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날개, 그리고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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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시포
작품등록일 :
2023.12.02 19:02
최근연재일 :
2024.09.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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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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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세현 (2)

DUMMY

처음은 항상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이곳 모든 것이 이전 비슷한 경험이 있더라도 그것과는 다른 환경이니까.

그렇기에 처음인 사람에겐 숙련된 사수가 붙기 마련


“긴장되냐?”


더군다나 이곳은 게이트다.

마수 토벌이라는 막대한 임무를 받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인수인계는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군처럼 야박하진 않지만.


“아닙니다!”


사수인 벤이 부사수의 등을 가볍게 치자 부사수는 우렁차게 대답했다.

우렁차게··· 주위 시선을 훌륭하게 집중시킬 정도로 힘차게 답했다.


“야! 그렇게 크게 안 해도 돼. 조용히.”


당황한 벤이 그런 부사수를 향해 말했다.

완전 일자를 보이는 눈과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이미지 덕에 친근한 느낌을 주는 인상을 가진 벤은 이미지와 일치하는 행동을 자주 보인다.

이를테면 함께 있는 부사수에게 한 첫마디가 ‘그냥 동네 형이라고 생각해~ 말 놔도 되지?’ 이거였다.

돌아와서 벤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부사수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네! 저는─”


“조용히!”


이 정도면 그냥 무시하는 건가 싶지만 여튼 또다시 큰소리로 답하려 하자 그걸 벤이 바로 끊어냈다.


“네, 김주혁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들은 벤은 턱에 손을 대곤 잠시 혼잣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게이트는 알 거고 대장부터 알려줄까?”


그러다 생각이 끝난 듯 주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일단 가자.”


뇌제가 근무 중인 제1게이트.

다른 곳보다 위험한 게이트가 열려 있는 구역이기에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바쁘지만 절도있게 움직여야 하는 그런 이미지가···


“아~ 심심해! 빨리 안 열리나?”


“또 그런다. 계속 그러시면 대장한테 대련해달라는 건 어떠십니까?”


“너나 해라~”


이미지 따윈 완벽하게 무너졌다. 사내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싸! 제가 이겼습니다.”


다트 같은 걸로 내기 중인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왜? 생각했던 거랑 다르냐?”


주혁이 계속 주위를 훑어보자 벤이 말했다.


“아,아닙니다!”


첫날이라 주혁이 많이 긴장하고 있다는 걸 벤도 알기에 웃음이 터졌다.


“여기서 그렇게 굳어있을 필요 없어. 게이트가 열리면 달려 나가고 아니면 쉰다! 이거면 돼.”


“네···”


한 5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목적지인 방에 도착했다.

벤이 멈춘 방은 ‘1트레이닝 룸’이라 적혀있었다.


‘훈련이라도 하는 건가?’


트레이닝 룸. 처음 이곳에 들어간다면 당연히 훈련하러 들어가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다른 곳이면 몰라도 이곳은 아니다.


“3분대장 벤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일단 기본적으로 노크를 해야 한다. 공공시설로 지정한 방임에도 말이다.


“들어와!”


내부에서 대답이 들려와 문을 열면 내부엔 단 두 사람이 머신을 이용해 헬스를 하고 있다.

‘?’

훈련은 훈련인데 마법이 아니라 육체를 단련하고 있다.


“여기 훈련실인데 왜 노크를 해?”


“그야 대장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벤이 들어가자 하던 것을 멈추고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입구 쪽을 향해 다가오는 한 사람.


‘대장? 서,설마 뇌제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1소대 3분대로 들어오게 된 김주혁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떠한 예고 하나 없이 다짜고짜 게이트 톱이 눈앞에 나타났다. 주혁은 바로 90도 고개 숙여 인사했다.


“어,어. 잘해보자?”


일단 하연은 그 기백에 밀렸다.


“하하하! 좋은데? 오랜만에 들어온 신입은 힘 좀 쓰나?”


하연 다음으론 이 방에 있던 라이가 호탕하게 웃으며 주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종족은 디비르, 불을 주로 사용합니다!”


“불?”


불이란 단어에 하연과 라이의 표정은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금세 표정은 돌아왔고 라이는 뒤돌며 말했다.


“그,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아까 뭐였지? 아닌가?’


순간 묘한 위화감이 이곳을 채웠지만, 주혁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로 했다.

인사도 끝났겠다 돌아가려 벤이 마무리하려는데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복도며 방안이며 곳곳에서 시끄럽게 등장한 소음으로 주혁이 당황하자 벤은 주혁에게 외쳤다.


“게이트가 열렸어! 준비하자!”


벤과 주혁이 나가 둘만 남게 된 이곳에서 라이는 말했다.


