 손으로 지탱하곤 겨우 서 있는 케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 입구와 가까운 마치 케인이 달아날 것을 염두 해 입구를 막아서고 있는 다섯의 괴한이 세현과 케인 사이를 갈라놓았다.


“이제, 그만하시죠. 다 의미 없습니다.”


나란히 서 있는 다섯의 괴한 중 가운데의 여성은 양팔을 벌려 케인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악!!!!!!”


세현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들은 죽여야 한다고.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고.

세현의 주위로 붉은 마법진이 떠올랐다.


“오면 안 돼! 도망쳐!!”


세리아가 사용할 수 없는 불의 마법. 괴한을 향한 세현의 분노가 폭발한다. 하지만


“방해하지 마라.”


바닥에서 물이 올라오며 세현의 불은 완전히 진압됐다. 괴한 중 덩치가 가장 큰 남성이 뒤돌아 세현을 향해 걸어왔다.


“아아아악!!!!!!!!”


세현은 포기하지 않고 발악했다. 있는 힘껏 소리 질렀다.

검은 날개. 디비르의 날개를 펼쳐 아빠의 특기였던 불을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디비르? 소질이 있구나. 꼬마야.”


앞에 있는 적을 섬멸하기 위해 쏘아댄 불꽃.

어린아이의 발악은 덩치 큰 남성 한 명에게 저지당했다. 그가 만들어낸 물 덩이들을 피하지 못해 사그라들었다.


“윽! 이으으윽!!!!!!”


“세현아!”


이내 괴한은 한 손으로 세현의 머리를 움켜쥐곤 들어 올려 제압했다.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 있는 힘껏 휘두르고 있는 주먹도 발도 모든 게 통하지 않는다.


“죽이지 마세요. 그 아이는 데려가도록 하죠. 분명 좋은 신부님이 될 겁니다.”


“네.”


케인을 향해 말하던 괴한의 말에 세현을 잡은 괴한은 세현을 바닥에 꽂아 넣었다.

탈출할 수 없도록 세현의 팔을 등 뒤로 자신의 손을 이용해 묶어놓았고 무릎을 그 위로 놓으면서 고정했다.


“켁―!”


세현이 할 수 있는 건 지금껏 마신 매연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앞을, 피투성이가 된 아빠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방해가 있었네요. 이 이상 지체할 순 없습니다. 바로 시작하시죠.”


여성의 말에 세현을 제압한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알 수 없는 마법에 묶인 케인은 바닥에 눕혀졌다.


‘마법이 안 나가!?’


마나가 움직이는 감각은 느껴졌지만, 마법이 발동하지 않는다.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이 마법 때문이겠지.


“미천한 저희가 오늘도 기도를 올립니다.”


무리의 중심으로 보이는 여성이 뜻 모를 말을 내뱉자 나머지가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세현을 제압하고 있는 남성과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상태로 활짝 웃고 있는 여성을 제외한 셋은 총 다섯 자루의 단검을 손에 쥐었다.

특별한 무늬 하나 없는 날부터 손잡이까지 모든 것이 회색으로 뒤덮인 단검을.


“탄생을 보듬으시며 거짓과 잘못을 품어주시는”


여성은 케인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발을 내디뎠다.


“모든 후회 그 끝을 이끌어주시는 이를 위해.”


처음부터 짜놓은 각본대로 주어진 대사와 정확한 타이밍.


“끄아악!!!”


단검은 케인의 오른쪽 어깨를 꿰뚫었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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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별장 24.08.25 10 0 15쪽
23 이세현 (5) 24.08.20 9 0 13쪽
22 이세현 (4) 24.08.14 9 0 12쪽
21 이세현 (3) 24.08.09 7 0 12쪽
20 이세현 (2) 24.08.06 14 0 12쪽
19 악몽 (2) 24.05.04 9 0 10쪽
» 악몽 24.04.15 12 0 13쪽
17 재앙(3) 24.04.13 7 0 10쪽
16 재앙(2) 24.03.30 8 0 12쪽
15 재앙(1) 24.03.18 10 0 11쪽
14 합숙 24.03.12 16 0 13쪽
13 추억 24.03.03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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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중간고사(5) 24.02.15 23 0 11쪽
9 중간고사(4) 24.02.11 21 0 11쪽
8 중간고사(3) 24.01.21 19 0 11쪽
7 중간고사(2) 24.01.12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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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련 23.12.25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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