“조금 쉴래? 별로 안 커 보이는데.”


하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라이는 방을 나와 먼저 나간 둘을 따라 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에선 마수가 5마리 정도로 라이의 말처럼 그 수가 크지 않아 금세 정리할 수 있었다.


“케인······”


라이의 예상대로 게이트에선 마수가 다섯 나타나는 것에 상황은 마무리됐다.




“후···”

일단 대장이니 출근해서 나름 단련한답시고 트레이닝 룸에 박혀 있다지만, 케인의 일로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없어 나온 변명에 불과했다.


게이트가 열린 상황에도 오히려 방해될까 멀리서 지켜볼 뿐. 결국엔 아무것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매일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집에 왔다 해서 달라지느냐?


쿵구구 쿵!


하염없이 무너져가는 자신과는 반대로 매일 지하에 틀어박혀 훈련하는 세현의 소리에 마음은 착잡해져만 갔다.

고작 초등학생에 불과한 아들도 그날의 일을 거름 삼아 성장하려 발버둥 치는데 대장이란 놈은 여전히 길을 헤매고 앉아있으니.


“세현인 오늘도 지하에 있네.”


아마 라이마저 없었더라면 진작에 무너지지 않았을까.


“그러게. 내가 조금만 빨리 갔었더라면.”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지만, 지금의 하연은 너무나도 위태로웠다. 어떤 화제를 꺼내든 그 끝은 케인의 일로 물들어갔다. 마음이 깎여만 간다.


“먼저 씻을래?”


“응.”


라이의 물음에 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그대로 욕실로 향했다.


“하아···”


부엌 식탁에 앉아 턱을 괸 채 한숨을 내쉬는 라이.

사각의 탁자엔 아담한 화분 대신 한 손으로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액자 하나가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케인과 함께 찍혀 있는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가.


라이는 액자를 들어 잠시 추억에 잠기기로 했다.

‘네가 낸 문제 중에서 지금이 가장 어렵다.’




어떤 아픔이든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했던가.

케인이 죽고 2년이 흐른 지금 하연의 상태도 많이 호전되었다.

방에 틀어박혀 1년 365일 훈련만 하던 아들을 보며 자신의 한심함을 잡았고 라이가 곁에 있어 주었기에 잡아챈 문제를 부숴버릴 용기도 생겼다.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


“네!”


라이처럼 늘 당당하게 목소리를 키우고 장난을 늘리며 자신을 세뇌했다.

침울해져선 안 된다. 멈춰서는 안된다.


대장으로서 모범이 되어야 하고 어머니로서 집에 틀어박힌 자식을 향해 손을 뻗어야 했다.

자신의 과오를 씻어낼 용기를 얻을 때까지 걸린 시간 1년. 그 후의 1년 동안 절대로 이 신념을 부수지 않았다.


“다녀오셨습니까.”


“응!”


그 결과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아직 미소를 보여주진 않았지만, 이게 어딘가.

지하 훈련장에만 있던 아들이 마중 나와 주는데.


“엄마.”


“왜?”


저녁 식사도 같이하게 됐고 최근엔 말수도 늘었다.


“게이트에 가고 싶어.”


“게이트에?”


“마수한테 잡아먹힐지도~ 왁!”


라이도 마음 놓고 장난을 치는 분위기로 돌아왔다.


“갈래.”


이제 중학교로 올라가야 할 시기에 집에서 훈련만 하던 아들에겐 어디든 집밖으로 나가는 게 좋은 경험일 테니 하연은 이를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일이 있던 후로 어떤 부탁도 하지 않던 아들의 부탁이니 거절하기가 더 어려웠을 수도.


“그래. 그럼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오늘은 훈련 금지.”


“으,응.”


조금 주춤하긴 했어도 세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작 출근하는 두 사람이 일어났을 무렵엔 이미 세현이 나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샤워를 끝내고 짐이라곤 입고 있는 옷뿐이었지만.


“아들 벌써 준비 다 했어?”


‘많이 가고 싶었나 보네.’


여전히 눈, 코, 입이 일자를 한 무표정이었지만, 어딘가 기뻐하는 것 같았다.


“아침 준비할 테니까 먹고 바로 출발하자.”


출근할 준비는 물론 식사도 준비해야 하니 외출 준비가 끝난 세현은 시간이 붕 뜨게 생겼다.


“응.”


그래서 선택한 시간 때우기는 지겹게 하던 훈련이었는데


“그렇다고 훈련하지 마.”


이는 2층에서 내려오던 라이에게 막혀 하지 못했다고.




‘여기가 게이트···’


벽이며 천장이며 사방이 흰색으로 덮여있어선 뭣 모르고 손댔다간 고장 날 것만 같은 기계들이 가득한 공간.

세현이 처음으로 게이트에 발을 밟는 순간이었다.


“어때 넓지?”


하연과 라이 사이에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대며 게이트를 구경하는 세현에겐 라이의 질문도 들리지 않는가 보다.


“대장?” “어? 그 아이는···”


처음 보는 아이가 게이트에 들락날락하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질문이 들어왔다. 그때마다 하연은


“아, 아들이 오고 싶어 해서.”

이런 식으로 대충 넘어갔다.


게이트가 군 시설같이 민간인 출입 금지라면 모를까 시설 인원 중 절반가량은 민간인에다가 게이트가 열리는 공간에 출입하는 것이 아니라면 큰 문제는 없다.

요즘엔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도 견학 겸 자주 놀러 오기도 하고.


“너, 게이트 열릴 땐 달려들면 안 된다.”


시설명이 아닌 마수가 튀어나오는 게이트에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문제 되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이라면 모를까 마수를 무서워하긴커녕 신나게 달려들 것 같은 세현이기에 라이는 옆에서 콕콕 찌르며 계속 강조하고 다녔다.


“여기는···”


평소라면 헬스나 하면서 단련하겠지만, 오늘 하루는 세현을 위해 시설 전체를 돌아다니고 있다.

대장이 돌아다니니 곳곳에서 비상이 걸리겠지만 겸사겸사 점검도 되고.


“세현아, 저기 봐봐.”


그러던 중 하연이 가리킨 곳엔 거대한 푸른색의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유독 이질적이며 3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구멍.


“게이트.”

“어때?”

“커.”

“풋─하하핫! 오랜만에 애 같은 소리 했네.”


게이트를 끝으로 견학이 마무리되려는데 하연의 전화기가 울렸다.


“잠시만, 1게이트 이하연입니다.”


“감시통제실입니다. 게이트 관련해서 잠시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전화의 출처는 24시간 게이트를 감시하는 통제실로 그곳에서 문제라 할 건 대개 게이트와 연결된다.

이를 알기에 하연은 전화를 끊자마자 세현와 라이를 데리고 통제실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명찰로 문을 열자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일단 이걸 보시죠.”


문이 열리자 중년의 남성이 달려와 곧바로 가장 큰 모니터로 안내했다.


“수치가 높···네요?”


모니터 속엔 영상감시 중인 게이트와 함께 여러 숫자가 움직이고 있었다.


“네, 평소보다 10배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습니다. 현재도 계속 오르고 있고요. 어쩌면···”


수 세기를 거쳐 게이트에선 각양각색의 괴물들이 튀어나왔었는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든 게이트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돌연 발생하는 게이트까지는 어쩌지 못하겠지만.


여튼 발전한 기술 중 하나가 이들이 보고 있는 모니터 속 숫자들.

게이트가 열리기 전 발생하는 열기나 냉기 등 자연적인 현상에서 벗어나 이상이 생기는 것들을 복잡한 수식을 더 해 수치화한 것으로 튀어나올 괴물들의 클리어 난이도를 파악할 수 있다.


그 중 지금처럼 수치가 계속 오른다는 건

“마인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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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교단 (1) 24.08.28 5 0 12쪽
24 별장 24.08.25 10 0 15쪽
23 이세현 (5) 24.08.20 9 0 13쪽
22 이세현 (4) 24.08.14 9 0 12쪽
21 이세현 (3) 24.08.09 7 0 12쪽
» 이세현 (2) 24.08.06 14 0 12쪽
19 악몽 (2) 24.05.04 9 0 10쪽
18 악몽 24.04.15 11 0 13쪽
17 재앙(3) 24.04.13 7 0 10쪽
16 재앙(2) 24.03.30 8 0 12쪽
15 재앙(1) 24.03.18 10 0 11쪽
14 합숙 24.03.12 16 0 13쪽
13 추억 24.03.03 18 0 12쪽
12 이세현 24.02.28 14 0 14쪽
11 중간고사(6) 24.02.23 14 0 10쪽
10 중간고사(5) 24.02.15 23 0 11쪽
9 중간고사(4) 24.02.11 21 0 11쪽
8 중간고사(3) 24.01.21 18 0 11쪽
7 중간고사(2) 24.01.12 22 0 12쪽
6 중간고사 (1) 24.01.01 23 0 11쪽
5 대련 23.12.25 22 0 12쪽
4 유수아와 이세현 23.12.16 20 0 11쪽
3 재회(2) 23.12.11 21 0 11쪽
2 재회 23.12.02 25 0 11쪽
1 프롤로그 23.12.02 72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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